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28)
마존현세강림기-629화(627/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5화)
1장 실감하다 (5)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토르 님은 신뢰하고 있 습니다. 하지만 로드! 중국이라니요! 바토르 님 혼자서 어쩔 수 있는 곳 이 아니잖습니까. 저곳은 중국입니
다. 물론 로드께서는 중국을 잘 모 르시겠지만!”
잘 안다.
그것도 무척 잘 안다.
내가 중국에서 한평생을 살던 사람이다. 한평생이라는 개념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지금 총회와 한국의 무인계는 로드 한 사람에게 엄청나게의지하 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의 부재, 혹은 사고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최근 들어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니까…….
‘잔소리를 할 사람이 엄청 많아졌 구나.’
주변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뭔가 말이 많다. 굳게 믿은 바토르마저 말이 많다.
“저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도데리고가십시오.”
그런 것 아닐까?
호위는 핑계고, 이것들…… 다들 해외여행을가고 싶은게 아닐까?
“관광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을텐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애초에 영국인이니까 여기도 해외 아닌가. 그런데 중국까지 따라오겠 다니.
“저는 로드 하나 믿고 여기까지 온 사람입니다. 절대로 로드를 위험 에 처하게 할 수 없습니다.게다가 제가 반드시 따라가야 할 이유가 있
습니다.”
“ 이유?”
“제가 무력으로는 바토르 님에게 미치지 못하겠지만,도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가장 위험한 순간에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접니다!”
무척이나 없어 보이지만, 너무도 확실한 이유였다.
“하지만 위긴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젊은 청년과 거인, 그리고 서양
노인의 조합이면 TV에서 취재가 나 올지도 모른다.”
“ 그건……
나이트 위긴스는 차마 반박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우물거렸다.
“게다가 그대는 여기서 해야 할일이 있잖은가.”
“그렇긴 합니다만……
“별 탈 없이 돌아올 테니까, 여길 지켜주면 돼.”
나이트 위긴스는 영 납득이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는 강진호를 강제할 수 있을 만한 입지
를 쌓지 못했다. 여기서 더 들어가는 것은 감정만 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럼 이걸가져가십시오.”
나이트 위긴스가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뭐지?”
“펜던트입니다.”
“ 펜던트?”
요란한 보석이 붙은 금속 세공품을 본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돈이 떨어지면 팔아서 여비라도 쓰라는 건가?”
“그건 아티팩트입니다.”
“아티…… 응?”
“아뇨. 그…… 설명이 딱히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일단 그냥가져가십시오. 절대 몸에서 떼시면 안 됩니다. 이것만은 약속해 주십시오.”
“약속하지.”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의인게 분명하니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엘레나라도 데려가시는건……”
“……위긴스.”
“알겠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모든 것이 정해졌으니 기분 좋게 보내주어야 한다.
“다만 로드.”
“음?”
“중국에가시는 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게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지?”
“일본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나이트 위긴스가 조금 낮은 목소 리로 말을 이었다.
“아직은 크게 경계할 정도는 아닙
니다만, 평소와 다릅니다.”
“어떤 점이?”
“그걸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힘 듭니다. 이런 것은 반쯤은 예감에의지한 것이라 말이죠.”
“음……”
강진호가 침음을 홀렸다.
‘일본이라……
조용하기는 했다.
강진호를 죽이겠답시고 무력대를 수십이나 보낸 일본이다. 보내진 이 들이 모조리 죽어 나갔는데 그 일본 이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일본인들은 집요한 면이 있지요. 이대로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분명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고 봐야 합니다.”
“그렇겠지.”
“시간이 걸린다는 건 그만큼이나 큰 것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면전 같은?”
“그건 좀 어렵겠죠. 아무래도 현 대에서는 전면전이 벌어지기 힘드니 까요.”
“확실히.”
움직이는 이들이 많아지면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기에 현대 무 인들의 전투는 전면전보다는 정예전의 양상을 띠었다.
어중이떠중이 천 명을 보내는 것 보다 확실한 고수 하나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중국이라 고 해서 일본의 손이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알겠다.”
강진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드네.’
이제야 실감이 났다.
그는 이제 총회의 회주다. 그동안 방진훈이 명목상 그 자리를 맡고 있 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 자리에 앉아보니 전혀 달랐다.
회주라는 직함 하나를 단 것만으로 그가 신경 써야 할일이 늘어났 고,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질책이 증가했다.
이제야 총회의 회주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그래도 이제 끝났으니……
“그럼 다음 분에게 턴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분?”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면서 자리에 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아깄다.
벌컥.
문을 열자, 그 뒤에는 성난 멧돼 지 같은 얼굴을 한 방진훈이 서 있 었다.
“말씀 좀 나누시죠.”
콧김을 뿜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방진훈을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돌 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제 끝나냐, 이거.
총회에서 한자리 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강진호의 무책임함을 성토했다.
다른 사람들은 총회를 재정비하느 라 반쯤 죽어가는 와중인데 중국에 놀러 간다는 울분, 그리고 하필이면가장 위험한 중국에 들어간다는 무 신경 함.
