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24)
마존현세강림기-625화(623/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1화)
1장 실감하다 (1)
강진호는 이 세상으로 돌아온 이 후로 단 한번도 과거의 삶을 그리 워해 본 적이 없었다.
중원에서의 삶은 그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앗아갔다. 원하지 않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대신에 치러야
한 대가는 너무도가혹했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천 번의 선택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결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이 생을 살게 된 이후 처음으로 과거의 삶을 조금, 아주 조금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아니시에이팅이 터지고 있었다.
그냥 욕을 하려면 욕을 하면 그 만이지, 왜 꼭 시작할 때는 저 ‘아
니’가 붙는단 말인가.
그런 근본적인의문이 들었지만, 불어볼 자신은 없었다. 얼굴을 시뻘 겋게 물들이고 넥타이가 돌아간 줄도 모른 채 열을 올리는 조규민을 상대로 그런 질문을 할 자신은 없었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알면서 어떻게 지금 중국에 간단 말 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세상에는 선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아는 강진호씨는 조금 무관심한 면이 있어도 일의 선후는 확실하게 구분 하시는 분이셨는데, 어떻게 지금!”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그랬지.’
그의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 만, 한때는 세상 만물들이 그의 눈 치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강진호의 표정이 조금만 좋 지 않아도 온 마교가 공포에 떨었 고, 천하가 숨을 죽였다.
명실상부한 마교의 이인자인 청마 조차도 강진호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면 언행을 조심할 정도였다.
잘못에 대한 질책?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잘못이라는 것은 법도와 법칙, 그 리고도리에 어긋난 행동과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원에서의 강진호는 그 법도와 법칙을 정하는 존재였다.
붉은 것도 강진호가 푸르다 말하 면 푸른 것이 된다. 그런데 누가 감 히 그에게 잘잘못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랬는데……
“듣고 계십니까, 강진호씨?”
“……네, 듣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설명을 드리고 있는데!”
아아, 옛날이여.
강진호의 얼굴에 회한이 어렸다.
물론 예전의 삶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다 그렇지 않은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어느 한쪽을 백 프로 선택한다는 것이 어느 한쪽이 백 프 로 옳다는 것을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금만!
아주 조금의 존중만!
“듣고 계십니까? 예?”
“……네.”
강진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한다.
황정후 회장이 참여한 이후로 재 단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일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참 좋은 일이지만, 계획 이 빨리 진행된다는게 꼭 좋은 일 만은 아니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믿을 만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이 빨 리 진행된다는 것은 기존의 인력에게 그 업무가 과도하게 몰린다는 것을의미했다.
그러니까 그 기존의 인력이라는게
“저 죽겠다구요!”
이 사람이다.
턱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과 거칠 어진 피부만으로도 조규민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제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그럼 안 하면 될텐데.
“뭐라구요?”
“……아무 말 안 했는데요.”
마음이라도 읽나?
강진호는 눈가를 문질렀다.
평소였다면 강진호도 이런 불만을
웃는 낯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죽을 것 같다.’
어제 받은 대미지가 너무 심했다.
어설픈 정색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작전상 후퇴를 시도한 어머니와 동생은 강진호가 실수를 하자마자 굶주린 피라냐처럼 강진호를 후려쳤다. 물론 말로 말이다.
새벽까지 너덜너덜하게 털린 강진호는 말하다 지친 두 사람이 회복을 시도하는 틈을 타 방으로도주했다. 그 와중에 화장실에가는 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아버지는 냉정 하게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배신이다.’
가족 간의 정이 우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여하튼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멘 탈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굳건하다 고 믿어온 스스로의 정신이 자잘한 공격의 연타에 매우 허약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동료란 건 말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
강진호는 조규민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다.
이 사람이 예전에 이사장 대리로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는데, 이 사람은 실무자보다는 뭔가 사람에게 설교를 하고, 구박을 하는 역할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차라리 육사를 갔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저 입에서 ‘중대장은 여러분에게 실망했다’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강진호씨가 여기에 계신다 고 해서 제 일을 덜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든, 명 분적으로든 이건 강진호씨가 할 일
은 아니니까요. 일을 나누면 일이 더 불어나는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는 걸 저도 압니다. 예, 압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 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사람이 이 리 괴로워하고 있으면 적어도 같이 괴로운 척이라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중국? 중구우우 욱‘?”
아무래도 한중 관계가 많이 경색 되긴 한 모양이었다.
조규민도 그렇고, 어머니와 강은
영도 그렇고, 중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만으로 저리 정색을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끄응.”
조규민이 자리에 털썩 쓰러지듯 앉았다.
딱히 괴롭힌 것도 없는데 패잔병 같은 그 모습을 보자 양심이 쿡쿡 쑤셔오기 시작했다.
‘이현수라도 지원해 줄 수 있었으 면 좋았을텐데.’
