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1)
마존현세강림기-61화(61/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11화)
2장 – 입학하다 (5)
한세연은 주변에 몰려드는 여자들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리저리 휘둘러 세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 여자들의 세계가가지는 오묘한 경계에 문득 섬뜩해 지는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저랬지.’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시절에도 한 세연은 주변에 서너 명의 여자애들을 항상 끌고 다녔다.
강진호나 박유민과 같이 다니기 시 작한 이후로는 그런 모습이 적어졌 지만, 과거의 한세연은 항상 친구들 과 우르르 몰려다녔다.
박유민은 다가오는 아이들을 껄끄러 워하는 눈치가 강했지만, 술이 될 만큼 된 놈들은 그런 반응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거 부가 없는 만큼 편히 느끼는지 박유 민을 붙들고 자꾸 말을 해 댔다.
“너, 술 잘 마시더라?”
강진호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모여들 었다.
처음 말을 건 사람은 긴 생머리를 한 여자였다.
“ 별로.”
“난 진미희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그러지.”
“너 말이 원래 그렇게 적어?” 강진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가?”
“다행이네. 난 말 많은 남자 별로더 라.”
강진호는 쓰게 웃었다. 마음에 들었 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사이에 이런 식의 친화력은 영 거북 했다.
“너 그런데…… 쟤랑 사귀어?”
“ 누구?”
“한세연.”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집중 되었다.
한세연도가만히 강진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강진호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아니.”
“그래?”
여러 곳이 살짝 들썩였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은 모양이었다.
진미희가 한세연을 돌아보았다.
“진짜 아냐?”
“ 뭐가?”
“너희, 사귀는 거 아니지?”
“아냐, 무슨 소리야.”
한세연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져 있 음을 박유민은 놓치지 않았다.
‘열 받을 만하지.’
박유민은 한숨을 쉬었다.
저놈의 병은 언제쯤 고쳐질까?
혹시 불치병은 아닐까?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익고 밤이 깊 어지자 서서히 지쳐가는 이들이 나 왔다. 그러자 예의 안경선배가 앞쪽 에 서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정리합시다. 처음은 조금 아쉬워야 제맛이죠. 버스 끊기기 전 에 다들 집에가야죠.”
“더 놀아요!”
“아쉬운 분들은 다음에 있을 신입생 새터 때 꼭 참석해 주세요. 그때는 밤이 새도록 놀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듯한 소성이 새 어 나왔다.
“자자, 각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2차가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사고는 치지 맙시다. 아시겠죠?” 사람들이 삼삼오오 빠져나갔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응.”
한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야, 돈은?”
“길영이가 모았잖아. 주머니 뒤져 봐.”
“ 없는데?”
“야! 길영아, 정신 좀 차려봐.” 하지만 공길영은 잠에 빠졌는지 대 답이 없었다.
“아, 미치겠네. 어디 둔 거야?”
“일단 화장실하고 뒤져봐.”
안경을 낀 선배가 계산대에서 주인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저, 죄송한데…… 저희 회비 맡은 애가 취해서요. 학생증 맡기고 다음 에 계산하면 안 될까요?”
“카드 없어?”
“ 예?”
“휴학하는 애들도 있고, 학생증 위 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믿고 외상을 줘?”
“저희 몇 번 왔는데 모르시겠어요? 경영학부 C반인데.”
“하루에 여기 오는 손님이 몇인데. 안 돼. 계산하고가. 저번에도 그렇게 외상 보냈더니, 학생증은 위조되 어 있고 사람은 못 찾아서 백만원 넘게 날렸어.”
“학생증 여러 개 맡길게요. 아니면 신분증도 드릴게요. 이번만 부탁 좀 드려요.”
“무슨 요즘 세상에 카드도 없어? 일 단 카드 긁고 나중에 메꿔 넣으면 되지.”
“사장님, 저희가 지금 카드 있는 애가 없어서……
“요즘 학생이 카드 없다는게 말이 나 돼? 안 돼. 계산하고가. 아니면 못 보내.”
“아, 미치겠네.”
강진호는 계산대로가 지갑을 꺼냈다.
“ 얼마죠?”
“자네가 계산하게?”
“ 얼마예요.”
“백이십구만원.”
강진호는 두말없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몇 개월로 할까?”
“체크카드예요.”
“음…..”
사장은 강진호를 힐끔 보더니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내밀었다. 강진호는 영수증을 휴지통에 버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 잠깐만.”
“ 예?”
안경선배가 그를 불렀다.
“미안하다. 내가 회비 찾아서 바로 갚아줄게.”
“아무래도 좋으니까 제가 계산했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응? 아, 알았어. 그럴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박유민과 한세연이 그를 따 라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만취한 학생들이 우르르 선 채 기다리고 있 었다.
뒤따라 나온 안경선배가 소리쳤다.
“자, 많이 취한 사람은 택시 태워 보내시고, 정신 있는 분들이 옆 사람 간수 좀 해주세요!”
“예!”
한동안 소란이 일더니, 대충 상황이 정리되었다.
“우리도가자.”
“응.”
강진호가 한세연을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갈 건데?”
“알아서 갈 거야.”
“늦었는데 조심해야지.”
“내가 조심하든 말든니가 왜 그런 걸 신경 쓰는데?”
강진호는 날카로운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얘가 주사가 있나, 왜 이래?”