욕을 먹을 요소는 너무도 넘쳐 나 서 굳이 논리를 짜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화를 내는 이유가 대부분은 강진호의 안전에 관한 문제였으니, 강진
호도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 고 화를 내는 이들도 대부분 진심으로 강진호를 걱정하고, 강진호가 중 국에 간다는 것을 무척 우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가장 곤란한 이는 따로 있었다.
‘나는 왜!’
장다징의 입으로 영혼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왜에에에!’
다 좋다. 모두 다 좋다.
강진호가 중국으로가든, 총회가 뒤집어지고 엎어지든 다 좋다, 이 말이다. 그런데 그가 왜 강진호를
수행해서 중국으로가야 한단 말인가.
그토록이나 그리던 중국이다.
신분 때문에 파견 나온 한국. 과도한 업무량과 냉대 탓에 중국에 못 들어가 본 지가 벌써 삼 년이 넘었다.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것을 반 쯤 소원으로 여기고 살던 장다징이다. 중국으로가는게 단 한 달만 빨랐어도 좋아서 깨춤을 췄겠지 만…….
‘왜 지금이냐고! 왜!’
하늘도 무심하시지.
홍왕계에 소속되어 개처럼 일하면 서 그토록이나 바랄 때는 한번을 안 보내주더니, 홍왕계를 배신해서 중국이 죽음의 땅이 되자마자 바로 중국으로 들어가게 될 줄이야.
아무리 운명이가혹하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진짜.” 중국이라니.
중국의 암흑계를 지배하고 있는 삼합회는 잔인한 보복으로 유명하다. 배신자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그 잔혹함으로 삼합회는 타국의 어둠이 중국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방파 제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잔인함은 홍왕계를 비롯한 중국 무인계의 보복에 비하 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 암흑계 놈들이 무인계의 보복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쉽게 말하 자면, 홍왕계를 배신한 장다징이 홍 왕계에 잡히는 그 순간, 죽고 사는게 문제가 아니게 된다. 차라리 죽는게 더 낫겠다 싶은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제 발로 중국으로 들어가
라고? 제 발로?
그것도 저 인간을 모시고?
장다징이 떨리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강진호도 반쯤 영혼이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냥 겉 모습만 보자면 맹한 청년 같다. 얼 굴이야 잘생겼다지만, 그 잘생긴 얼 굴에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다징은 그 순박한 얼굴 에 속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건 마왕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마왕이다.
한국 무인계에 등장하자마자 홍왕
의 혈압을 수직상승시키며 한국을 돌풍의 핵으로 만들어 버린 자.
더없이 잔인하고, 더없이 강하며, 더없이…….
‘더없이 민폐라고, 인마!’
아니, 지금 중국을 왜가냐고!
갈 거면 혼자가지 왜 바토르를 끌고가냐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 주려고 해도 좋게 생각할 구석이 없는 놈이었다.
말이 수행이지, 바토르가 뭘 수행 하겠는가.
팔 근육이 너무 굵어서 자기 등도 못 긁는 사람이 무슨 수로 다른 이
를 수행하겠는가.
모든 잡무가 자신에게 쏟아질게 빤했다.
강진호는 바토르의 입장에서는 주 군이지만, 장다징의 입장에서는 원 수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런 원수를 그의 손으로 수행해야 한다니…….
이 기막힌 상황에 새삼 눈가가 시 큰해지는 장다징이었다.
“간만에 고향을가니 좋은 모양이 군.”
바토르는 장다징의 속도 모르고 싱글벙글 중이었다.
이런 사람을 정말 믿고 따라도 될까? 정말로?
“후후,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일 이 잘 풀린다면, 네 고향에 들를 수 있도록 말을 잘 해볼 테니까.”
네. 그럼 참 좋겠네요.
거기는 제 얼굴을 아는 무인들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대낮에 칼 들고 창 든 놈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쫓 아오는 꼴이 제대로 장관일 것 같습니다, 바토르 님. 이 속편한 양반아!
말해 뭐 하는가.
앓느니 죽지.
장다징은 힘없이 손을 뻗어 짐가
방을 들었다. 짐이 단촐하긴 하지만, 최소한 챙길 것은 챙겨야 했다.
“자, 그럼 출발하지, 주인.”
“음.”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바토르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야지. 그래.”
“시간 끌어 좋을 것 없다. 어서 출발하지.”
“ 그래……
싱글벙글한 거인이 두 사내의 어 깨를 잡아끌었다. 강진호와 장다징 이 힘없이 그에게 끌려갔다.도살장 에 끌려가는 소도 저리 서글퍼 보이
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멀리서 지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출발하는군.”
“멍청하게도 말이야.”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이들의 시선 이 스코프 안을 향하고 있었다. 스 코프 너머로 강진호와 그가 탈 비행 기를 확인한 이들이 천천히 스코프 에서 눈을 떼고는 미소를 지었다.
“제 마당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무 슨의미인지 모르는군. 머나먼 타국 에서 목숨을 잃게 되어서야 깨닫게
되겠지.”
“ 보고는?”
“지금 해야지.”
사내의 눈이 너무 멀어 잘 보이지도 않는 강진호의 등에 꽂혔다.
“대일본제국을 적대한 대가를 치 르게 될 것이다, 멍청한 조센징.”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 으며 강진호가 중국으로 출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