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27)
마존현세강림기-628화(626/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4화)
1장 실감하다 (4)
“아니……”
강진호는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이를 조금은 껄끄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묘하다.
매우 미묘하다.
보통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
을 꿇는다는 것은 존경과 충성에 대 한 증거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도 그런의도로 무 릎을 꿇은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지금 강진호가 껄끄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릎을 꿇은 이의 시선이 그의 눈높이보다 더 위에 있 기 때문이었다.
이건 숫제 어른이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모양새가 아닌가.
무릎을 꿇고도 강진호와 동등한 눈높이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세 상을 다 뒤져 봐도 하나밖에 없었다.
바토르.
그가 지금 강진호의 앞에 있는 것이다.
“그건 어디서 듣고?”
“주군!”
바토르의 목소리가 우렁우렁하게 울려 퍼졌다. 강진호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기막을 펼쳤다. 이 목소리가 두어 번만 더 새어 나갔다가는 동네 사람들이 기차 화통이 터진 줄 알고 다 튀어나올 것이다.
“중국은 위험하다.”
바토르의 눈은 낮게가라앉아 있 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냉정
함을 유지한 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바토르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여전히 껄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잔소리와 구박의 차이는 시전하는 대상이 당하는 대상에게 애정을가 지고 있느냐였다.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구박이 잔소 리인 것이다.
사람이란 참 복잡한 존재인게, 그 모든 잔소리는 대부분이 듣는 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상황에 처하기를 바라고 하는 말이
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 강진호가 딱 그랬다.
“홍왕계는 여전히 주군을 노리고 있다. 내가 복귀하지 않고 주군의 휘하에 든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적 대적으로 나올게 빤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앞마당으로 걸어 들 어간다는 것은 목을 내놓는 것과 마 찬가지다.”
“음……”
강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가장 불편한 상황은 상 대가 하는 말이 구구절절이 맞을 때
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중국은 안 된다.”
“하지만가야 한다.”
“……이유가 있는가?”
“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그러자 바토르가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그 표정에서 ‘야! 내가니가 여자 때문에 중국에 기어 들어간다는 말을 다 듣고 왔는데, 그걸 지금니 앞에서 언급하면서 망신을 주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억지로 참고
있다’라는 기색을 읽어낸 강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 지만,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다.”
“생각하는 거라면……
“말 그대로지. 그런 이유가 아니다.”
강진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세한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지금 나는 중국에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위 험해지겠지.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음…..”
바토르가 강진호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표정에서 진정성을 읽어낸 바토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 주군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보다 더 큰일은 주군의야망이 무너지는 것이겠지.”
그게야망이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로 거창한 것이었던가?
강진호는 표정 관리를 하는데 어 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세 살짜리 어린애가 모래성을 쌓 고 있는데, 그 옆에 보육 교사가 붙 어서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라 고 할까.
물론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그 세 살짜리 아이의 정신이 어른이 라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이런 캐릭터였나?’
바토르의 정신을 지배해 아군으로 끌어들일 때, 이런 결과를 원한 건 아니었다. 그는 초원의 전사이고, 얽 매이기를 싫어하는 이다. 그러니 정 신을 억압한다고 해도데면데면한
사이가 될 줄 알았다.
설마 바토르가 이런 충신 타입이 었다니.
‘귀찮게 됐네.’
그렇다고 지금 바토르를 풀어줄 수는 없었다. 총회는 극단적인 고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바토르만 한 고수는 어디서 구해올 수가 없으니 까.
“중국에는 반드시가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위험하다. 딜레마로군. 그럼 음……
바토르가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절충하는 수밖에. 중국으로가는 대신 호위대를데리고가라, 주군.”
“나를 호위한다고?”
강진호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호위대는 강자가 약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주군이라 하더라도 수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왜 모르겠는가. 바로 이전 생에서 강진호가 그리 죽었는데.
세상에 적수가 없다고 자부했지
만, 합공 앞에서는 적수가 없는게 아니라 답이 없었다.
강진호가 한국에서 총회를 발전시 키려 하는 이유도 어찌 보면 그 연 장선상에 있지 않은가.
“호위대라……
하지만 강진호는 영 내키지 않는 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줄줄 달 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과 거의 마염들은 그의 호위대가 아니 라 친위대였다. 필요할 때만 끌고 다녔지, 평소에도 함께 다닌 건 아니다. 그런데 호위대라니.
“어렵겠군.”
강진호의 단호한 대답에 바토르가 고개를 들었다.
“오해하지 마라. 호위대를 구성하 라는 너의 제안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내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아직 나약하다. 중 국의 무인들을 상대로는 오히려 방 해만 될 수도 있다.”
“맞는 말이지.”
바토르 역시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틀렸다, 주군. 나는 주군 에게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을데리고
가라고 한 적 없다. 아무리 주군이 그들을 직접가르친다고 해도 성장 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 그들을 중 국에데려가는 것은 나 역시 반대다.”
