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05)
마존현세강림기-606화(604/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7화)
2장 압도하다 (2)
최 상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이트 위긴스의 검격을 받아내기 에 그의 육체는 너무 노쇠했다. 젊 음이 생생하던 시절에도 받아낼 수 없었을 공격을 지금에 와서 받아낸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육체는 바스러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끄으으윽.”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의 고통이었다.
사신이 등 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오래 살았지.’
그래, 살기는 오래 살았다. 그와 친분이 있던 이들 중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들은 여기 있는 이들이 전부 였으니까. 그러니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삶에 대한 미련
따위는 초월했…….
‘웃기는 소리.’
어느 미친놈이 죽음을 담담히 받 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죽는 것에 초연한 이가 누가 있는가.
오래 살았으니 괜찮다고?
개 같은 소리일 뿐이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는 것뿐 이다. 죽음 따위 피할 수 있다면 누가 인정하겠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늙었으니 괜찮다고?
살 만큼 살았으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젊은이에게 어린아이보다 오래 살 았으니 죽음에 담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나이가 들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환상이다. 죽음은 누구에게 나 공평하게 두려운 존재다.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아직은 더 살고 싶었다.
여기까지 이르러서야 느끼게 된다.
명예? 권력?
삶 앞에서 그런 것들은 다 부질
없다. 일단 살아야 권력도 있고, 명 예도 있는 것이다.
강진호에게 대항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죽음이 두려워 몸서리 칠 필 요도 없었을텐데.
그때, 최 상무의 등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사신인가‘?’
아니, 아니겠지.
사신치고는 그 기척이 너무 선명 하다. 그의 명은 아직 끊어지지 않 았다는 말이다.
“ 일어나라.”
최 상무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렸
다.
정말 사신인가?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사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리 차가운 음성을 낸단 말인가.
“ 일어나라.”
최 상무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저 그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 전신 에 남아 있는 기운이 모조리 빨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 목소 리로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확 인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을 확인한 최 상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이트 위긴스.
그건 분명히 나이트 위긴스였다.
하지만…….
‘정말 동일 인물인가?’
같은 얼굴이다. 그리고 같은 복장 이다. 그의 눈은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이가 나이트 위긴스가 분명하다 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감 각이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 전까지 마주하던 그 사람이
아니다.
“ 일어나라.”
똑같은 말이 세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조 금도 보채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 말을 하고 있는 이상 너는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듯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끄으윽……
최 상무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밀어냈다. 그저 그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탈 색되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정 말 죽는다. 저 목소리가 그렇게 말 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 최 상무가 나이트 위긴스를 마주 보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어느 한 곳 빈틈 없이 밀려오는 격통은 이제는 익숙 해질 지경이다.
“이제 시작해야지.”
나이트 위긴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손짓하자 유일하게 서 있던 통역이 벌벌 떨며 최 상무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해석해 주었다. 나이트 위긴스의 말을 전해 들은 최 상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 뭘 시작한다는 말이오?”
“빤한 걸 묻는군. 그대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내놓는게 좋을 거야. 나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거 든.”
“나는 알고 있는게 없소.”
“아니. 너는 알고 있다.”
나이트 위긴스의 목소리는 무척이 나 담담했다. 감정의 요동이 필요치
않은, 매우 익숙한 일을 하는 것처 럼 말이다.
“최 상무라고 했지? 이름을 알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괜찮겠지. 어차 피 제대로 발음도 못할 테니까 말이야. 내가 딱히 너의 이름을 알 정도 로 친한 사이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지. 그래, 미스터 최. 그 정도로 충분하겠지. 미스터 최, 잘 듣도록 하게.”
나이트 위신스가 고저 없는 목소 리로 말했다.
“나는 이런 일에 익숙해. 아마 당 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익숙할
거야. 정보라는 것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거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꽤나 험한 과정을 필요로 하지. 예 전에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쪽에 스 파이를 잠입시키기도 했지만, 그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야. 우리 쪽의 소중한 요원을 잃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우린 아주 간단한 방법을 선 호하네. 알고 있는 자에게 묻는 거 지.”
최 상무가 떨리는 눈으로 나이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대답하지 않겠다, 나는 아는 것이 없다, 내게 물어봐야 아무 소용
이 없다……. 자주 듣는 말이지. 그런데 이거 아나?”
나이트 위긴스가 이를 드러냈다.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이들치 고 말이 바뀌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네. 이상하게도 아는 것이 없다던 이들이 아는게 생기고, 물어봐야 소용없다던 이들은 자신을가치 있게 만들더군. 대답하지 않겠 다던 이들이 어찌 되었는지를 굳이 내가 설명해야 할까?”
나이트 위긴스가 손을 뻗어 최 상무의 볼을 툭툭, 쳤다.
“자, 이제 생각해 보자고, 친구.
