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39)
마존현세강림기-640화(638/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16화)
4장 처리하다 (1)
인간이 삼십 년 정도를 살게 되면 새로운 감정이라는 것은 느끼기 힘들어진다.
결국 감정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생겨난 일에 대한 몸의 피드백과 같은 것이고, 살아간 날이 많을수록 웬만한 일들은 다 겪어보기 때문이
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면 한번쯤 느껴본 감정을 더 강하거나 약하게 느끼는 것을 반복할 뿐, 새로운 감 정은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궈리친은 그 빤한 진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생경한 감정.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 이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공포.
그래, 이건 공포라고 불러야 하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이 감정을 생소하게 느 끼는 이유는,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지금까지 그가 겪어본 공 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몸이 떨리지 않는다.
겁이 나 죽을 것 같다거나 하는 기분이 아니다.
그저 뭐라고 해야 할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는 꿈을 꾸듯 멍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째서 일까?
현실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저벅.
문을 열고, 아니, 문을 부수고 나 타난 사내가 아무 말 없이 침대 쪽을 향해 걸어갔다.
궈리친은 새삼 그 사내가 그의 생각보다는 어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얼굴을 보았음에도 말이다.
뭐라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그가 사내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음에도 훗날 다시 저자를 본다
면 그 얼굴을 기억할 자신이 없었다. 얼굴에 특색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내가 내뿜고 있는 분위기가 그의 생김새를 지워 버릴 만큼 압도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사내가 그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에서 살짝 경련하던 최연하가 사내를 보더니, 엉망이 된 얼 굴을 손으로가렸다.
사내가 그 모습을 보더니 낮게 한숨을 쉬었다.
“가릴데는 거기가 아닌 것 같은데.”
사내가 손을 뻗어 최연하의가운을 여며주었다. 그러자 최연하가 손을 뻗어 사내의 소매를 꽉 틀어잡았다.
“야!”
“ 네?”
“너 배우야?”
“당연히 아닙니다.”
“그래, 내가 배우잖아!니가 아니 고, 내가 배우잖아! 그런데 왜 너 영화 찍어!”
사내가 조금 당황한 듯 살짝 뒤
로 물러났다.
“그게 아니라……
“왜 이 타이밍에 와! 왜! 너 어느 감독 영향 받았어!”
“영화 잘 안 봅니다만.”
최연하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강진호의 소매를 꽉 잡아 당겼다.
“나는 근육 좋은 미국 애가 나와 서 다 때려 부수는 영화를 좋아한다 고! 위기고 뭐고 그냥 막 때려 부수는 거!”
“일단 진정을……
“그러니까 뭐가 위험하기 전에 좀 해결하라고! 위험해지기 전에!”
“죄,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하고 보는 강진호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가지 않지만, 이럴 때는 사과하는게 좋은 판단인 것 같았다.
그리고…….
“ 괜찮아요?”
“……괜찮아 보여?”
“ 아니……
최연하가도끼눈을 떴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에 악이 어렸다.
“빤한 소리 하지 말고 좀도움이 되는 말을 하라고! 아니면도움이
되는 짓을 하든가!”
강진호는 식은땀을 뻘뻘 홀렸다. ‘보통 이렇게 되지는 않던데…… 인정한다.
그가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백 번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하지 만 어설프게나마 그가 본 여러 미디 어에서는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여 자는 흐느끼면서 남자의 품에 안긴 다거나, 고맙다고 한다거나…….
‘흐느끼기는 하는데……
최연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연하가 우는 모습 따위 상상해 본 적 없다. 눈물 같은 걸 홀릴 시 간 있으면 일이나 하라고 할 최연하니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이 사람이 우는…….
“뭐 하나 시키면 제대로 하는게 없어!”
강진호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최연하는 그의 소매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앉아!”
“네.”
강진호가 다소곳하게 앉자 최연하가 성난 암사자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빨리 오라고 했어 요, 안 했어요!”
“했습니다.”
“더 늦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내가! 이! 먼! 중국 땅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겠어? 이런 꼴을?”
강진호가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평소에는 최연하가 구박한다고 이 렇게까지 쪼그라들지 않는 강진호이 지만, 오늘은도저히 반항을 할 수가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강진호의 잘못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 새끼, 언제까지 내 방에 둘 거예요?”
강진호가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려 궈리친을 바라보았다.
궈리친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눈빛.
최연하와 대화를 나눌 때의 살짝 어리벙벙한 태도와는 조금도 매치가 되지 않는, 얼음장 같은 눈빛이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을 뿐이다.
강진호는 굳이 궈리친을 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 금세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그 짧은 시선의 교환이 궈리친을 현실로 되돌렸다.
‘도망가야 해.’
싸워본다?
웃기는 소리.
저건 아니다.
아무리 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저건 사람이 아니다.
궈리친도 같은 무인이 아니냐고?
그렇겠지.
빌어먹을 고양이나 호랑이나 같은 고양잇과 아닌가.
궈리친은 자신이 차라리 호랑이에게 쫓기는 고양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죽어라 달아나 면 호랑이에게서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무 위에 오르든, 나 무덩굴 밑으로 뛰어들든 말이다.
