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04)
마존현세강림기-605화(603/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6화)
2장 압도하다 (1)
“어째서냐?”
최 상무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어째서 너 정도 되는 사내가 그 놈을 돕는 거냐? 어째서!”
“빤한 이야기를 하시는구려.” 궁지에 몰린 이는 악을 쓰기 마 련이다. 지금 최 상무가 하는 꼴이
딱 그랬다.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적을 상대하는 방법은 설득밖에는 없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설득이 먹힐 상대가 아니었다.
“당연히 로드를 돕고 싶으니 그런 것 아니겠소?”
“돕고 싶다고?”
“그렇소.”
“그놈이 뭐라고?”
“으음, 이럴 때는 ‘그분은 당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이다’라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뭐…… 그렇지는 않거
든.”
“뭐……?”
나이트 위긴스가 히죽 웃었다.
“뭐, 그리 대단한 면이 있어서 따 르는 건 아니라는 거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리더가 대단하다 고 거기다가 목숨까지 걸겠소.”
“나이트라면서 기사도는 진즉에 팔아먹은 모양이로군.”
“기사도라는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오. 사실 기사도의 본 질은 개망나니 같던 기사들에게 제 발 사람답게 좀 살라고 위에서 내린 지침에가깝지. 이건 좀 지키고 살
자고. 지켜지지도 않고, 지킬 필요도 없는 일이었소. 그런데 나중에 그 이야기가 사서에 몇 번 언급된 걸 본 사람들이 ‘아, 기사들은 다들 이 런 걸 지키고 살았구나’라고 제멋대 로 망상해 버린 거지.”
나이트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막말로 칼 들고 싸우는 걸로 밥 벌어먹는 것들이 명예를 알면 얼마 나 알았으며, 법을 지키면 얼마나 지켰겠소? 우리는 태생이 무뢰한인 거지. 그걸 인정하면 편하다오. 동양
은 어떻소?”
“미친놈.”
“쯧,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이로 군.”
나이트 위긴스가 입맛을 다셨다.
“여하튼 그런 거요. 그저 그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이 나와 맞았던 것 뿐이지. 그런데 그는 이끄는 사람이 고, 나는 따르는 사람이란 말이지. 내가 그에게 편승하는 이상 상전 대 접은 당연한 것 아니겠소?”
“굴복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존중하지.”
나이트 위긴스가 태연하게 대답했
다.
“그걸로 충분한 거요. 그는 나의 보스고, 나는 그를 위해서 일하면서 그에게 대가를 받는 거지.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우정이라든가, 충 성심 같은 것은 좀 부담스러워서 말 이지.”
“강진호도 그걸 인정한 거냐?”
“글쎄, 로드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군.”
“것 봐라! 네놈들의 관계는 곧 파 탄을 내고 말 것이다!”
최 상무는 확신했다.
조직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움
직이지 않는다. 충성심이 없으면 결 국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피 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런 일을 맡아주는 이가 없으면 굴 러가지 않는다.
누구나 좋은 일을 맡겠다고 설친 다면, 대체 누가 더러운 일을 한단 말인가.
적어도 그들은 김석일에 대한 확 고한 충성심으로 뭉쳐 있었다. 그가 올바른 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조직에 필요한 수장은 올바른 수장이 아니 라 유능한 수장이었다.
“너는 잘못 선택했다. 지금 같은 마음가짐을 강진호가 용인할 것 같 으냐?”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로드는 나보다 더 담백하지.”
“……뭐‘?”
“그쪽은 이 관계를 계약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오. 적 당히 내가 머물다가 떠난다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주겠지. 강제 성이 없는 계약이 어찌 계약일 수 있겠소. 그쪽에서 내 편의를 봐주는 것에가깝지.”
“대체 무슨……
“말해봐야 이해 못할 거요. 그 굳은 머리로는 말이오. 대신 한가지 만 이해하면 되는 거요.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조직이 있소. 당신이 생각하는 형태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거지.”
최 상무가 입을 다물었다.
혼란가득한 그 얼굴을 보며 나 이트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수다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로 군.’
이 세계로 온 이후로 엘레나 말 고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드물었다. 강진호는 그리 말이 많지
않은 타입이었고, 다른 이들은 일이 바쁘다.
확실한 자신의 일을 배정받지 못 해서 손이 떠 있던 나이트 위긴스는 한동안 벽을 보고 수양하는 삶을 살 아야 했다. 지금 말이 많은 것은 아 마도 그 반작용이거나…….
“그게 아니면 내가 수다쟁이가 된 거겠지.”
나이트 위긴스가 과장되게 검을 붕붕 돌렸다.
“뭐, 아무래도 좋소. 이제 당신과 내가 나눠야 할 대화는 하나뿐이니 까. 항복하겠소, 아니면 처 맞고 뒹
굴 거요?”
“ 항복?”
최 상무가 피식 웃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내 삶에 항복이란 없다. 설사 여기서 죽는다 고 해도 우리는 네놈에게 항복하지 않는다. 죽이지 못한다면 팔 하나라도가져갈 것이고, 팔도가져가지 못한다면 체력이라도 빼주지.”
“근성은 좋다만, 매우 비합리적이 로군. 뭐, 좋소. 어느 정도는 각오하 고 온 거니까.”
나이트 위긴스가 느긋하게 최 상 무를 향해 다가갔다.
“한가지 미리 말하지만…… 당 신, 후회할 거요.”
나이트 위긴스가 비릿하게 웃었다.