“흠?”
의외의 말에 강진호가 바토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누구?”
“당연히 나다!”
“ 뭐‘?”
강진호가 눈을 크게 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주군이 지금가는 곳이 어디인가. 중국이다. 지금
총회에 중국에 대해서 나만큼 잘 아는 이가 누가 있는가.”
없겠지.
그야 당연히 없겠지. 너는 중국에 서 왔으니까. 몽골인 주제에 중국에 서 살던 사람이니까 당연히 중국이야 잘 알겠지. 그런데…….
“너를 호위로데리고가라고?”
“그렇다. 그리고!”
바토르가 고개를 돌려 저쪽 끝에 쭈뼛쭈뼛 서 있는 장다징을 바라보 았다.
“중국에가는 것이니, 저놈도데 리고가면 좋겠지. 저건 정통 중국
인이니까.”
“잠깐, 바토르.”
웬만해서는 당황하지 않는 강진호 조차 지금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에 너를데리고가라고?”
“그렇다. 너무도 상식적인 일 아 닌가.”
바토르는 대체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강진호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공항에 떨어지는 순간, 중 국의 모든 무인들이 네가 중국에 들
어왔다는 것을 알게 될텐데?”
“그리고 공항이야 어찌어찌 넘긴 다고 하더라도, 너와 함께 다니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보지 않을까?”
“차라리 광고판을 몸에 지고 다니는게 낫지. 너를데리고가라고?”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말을 돌려 하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지금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바토르와 함께 중국에 들어간다 면, 공항에 떨어지는 그 순간 전 중
국에 강진호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다 퍼질 것이다. 강진호에게 이를 갈고 있는 홍왕계는 만세를 부르며 공항으로 달려오겠지.
“흠, 방법을 찾아보겠다.”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방법은 언제나 있다!”
“아니, 이게 우긴다고 되는게 아니라……
“걱정 마라, 주인. 방법은 나와 장다징이 찾아내겠다. 그러니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나를 꼭데리고가 라.”
강진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일단 상의를 좀 해보자, 일단.” 절대로 안데리고 간다. 절대로!
“관련 일은 다 처리했습니다. 걱
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현수는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으면 제게 바로 말씀을 해주시면 되는 것을요. 총회 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지만,
재경과 연계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 이지요. 화물 비행기를 타고가시면 됩니다. 공항 검색 문제는 이쪽에서 해결할 수 있죠. 공항에 떨어지시면 밴이 마중 나올 테니, 검색대를 통 과 마시고 VIP 존을 통해 공항을 빠져 나가시면 됩니다.”
유능하다.
무척이나 유능하다.
그 유능함이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이현수는 천진 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찌 잘 처리했네.”
“후후후, 제가 하는 일이 바로 불
편함을 없애는 일이죠.”
“그런데 되레 생겼네.”
“네?”
“아니.”
그 불편함이라는게 말이다.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젯밤 그의 사무실로 쳐들어온 바토르가 그와 강진호가 중국 놈들 에게 들키지 않고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했다.
바토르는 밀항선을 생각한 모양이 지만, 굳이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강진호가가 진 강점 중 하나는 무인계와 재계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처리할 수 없는 분야를 합치 면 웬만한 일은 모두 해결할 수 있 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무한한 능 력이 지금 강진호의 발목을 잡고 늘 어졌다.
“……밀입국이 되는데 괜찮을까?”
“안 그래도 조규민 실장님이 항공 권을 줬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이런 일은 저와 상담해 주십시오. 설마 공항 쪽으로 홍왕계의 마수가 미치 지 않았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죠?”
“아, 아니지.”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강진호씨의 이름으로 비행기를 타는 순간,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 에 공항에 홍왕계가 쫙 깔릴 겁니다. 설마 이걸로 비행기를 타실 생각은 아니셨죠? 주니까 그냥 받은 거죠?”
“물론이다.”
때로는 뻔뻔함도 필요하다.
강진호는 무척 태연한 얼굴로 연 신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아니라는 것처럼.
“출발 일정은 언제로 잡을까요?”
“빠를수록 좋아.”
“그럼 최대한 빨리 잡아보겠습니다. 일단 공항을 수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 오.”
“음……”
강진호가 차마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묻고 말았다.
“그런데……
“ 네?”
“진짜 같이가는 건가? 바토르 와?”
“바토르 님은 그리 말씀하시던데 요?”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이거,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느낌이었다.
“그래. 그럼 알았다.”
강진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
이현수의 눈에 이상하게도 강진호의 어깨가 작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나온 강진호는 밖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바 토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바토르가 더없이 재미있다는 얼굴 로 입을 열었다.
“즐거운 여행이 되겠군, 주인.”
“……”
아, 좀 제발.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