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08)
마존현세강림기-609화(607/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10화)
2장 압도하다 (5)
‘제발 좀!’
이현수가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강진호의 대 응이 맞다. 지금 이중걸의 집에는 굳이 그들과 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평소 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이들
을 그때그때 구분해서 제압해 버리 면 그만이겠지만…….
‘이놈들은 제어가 안 되겠지.’
사냥개를 풀어놓고 사로잡을 사냥 감과 죽일 사냥감을 구분해 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였다. 그리고 지금 저놈들의 면상올 보고 있으려니, 차라리 사냥개에게 요구하는 쪽 이 현명해 보인다. 이놈들에게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러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연락을 하는게 맞기는 하지만…….
‘그럼 기습의의미가 없어지잖습니까!’
이현수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이중걸이 그들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공격의 시점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병법으로 볼 때는 손해였다. 그저 이렇게 담배 한 대 피우고 있는 시간조차도 저들의 진을 뺄 수 있는 건데.
[지금 오겠다는 말씀이시오?]이중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실제로 그가 담담한 건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라 그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지 만 말이다.
“지금가지.”
[환영이라도 해드려야 하나?]“사양하지.”
건너편에서 이죽이는 목소리가 들 려왔다.
[이왕 시간을 알려주는 마당에 십 분만 더 주시면 안 되겠소? 당신 말대로 떠나겠다는 사람들을 모아 보내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테니 까.]“그러지.”
환장하겠네, 진짜.
이럴 거면 왜 여기로 왔나. 차라 리 유니세프를 보내지.
누가 보면 평화 전도사인 줄 알
겠네.
이현수의 얼굴에 차마 어쩌지 못 하는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상사가 트롤링을 하면 부하 직원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 상 사는 입으로는 민주적인데, 하는 짓은 독재자인 사람이다.
[배려에 감사하지. 선물이라도 준 비해 볼 테니, 천천히 오도록 하게.]“선물은 이쪽에서가져가야지”
[많이 변했구만. 농담도 할 줄 알 고.]“ 피차.”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강진호. 그러자고. 끝을 봐야지.]전화가 끊겼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대화를 듣 고 있던 마인들을 바라보았다.
“들었나?”
“ 예.”
“십 분 뒤에 돌입한다.”
“다 밀어버리면 되는 겁니까?” 강진호가 손을 들어 다시 불빛을가리켰다.
“저기다.”
“깨끗하게 비워둬.”
마인들의 눈이 이글거리며 불타올 랐다.
고개를 돌리자 이현수가 깊은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문제 있나?”
“……없죠.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 까. 모로가도 서울만가면 그만이 죠. 그런데…… 신병을 확보해 줘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 흐음?”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듯이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턱.
이중걸은 거칠게 전화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후우.”
그러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조 이사.”
“예, 회주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조 이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싸우기도 전에 졌군. 싸우기도 전에 말이야. 우리는 이제 전장에
설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 이제 겨우 판을 벌여서 제대로 한번 붙어 보려고 했는데, 이게 참……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회주님.”
“끝난게 아니다라……
이중걸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창가에 서서 창문을 연 이중걸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래, 아직은 끝나지 않았지. 내 목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끝난게 아니야. 하지만 그 시간도 얼마 남 지는 않았겠지.”
“……회주님.”
“됐네.”
이중걸이 고개를 저었다.
“억울할일이 아니지. 상대가 우 리보다 더 영악했을 뿐이야. 나는 이 승부는 나와 강진호에게서 갈릴 거라고 생각했건만…… 이현수가 변 수였군. 그놈을 생각하지 못한게 상황을 여기까지 만들었어.”
이중걸이 씁쓸한 얼굴로 담배를 빨아들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 총회를 이끌 때, 저 이현수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런 이가 있으면 당연히 경계를 했어야 하는
건데, 워낙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보니 상 대적으로 이현수에 대한 마크가 부 족했다.
조직과 조직의 싸움에서는 개인의 강함보다 머리를 쓰는 한 놈이 더 무섭다는 것을 그리도 잘 알고 있었 으면서 말이다.
‘늙은게지.’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이가 들면 자신 이가진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상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실수?
그래, 실수겠지.
하지만 실수가 반복이 되면 실패가 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이보게, 조 이사.”
“예.”
“정보가 어디에서 새어 나갔을까?”
이중걸이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 어 냈다.
“물론 이건 내 실수야. 이런가능 성도 생각을 했어야 했지. 모든가
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왜 하필 이 때인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무 르익을 타이밍이었어. 그런데 하필 이면 지금 쳐들어오는군. 아군과 적 군의 구분이 확실해진 이 타이밍에 말이야. 무척이나 공교롭지 않은가‘?”
“그 말씀은……
“누가 배신했을까?”
이중걸의 목소리는 결코 높지 않았다. 너무 담담하여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 이사가 마른 침을 삼켰다.
저 담담함 안에 무거운 분노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분노 속에서 작은 서글픔도 배어 나온다.
조 이사는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중걸은 시대의 거인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한국의 무인계는 지리멸렬했거나, 타국의 식민지 꼴이 되었을 것이다.