“끝났어요?”
“흠, 그런 것 같구나.”
엘레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영남회 인사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좀 약해지신 것 같은데요?”
나이트 위긴스가 움찔했다.
“그, 그러냐? 내 생각에는 마법을 같이 안 써서 그런 것 같은데.”
“예전이었다면 검만 써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리 급하지 않은 일이라 놀면서 해서 그렇다.”
“정말요?”
“……그럼.”
나이트 위긴스는 차마 엘레나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그 스스로도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는 사 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일단 마음먹은 대로 검이 정확히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이트가 되어서 더 약해지다니.’ 이게 다 과도한 업무 때문이다. 천하의 명검도 닦아주지 않고 방치 하면 날이 상하는 법. 아무리 나이 트 위긴스가 강하다고 한들, 수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가진 것도 잃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정말 강진호씨보다 약한 건 맞 아요?”
“그건 왜?”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 아서요.”
“강진호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더니?”
“그때는 나이트급이 직접 한국에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요. 나이트는 그런 이들이 아니잖아 요.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정말 폭 탄이 터질 줄 알았죠. 아버지가 직 접 올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생각 이 달라졌을 거예요.”
나이트 위긴스가 흐뭇하게 웃었다.
“이 애비를 높이 평가해 주다니, 그건 참 고맙구나.”
“높이 평가한 건 아니에요.”
“높이 평가한 거지. 로드와 비등 하게 봐주었으니까 말이야.”
정확하게는 강진호 이상으로 평가 한 것이다.
“네 눈으로 보면 그럴 수 있겠지. 아무래도 내 전투는 로드의 전투보 다 화려한 면이 있으니까.”
“단순히 화려함으로 평가한 건 아니에요. 솔직히 아버지는 빈틈이 없 잖아요. 그래서도무지 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래서 대답은요?”
나이트 위긴스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승산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겠 지.”
“ 전무라구요?”
엘레나의 눈이 떨렸다.
엄살을 조금 떨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 발언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강진호와 나이트 위긴스의 차이가 그만큼이나 심하게 난단 말인가.
“상성이 안 맞다고 해야지. 나는 다채로운 방법으로 로드를 공격할 수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로드에게 타격을 주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나는 로드의 검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나?”
“지금 붙는다면…… 글쎄, 전무까 지는 아닐 거다. 백 번 붙으면 많으 면 대여섯 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아니다. 못 이긴다.”
나이트 위긴스가 고개를 저었다.
“바토르 님을 상대하던 로드라면 내게도 승산이 있다. 승부라는 건 그런 거다. 더 강한 이가 항상 이기는 건 아니지. 그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승률은 있었 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로
드는 바토르 님과의 전투를 통해 더 강해졌다. 심지어 싸우는 와중에도 강해졌지. 지금은 내가 그를 이기는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이트 위긴스는 굳이 뒷말을 붙 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겠 지. 마치 잃은 것을 되찾는 것처럼 말이야.’
강진호가 강해지는 속도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강함이란 그렇다.
수련을 한 만큼 모두가 강해질 수 있다면 세상에 약자는 없을 것이
다. 노력한 만큼 강해지지 않기 때문에 강함이 더욱가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노력한다고 모두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가?
애초에 그 사람이 노력을 통해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가는 태어 날 때부터 반쯤 정해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가진 재능을 개화 하는 것에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재능과 노력이라는 세상의 기준을 깨뜨리는 존재였다.
딱히 큰 수련이라는 걸 하지 않 으면서도 한계가 없다는 듯이 강해 지고 있다. 그가 강해지는 것을 옆 에서 느끼고 있으면 모골이 송연해 질 정도다.
“그를 보고 있으면 허무하기까지 하지. 얼마나 더 강해질지도무지가늠이 안 된다.”
“그 정도인가요?”
“나는 수많은 무인들을 봐왔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무인을 보면 그가 어느 정도로 강해질지를 대충 감 안할 수 있지. 그런데 뭐랄까, 로드는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그에게는 재능이 눈꼽만큼도 느껴지 지 않거든?”
“재능이 없다구요?”
“그래. 강해져서는 안 될 자가 강 해졌지.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그러니도무지 어디까지 강해질지 알 수 없단 말이지.”
“으음……
엘레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나이트 위긴스는 그 광경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지금의 엘레나에게는 이해하기 힘 든 이야기일 것이다.
“자, 이제 네 일은 끝났다. 그만 돌아가거라.”
“가라구요?”
“뭐 더 할일이 있느냐?”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기다리고 있는 슈발리에에게도 상황을 전해줘야지. 지금쯤 눈이 빠 지고 있을텐데.”
“그렇겠네요. 그럼 아버지는요?”
“나는 할일이 조금 남았다. 너는 일단 슈발리에와 함께 본대로 복귀 하거라.”
“예, 그럼.”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 멀리 걸어갔다.
나이트 위긴스가 푸근하게 웃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엘레나의 모 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 이트 위긴스가 몸을 돌렸다.
“읏차.”
좌우로 기지개를 켠 나이트 위긴 스가 목을 꺾었다.
‘수련을 좀 해야겠어. 겨우 이 정도 움직였다고 벌써 몸이 뻐근하다니.’
게을렀던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며 나이트 위긴스가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는 최 상무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입가에 맺혀 있던 미소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러고는가만히 입을 열었다.
“ 일어나라.”
지금까지의 나이트 위긴스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냉막하고 섬뜩한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최 상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