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32)
마존현세강림기-633화(631/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9화)
2장도착하다 (4)
“그래도 나는 당신을 포기할 수 없소.”
열정적인 모습으로 대사를 치는 류웨이를 보고 있자니 욕이 절로 튀 어나왔다.
‘국어책 읽냐, 이 새끼야?’
“컷!”
감독도 그녀와 같은 생각인 모양 이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가지.”
“괜찮았는데.”
류웨이가 짜증 난다는 듯이 중얼 거렸다. 자꾸 욕이 치밀어 오른다.
‘이 새끼, 머리가 나빠서 괜찮다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 아 냐?’
세상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늘은 류웨 이에게는 조금 더가혹한 면이 있었다.
배우를 꿈꾸는 이에게 연기력을 주지 않으셨으니까.
그나마 자기가 하고 있는 연기가 개판이라는 걸 아는 이는 발전의 여 지라도 있다. 하지만 지금 류웨이는 진심으로 자신의 연기가 나쁘지 않 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연하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소속사에서 키우고 있는 배우 지 망생들의 연기가 이놈의 연기보다는 백배 더 나았다. 적어도 그 아이들은 감정이라도 실을 줄 아니까.
촬영이 중지되자 한은솔이 파라솔
을 들고 뛰어왔다. 메이크업을 하는 아이들도 얼음물과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달려왔다. 차게 식힌 수건을 받아 든 최연하가 한숨을 쉬며 이마를 닦았다.
“앉지도 못하냐!”
이가 뿌득뿌득 갈린다.
찍을 일도 없는 뒤쪽의상이 구 겨진다고 자리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저 감독 놈의 목을 따버리고 싶 었다. 지금 그녀의의상이 문제인가, 남자 주인공이 연기를 저따위로 하 고 있는데!
감독 역시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
력 했다.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투자 자의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그에게 투자를 한 이들이 하나같이 요구하 던 것이 남자 주인공이든 여자 주인 공이든 하나는 지금 떠오르고 있는 스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놈을 캐스팅하기는 했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제작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연기가 너무 절 망적이다.
지금까지는 대본까지 수정해서 과 묵한 캐릭터로 만들고 눈빛 연기만으로 어떻게 어떻게 때워왔다. 어릴
적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연기력 부족을 커버했다.
하지만 이 장면만은 무리다.
지금 이 장면은 그동안 눌러놓은 남자 주인공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 면이었다. 지금까지의 남주가 맞는가의심이 될 정도로 격렬하게 말이다.
그런데…….
“이 대사가 그렇게 어려워?”
감독이 조감독에게 짜증을 부리는게 그대로 들려왔다. 최연하는 자신 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임에도 터
지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써야 했다.
‘꼬시다.’
땡볕 아래 서 있느라 머리는 어 질어질하고, 몸은 녹초나 다름없지 만, 이 순간만은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 새끼, 진짜.”
하지만 한은솔의 반응은 전혀 달 랐다.
안 그래도 부담이 많이가는 장 면인데, 몇 번이고 다시 하는게 마 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은솔아, 목소리 낮춰.”
“ 예.”
한은솔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 리 저쪽에 잘못이 있다지만, 촬영장 에서 매니저가 큰 소리를 내는 건 금기 사항이었다.게다가 부담을 주 면 더 못하는 타입인 것 같으니, 최 연하에게도 좋지 않았다.
“누나, 조금만 더 힘내세요.”
“나 최연하야, 인마.”
“네. 우주 대배우시죠.”
“죽을래?”
한은솔이 말없이 최연하에게 이온 음료를 내밀었다. 최연하는 음료를 받아 죽 들이켰다. 음료가 입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들이 붙어서 화장을 정비했다.
“어떻게든 오늘 끝내야 할텐데.”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이 장면을 끝내고 싶은 마음은 최연하가가장 간절했다. 하지만 뭐 랄까, 썩은 남자 배우의 연기와 감 독의 완벽주의가 결합하여 최악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벌써 같은 장면만 스무 번째다.
“에이!”
