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02)
마존현세강림기-603화(601/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4화)
1장 선보이다 (4)
“어리석기는.”
엘레나는 차가운 눈으로 나이트 위긴스에게 달려드는 장로들을 바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그 모습이 한여름의 부나방들이 모닥불로 뛰어드는 광경 같았다.
“나이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 지?”
그녀의 아버지라서가 아니다. 나 이트 위긴스가 아니라 다른 나이트가 저곳에 있다 하더라도 그녀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나 나이트들의 능력은 뛰어났다.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원탁이가진 모순을 이해한다면 말이다.
원탁의 구성원들은 동등한 권한을가진다. 마스터가 조율의 권한을가 지기는 하지만, 딱히 나이트에 비해
큰 권한을가지고 있지는 않다.
겉으로만 본다면 더없이 민주적이 고 공정한 방식 같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결코 그렇지가 않다.
나이트 하나하나가 한 국가를 대 변한다. 누군가와의견을 나누지도 않고, 보조해 주는 이도 없이 온전 히 말이다.
한 사람이 한 국가를 대변한다?
외부 세계의 대통령이나 총리라고 할지라도 그 스스로가 온전히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과거의 왕들조차도 신하들의 눈치를 봐
야 했다. 스스로의 뜻대로 모든 것을 처리한 이는 독재자로 몰리거나 절대왕정의 구축자로 역사에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원탁은 그것을 강요한다.
한 사람이 온전히 한 국가의 입 장을 대변하는 것을.
그러니 나이트에게 쏟아지는 부담 이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무력은 물론이거니와, 상식이나 시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날카로운 계산 능력까지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들이 받는 수련은 일반적인 사람 들의 상식을 초월한다.
그게 나이트다.
엘레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상 대할 수 있는 이는 강진호와 바토르 뿐이다. 그리고 그들도 그저 상대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무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강진호와 바토르가 나이트 위긴스를 압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종합 능력치 로 따지면 그들은 감히 나이트 위긴 스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녀가 보기에 나이트 위 긴스가 이 작은 나라에 와서 총회의 회주도 아닌 이사직이나 맡아서 구
르는 것은 심각한 인력의 낭비요, 인류의 손해였다.
총회의 젊은 무인들에게 신기한 외국 강사 취급을 받았을 때는 엘레 나가 열이 받아 소리를 지를 뻔했다.
‘대체 여기서 뭘 하시겠다는 거 지?’
그녀는 아버지로서 위긴스를 존경 하지는 못하지만, 나이트로서의 위 긴스는 존경했다. 그런데 그 나이트 위긴스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엘레나는도무지 그 이유를 짐작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나이트로서의 삶에 한계를 느꼈다지만,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너무 하찮지 않은가.
몇 번이고 물었지만, 나이트 위긴 스는 아직 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
‘지켜봐 드리죠, 아버지.’
당신이 여기서 무엇을 하려 하는 지,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흐읍!”
팔이 당겨진다. 근육 한 올, 한 올에 힘이 들어가며 전신이 팽팽한
긴장감으로가득 찼다.
그런 후에 이어지는 일격!
부우우웅!
검이 휘둘러진다.
우일환은 자신의 머리로 날아드는 검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저 검격.
수천, 수만, 아니, 어쩌면 수백만 번을 막아왔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상단가르기.
위에서 그의 머리로 떨어지는 평 범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 일격을 맞이하는 우일 환의 얼굴은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
었다.
“으!”
우일환이 양손을 교차한다. 양손 에 들린 단봉이 십자로 교차되며 머 리 위를가로막았다.
양손에 모은 경기를 단봉에 미친 듯이 밀어 넣고, 양다리에 힘을 주 어 그의 몸을 덮칠 충격에 대비한다.
나쁘지 않았다.
완벽한 방어라고 자신할 수는 없 지만, 적어도 그가 할 수 있는 한에 서는 최선의 방어를 해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불가항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쿠우우우우웅!
마치 거대한 바위가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인간이 일으키는 소리라기에는 너 무도 크고 웅장했다. 결국 소리라는 것은 충격력이 클수록 커지기 마련 이다. 충돌음이 크다는 것은 그 충 돌에 실린 힘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힘을 육체로 받아낸 대가는 컸다.
“끄으으윽.”
흘러내린다.
우일환의 입으로 폭포수 같은 피가 흘러내렸다. 얼마나 많은 피가 일시에 뿜어져 나왔는지, 과다출혈 로 즉사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였다.
흐려지는 눈 사이로 꺾여 버린 그의 팔이 보였다.
‘사, 사람이 아니……
더 이상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척추까지 아작이 나버린 우일환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목숨은 끊어지 지 않았지만, 살아난다고 해도 더 이상 정상적인 육체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음, 힘 조절을 좀 더 했어야 하 나.”
나이트 위긴스가 곤란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가 장로들을 조금 과대평가한 것 같았다.
“미안하구려.”
놀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이렇게 심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이들과 다시 동료가 된다는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끄르륵.”
우일환의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나
왔다. 나이트 위긴스가 검을 떨치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숫제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불신과 경악.
익숙한 눈빛들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 소. 그 부분에 대해서 기대를 충족 시켜 드리지 못한 건 미안하게 생각 하고 있소. 다른 지역의 무인들을 만나면 항상의문을가지는 것 같더 군.”