새삼 주변에 믿을 만한 사무직이
드물다는 것을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이현수라도 보내줄 수 있었다면 조규민의 부담이 반으로 줄었겠지 만…….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이 현수도 조규민의 처지와 딱히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로들을 숙청한 덕분에 그들이 맡고 있던 일이 모조리 이현수에게 로 몰렸다. 장로들이 하는 일이라 해봐야 고양이 손 하나 더한 정도이 지만, 그 고양이 손의 수가 묵직하게 모이니 그것도 무시무시한 수준 이었다.
게다가 이현수는 새로이 조직을 정비하는 와중에 장로들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축재한 재산을 회수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업무량을 따진 다면 조규민이 형님이라 불러야 할 수준으로 혹사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교육 인원들이 모일 때까 지 할일이 없어진 나이트 위긴스와 옆에 있다 괜히 붙잡혀 온 엘레나까 자 한 팔 거들고 나서서 과로사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뭐라고 해야 할까?’ 타이밍이 좀 이상하다.
미루고 미뤄온 일을 하기 위해서
중국으로가는 건데…… 하필 타이 밍이 이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미친 듯이 밀어 넣고 휴양 이라도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강진호가 한국에 있다고 해서 딱 히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기분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왜가시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만……
조규민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네가 중국에서 할 일을 알 고 있다고!
거의 호러 영화 수준이었다.
괜히 움찔한 강진호가은근히 조
규민의 시선을 피했다.
“……가셔야 한다니 보내는 드리 겠습니다. 여기!”
조규민이 품 안에서 봉투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항공권입니다. 그쪽으로가시면 이번에도 저희 지부에서가이드가 나올 겁니다.”
“아니,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항공권도 제가 예매하면 되는데
괜히 말을 꺼내서 바쁜 사람에게 쓸데없는 일까지 시켰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아뇨. 뭐……
조규민이 피식 웃었다.
“엄살 한번 부려봤습니다. 사실 강진호씨도 그동안 쉴 새 없이 달 려왔죠. 전역하신 이후로 쉬는 날들 이 없었으니, 큰일 마친 김에 쉬고 오시겠다는 마음을 모르는 거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닌데요.
안가면 맞아 죽을까 봐가는 건데요.
휴식이라니, 그게 무슨 남의 맘도 모르는 소리이십니까!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
만, 지금 그가 하는 변명이 어디 변 명이겠는가. 사람 약 올리는 거지.
“일은 잘되어가고 계십니까?” 강진호가은근히 말을 돌렸다. 조규민은 강진호의의도를 다 알 고 있으면서도 당해준다는 듯가벼 운 미소를 띠었다.
“잘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게 잘된다고 해서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 된다고 해서 잘못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뭐 랄까……
조규민이 불만가득한 눈으로 고 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조규민이 보는 곳이 벽 몇 개를 건너뛴 회장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불도저도, 불도저도…… 어느 정도로 해야지. 옛날 불도저는 브레이 크도 없답니까?”
“ 예‘?”
“하루하루 사람을 얼마나 들볶으 시는지……. 이러다 제가 먼저 죽겠 습니다. 와, 이사님들이 하는 일도 없이 대접받는 것 같아서 불만이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 양반들이 회장님이 젊은 시절에 이걸 다 버티던 분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존경심이 그
냥 무럭무럭
조규민이 치를 떨었다.
“열정을 되찾으신 건 좋은데, 그 열정에 제가 타 죽게 생겼어요.”
“열정을 되찾았다니, 좋은 소식이 네요.”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아닙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 여하튼.”
조규민이 헛기침을 했다. 이제 정 리를 할 모양이었다.
“가시는 길에 불편함 없도록 준비
해 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제가 수 행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따라가 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장 당면한 일만 정리하고 나면 빨리 뒤따라가 겠습니다.”
“……네?”
강진호가 당황하여 말했다.
“굳이 안 오셔도 될 것 같은데 요?”
“그럴 수는 없죠. 강진호씨를 해 외에 혼자 보내는 건 모시는 사람으로서의도리가 아닙니다.”
“아니, 굳이……
“강진호씨.”
“ 예?”
“……저 좀데리고가주세요.” 조규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회장님 곁에서 딱 일주일만 떨어 져 있고 싶습니다. 일이 바쁘고 뭐 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가 진짜 말라 죽겠어요. 어제 지시한 걸 오 늘 아침에 확인하더니 일이 처리가 안 됐다고 구박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좀 심하지 않습니까? 담 당 부서 창구도 안 올라갔는데 저더 러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힘내세요.”
“그러니까 좀! 제발 좀! 같이가
야 한다고 회장님한테 좀!”
“……예.”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럼 최대한 빨리 끝내보겠 습니다.”
“그런데……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조규민의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의욕을 되찾은 황정후 회장은 자신의 방식대로 서류를 프린트해서 확인하고, 그 서 류들은 다시 고스란히 조규민에게 내려오고 있었다.
일부러 쌓은 것처럼 치솟아 있는 서류의 탑을 본 강진호가 안쓰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일이 끝나기는 하나요?”
“……”
“돌아오기 전에?”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콧날을 쥐어잡는 조규민을 보며 강진호는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나중에 휴가라도 보내줘야지.’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