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597)
마존현세강림기-598화(596/2125)
마존현세강림기 24권 (24화)
5장 압도하다 (4)
쏴아아아아.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장다징은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가 이만큼이나 왔기에 소리도 조금은가려졌고, 원래대로라면 바 닥을가득 채웠을 피도 쓸려 내려가 고 있었다.
요정을 둘러싸고 있던 이현수의 사람들이 장다징의 신호를 받고는 안쪽으로 달려 들어왔다.
패닉에 빠져 있는 종업원들을 부 축하고, 흔적을 지우기 시작하는 모 습을 보며 장다징이 입을 열었다.
“대체 이들은 뭘 믿고 강진호씨 에게 대항할 생각을 한 겁니까?”
“후……
바토르는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장다징.”
“예, 바토르 님.”
“기억해라.”
“ 예?”
“지금의 이 참상을 잘 기억해라. 그리고 명심해라. 인간은 결코 이성 적이지 않다.”
“인간은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여 기기 마련이지만, 인간은 결코 이성 적이지 않아. 오히려 감정적이고 무 모하지. 특히나 이들처럼 선택을 타 인에게 맡겨 버린 이들은 결코 이성 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타인의 판단보다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지.”
“응.”
장다징이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보이자 바토르가 쓴웃음을 지 었다.
“장다징.”
“ 예.”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 예?”
장다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무슨 소린가?
“내가 얼마 전부터 하늘을 나는 방법을 깨우쳤다고 네게 말한다고 하자. 그럼 너는 이 말을 믿겠느냐, 아니면 믿지 않겠느냐?”
“……믿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바토르 님은 빈말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인간은 그런 법이지.”
장다징은 바토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
무학은 인간을 높이 뛰어오르고, 허공에 머무를 수 있게 만들어 주었 지만, 결코 하늘을 날게 해주지는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바토르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말해도 장다징은 그것을 믿지 않아야 한다. 하지
만 바토르라는 사람에 대한 개인적 인 경험과 판단이 그걸 믿게 만들었다.
“이들의 이중걸에 대한 믿음이 그 렇다는 거로군요.”
“이중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겠지. 결국 선택을 대신 해줄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좋았을 것이다. 자신보다 현명하다고 할 수 있는 자 라면 아무라도 좋았겠지.”
바토르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잊지 마라, 장다징. 선택은 언제 나 본인의 몫이다. 아무리 대단한
이도 너의 선택을 대신 해줄 수는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여긴 대충 끝난 것 같군.”
바토르가 턱을 긁었다.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겠지.’
이중걸이라고 했나?
바토르는 결코 그를 얕잡아보지 않았다.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 왕 노릇을 했다고는 하나, 여우의 몸으로 수십 년간 산왕의 노릇을 했다 면…… 그 여우는 이미 영물이다.
그런 영물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었다.
“분명 다른 뭔가가 있겠지만, 적 어도 여긴 아니군. 그럼 누가 복권 에 당첨되었을까?”
“바토르 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바토르가 몸을 돌렸다.
“돌아간다.”
“총회로가시겠습니까?”
“그렇다.”
바토르가 앞장서서 걸어가자, 장 다징이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이들도 운이 없군요. 하필이면 바토르 님을 상대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아, 하기야 강진호씨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바토르 님의 손에 죽는게 더 깔끔 할 수도 있겠군요.”
“나나 주인을 만난 이들은 나름 곱게 죽는 편이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가장 운이 없는 자들은 그 음흉 한 놈을 만나는 쪽이겠지.”
“……예?”
장다징이 멍한 눈으로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 * *
“ 으음.”
나이트 위긴스가 손가락을 귀를 긁었다.
“이상하군. 귀가 자꾸 간지러운데?”
나이트 위긴스가 자꾸 귀를 긁자 엘레나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귀가 자꾸가렵다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가려운 것 따지실 때예요?”
“ 흐음.”
나이트 위긴스는 불만 어린 얼굴 이지만, 상황의 심각함을 아는지 딱 히 입으로 그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보통 상황은 아니지.”
나이트 위긴스가 이죽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들도 똑똑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왜요?”
“원래 자신이 쓰던 숙소를 그대로 쓰면서 거기서 역적 모의를 하다니. 이건 멍청한 건지, 아니면 등잔 밑
을 잘 노린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제발 긴장감 좀가지세요, 아버 지.”
“난 충분히 긴장하고 있단다.”
엘레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녀가 아는 나이트 위긴스는 무 척이나 냉정하고 무감정한 사람이었다. 목적과 원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성과 날카로움을 겸비한 이. 그게 나이트 위긴스에 대한 엘레나의 평가였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셨지?’
원탁을 상징하는가면을 벗어던진 나이트 위긴스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나사가 몇 개는 빠진 듯하지 않은가.
‘아니, 원래 이런 분이셨지.’
옛 기억 속.
그러니까 나이트 위긴스가 나이트가 되기 전에는 이랬다. 그때의 나 이트 위긴스는 자상하고 장난기가가득한 아버지였다.
나이트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 에 짊어진 이후부터 사람이 바뀌어 버렸지만 말이다.
한때는 아버지가 예전처럼 돌아오
기를 간절히 바란 적도 있었지만, 막상 그 소원이 이루어지니 뭐라고 할까…….
‘이루어지지 않는게 더 나은 소 원도 있는 법이지.’
세상에는 추억 속에서만 아름다운 일도 있는 법이다. 추억을 억지로 되살리려다 보면, 그 추억의 아름답 지 않은 일면까지 알게 된다.
