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35)
마존현세강림기-636화(634/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12화)
3장 재회하다 (2)
“불안하긴 뭐가 불안하다고.”
최연하는 호텔방에 들어서서가방을 내려놓았다. 한은솔이 워낙 겁을 줘서 그런지 기분이 미묘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호텔 방에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최연하는 다른 날에 비해 몇 배나 신경을 써서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여기가 무슨 오지도 아니고, 호 텔방인데.”
호텔로 누군가 쳐들어와 나쁜 짓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호텔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여행객들이 절대 묵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더구나 최연하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다.
그런 이가 호텔에서 문제가 생긴 다면 기사로 보도가 될 테고, 호텔은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괜히 싱숭생숭하네.”
최연하가가만히 쿵쿵대는가슴에 손을가져다 댔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한다는 것 자 체가 지금 그녀의 불안함을 반증해 주고 있었다.
RRRRRR.
“아! 깜짝이야!”
갑작스레 울리는 휴대폰 때문에 간이 떨어질 뻔했다. 최연하가 신경 질적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왜?”
[문단속 제대로 했어요?]“내가 애야? 당연히 제대로 했 지.”
[오늘은 혹시 모르니까, 중간 중 간 복도에 나가볼 거예요. 호텔 측 에도 제대로 경비 서달라고 이야기 해 놨어요. 그리고 경호원들은 한동 안 문 앞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문 열었는데 앞에 누가 있다고 놀라지 마시구요.]“알았어.”
퉁명스럽게 대답하긴 했지만, 한은솔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가
라앉는다.
건방지게 무슨 말만 하면 불만을 늘어놓는 한은솔이다. 다른 매니저가 그런 짓을 했으면 그날로 최연하의 눈앞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은솔은 그래도 된다. 다른 매니저들이 갖추지 못한 섬세함을 갖췄으니까.게다가 투정 부리는 모습이 좀 귀엽기도 하고.
다만, 그 섬세함이 안 좋은 쪽으로 발휘될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날 말이다.
“그런 말 안 했으면 엄청 통쾌한 기분으로 쉴 수 있었을텐데,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좀 불안하잖아.”
최연하가 혀를 찼다.
샤워나 해서 이 꿀꿀한 기분을 풀어야 할 것 같다. 기껏 돌아온 식 욕도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언제 오냐고, 이 멍청 이!”
괜히 화살을 강진호에게 돌린 최 연하가 휴대폰을 꾹 쥐었다.
전화할까?
‘아냐.’
이건 너무 매달리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내가 누군데.”
전에 전화를 해서 소리를 지른 걸로 이미 자존심은 최저치를 찍었다. 여기서 또 전화를 해서 안 온다 고 징징대면 최연하의 멘탈이 되레 남아돌지 않을 것이다.
남자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강한 여성을 지향하는 그녀의 정체 성에 맞지 않는 짓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도 다됐어.”
최연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에 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닌 척하고는 있지만, 그녀도 타
국 생활에 나름 외로움을 느끼고 있 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는 타입은 아니었다. 쉬는 날이면 주로 집안에서 TV를 보거 나 운동올 한다. 그리고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과자를 늘어놓고 만화를 보며 낄낄대는 걸로 푸는 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그녀의 생 활도 한국에서의 생활과 그리 다를 것이 없는데, 어느 부분에서 외로움
을 느끼는 걸까?
스탭들도 많이 따라와서 한국어로 대화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모를 일이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그녀에게 영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어뜯어 버릴 거야.”
이대로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얼 굴을 보이지 않으면 정말 말 그대로 물어버릴 것이다.
그 와중에도 다신 안 본다는 선 택지는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욕실
로 향하는 최연하였다.
“여긴가?”
궈리친은 호텔을 올려다보았다.
“귀찮은 놈 같으니.”
시키는 일이니 하긴 해야겠지만, 싸가지 없는 놈의 뒤처리라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를 위해 하는 일 인가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특히나 궈리친은 그런 면이 강했
다.
이게 상급자의 명령이었다면 아무 런 불만 없이 따랐겠지만, 이건 상 급자의 명령이 아니다. 그가 받은 명령은 저 싹수없는 놈의 뒤를 봐주 라는 정도였으니까.
원래대로라면 이런 심부름에가까 운 일은 하지 않는게 옳지만…….
“뒤를 봐주라는게 어디까지를의 미하는 건지. 쯧.”
궈리친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강 하게 빨았다.
사랑받는 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사의의도를 미리 이해하고 움직
여야 한다. 이걸 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일일이 물어보는 하급자는 처음에는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지 만, 나중에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없 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건 사양이다.
결국 윗대가리들이 원하는 것은 저 샌님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다. 연예계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어 린놈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웬만한 기업의 뺨을 후려치는 수준이었다. 그곳에 빨대를 꽂아놨으니, 최대한 걸리는 것 없이 쪽쪽 빨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저놈의 연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영화가 망한다면, 그보다 큰 손실이 없다.
‘딱히 걸리는 것도 없고.’
중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신경을 써야 한다. 류웨이의 상대역을 할 정도의 배우라면 반 드시 그 뒤쪽에도 붙어 있는 이가 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계파 간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궈리친의 목이 제일 먼저 날아갈 거다. 쓸데없이 일을 키우느니, 적당한 놈 하나 본 보기로 넘겨주고 손을 터는게 합리
적이니까.