‘저 병신이 진짜!’
분을 참지 못한 류웨이가 쓰레기 통을 걷어차고 있었다. 저 성질머리
를 연기에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중국의 문화는 한국인인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한국의 배우들도 성격 나쁜 타입이 흔하지만, 감독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인의 입장에 서 보기에는 무척이나 무례한 일이다.
그런데 감독은 딱히 그것을 지적 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그럼 무척이나 탈권위적으로 느껴 지겠지만, 또 그런 건 아니다. 한국 인들과는 권위를 침해받았다고 느끼
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연기나 똑바 로 하라고!’
불쾌지수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다시가자.”
감독의 명에 류웨이가 복장을 정 비하고는 촬영장으로 나왔다.
“미안합니다.”
고개를 한번 숙인다. 하지만 그 사과에 진심이 담겨 있지는 않아 보였다. 상관없다. 바라지도 않았으니 까. 사과받는다고 해서 인상이 좋아 질 리도 없다.
촬영 신호가 떨어지자 최연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변모했다. 감독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감탄스럽군.’
그도 바보가 아니다. 카메라를 한번 거쳐 보는 광경에서도 류웨이에 대한 최연하의 경멸이 그대로 느껴 졌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그런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상대방 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다.
마치 특정한 감정이 필요할 때, 스위치를 누르면 그 감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최연하는 완벽한 감
정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상 대를 위해 멀어져야 하는 슬픔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 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연기력 때문에 그가 수많은 투자자들의 반 대를 무릅쓰고 최연하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하지만….
“나, 나는 당신을……
‘저 답도 없는 놈.’
대사를 더듬는 류웨이를 보며 감 독이 이를 갈았다.
초등학생을가져다놔도 저것보다
는 나을 것이다. 배우라고 자부하는 놈이 어떻게 저 간단한 대사 하나도 소화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좀 더 쉬운 대사로 몇 번을 고쳐 주었음에도 그마저도 완벽히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
그 순간이었다.
“당신을 포기할 수 없소!”
류웨이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소리를 지른다.
방향이 다르다. 감정도 다르다. 감독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었다. 하지만 그 광경이 지금까지
찍은 그 어떤 장면보다 자연스럽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었다.
“냅 둬봐!”
감독이 일어나려는 조감독을 만류 했다.
그의 해석에서 벗어나는 광경을 촬영하는 건 감독에게 있어서도 흔 치 않은 일이지만, 지금은 그 흔치 않은 일이 필요할 때였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최연하의 대사는 완벽했다.
저 처연함이라니.
그리고 그 순간, 남주가 돌발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앞으로 다가가 최 연하를 잡아끈 것이다. 당황한 스탭 들이 움찔했지만, 감독이 입을 다물 고 있다. 촬영이 계속된다.
최연하는 과연 프로였다.
컷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한 그녀는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완벽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대사를 치고 있었다.
“이러시면……
“나는 당신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 소!”
류웨이가 최연하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이 최연
하의 얼굴을 더듬었다. 한 손은 얼 굴을 더듬고, 다른 한 손은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면서 그의 입술이 최연하의 입술로 다가간다.
‘나쁘지는 않은데?’
어차피 말로 해결이 안 된다면, 저런 식으로 강렬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쩌면 류웨이의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일지도 모른다. 그가 추구하는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사실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도 이 광경이 좀 더 선명하
고 강렬하게 다가설 것이다.
‘차라리 이대로가자.’
그도 지쳤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 장면을 수 백 번 재촬영해도 그가 원하는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는 계산이 선 후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이렇게라도 끝내 버리는게 낫다.
류웨이의 입술이 최연하의 입술을 덮어간다.
저기서 강하게 키스를 하고 최연하가 거부하는 듯하다가 결국 류웨 이에게 안겨들면 이 장면이 완성되는 것이다. 지시하지 않은 광경이지
만, 최연하라면 완벽한 장면을 만들 어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에 고려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어딜 만져! 이 개새끼야!”
퍼억!