이상하게도 서양 무학에 대해서는 세밀한 검격이 이루어질 거라는 고 정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 펜싱의
영향 때문인지, 이쪽은 힘보다는 속도와 정확성을 중시할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도 마찬가지겠 지.
그건 정말 큰 착각이다.
오히려 속도에 치중하는 것은 서 양이 아니라 동양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방어구의 존재다.
동양의 검술은 수련의도구로서 발달했다. 덕분에 방어구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빠르게 상대의 몸에 검을 쑤셔 박을 수 있 다면 승리는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서양은 달랐다.
풀 플레이트 메일로 떡칠을 한 기사,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체인 메일은 기본적으로 입고 움직이는 기사들을 상대로 검을 쓰려면 속도 고 정확성이고 아무런의미가 없다. 더구나 말 위에서라면 더욱더 말이다.
그렇다면 일격에 힘을 실어가르 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곤죽으로 만 들어 버리는 방법이 최고다. 더구나 반대편 손에 방패가 들려 있을게 빤하니 막더라도 타격을 줘야 한다.
덕분에 그들의 검술을 오로지 힘
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방패로 막으면 방패를 갈라 버리 고, 갑옷으로 막으면 갑옷을 두 동 강 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다만, 뭐랄까…….
‘무식하긴 하지.’
백발의 노검사가 검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기대하는 것이 있기 마련 이다. 신출귀몰하고 자연스러운 공 격. 그리고 연륜과 테크닉이 느껴지는, 그런 공격.
허허로이 초월했다고 느껴지는, 그런 공격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트 위긴스
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 었다. 그의 검은 충천하는 오러를 바탕으로 상대를 패 죽이는 것이다.
‘이럴 때면 좀 민망하다니까.’
저런 ‘저 영감은 뭐 하는 영감이야?’라는 눈빛을 받을 때마다 민망 해진다. 그도 원탁에서 오래 활동하 여 해외를 누비기 전까지는 이런 취 급을 받을 줄은 몰랐다.
‘영화가 애들 다 망친다니까.’
영화에서 나오는 기사들이 서로 검을 부딪치고 이리저리 구르며 액 션을 하니,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서양의 기사들은 당연히 저렇게 싸
우겠거니 한다.
미친 소리.
전장에서 앞의 놈만 보고 검을 휘두르면 등에 칼이 꽂힌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액션을 할 놈이 누가 있겠는가. 중요한 건 실용성이지. 하지만…….
“액션 스쿨이라도 한번 갔다 오 든 해야지. 쯧.”
그래도 저런 시선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의외라는 시선을 경악으로 바꿔 버리면 되니 까.
“흡!”
더 이상은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이 나이트 위긴스가 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바람을가르는 소리가 귀를 찢어 발겼다.
파공음만으로도 살상이가능할 것 같은 일검.
쿠우우웅!
그 위력은 확실했다.
날아드는 검면을 막아낸 이가 공 깃돌처럼 허공으로 튕겨 나간다. 마 치 대포에 넣고 쏘아낸 것처럼가공
할 속도로 튕겨 나간 이가 허공으로 붕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퉁! 퉁!
두어 번 튕겼다가 바닥에 처박힌 이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일격일살.
검면으로 후려쳤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것이지, 검날로 후렸으면 지금 쯤 두 동강 난 몸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읏차!”
그건 조금 이상한 광경이었다.
나이트 위긴스가 휘두르는 검에는 태산과도 같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한 방, 한 방이 무인들의 목숨마저 일격에 앗아갈 수 있는 거대한 기운 이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 검을 휘두르는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은 평온하기 짝이 없었다. 날아드는 파리를 쫓는 것처럼 무던하고가벼운 검. 그러나 그 검에 걸린 이들은 하나같이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며 피를 토했다.
‘빌어먹을.’
최 상무가 이를 갈았다.
강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검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강 하다.
‘잘도 저런 괴물들만 모아왔구나, 강진호.’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인 덕까지 있을 줄이야. 적이 강대하다는 것을 실감할수록 최 상무의 마음은 초조해져 갔다.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어.’
이자의 뒤에는 이현수가 있다.
이현수가 얼마나 계산에 빠른지 모를 그들이 아니었다. 이현수의 머 리 덕분에 그들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던가.
분명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곳도 공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그들이 무너진다면, 나이트 위긴스는 태연하게 다른 곳에 합류해 그곳을 공격할 것이다.
절대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언제냐, 언제!’
조금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 시간을 조금만 더 끌 수 있다 면 방법이…….
“준비됐습니다.”
최 상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당장 갈겨! 죽여 버려!”
“예.”
최 상무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는 나이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개인의 강함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다. 이제 저자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뭐지?’
엘레나는 조금 떨떠름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상대가 안 된다.
나이트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
한 것에서 이미 승부는 난 것이다. 만약 저들이 나이트가 어떤 자들인 지 알았더라면 겨우 저 정도의 전력으로 대치 국면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견하는 순간 달아났겠지.
어설프게 감정 싸움을 하고 중앙으로 모인 순간, 저들의 운명은 결 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던 엘레나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허공에 떠 있기에 볼 수 있었다. 저 건물은 밑에서는도무지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 곳이니까.
그 건물의 창가.
작은 창 사이로 시커먼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검고 길쭉한, 마치…….
‘총구?’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엘레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 피하세요! 저격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세상을 울리는 커다란 총성 소리에가려 버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