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11)
마존현세강림기-612화(610/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13화)
3장 자극하다 (3)
“가라.”
패한 전쟁이다.
이미 진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할 것은 너무도 빤했다.
“저 뒤쪽으로가면 추적하지 않을 거다. 갈 사람은 얼른 얼른가라. 조금만 더 늦으면도망도 갈 수 없
게 된다.”
단호한 목소리.
고성현 장로는 제자들을 대피시키 기로 작정했다.
‘굳이 죽을 사람을 늘릴 필요는 없지.’
지금 그가 이끌고 있는 이들이 모두 그의 제자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이끌기로 한 이상 그의 제자나 다름없다. 제자가의미도 없 이 죽는 것을 바랄 스승이 어디에 있겠는가.
“스승님은 어쩌십니까?”
“나는 남는다.”
“……남으면 죽는다 하셨잖습니 까.”
“나는 신경 쓰지 말고가라.”
“하지만……
“이놈들아! 지금 장난하는 줄 아는 거냐? 남아 있으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들은 이미 경고를 했다. 그 말은 남은 이들은 결코 살 려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너희가 여 기서 죽어 뭔가의미를 남길 수 있 다면, 목적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 내가 먼저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야! 여기서 죽는 건 개죽 음이다. 당장가라!”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발걸음들이 줄을 이었다.
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대로 달아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치를 않았다.
“싸워볼 수는 없는 겁니까?”
“ 이놈들아.”
“저들이라고 우리와 뭐가 그리 다 르겠습니까. 어차피 젊은 놈들이 주 축 아닙니까. 저희보다 어린 놈들을 상대로 지지는 않을 겁니다.”
“……”
“이대로 내빼는 건 무인이 할 짓 이 아닙니다. 사부님이 그렇게가르
치지 않으셨습니까. 차라리 맞서보 겠습니다. 장로님들이 강진호만 어 떻게 막아주시면, 저희가……
“갈!”
고성현이 크게 일갈했다.
“안 된다고 하지 않느냐!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다. 예 전의 그놈들을 생각하지 마라.”
“압니다, 마공을 익혔다는 것. 그 래서 더도망갈 수가 없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희에게 더 러운 마인 놈들을 피해서 달아나라는 것은 너무 심하신 처사 아닙니 까.”
“이놈들이!”
고성현은 당황하고 있었다.
강진호와 방진훈의 집권에 반감을가진 것은 장로들만이 아니었다. 변 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도태되는 자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이 그런 이들이 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는 것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마공을 익히고, 해외의 무공을 받아들인다니. 그렇게 해서 강해지는게 무슨의미가 있습니까.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겁니다.”
“여기서도망간다고 해도 나중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여기서 싸우겠습니다.”
“이 멍청한!”
“달아나는게 멍청한 겁니다.”
고성현은가슴을 쳤다.
이들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적은 강대하다. 이들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리될 거면 뒤로 물러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설프게 이곳에서 요격한답시고
아이들이 고꾸라지는 꼴을 보느니, 뒤쪽으로 합류해 힘을 모으는게…….
‘어쩌다가 이리되었는가?’
오늘 낮까지만 해도 그의가슴은 희망으로가득 차 있었다. 빼앗겨 버린 주도권올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말이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택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이내 누군가가 쳐들어온다는 말이 돌았다.
쳐들어올 사람이야 한 명밖에 더
있겠는가.
‘강진호.’
고성현은 그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 안다. 그는 강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가 강하다는 것이 고성현이 그를 따를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강 한 건 강한 거고, 위에 서는 건 위 에 서는 것이다.
협의도 모르고 오로지 강하기만 한 자를 회주라 인정하기에 고성현은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다. 세상은 강한자의 것이지만, 또한 바른 자의 것이기도 하다. 힘으로 이룩한
것은 결국은 힘 앞에 무너진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도를 걷는 것. 느려 보여도 그게가장 빠 른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중걸의 복귀를 바랐다.
그가 비록 정의로운 이는 아니지 만, 총회의 정통성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랬을 뿐인데…….
“스승님.”
“모두 뒤로 돌아라.”
“ 예?”
“뒤로 돌라고 했다.”
고성현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제자 들이 몸을 돌렸다.
“그래, 강요하지 않겠다. 하지만 선택은 해야 한다. 남지 않을 사람은 눈치 보지 말고 지금 당장 떠나 라.”
‘도망쳐라’나 ‘달아나라’보다는 ‘떠 나라’가 아무래도 부담이 적을 것이다. 고성현은 한 사람이라도 더 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이제는 명령을 해도 듣지 않겠지.’
젊은이들의 고집을 당할 수는 없
었다. 그렇다면 살 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
“어서!”
크게 고함을 치자 움직이는 이들 이 나타났다. 고성현을 뒤도 돌아보 지 않고 달아나는 제자들을 보며 눈 올 감았다.
‘이걸로 됐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 이제는 그저 다가올 운명을 받아들 이는 수밖에.
“갈 사람은 다 갔습니다.”
“이 바보 같은 녀석들.”
고성현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협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겠 다는 제자들의의기가 그의가슴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 이게 무인이지.’
시대가 다르다고 하나 무인혼은 달라지지 않는다. 적의 강대함을 알 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 리던 것이 한국의 무인들 아닌가.
자신이 지금까지 제자들을 잘못가르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고성현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죽더라도 나를 원망 마라, 이놈 들아.”