그가 느끼는 강진호와의 차이는
고양이와 호랑이 간의 차이를 우습게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이건 영화가 아니다.
상대와의 차이도 실감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양아치 짓을 하다가 박살 나는 멍청이가 등장할 장면이 아니 었다.
그런 놈들?
아마 있겠지. 상대가 얼마나 강한 지도 느끼지 못하는 쓰레기들이야 길거리에 넘쳐 나니까.
하지만 궈리친은 적어도 상대의 강함은 느낄 수 있는 존재였다.
저것과 싸우라고?
차라리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기차를 맨몸으로 멈춰 세우는게 현실성 이 있는 일이다. 상대할 수 없는 적은 상대하지 않아야 한다.
살아남을 수 있는 실낱같은가능 성은 당장 이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 지 않고 달아나는 것뿐이다.
궈리친의 눈에 커다란 전면 창이 들어왔다.
복도로 달아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가능성이 있는 건 저 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것, 하 나뿐이다. 아무리 궈리친이 무인이 라고 해도 이 객실은 호텔의 20층
이다. 전력으로 달려 유리를 깨고 뛰어내린다면, 잡을 것 하나 없는 허공으로 추락할게 빤하다. 그의 몸만으로 20층에서 뛰어내려 살아 남는게가능할까 하는의문이 들었 지만…….
‘가능성이라도 있겠지.’
저 창으로 뛰어내린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있으면 확실 하게 죽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선 택할 것은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궈리친은 결심을 굳혔다.
저 괴물이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간다.’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조 금의 기색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그가 달아날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알 아차리면, 저 괴물은 금방이라도 그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 그를 갈기 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온다.
‘지금!’
아래를 향해 폭발적으로 밀어 넣
은 기운이 그의 다리를 터뜨릴 듯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궈리친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아니야.’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등을 돌린 채 그를 보지도 않는 것은, 그를 잡는 것보다 최연하를 상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 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이미 그를 잡아놓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긴장하고 굳었기에 움직이지 않았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가 움직이지 않는게 아니라 그의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원리도, 이유도 알 수 없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근육이 터 지고 기운이 역류할 정도로 힘을 줘 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아, 안 돼……
강진호는 그를 내버려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잡아 철창 안에가
둬둔 사냥감을 당장 지켜보고 있을 필요가 없던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일을 마친 뒤에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으니까.
여유롭고 느긋하게.
그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저 괴물은 그를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만약 마음을 먹었다면 그는 저 괴물과 눈이 마주친 순간 천참만 륙이 났을 것이다.
저 괴물이 그를 죽이지 않은 이 유는 너무도 빤했다.
그 이유를 생각하자 정신이 혼미
해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강진호의 고개가 다시 뒤로 돌려진다.
이전과는 다른 눈빛.
낮은 조소와 비웃음이 담겨 있는 그 눈빛을 받는 순간, 맥이 탁 풀린다.
그는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이다.
그가 달아나려 한다는 것도, 그리 고 달아날 수 없다는 것도.
그저 지켜보았을 뿐이다. 덫에 걸 린 줄 모르는 사냥감이 무슨 짓을 할지 말이다.
그 눈빛…….
“어디 보냐고!”
“죄, 죄송.”
강진호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저거 언제까지 여기 요. 나 지금 쟤 보는 거 돋거든요?”
“치우겠습니다.”
“어쩔 거예요?”
“ 네?”
“저거 어쩔 거냐고!” 강진호가 살짝 고민이 이 고개를 틀었다.
앞으로 획
둘 거냐구 너무 소름
된다는 듯
“안 걸리게 잘 치울 수 있습니다.”
“뭘 안 걸리게?”
“시……”
“이 인간이 미쳤나 봐!”
강진호가 깨갱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조금 슬펐다. 납득할 만한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최연하가 소리를 지른다 싶자 쪼그라드는 자신이 뭔가 우울하다.
예전의 그는 이렇지 않았는데.
“죽이려고 그러죠?”
“ 아뇨.”
강진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살짝 안심하는 것 같은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낮게 입을 열었다.
“쉽게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 건 너무 편한 벌이죠.”
최연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강진호의 눈빛과 목소리가 지금 하는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강진호씨.”
“ 네.”
“ 후우……
최연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새끼 찢어 죽이고 싶은 건 내가 제일 심할 거예요. 그죠?”
“음, 그렇겠죠.”
“강진호씨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나보다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 예요. 그죠?”
“그렇죠.”
살짝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겉으로라도 동의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말하는 건데, 죽이고 싶 다고 다 죽이면 세상에 살 사람 없
어요. 저 새끼 패 죽이고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죽이는 건 안 되잖 아요. 안 그래요?”
“나도 내가 하는 말이 좀 이상하 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최연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 고는 여전히 물기가가시지 않은 눈으로 말했다.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아요. 어쩌면 당신에겐 별것 아닌 일이겠죠. 그런데요, 그래도 나는…… 나 때문에 당신이 누구를 죽 이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러지 말아요.”
강진호의 얼굴에 생소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건 당혹스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