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19)
마존현세강림기-620화(618/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21화)
5장 구박받다 (1)
[남자가! 어? 남자가!]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를 뒤로 뗐다. 이후에 이어질 사자후에 대비하는, 무인으로서 지극히 온당 하고 올바른 자세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사자후는 터지지 않았다. 최연하는 강진호로
서도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변칙의 귀재였다.
[한번 온다고 했으면 와야지! 아니면 안 온다고 확실하게 말을 하든가!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 거예요?]“죄, 죄송합니다.”
얼떨결에 사과까지 했다.
아직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는 강진호이지만, 한가지는 확 실히 알고 있었다. 이럴 때는 그냥 사과를 하면 된다. 공부든 인생이든 이해가 안 되면 외우면 그만 아닌가.
[언제 와요!]“지금 당장은 대답하기가 좀 곤란 한데……
[또 봐. 이거 또 봐! 또 이렇게 시간 질질 끌다가 안 오려고 그러 죠? 이러다가 내가 촬영 끝내고 한 국으로 돌아가면, 당신 정강이가 남 아날 것 같아?]강진호는 슬그머니 손을 아래로 내려 정강이를 쓰다듬었다.
최연하에게 조인트를 까인다고 해 서 아파할 강진호는 아니겠지만, 뭔가 물리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섬 뜩한 아픔이 느껴질 것 같다.
“시간 끈 건 아니었습니다만.”
전화기 너머로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진호는 이상하게 배어 나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강진호씨.]“ 네.”
강진호는 정자세로 대답을 했다.
[알아요, 바쁘신 거. 한국에서 엄 청 바쁘다는 거 알고 있어요. 집에도 늦게 들어가고, 정신없으시다면 서요?]‘은영이구나.’
집안에 스파이가 있다.
강진호는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서로를가장 믿을 수 있는 사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이가족이 아닌가.
그런데 그의 정보가 속속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니…….
강진호는 동생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도 남자가 한번 말을 했으 면 지켜야지!]“……죄송합니다.”
[앞으로 더는 이런 식으로 쪼지 않을 거예요. 오고 싶으면 오고, 오 기 싫으면 말아요.]“그래도 됩니까?”
[안 오면 내가 찾아가요.]‘드라마 촬영 중인데 그렇게 마음 대로 귀국해도 됩니까’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최연하는 그러고도 남을 여자다. 그동안 수도 없이 겪지 않았던가.
이 여자와 자연재해는 한 끗 차 이다. 살아 있는 생물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책이 없다는 점은 똑같았다.
[뭐 할 말 없어요?]“빠, 빨리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믿는 거 예요.]“감사합니다.”
[끊어요!]뚝!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야 별다를게 있겠냐마는 지금 강진호에게는 그 소리마저 통렬하게 들렸다.
강진호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소림 땡중이 차라리 상대하기 쉬 웠지.’
도무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내공을 바탕으로 황금빛 강기를
마구 뿜어내던 소림의 전대 방장이 기억났다. 마공에 상극인 파사(破 邪)의 기운을 마구 뿜어내던 그 인간. 생각만 해도 온몸이 저릿저릿 저려오는 그 인간이 차라리 상대하 기가 쉬웠다. 그래도 그놈을 공격이 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공격력은 그놈보다 강한데 반격조 차 할 수 없다니.
강진호는 어쩐지 씁쓸해져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익 숙한번호를 찾아 눌렀다.
“여보세요. 예, 조 실장님. 중국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네? 뭔 헛소 리냐구요? 아, 그게……
강진호가 다시 진땀을 빼기 시작 했다.
뚝!
강렬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최연하가 전화기를 소파에 집어 던졌다.
“진짜 이 인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내가 어디까지 해줘야 해!”
누군 자존심이 없나.
그녀가 누군가.
최연하다! 최연하!
지금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지참 하지 않고서는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대배우!
물론 그게 강진호에게 무슨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가 먼저 온다고 해야 할 거 아 냐!”