날씨는 습하고 덥고, 같은 장면이 수십 번 재촬영되고 있었다. 거기에 느끼하기 짝이 없는 놈이 대본에서 벗어난 스킨십을 요구해 오는 상황 까지 벌어지자 최연하의 성질이 폭 발해 버린 것이다.
“아, 아악!”
그대로 걷어 까인 류웨이가 바닥
으로 쓰러져 정강이를 잡고 굴렀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그리고 그 순간, 최연하가 머리에 쓴 관을 바닥으로 내팽개치고는 소 리를 질렀다.
“이 변태 같은 새끼가 어딜 더듬 어!야, 이 새끼야! 내가 너 같은 놈이 더듬으라고 죽어라고 운동해서 힙 업 한 줄 알아?”
“이년이!”
류웨이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 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뭐야? 너, 뭐 하는 년이야? 네가 뭔데 나를 이렇게 대해?”
“지랄하네. 내가 뭔지가 중요하 냐? 네가 뭔지가 중요하지. 네가 뭐 라고 내가 쫄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아닌게!”
“내가 뭐가 부족해? 능력이 없어, 아니면 외모가 딸려? 나 정도 되는 남자가 호감을 보이면 고마워해야 지!”
“하……”
최연하가 머리에 꽂힌 핀을 뺐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출렁거리 며 아래로 쏟아쳤다.
“미친놈한테 말을 해서 뭐 하겠 냐.야, 그런 건 어디 골빈 애들한 테가서 이야기해. 나 최연하야.니 까짓 놈이 능력으로 먹여 살려주지 않아도 나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수 있거든? 그러니까 제발 주제 파악 좀 해. 나는 너 같은 병신은 트럭으로 준다고 해도 싫으니까.은 솔아!”
“예!”
“애들 준비시켜. 오늘 촬영 안 해.”
“예, 누나!”
평소 같으면 최연하를 뜯어말릴
한은솔이지만, 오늘은 되레 자기가 더 화가 나 있었다.
“개 같은 새끼들이 진짜!”
그도 류웨이의 손이 최연하의 엉 덩이를 쓰다듬는 걸 똑똑히 봤다. 아무리 이곳이 중국이고 촬영이라지 만, 자기 배우가 성희롱당하는 것을 보고 참는다면 매니저가 아니다. 병 신이지.
“철수해!”
한은솔마저 소리를 지르며 촬영을 철수하려 들자 감독이 굳은 얼굴로 최연하의 앞을가로막았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오늘 촬영 안 해요.”
“누구 맘대로?”
최연하가 귀신같은 얼굴로 감독을 노려보며 말했다.
“감독님.”
“오늘만 촬영 안 하는 것도 제 입 장에서는 최대한 참고 있는 거거든 요? 계속 그렇게 건드리지 마시죠. 내가 아무리 병신이어도 성희롱당하 고 참을 사람 아니니까요.”
“계약 위반이라는 것 알지?”
“계약에 스킨십 금지 조항 있을텐데요? 계약 어긴 건 그쪽이에요.”
“그런 내의사가 아니었네.”
최연하가 깊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의사고 뭐고, 그런 건 됐구요. 나는 오늘 쉬어야겠어요. 이딴 짓을 당하고도 연기할 만큼 멘탈 좋은 사람 아니거든요. 그리고 뭐? 계약 위 반?”
최연하가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뒤 로 획 쓸어 넘기고는 날카롭게 말했다.
“고소해.야, 고소해. 내가 물어줄 테니까. 안 그래도 벌어놓은 돈 쓸데도 없는데, 제대로 진상 짓 한번
하고 돈 꼬라박아 줄 테니까 고소 해! 알았어?”
“……최, 최연하 씨.”
최연하가가만히 감독을 노려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순식간에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본 감독마저 기가 질릴 정도였다.
“그러니 오늘만 좀 쉴게요, 감독 님. 아셨죠?”
“그, 그러지.”
“그럼.”
최연하가 부드러운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진짜 미친년인가?’
어안이 벙벙한 감독과 정강이를 부여잡고 있는 류웨이만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빤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