결국 자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하 나뿐이네. 자유. 그렇지. 내게서 풀 려날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자네가 내게 협조를 해준다면, 나는 자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네. 비록 이제 권력은 다시 손에 넣지 못하겠지만, 집으로 돌아가서 몸을 치유하고 소 소히 낚시는 나갈 수 있게 해주겠 다, 이 말이야. 무슨 소린지 알겠 나‘?”
최 상무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네가 그걸 원치 않는다 면, 나는 부득이 내 방식대로 할 수
밖에 없단 말일세. 그리고 그 결과도 같아. 자네는 집으로 돌아가겠지. 다만, 몸을 치유하는데 조금 더 불 편할 거고, 낚시를 나가는데도 조 금 더 불편한 몸이 되겠지. 어쩌면 그 낚시를 할 자유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단 말일세. 이해했나?”
나이트 위긴스는 최 상무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 빤한 선택에서 다른 길을 선 택할 이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네. 어차피 결과가 같은데 중간에 쓸데 없고 짜증 나는 다른 과정을 겪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자. 깔끔하게
가지.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을 내게 모두 말해주겠다는 대답만 하면 나는 더 이상 자네를 귀찮게 하지 않 겠네. 어떤가?”
최 상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이트 위긴스가 하는 말은 명백 했다. 이만큼이나 설명을 하는데 알 아듣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 리고 지금의 최 상무는 굳이 누군가 와의의리를 지켜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결정은 너무 쉽지 않은가.
몸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최
상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퉤!
최 상무가 뱉은 침이 나이트 위 긴스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 고 그 침이 정확하게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에 명중했다.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굳이 피하지 않은 나이 트 위긴스를 보며 최 상무가 으르렁 대듯 말했다.
“잘도 지껄여 대는군. 내가 그런 놈들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흐음……”
“자유? 빌어먹을 개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얼마든지 해봐. 내가 한 마디라도 하는가. 너 따위에게 굴복 할 일은 없어. 절개가 없으면 사나 이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죽을지언 정 남자로 죽는다.”
짝, 짝, 짝.
나이트 위긴스는 최 상무의 절개 에 감탄했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선명하고 천천히 말이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나도의지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사실 그 냥 이야기를 해주는 쪽이 편하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그래.”
나이트 위긴스가 낮게 속삭였다.
“그런데 미스터 최, 당신이 알아야 할게 있어. 당신에게 좋은 소식 과 나쁜 소식 하나가 있거든. 뜸들 이지 않고 말해주지. 당신에게 무척 좋은 일은 여기에 내 딸이 있었던 거야. 모든 아버지들은 적어도 딸 앞에서는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어 하거든.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지. 그럼 자, 이제 맞춰보라고. 당신에게 있어서 나쁜 소식은 뭘까? 응?”
나이트 위긴스가 천천히 최 상무 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엘레나의가호가 너와 함께하지 못한 것에 애도를.”
최 상무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흐음.”
나이트 위긴스가 몸을 일으키고는 통역을 불렀다.
“여기, 여기. 이쪽으로 와보게.”
“저, 저 말씀이십니까?”
“내가 보기에 여기 서 있는 사람은 자네와 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하겠나?”
“아, 아닙니다!”
“그래. 내 말을 이해했다면 내 뒷 주머니에서 손수건 좀 빼주지 않겠 나?”
“예!”
통역이 죽어라고 달려 나이트 위 긴스의 등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의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수 건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빨라서 좋군.”
무인의 등을 잡는다는 것은 커다 란 기회이지만, 통역은 다른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강아지가 호랑 이의 등을 잡았다고 해서 달려들 생
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
“사람이라는 건 결과가 빤해 보이는 일도 꼭 자신의 몸으로 겪어봐야 이해를 한단 말이야.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사지를 향해 걸어 들어가지.도박장 에 모여 있는 바보들이나 일확천금을 얻겠다며 주식에 전 재산을 때려 박는 이들처럼. 그렇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통역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이 미친 새끼.’
사람이 이럴 수는 없다. 나이트 위긴스는 말 그대로 최 상무를 짓밟 아 버렸다. 사람의 마음을가지고 있는 자라면 부상자를 저리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보게, 자네.”
“예? 예! 예!”
“내가 자네를 왜 멀쩡히 둔 것 같은가?”
“잘…… 모르겠습니다.”
“곧 정리할 사람들이 올 거네. 그 들에게 이들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잘 알려주고 알아서 잡히도록 하게. 알겠는가?”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오늘 본 것은……
“저,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이 친구야. 좀 퍼뜨려.”
“ 예?”
“안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 만이 아니니까. 내가 이런 놈이라는 걸 좀 알리란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예!”
나이트 위긴스가 통역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엘레나가 화내기 전에 그만가볼까.”
싱겁다면 싱거운 전투였다. 하긴 한국에 와서 맞이하는 첫 전투부터 고생스럽다면, 그게 더 문제겠지.
‘앞으로는 꽤 흥미진진해지겠지.’
나이트 위긴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을 말이다. 마치 런던의 하늘 같았다.
“로드가 날뛰기 좋은 밤이로군.” 밤은 그의 세상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