최연하가 쿠션을 찢어져라 움켜잡았다. 성질 같아서는 쿠션이고 뭐고 뭐라도 던져서 성질을 풀고 싶었지 만, 지금은 워낙 보는 눈이 많다.
최연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
랐다.
좋게좋게 이야기한게 벌써 몇 번인가. 대충 눈치채라고은근히 말 하면도무지 알아먹지를 못하는, 눈 치라고는 휴지통에 넣고 비우기를 눌러 버린 고장 난 운영 체제 같은 남자라 대놓고 말하기를 몇 번인가!
정식으로 뭔가 있는 사이도 아니 라 이쪽에서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 고 말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걸 모조리 우걱우걱 씹어버리고 저리 당황한 척이라니.
“앓느니 죽지!”
뭘 어쩌겠는가. 이게 다 죄 많은
최연하의 업이지.
생각 같아서는 저런 무심한 남자 연락이고 뭐고 다 끊어버리고 싶지 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는게 문제였다. 적절히 강진호가 사람답게만 굴어줘도 좋을텐데.
“무거워.”
최연하는 머리에 쓴 관을 한 손으로 꾹 잡았다.
쉬는 동안 이것만 풀게 해줘도 나름 편히 쉴텐데…….
망할 분장사들. 이거 하나 뗐다 붙이는게 뭐 그리 힘들다고 붙인 채로 쉬라고 하는가. 이러고도 쉴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인가? 헐크지!
불만은 끝도 없었다.
특히나 이곳.
‘뭐냐고! 이게 밴도 아니고, 컨테 이너도 아니고!’
헐리웃에서는 배우들이 쉴 때, 편 히 쉴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가져다 놓는다. 안은 집처럼 꾸며놓고 말이다. 감독이 찍을 수 있는 화면은 한 정되어 있고, 하루에 촬영해야 하는 신은 여러 개이기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배우들을 조금이라도 편히 쉬게 만들어주려는 배려다.
자금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해도 최소한 주연 배 우들을 위한 밴과 조연 배우들을 위 한 휴게실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
‘여기다 소파 하나가져다 놓지 말라고! 이게 뭐냐고!’
이해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지금 그녀가 찍고 있는 드라마는 거액이 투자된 드라마다. 한국에서 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런의미에서는 긍정적 인의미로 대륙의 기상이 빛나는 드 라마인 것이다.
그런 드라마가 주연 배우들을 대 충 방치할 리가 없다. 애초에 그런 취급을 받고 참을 사람들도 아니고.
문제는 이 드라마가 사극이라는 거다.
한국이었으면 세트와 실제 유적을 적당히 섞어 찍었을 테지만, 이놈의 중국이라는 땅은 땅이 넓은 만큼 남 아 있는 고궁들도 많아서 그런지 세 트가 아니라 고궁을 그대로 써서 촬 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고궁 이라는 장소들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것이다.
유적지인 관계로 촬영 장비는 안
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차량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컨테이너? 그런게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있나.
덕분에 촬영지에 들어올 때는 단 체 관광이라도 하는 것처럼 줄을 지 어 안으로 들어온다. 그나마 최연하는 주연 배우급이라도 되니까 소파 라도 배정받은 거지, 다른 조연 배 우들은가림막 하나 설치하지 못하 고 땡볕에 앉아 쉬고 있었다.
“ 어휴.”
아는 이들에게는 인자무적(仁者無 敵)이라 불리는 최연하다.
어진 이에게는 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인성으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인성질로는 세계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최연하이지만, 남들이 달궈진 바닥에 앉아 쉴 때 소파가 불편하다 고 투정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건 착하고 못되고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다.
문제는…….
“잘 쉬고 계십니까?”
최연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느끼한 새끼.’
바로 이 상황이었다.
소파에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도
모르는 차양막(을가장한 비치파라 솔) 하나 얹은 정도로는 주변의 시 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뻔뻔 하게 남의 영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불한당의 발걸음도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컨테이너가 있는 곳이면 컨테이너의 문을 잠가 버리면 그만 이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저 느끼한 면상을 들이밀며 들어오는 놈을 제 지할 방법이 없다.