어린 나이에 본 나이트 위긴스는 좋은 아버지였지만, 성인이 되어서 본 나이트 위긴스는…….
“제발 체통 좀 지키세요.”
“알았다지 않느냐.”
나이트 위긴스의 입이 슬쩍 밀려 나오는 것을 본 엘레나는 한숨을 쉬 었다.
그녀도 아버지에게 호통을 치고 싶지는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엘레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포 위하고 있는 기백의 무인들을 바라 보았다.
“……그래서 조심해서 들어오자고 했잖아요.”
“아니……
이현수, 그 친구
참……
나이트 위긴스가 볼을 긁었다.
지금 그와 엘레나가 있는 곳은 과거 영남회가 있던 곳이다. 강진호 와 총회가 영남회를 뒤집어엎은 이 후로 폐건물이 되어버린, 원래 영남 회의 부지 말이다.
영남회와 총회가 통합되기로 한 후, 이현수는 순차적으로 영남회의 인원들을 총회로 옮기고 영남회를 폐쇄했다.
하지만 고위급들의 숙소를 만들어 주는 것은 빠르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고, 상당수의 고위급 인사가 영남회에 딸려 있는 사옥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담하게도 영남회 내에서 분파를 만들어 이중걸을 지 원하기로 한 것이다.
“간도 크지 말이야.”
히죽거리는 나이트 위긴스를 보며 엘레나는 고개를 젓고 말았다.
‘진짜 믿음 안가네.’
이제야 나이트 위긴스가 엘레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버지의 사랑을의심한 적은 없다. 나이트 위긴스는 엘레나를 더없 이 아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일적으
로 엮이게 되면 나이트 위긴스는 병 적으로 엘레나를 불신했다.
도무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그의문이 풀리는 기분이다.
‘자기혐오구나.’
지금 나이트 위긴스의 행동이 그 녀와 닮아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행동이 나이트 위긴스를 닮 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눈앞에서 거울처럼 보게 되니 짜증이 마구 밀려온다. 그와 함께 신뢰감이 무지막지하게 깎이고 있었다. 이러니 업무적으로
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어쩌실 거예요?”
“흐음, 글쎄…… 어쩔까?”
나이트 위긴스가 수염을 쭉 잡아 당겼다.
“원래는 조용조용 처리를 하고 싶 었는데, 일이 이런 식이 되면 좀 요 란할 수밖에 없겠군.”
“하실 거예요?”
“밥값은 해야지.”
“알겠어요. 그럼 저는 좀 피 해…… 있고 싶은데……
엘레나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피할 곳이 없네요. 완전하게 포 위됐어요.”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거라. 설마 내가 너 하나 못 지키겠느냐?”
“ 흐음.”
영 미덥지 않다는 얼굴이지만, 엘 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성격은 못 믿겠지만.’
실력이야 믿지 않으려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의 아버지는 나 이트 위긴스이니까.
나이트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앞으로 나갔다.
“대표자가 있소이까?”
반응이 없다.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걸까?
하지만 이내 조금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뭐라는 거야, 저놈?”
“누구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없 어?”
“양놈이 한국 땅에서 영어 쓰고 있네. 짜증 나게.”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나 이트 위긴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 개를 돌려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귀찮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 아무래도 통역이 필요할 것 같은데?”
“……네.”
“이 국제화 시대에 이 많은 사람 중 영어가 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아무래도 로드께 말씀드려서 어 학 교실이라도 열어야겠군.”
“한국 무인들은 공부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큰일이군, 큰일이야.”
총회의 미래를 걱정하며 나이트 위긴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위긴스라고 하오. 강진호
씨의 명을 받아왔소. 이 중 나와 대 화를 나눌 대표자가 있으신가?”
엘레나가 통역을 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 시선을 받은 이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대표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만……
한 노인이 미묘한 미소를 머금으 며 입을 열었다.
“나와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 소.”
“호칭이?”
“최 상무라고 하시오. 딱히 통성
명을 할 사이도 아닌 것 같으니까.”
“좋소이다, 최 상무.”
나이트 위긴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나의 로드께서 나를 그대들에게 보내셨소. 그대들에게서 불온한 움 직임이 보인다는 첩보가 있었거든.”
“불온하다라……
최상무가 헛웃음을 지었다.
“뭐가 불온하다는 거지?”
“논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 소. 그대들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 면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총회로 따라오시오. 그대들도 알다시피, 로
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 오. 오해였다고 좋게 설명한다면 그 분께서 되레 사과하실지도 모르지.”
“허허허허.”
최 상무가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다.
“이 양놈이 사람을 놀리는구나.”
“말끝마다 인종차별을 붙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정 해야겠다 면 이왕이면 양놈보다 백형이라 불 러주시오.”
“……뭐라는 거야?”
통역을 마친 엘레나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백형이란 말은 또 어디서 들었나. 커리큘럼에서 젊은 한국 무인들과 어울리더니, 영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았다.
“투항할 생각이 없다는 거요?”
“잘못을 해야 투항을 할 것 아닌가. 우리가가지고 있던 자리를 다시 되찾겠다는데, 그게 어찌 잘못이 되는가? 그렇지 않나?”
최 상무의 말에 주위를 포위한 이들이 일제히 호응했다.
그 광경을가만히 바라보던 나이 트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긴. 이쪽도 말보다는 주먹을 선호하지.”
나이트 위긴스가 손을 옆으로 뻗 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