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20)
마존현세강림기-621화(619/2125)
마존현세강림기 25권 (22화)
5장 구박받다 (2)
폭발한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리 위에 쓴 무거운 관이 오뚝 이처럼 좌우로 휘청휘청거린다. 그 모습을 본 코디들이 사색이 되어 최 연하에게 달려왔다.
“연하 씨! 진정하세요! 그렇게 과
격하게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최연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핫, 화가 나신 모양이군요.”
“하핫? 하하아앗?”
쿠션을 잡은 최연하의 손이 부르 르 떨렸다.
멀리서 감독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모습을 본 한은솔이 사색이 되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누나! 누나아아아 아아아!”
막 최연하가 폭발하기 직전에…
아니, 이미 폭발은 했지만 물리적으로 뭔가 저지르기 전에 달려온 한은
솔이 류웨이[劉健]를 잡아 뒤로 끌 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놔?”
류웨이가 차가운 눈으로 한은솔을 돌아보았다. 그 경멸 어린 눈에 한은솔이 얼굴을 굳혔다.
“어디다 손을 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구요.”
“내가 지금 너희 주인이랑 말하는 거 안 보여? 고용인이 끼어들 자리가 아닐텐데?”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일그러진 최연하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그 입 처 닫는게 좋을텐데?”
“……연하 씨?”
“그쪽은 내 고용인 같은게 아니 라 내 동생이야. 한번만 더 입 함 부로 놀려봐. 드라마고 뭐고 내가 오늘 여기서 난장 제대로 피워줄 테니까.”
“하하하.”
류웨이가 양손을 살짝 들고는 뒤 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 동작까 지 미묘한 비웃음이 어려 있는 것 같아서 열이 받는다.
“확실히 문화적 차이라는 것은 쉽
게 극복하기 힘든 면 같습니다. 고 용인을 동생처럼 여기다니, 그 착한 마음씨에 감탄하게 되네요.”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그쪽이 성 격이 더러운 것 같은데?”
“제게 그런 말투를 쓰는 사람도 최연하 씨뿐입니다.”
“아니, 저게 미쳤나?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내게 이렇게 대한 여 자는 네가 처음’ 이야기가 나와?”
“누, 누나, 한국어로 말하고 있어요.”
“그래?”
최연하가 양손을 들어 자신의 볼
을 주물렀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최연하.’
1차 폭발은 했지만, 아직 2차 폭 발까지는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아직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배우가 휴식 하는 중입니다. 개인적인 용무가 있 다면 나중에 다시 와주십시오.”
류웨이는 한은솔과 말을 섞어야 한다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지만, 최연하와 관계를 더 이 상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오지, 나중에. 시간은 많
으니까 말이야.”
류웨이가 살짝 눈인사를 하고 건 들거리는 걸음으로 멀어지자, 최연하가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누, 누나, 진정해요.”
“저 느끼한 새끼! 기름종이로 둘 둘 말아서 시추공이라도 처박아 버 릴라!”
“기자들 있다구요! 기자들! 한국 애들은 없어도 영상 찍혀 돌면 어찌 될지 모른다구요.”
“저 기자 새끼들은 왜 저 새끼가 저리 치근덕대는데 사진 하나 안 찍
냐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거죠.”
한은솔이 최연하를 진정시켜 자리 에 앉혔다.
“여기 커피! 아이스로! 시럽 잔뜩 넣어서 빨리!”
“네!”
시럽이 들어간 커피라는 말에 최 연하의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어휴.’
그 모습을 본 한은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촬영 중에는 체중 관리를 위해서 단것을 입에도 대지 않는 최
연하다. 하지만 사실 최연하는 단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비촬영 기간 동안에는 케이크를 입에 달고 살 정도니까.
스트레스가 폭발한 최연하를 달래는데는 달달한 음식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광속으로 추출한 커피가 날라져 오고, 최연하가 빨대를 물고 힘껏 커피를 빨아 당겼다. 컵의 커피가 아래로 쭉쭉 내려가는 것을 본 한은 솔이 눈을 감고 말았다.