“꺼져요.”
“이런, 까칠하시네요.”
‘아악! 죽여 버리고 싶어!’
저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70년대 영화라도 보고 작업을 공부했는지, 던지는 대사마다 느끼함이 철철 홀러넘쳤다.
저러다가 ‘후훗, 레이디 아름다우 시군요’라는 말이 나와 버릴까 봐 공포스러울 정도다.
‘아니, 뭐 저런게 다 튀어나왔냐 고!’
최연하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진정시키며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남 자를 바라보았다.
일견 보기에는 괜찮게 생겼다.
그야 배우니까.
그 많은 중국인들 중에 잘생긴 놈을 뽑아다시키는게 중국 배우 아닌가. 중국에서 배우를 하는데 못 생겼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당연히 잘생겨야지.
문제는 그 잘생김이 좀 기묘하다는 것이다.
‘으, 부담스러워.’
저 진하기 짝이 없는 쌍꺼풀과 느끼하기 짝이 없는 얇은 입술이 사람을 짜증 나게 한다.
잘생겼다. 그래, 분명 잘생겼다.
그런데 잘생긴 얼굴이 이토록이나
사람의 취향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최연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무래도 다음 촬영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사이 간단하게 음료라도 한잔 어떠십니까? 연하 씨 에게 음료 한잔 살 수 있다면 일생의 영광일 것 같습니다만?”
“뭐라는 거야, 진짜.”
최연하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 그러 졌다.
생긴 것도 느끼한게 대사까지 느끼하다. 중국 남•자들은 한국 남자 에 비해 마초적이라는 것도 다 거짓
말이다.
‘아니, 이놈은 유학파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여하튼, 여하튼!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은 이럴 때 하는 말일 것이다.
“미안한데, 아니, 미안하지는 않은데, 난 지금 그냥 쉬고 싶으니까 좀 꺼져 줄래요?”
“역시가시가 날카롭군요.”
“야! 이 씨!”
최연하의 입에서 욕이 절로 터져 나왔다.
‘중국 욕을 좀 더 공부했어야 하
는 건데.’
이 부족한 중국어로는 그녀의 속 이 시원할 만큼 과격한 욕을 퍼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어로 욕을 하자니, 알아먹지도 못할게 빤 하고!
최연하의 성격상 말로 욕을 하지 못한다면 뭐라도 집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최연하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분노를 참아내고 있었다.
‘나도 사람 다 됐지.’
강진호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저런 놈이 설칠 때 전기 충격기라도가져
다가 옆구리를 쑤셔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저 빌어먹을 놈은 안타깝게도 지 금 최연하가 찍고 있는 드라마의 남 자 주인공, 그러니까 최연하의 상대 역이었다. 만약 저놈을 후드려 패기 라도 한다면 한국, 중국을가리지 않고 연예 기사가 최연하의 얼굴로도배될 것이다.
그리고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저 빌어먹을 놈은 지 금 중화권에서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 중의 하나였다.
잘생겨서?
그럴 리가.
저놈보다 잘생긴 남자 배우는 넘 쳐 난다. 예전부터 잘생긴 남자 배 우를 쏟아내기로 유명한 중국계 아 닌가.
연기도 더럽게 못하고, 생긴 것도 애매한 놈이, 배역 하나 잘 만나서 빵 뜬 상태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작품이 바로 전작이라 지금 푸시가 무시무시하다.
이런 상태에서 저놈을 건드렸다가는 중국이 뒤집어진다.
최연하가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참자, 최연하. 참자……
참을 인 자 셋이면…….
“그럴게 아니라…… 이 근처에 제 별장이 있는데, 그 별장에 초대 하고 싶습니다. 오늘 촬영이 끝나면가셔서 편히 쉬시는게 어떠……
“야, 이 새끼야! 너 내가 만만해 에에에에에에에!”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