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07)
마존현세강림기-608화(606/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9화)
2장 압도하다 (4)
이현수는 줄줄이 버스에서 내리는 이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민이라도 좀 해라, 이 새끼들 아.’
아니, 고민이야 했을 것이다. 답을 정한 것뿐이겠지.
버스에서 내리는 이들의 발걸음에
는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전, 이현수가 말한 것처럼 소풍 나온 중학생들처럼 경쾌하게 버스에서 하차하고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 것들이 대충 줄을 맞춘다.
저 삐딱한 줄이 저놈들의 정체성 과 정신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 줄이 바로 서게 되는 날이 오 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무리인 것 같았다. 강진호가 저런 것에 민감한 타입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의 옆
에서 짝다리를 짚은 채 담배를 피우 고 있는 강진호를 보니 저들의 줄이 바로 설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다 내린 것 같은데요?”
“음.”
“인원 점검이라도 해볼까요?”
“굳이?”
“그럴 필요 없겠죠.”
몇 명이 빠졌는지를 굳이 체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불신만 조장할 테니까.
‘그런데 다 내린 것 같은데?’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빠진 숫자
가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빠졌다면 기껏해야 한두 명이 빠졌을 것 같다.
이현수는 버스 안에 남아 있는 인원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꽉 억눌렀다.
버스 안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 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그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가 말을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 요는 없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빠진 사람 없이 다 내렸군.”
태연하게 말을 하는 강진호의 목 소리에 이현수의 눈썹이 파르르 떨 렸다.
“그거, 체크하시면 안 됩니다.”
“수가 보이는데 모르는 척하라 고?”
사람은 상사를 잘 만나야 한다.
이현수는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라도 남았으면 모르겠 지만, 다 내렸는데 언급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그건 그러네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현수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출진해야 하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음.”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 그저 한 발 나선 것뿐인데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확 쏠렸다.
‘아, 진짜 심장 내려앉겠네.’
마인들이 일제히 노려보는 듯한 느낌에 이현수는가슴을 움켜잡았다. 적의가 없는 눈빛이라는 걸 알
고 있음에도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 앉는다.
마공이라는게 눈에 힘을 주는 무학은 아닐진대, 저놈의 붉은 기가도는 눈을 보고 있으면 숫제 짐승을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준비 끝났으면……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담배 한 대들 피우고 출발하지.”
“예.”
여기저기서 담배를 꺼내는 소리가 분주하다.
“저, 강진호씨……
“음?”
“여기서 단체로 담배를 피우면 연 기도 그렇고, 불빛도 나서 좀……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보다가 버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강렬하게 눈을 찌르고 있었다.
“불빛?”
“가만 보면 너도 꼰대 기질이 있는 것 같아.”
“저 꼰대 맞거든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리 신경 쓸 것 없어. 이미 알 고 있을 테니까.”
“하긴.”
이현수도 강진호의 말에 동의했다. 들키지 않으려고 차를 여기에 세우기는 했지만, 이중걸이 그들이 온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쯤이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게 다가…….
‘우리 쪽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우 리의 움직임을 보고했겠지.’
스파이가 없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주 변에도 분명 이중걸의 명을 듣는 이가 있을 것이다. 잡아내려면 잡아낼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덕분에 이쪽이 얻는 것도 있으니 까.
“그럼 이제 저기는 용담호혈이라는 거군요.”
커다란 숲 안쪽으로 미약한 불빛 이 보였다. 이중걸은 지금 저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총회고 영남회고, 왜 하 나같이 저런 숲 안에 있는 거지?”
“원래 한국 무인들은 산속에 살았 습니다. 지리산도사 이야기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시대가 달라졌잖나.”
“그래도 편한 면이 있죠. 산속에 있는 이유는 별게 없습니다. 일단 주변 숲을 사들여 사유지로 만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 거든요. 여기는 모두 이중걸의 사유 지입니다.”
“저 앞쪽 숲이 다?”
“아뇨. 이 산 전체요.”
어안이 벙벙해지는 스케일에 강진호가 다시 산을 둘러보았다.
“이 산이라면?”
“보이는 곳은 전부 이중걸의 사유
지입니다.”
“보이는 곳 다라……
강진호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중 걸의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대단하네.’
정말 대단한 것은 그만한 재산이 있다는게 아니라, 자신의 프라이버 시를 위해서 이만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그 과감성이었다.
강진호는 천금을 쥐고 있어도 그런 짓은 못할 것이다.
과거 마교의 교주일 때 그는 중 원 최고의 부자였지만, 사실 그 돈
을 자신을 위해 써본 적은 없다. 검 소하거나 애민 정신이 투철한게 아니라, 그냥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할 줄 몰랐던 것이다. 현대인인 강진호 에게 중원의 사치품은 딱히의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원하는게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중걸처럼 할 자신은 없 었다. 이건 사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니까.