“주사? 됐어. 잘가.”
한세연은 찬바람이 나도록 몸을 돌 리더니, 뚜벅뚜벅 걸어갔다.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야, 따라가 봐.”
“놔둬. 혼자 간다잖아.”
“이 밤에 여자를 혼자 보낼 거야? 따라가 봐.”
“ 괜찮아.”
“강진호.”
“응?”
박유민이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남자가 그러면 안 되지.”
“난 택시 타고 갈 테니까, 태워 주 든 택시 태워가든 집에까지데려다 줘.”
“굳이 그래야 하냐?”
“응.”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박유민이 이 렇게까지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다른 말을 하긴 뭐했다.
그가 아는 박유민은 결코 틀린 일을 우기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 화가 났다면 강진호가 분 명 뭔가를 잘못했다는 말일 것이다. “알았다. 그럴게.”
만약 다른 사람이 강진호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는 결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중원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목
이 달아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순순히 고 개를 끄덕였다.
그건 강진호가 박유민을 친구로 인 정했기 때문이다. 친구란 동등한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건 충고였다. 친구의 충고는 받아들이는게 좋았다.
그가 인정한 친구라면 말이다.
“그럼 너도 조심해서가라.”
“택시 잡아가는데 조심은 무슨. 걱 정 마.”
“알았어.”
강진호는 한숨을 쉬고는 한세연의
뒤를 따랐다.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벌써 보이지도 않았다.
“휴..
강진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한세연의 기를 추적해 걸었다.
“놔요.”
한세연은 자신의 손을 붙드는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지 말고, 한잔만 같이해요.”
“됐다니까요.”
“에이, 벌써 한잔한 것 같은데? 시 간이 이것밖에 안 됐는데, 왜 집에가려고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놔요.”
“그러지 말고 같이 놀아요. 재밌을 거예요.”
“놓으라니까!”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고는 한세연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 뭐야?”
“넌 왜 왔어!”
강진호는 한세연의 손을 붙든 남자를 보고 입을 열었다.
“두 번 말하지 않아.”
남자는 슬그머니 손을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웬만하면 대거리라도 해 보겠는데, 어쩐지 이 인간과는 절대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딱히 위협을 받은 것도 아닌데 소름 이 돋고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 낌이 었다.
“꺼져.”
그 걸로 끝이었다.
강진호가 진지해진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 그 압력을 받아내는 건 불가 능했다.
남자는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떠났
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한세연의 말에 강진호가 답했다.
“그러니 조심하라고 했잖아.”
“넌 왜 왔어!”
“데려다 주래.”
“ 누가?”
“박유민이.”
“걔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 래!”
한세연이 양껏 짜증을 내자 강진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오늘따라 귀찮게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 취했냐?”
“취해? 뭘 취해?”
“그런데 왜 이리 신경질적이야?”
“몰라.가. 나 알아서 갈 거야.” 강진호는 말없이 걸어가는 한세연의 뒤를 따라갔다.
“왜 따라와?”
“데려다 주래.”
“박유민이?”
“그래.”
“넌 박유민이 나 내버려 두라고 하 면 그냥 버려두고 갈 거네? 됐으니 까가. 필요 없어.”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그의 오 랜 삶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자.”
“뭘가!가라니까!”
“알았으니까가자. 집에 들어가는 것 보고 갈게. 아니면 택시라도 타.” “됐어. 나 걸어갈 거야.”
“너희 집, 여기서 멀잖아.”
“내가 알아서 해.”
강진호는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이래서 취한 사람은 싫다니까.’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데려다
주는 것이 옳았다.
“가자.”
“됐다니까.”
강진호는 걸음을 멈췄다.
“그럼가.”
“뭐……?”
“그럼 그냥가. 나도 갈게.”
한세연은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갈게.”
“그래.”
강진호는 걸어가는 한세연을가만히 바라보다가 뒤를 따랐다.
같이가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데려 다 주기는 해야겠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들키지 않게 뒤를 따라가는 것쯤은 강진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군.’
다른 이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이 경험해 본 일 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목을 피해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이상 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추적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덤벼오는 적은 죽이면 그만이고, 달 아나는 이는 굳이 쫓지 않았다. 그러니 어색할 수밖에.
‘오래 걸릴텐데.’
한세연의 걸음으로 이곳에서 집까지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이상은 걸릴 것이다. 지금처럼 느릿느릿한 발걸 음으로는 한 시간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랐다.
팔자에도 없는 미행을 하게 된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골치 아프군.”
강진호는 천천히 한세연의 뒤를 따 랐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한세연이 바 닥에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골목 한쪽에 주저앉은 한세연은 무 릎에 얼굴을 묻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휴……
강진호는 한슴을 쉬고는 한세연을 향해 걸어갔다.
“가자.”
한세연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게도 한세연의 눈이 반쯤 젖어 있었다.
“술은 적당히 마셔, 감당 못할 거면.”
“너 왜 왔어? 간다며?”
“됐으니까가자.데려다 줄게.”
한세연은 강진호의 얼굴을 빤히 바 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못 걷겠어.”
“발이 너무 아프고, 다리에 힘도 없 어.”
“택시 타고가라고 했지.”
“응. 미안해……
강진호는 한세연을 부축해 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강진호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한세연에게 등을 내밀었다.
“ 업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