하지만 지금 류웨이가 빠져 있는 여자는 한국인이고, 건드린다고 해도 뒷일이 생길 일은 없었다. 그러니 궈리친이 이 일을 받아들인 것이다. 후환이 없으니까.
“뒷일 없이 처리하는게 문젠데……
저 여자 배우가 한국에서는 유명 한 모양이었다. 일을 치르는 것까진 어렵지 않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가 문제였다. 중국에서 입을 턴다면 어디에서도 상대해 주지 않겠지만, 한 국으로 돌아가 이 일을 문제 삼는다
면 골치가 아파진다.
하지만 뭐 어떤가.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다.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름 화제가 될 테니까.
일단 그건 일이 끝나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궈리친이 전화를 들었다. 그러고는 샌님이라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기다리고 있었다.]“어디 쇼?”
[근처로 와 있으라고 해서 근처에 와 있지.]“그러니까, 그 근처가 어디냐고?”
[바로 옆 건물.]궈리친이 고개를 돌려 호텔 옆 건물을 확인했다.
“이따 전화할 테니까. 얼굴 잘가 리고 들어오쇼. 내가 다른 건 다 해 결해 줄 수 있지만, 들어오다 들키는 건 어찌 못하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대신 절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처리 해 줘.]“걱정도 많으시네.”
궈리친이 전화를 끊었다.
“병신.”
들키지 않게 처리하라고? 지금 그가 무슨도둑질이라도 하러가는 줄 아는 건가? 세상에 CCTV가 다 깔려 있는데, 무슨 수로 들키지 않고 처리하라는 건가.
연예인이라는 놈이 저리 세상 물 정을 몰라서야.
“그만두자.”
저 병신을 욕할수록 저 병신 똥을 닦고 있는 그의 처지만 불쌍해질 뿐이다. 그도 나름 조직 내에서는 인정받고 있는 사람인데,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거꾸로 말하면, 이 병신이 벌어들
이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거다. 결국 사람은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무인이라고 해도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억울하면 신 선 되어야지.
어디 보자.
고개를 들어 호텔 외벽을 확인한 궈리친이 눈을 찌푸렸다. 외벽을 타 고 올라가 그 최연하인지 뭔지 하는 여자가 있는 객실의 창을 깨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건 다른 이들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유리창을 깨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파편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시간이 좀 더 지 난다면 모를까, 지금 이 시간이라면 더더욱.
새벽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 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뒤 처리할 시간이 줄어든다.
“별수 없네.”
궈리친은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천천히 걸어 호텔 정문으로 향 한 그가 거침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로 향한 그가 안내를 하는 이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지배인 어딨나?”
지배인실 소파에 앉은 궈리친이 천천히 담배를 빨았다.
“……공안이 십니까?”
“알 것 없고.”
궈리친이 내민 카드를 본 지배인의 얼굴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저희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여기 객실에 최연하라는 여자가 묵고 있지? 한국인.”
“예. 묵고 있습니다.”
“그 층 통제해. 키 주고.”
“하지만……
“어이.”
궈리친이 피식 웃으며 몸을 앞으로 당겼다. 그의 입에서 훅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지배인의 얼굴을가볍게 때린다.
“하지만‘?”
“아니, 그게 아니구요……
“나는 신사적인 걸 선호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매번 신사적일 수는 없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지. 내가 지금 협조를 요청하는게 잘못된 건가‘?”
“아닙니다.”
“그럼 시키는 대로 하지.”
지배인이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 묵은 손님들의 안전을 보 장하는 것은 호텔의가장 큰 업무였다. 하지만 이 카드를 들고 온 이의 말에 거역했다가는 이런 호텔쯤은 그냥 사라진다.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층에 있는 사람들 다 뺄까요?”
“그 머리로 잘도 지배인이 됐군.”
“ 예‘?”
“이유도 없이 이 층에서 나가라고
하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겠지. 안 그래?”
“……죄송합니다.”
“알아서 할 테니까, 키나 줘.”
지배인의 얼굴에 잠깐 갈등이 어 렸다.
정말 이 키를 건네줘도 되겠냐는 갈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갈등이었다. 하지만 그 갈등의 결과는 결국 빤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페어 키가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호실을 확인한 지배인이 카드키를 꺼내 궈리친에게 내밀었다.
“좋군. 개새끼 같아. 말을 아주 잘 듣는군.”
궈리친의 비웃음에도 지배인은 아 무 말을 하지 못했다.
“같은 층에 일행이 묵고 있습니다.”
“아아, 알아.”
궈리친은 지배인을 향해가볍게 웃어주었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뒤처리까 지 부탁하지. 그런 표정 하지 말라 고. 흔한 일이잖아. 지금까지 한번도 더러운 걸 치워보지 못했다는 것 처럼 굴면 내가 섭섭하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복도로 와 서 귀라도 기울여 보라고. 재미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협조에 보답하는 대가라 생각하고 말이야. 하하하핫!”
궈리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지배인이가만히 눈을 감았다.
드러나지 않은 세상은 드러난 세 상에 비해 몇 배는 어둡고 더럽다. 그런 세상에 반쯤 발을 들이고 사는 이들에게 참을성은가장 필요한 요 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