“원망할 겁니다. 좀 더 강하게 만 들어주시지 못했다구요.”
“그게 내 탓이냐. 네놈들이 아둔 한 탓이지.”
긴장을 풀기 위해서 농을 건넨다. 하지만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후우.’
그 강진호가 온다.
고성현은 이미 강진호가 싸우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악귀처 럼 날뛰는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 종 종 그의 꿈에 나온다.
그 강대한 힘.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강대한 힘이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고성현은 강진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의 허리를 갈라 버리며 잔 인하게 웃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으니까.
‘인간은 인간의도리가 있는 것이다.’
안다.
그 방법이 더 많은 피를 홀리지 않게 했다는 것을.
하지만 고성현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결코 피를 덜 흘리기 위해서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저 실용적이기에.
그게가장 간단하기에 그 방법을 쓴 것이다. 만약 더 많은 이들이 목 숨을 잃는 방법이가장 간단했다면, 강진호는 주저 없이 그 방법을 선택 했을 것이다.
감정 없이 그저 효율만을 따지는 방식.
고성현은 그 방식에 찬동할 수 없었다. 그의가치관으로는 그런 이의 명령을 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는 지금 타 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 역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선조들은 평화를 사랑했다. 쳐들어온 적도 아닐진대, 굳이 다른 나라를 공격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천벌을 받을.’
고성현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강진호와 그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니 이렇게 죽는 다 해도…….
“오, 오는 것 같습니다.”
고성현이 눈을 크게 떴다.
일렁인다. 숲이 크게 일렁이고 있 었다.
“으음.”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정확하게 보였다.
푸른색의 바다.
산을가득 메우고 있는 나무들이 푸른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파도가 치듯이 그 나무들이 흔 들린다.
‘이렇게 요란하게?’
밤에 공격을 한다는 것은 기습을 하거나은밀히 공격해 오겠다는 뜻
이다. 그런데 저들은 마치 자기가 있는 곳을 알아달라는 듯이 요란을 떨고 있지 않은가.
‘강진호가 병법을 모른다고 해도 방진훈 이사가 병법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저게 대체 뭘 하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지 금 다가오고 있는 이들은 적이다. 적이 미숙하다면 기뻐하면 그만이다. 얼마 전까지 함께 밥을 먹던 동 료들이라는 사실은 지금 잊어야 한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마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의기는 보여야 한다. 그들이 아는 총회가 전부가 아 님을, 힘으로는 지배할 수 없는게 있음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옵니다!”
챙! 챙!
여기저기서 검이 뽑히는 소리가 났다.
진검.
동료를 상대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진검이다. 지금 그 진검 이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나고 있었다.
고성현은 한 줄기 비애를 느끼며 검을 뽑아들었다.
망설이지 않는다.
지금 오고 있는 이들은 적이다. 적에게는 절대 자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베고 또 베고, 마지막 놈을 베거나 고성현이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이다.
의지를 다잡은 고성현의 눈에 ‘그 것’이 들어왔다.
‘뭐지?’
붉은 점.
섬뜩하리만큼 붉은 점이 보인다.
‘담뱃불인가?’
도시에 사는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런 어둠 속에서 담뱃불은 과도하게 밝다. 몇 백 미 터 밖에서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저기서 담뱃불이? 그 순간, 고성현은 깨달았다. 아니다.
저건 담뱃불이 아니다. 붉은 점이 하나둘 더 피어나기 시작했다. 순식 간에 수십 개로 불어난 붉은 점이 이내 백을 넘어섰다.
짜 맞춘 듯 한 쌍씩 함께 움직이는 붉은 점.
‘저거?’
눈.
눈동자다.
붉게 물든 안광이 마치 점처럼 보인 것이다.
“크크크크큭!”
“있다, 저기. 저기 있어.”
기괴한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들려 온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소리. 일부러 음성을 변조한 것처럼 기괴하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고성현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마인!’
그제야 고성현은 실감했다. 그들 이 싸워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말이다.
마에 인성을 저당 잡힌 대신 힘을 얻은 자들, 과거 중원을 공포로 물들인 마인들이 지금 그를 향해 달 려들고 있었다.
“겁먹지 마라! 이성도 없는 것들 이다!”
고성현이 소리쳤다.
제자들을 향해?
천만에.
이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외침이 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겁을
집어먹어 버린 자기 자신에게.
누구를 상대한다고?
저들을?
“죽여! 죽여! 모두 죽여! 죽여!”
“적이다! 적! 적이다!”
광기가 넘실거렸다.
전신을 검은 마기로 둘둘 감은 마인들이 숲을 뛰쳐나와 고성현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둠이 내린 밤, 그들은 마치 어 둠 속에서 튀어나온 악마들 같았다.
결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악 마.
그 악마들이 지금 현실로 튀어나
와 그들을 덮쳐오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굶주렸다는 듯이 침을 질질 홀리며.
얼어붙는다.
마음과 육체가 모두 얼어붙었다.
저 광경은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 심을 자극한다. 거리가가까워지면가까워질수록 공포감이 극심해지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핫!”
투견장에서 풀려난 개가 미쳐 날 뛰듯, 마인들이 고성현의 방어진을 휩쓸어갔다. 그건 마치 푸른 바다에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광경 같
았다.
현대에 부활한 강진호의 마염들이 처음으로 그 이를 드러내는 순간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