‘저 망할 설탕, 죽어라고 자제 시 키고 있었는데!’
설탕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 고…… 모든 종류의 끊는 것들은 조 금만 다시 시작해도 욕구가 마구 치 밀기 마련이다. 앞으로 설탕 고갈증 에 시달릴 최연하의 히스테리를 감 당해야 할 생각을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한은솔이었다.
“후우우욱!”
빨대에서 입을 뗀 최연하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살 것 같다.”
“……전 죽을 것 같아요.”
“빌어먹을!”
최연하가 이를 빠득빠득 갈고는 말했다.
“촬영 끝나면 제작진에게 정신적 피해보상비라도 요구해야겠어. 어쩌 다가 저런 병신이랑 엮이게 돼서 느 ”
“병신은 병신이죠. 잘생긴 병신.”
“잘생겨? 넌 지금 저게 잘생겼다 고 생각하냐?”
“잘생겼잖아요.”
“개뿔이. 저런 얼굴로 잘생겼다 소리 하면 안 되는 거야.”
한은솔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답이 없다.’
강진호가 최연하의 안목을 너무 올려놓았다.
‘아니, 이건 안목이라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겠지.
예전의 최연하였다면 저 류웨이가 아무리 느끼하고 재수 없다고는 해도 그가 잘생겼다는 사실 정도는 인 정했을 것이다. 사실 류웨이는 객관 적으로 봐도 잘생겼으니까.
한국에서 수많은 배우들을 보고 다니던 한은솔이 잘생겼다고 인정할 정도면 정말 잘생긴 것이다. 연기에 대한 재능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사
람이 그저 얼굴 하나만으로 이만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 자리를 따냈으 면 설명이 끝난 것 아닌가.
하지만 강진호와 어울리면서 좀 담백한 얼굴 쪽으로 취향이 확가버 린 최연하에게는 그리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쪽으로는 강진호씨가 사기 캐릭터니까.’
그 양반은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도 속된 말로 간지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랑 비교하기에는 류웨이가 불쌍하다.
“그리고 잘생기면 뭐 해? 인성이
저따윈데.”
“그건 절대로 공감합니다.”
한은솔이 고개를 돌려서 류웨이가 걸어간 곳을 바라보았다.
‘미친놈.’
저놈 하나만으로 중국 배우들의 인성을 모두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 이곳에서 본 다른 배우들은 다들 친 절하고 호쾌한 성격이었으니까.
가끔은 그 호쾌함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들 좋은 사람이 었다.
하지만 저 인간은 예외다.
‘기분 나쁘다니까.’
저 인간은 뭔가 사고방식이 좀 잘못되어 있다. 하나로 딱 집어서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대충 ‘특권의식’이라는 말로 퉁 칠 수 있는 그런 것.
자기 정도 잘나고 잘생긴 인간이 꼬시면 여자는 다 넘어와야 하고, 보통의 평범한 인간과 자신은 격 이…… 아니, 격이라기보다는 정말 말 그대로 ‘계급’。] 다르다는 인식 이 박혀 있는 놈이었다.
한국의 연예인들 중에서도 연예인 병에 걸려서 정신 못 차리는 등신들 이 있지만, 저놈에 비하면 한국의
멍청이들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왜 저런 놈이 나한테 달라붙어서 사람을 이리 귀찮게 하냔 말이야! 이쯤 되면 혐오스럽다고!”
“ 그야……
누나가 예쁘니까 그렇죠.
‘이 말은 해주기 싫다니까.’
공주병이 있는 여자는 아니라 말 하기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해주기 싫은 말이었다.
한은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텐데.’
저놈이 저리 설치는 것이 이미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첫 촬영이 시작하기도 전에 배우 미팅 자리에 서부터 최연하에게 들이댔으니까. 문제는 그 ‘들이댐’이가면 갈수록 노골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나 름의식해서 촬영장이나 타인의 시 선이 있는 곳에서는 그나마 체면을 차리려는의지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다른 이들이 빤히 보는 곳에서까지 저런 식으로 굴고 있었다.