“여기도 개발 예정지라 땅값이 무시무시하게 올랐지만, 이중걸이 틀 어쥐고 놓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땅만 팔아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어올걸요.”
“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이현수야 있는 사실을 그냥 말하는 것뿐이겠지만, 마치 이 땅을 빼 앗기 위해 쳐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 이 미묘했다. 하기야 과거 마교의 돈도 결국에는 타인의 재산을 강탈 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전직 오랑캐(?)로서 오랜만에 본 업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뒤쪽으로 버스가 줄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쪽이 본원 인 만큼 인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던 모양이다.
‘딱히 쓸모는 없겠지만.’
다른 쪽으로도 뒤처리를 위한 인 원들이 따라갔으니, 그 정도로 생각 하면 될 것 같았다.
“바로 들어가실 겁니까?”
“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조심하십시오.”
이현수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입니다. 그리고 저기는 이중걸의 집이고…… 보시다시피 반
은 요새라고 봐야 합니다. 저길 뚫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영남회를 뚫려본 경험으로 하는 말인가?”
“……거, 성격 진짜 나쁘시네.”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영남회도 무리 없이 밀고 들어간 전적이 있는 강진호가 이런 곳에서 곤란을 겪을 일이야 있겠냐는 뜻이 었다.
‘예전에는 말을 좀 더 직설적으로 했던 것 같은데?’
그 자신도 그렇지만, 강진호도 많 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여유가 생겼
다고 할까? 전투를 앞두고 있음에도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곳이야 잘 해결됐겠죠?”
“문제가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하지.”
“조금 씁쓸하기는 합니다.”
“씁쓸?”
“예. 어쨌든 그분들이야 외부에서 온 분들이고, 지금 그분들이 상대하 고 있는 이들은 한국의 무인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은 제대로 반 항조차 못해볼 것 같거든요.”
“그게 왜 씁쓸하지?”
“저는 좀 그렇습니다.”
입을 내서 말하기는 조금 창피한 일이었다. 과거 이현수는 김석일의 휘하에서 총회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온갖 계략을 짜냈고, 영남회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썼다.
지금만큼 치열했냐고?
오히려 그때가 좀 더 치열했을 것이다. 그때는 등을 받쳐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거지.’
나름 한국의 패권을 놓고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그 한국이라는 곳이 커다란 우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더 큰 물에서 놀게 됐으니 다행인 것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더 큰 물에서 놀게 되겠지.
오늘 일만 잘 풀린다면 총회는, 아니, 강진호는 완전하게 대한민국의 무인계를 장악하게 된다. 그동안 에는 명목상으로만 한국을 장악한 것이지만, 오늘부로 한국 무인계에 대한 명령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되
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해외밖에 없지.’
이미 강진호는 더 이상 한국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을 받을 바에야 공격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오늘 벌어질 모 든 일은 외부와의 전쟁을 대비하여 내부를 다지는 과정에 불과했다.
‘그 이중걸을 제거하는 일이 선행 과제쯤이 되어버리다니.’
강진호가 등장한 이후, 불과 반년 사이에 한국의 무인계가 얼마나 격 변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
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결실을 거두어야 하는 날이겠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진입 방식을 어찌하실 건지?” 강진호가 웃었다.
그저 환히 웃는 것 같지만, 이현 수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별문제는 없겠지.”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마인들을
바라보았다.
“다 피웠나?”
“ 예.” 여기저기서 담배를 비벼 끄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정렬을 마친 이들을 보며 강진호가 손을 들어 숲
안쪽에 보이는 희미한 불빛을 가리켰다.
“보이나?”
“보입니다.”
“저기가 목표다.”
조용한 전운이 감돈다.
다른 말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목표가 있다면 돌진하는 것, 그게
오늘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아닌가.
“쉽지는 않겠지만, 반항하지 않는 다면 살려줘라.”
“반항하면 어떻게 합니까?”
“마음가는 대로.”
여기저기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야수들의 목줄이 풀리는 소리였다.
이현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놈들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알 수가 없다. 왜냐면 이들은 애 초에 이현수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들의 실력을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니 지켜보아야 한다.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
그래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굳이 이현수가 이곳까지 따라온 이 유였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딱히 오래 걸릴 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금방이라도 돌진하라는 명을 내릴 것 같던 강진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
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오?]워낙 주변이 조용해서인지 휴대폰 에서 홀러나오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 쳐들어간다.”
[……뭐라 하셨소?]“시치미 뗄 것 없어. 지금 밑이니 까. 이제부터 쳐들어간다. 그러니까 잘 들어.”
이현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거, 이중걸……
아니, 사람이 상식이 있어야지!
쳐들어가면서 왜 굳이 그걸 적에게 알려준단 말인가.도대체 왜!
경악하는 이현수의 귀에 강진호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지금부터 개를 풀 거다. 이 개들은 사람을가리지 않아. 살고 싶은 놈은 지금 당장도망가라고 해.”
사람을가리지 않는 개들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