제멋대로 흩어져 있던 자유로운 무인들을 모아서 하나의 단체로 엮 고, 그들의 이권을 보장해 준 사람이 이중걸이었다. 과격하고 독재적
인 방식 때문에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가 한국의 무인계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은 그의 정적들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이가 지금 어깨를 늘어뜨리 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것 같아 조 이사는 차마 이 중걸의 등을 볼 수 없었다.
“회주님.”
“……배신당하지 않았다면가능성은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겠지. 나는 솔
직히 조금 무서웠네.”
조 이사의 눈이 살짝 커졌다.
평생 이중걸의 입에서는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말이다. 그 말이 지금 이중걸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내가 퇴물이 됐다는 걸 나 혼자 만 모르고 있을까 봐 겁이 났어. 사 실 본인은 잘 모르는 법 아닌가.”
조 이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 었다. 이중걸은 이런 말을 하는 이가 아니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겉으로는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였다.
이중걸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조 이사의가슴에 비애가 차올랐다.
그 누구도 영원히 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영원히 강할 수는 없다.
적수가 없을 것 같은 강자도 언 젠가는 그 자리에서 내몰리기 마련 이다. 하지만…… 그게 순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조 이사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회주님은 여전히 강하십니다.”
“그런가……
이중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마치 안심했다는 듯이 말이다.
“운이 없었을 뿐입니다. 회주님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홀러갔다면, 분 명 그 강진호도 회주님을 당해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고맙군. 빈말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고마워.”
“빈말이 아닙니다.”
조 이사의 목소리가 오히려 달아 올라 있었다. 담담한 이중걸의 목소 리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럼 하나 물어도 되겠는가?”
“예. 얼마든지 물으십시오.”
“이보게, 조 이사.”
“예!”
이중걸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왜 배신했는가.”
정적이 찾아들었다.
고요함.
지금까지는 들리지 않던 시계 초 침 소리가 넓은 거실 안을 조용히 메우기 시작했다.
이중걸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닿지 않는 시선.
조 이사가 볼 수 있는 것은 이중 걸의 조금은 초라해진 등뿐이었다.
하지만 그 등이 지금 무엇보다 무겁게 조 이사를 짓누르고 있었다.
“고민할 것 없네. 탓하자고 하는게 아니니까.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 나이가 되면 원한이라든가 증오 같은 감정에 무뎌지기 마련이지. 그 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 리된단 말이지.”
이중걸이 툴툴대며 웃었다.
“그저 알고 싶은 거야. 자네의 말 이 빈말이 아니라면, 왜 굳이 나를 막아섰냐는 거지. 차라리 자네가 빈 말을 하고 있다면 그냥 이해하고 넘 어가려 했네. 그런데 이상하지. 내가
보기에는 자네는 정말 진심으로 그 리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의 이중걸이 어떤 감정을 느 끼고 있는지 그 누가 짐작할 수 있 겠는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무도.
평생에 걸쳐 이룩한 것을 하루아 침에 빼앗겼다. 그리고 쓸개를 핥는 심정으로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 숨죽이고 기다렸다.
목숨? 안정된 삶?
그런 건 진즉에 내다 버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총회 하
나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모든 계획이 시 작도 하기 전에 좌초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가장 믿어온 자의 배신으로.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를 배신하고, 그를 지옥의 불구 덩이로 밀어 넣은 이의 눈이 여전히 신뢰로가득 차 있는 것을 대체 어 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이중걸은 기다렸다.
그는 짐작할 수 없는 일의 해명을 듣기 위해서.
“알고 계셨습니까?”
“몰랐지.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겠지. 그저 생각을 좀 해봤을 뿐이야. 대체 누가 개입해야 일 이 여기까지 흔들릴 수 있는지를 말 이야. 그랬더니 답이 나오더군. 자네 밖에는 없어. 모든 계획과 모든 시 점올 알고 정확히 나를 찌를 수 있는 이는 자네밖에 없단 말이지.”
이중걸이 몸을 돌렸다.
진물가득한 그의 눈이 조 이사를 정확히 응시했다.
“말해보게나, 조 이사. 아니, 조남 평.”
이중걸이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왜 그랬나?”
“대체 왜?”
씁쓸한 얼굴로 이중걸을 마주 보 던 조 이사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회주님.”
“그래, 말하게나.”
“저는 회주님을 신뢰합니다. 회주 님의 능력을의심하지 않습니다. 지 금까지 제가 드린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알아주십시오.”
“그래서 묻는 것이네. 자네의 말 에서는 진심이 느껴졌거든. 그런
데…… 나를 신뢰한다면서 왜 나를 배신한 것인가?”
조 이사가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더 잔인한 대답이 될지도 모 른다.
“이현수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
이현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이중걸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이현수.
또 그놈이다.
또!
조 이사가 조금은 안타까운 얼굴 로 이중걸을 바라보다가만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저항하려 했습니다. 모 른 척 시치미를 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중걸의 눈에 체념이 들어섰다.
“그가 뭐라 하던가?”
“ 그는……
담담하게, 또 담담하게.
조 이사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