아직은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지 만…….
‘이상하게 불안하단 말이지.’ 아무래도 이러다가 큰 사고가 터 질 것 같다.
‘한국에 연락을 좀 해야겠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리 최연하가 한국에 서는 대배우라지만, 이곳에서는 입 지나 영향력이 낮다. 중화권 스타와 힘 싸움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번 드라마가 개봉하고 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지금 최연하의 입지는 얼굴이 반반한 외국 여 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최연하가 입
을 여는 것보다는 한국의 소속사가 목소리를 내주는 쪽이 좋았다. 그게 그나마 말이 먹힐 수 있는 방법이다. 그조차 미미하기 짝이 없겠지만.
“ 후우……
한은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의 대배우인 최연하도 중국에 서는 신인 배우일 뿐이다. 거기까지는 감안했지만, 그 안에서도 중국인 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묘한 차별이 있었다.
한번씩은 한은솔도 울컥할 정도
다.
주연 배우랍시고데리고 와놓고 중국인 조연보다 못한 취급을 할 때도 있었으니까. 한국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최연하가 잘 참아주고 있 어서 다행이었다.
“누나, 미안해요. 소속사가 힘이 없어서.”
“뭐가‘?”
“이런 취급이나 받게 하고.”
“뭔 소리야, 인마?”
최연하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게 소속사 문제야? 내가 인지
도가 없어서 그렇지!”
“나는 여기서 신인 배우야. 그리 고 신인이 받는 취급은 다들 빤한 거지. 너는 언제 신인 배우 대접해 준 적 있었어?”
“그건 그렇지만, 누나는 한국에서는 여왕이었잖아요.”
“누가 들으면 내가 갑질하고 다닌 줄 알겠네.”
“갑질은 안 했죠……
인성질을 해서 그렇지.
어찌 보면 그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갑질은 우월적인 지위를 이
용해서 상대를 괴롭히는 거지만, 인 성질은 그냥 성질이 더러운 거니까.
아니, 그게 더 나쁜 건가?
“이번 드라마 다 찍을 때까지만 참으면 돼. 그러면 저딴 놈이 감히 저렇게 굴지 못할 정도로 내 입지가 올라갈 거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돼! 아, 짜증 나! 중국 드라마는 왜 다 찍어놓고 방영하는 거야?”
“처음 촬영 시작할 때는 그래서 좋다면서요?”
“누가 이럴 줄 알았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최연하를 보 며 한은솔이 한숨을 쉬었다.
중국 드라마는 사전 제작제다.
한국의 드라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의 드라마는 방 영하기 전에 촬영을 끝내고 편집본 까지 모두 중국의 공안에게 검열을 받아야 방영이가능하다.
검열이 끝나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재촬영이나 편집을 통해서 문제가 된 부분을 모두 수정, 제거 하고 나서야 방영 허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 진다며 괜찮다고 말한 최연하이지 만, 드라마를 촬영하는 내내 류웨이
가 끈덕지게 달라붙자 말이 달라졌다.
한국이었으면 이미 몇 십 회차가 방영이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 금쯤 그녀의 인지도가 급상승했을 것이다. 그럼 저 류웨이 놈이 달라 붙지 못했을 것이라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한은솔은 귀로 쏟아지는 최연하의 짜증을 한 귀로 흘리면서 고개를 돌 려 류웨이가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 았다.
‘아무래도 불안하단 말이야.’
그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류웨
이가 최연하에게 들이댈 수 있는 시 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드라마 촬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겠지 만……
혹시라도 저놈이 미련한 짓을 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럴 확률이 낮다고 해도 만에 하나의 경우에 대 비하는게 우수한 매니저 아닌가.
‘한국에 전화해서 경호원을 늘려 달라고 해야겠어.’
오늘 숙소로 돌아가면 꼭 전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한은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