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40)
마존현세강림기-641화(639/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17화)
4장 처리하다 (2)
강진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최연하는 강한 여자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터널 아 래에 함몰되었을 때, 이미 충분히 느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강진호가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최연하는 큰일을 당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죽이지 말라고?
“어째서요?”
최연하의 마음을 짐작하면서도 강진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최연하가 조금 떨리는 시선으로 궈리친을 슬쩍 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나, 지금 논리적으로 말할 자신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해줘요. 응?”
“……알겠습니다.”
최연하가 무슨 말을 해도 반박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리 나온다 면 뭐라 할 말이 없다.
지금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빨리 좀 치워줘요. 나 좀…… 나 진짜 좀 그러니까.”
“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러고는 천천히 궈리친을 향해 다가
갔다.
“강진호씨.”
“네?”
등 뒤에서 부르는 말에 강진호가 바로 몸을 돌렸다.
“그…… 미안한데, 진짜 미안한데 요. 내가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알겠는데…… 걔 좀 빨리 어떻게 하고 방에 들어와 있어주면 안 되나요? 같이 나가서 나 혼자 있는다 싶으니까 좀 무서워서.”
강진호가 살짝 주먹을 움켜쥐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최연하의
얼굴이 진심으로 겁에 질려 있었다. 강진호가 옆에 붙어 있을 때는 안정을 찾은 최연하가 강진호가 고작 세 걸음 떨어진 것만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누가 저 여자를 저리 만들었단 말인가.
“그렇게 할게요.”
강진호가 부드러운 얼굴로 대답을 하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강진호와 눈이 마주친 궈리친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혼들 렸다. 이리저리 뒤룩뒤룩 구르는 눈 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
다.
저벅저벅.
결코 빠르지 않게 걸어간 강진호가 궈리친에게 바짝 다가섰다.
필사적으로 그의 눈을 피하는 궈 리친에게 강진호가 작게 속삭였다.
“다 들었지?”
“걱정할 것 없어. 나는 지금 저 사람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입장 이니까.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궈리친의 눈에 극적인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알고 있다.
지금 강진호의 말이 그를 무사히 보내주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아마 지옥 같은 고문을 당하 거나, 반병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모진 삶을 살 바에는 죽는게 낫 다는 이들도 있지만, 궈리친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마인 드로는 이 더러운 세계에 발을 딛고 살 수 없는 것이다.
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그런 궈리친에게 지금 강진호의 말은 한 줄기 광명과도 같았다.
살 수만 있다면…… 살아날 수 만…….
그때, 그의 귓가에 아주 낮은 목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게만 들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
“오늘은 말이야.”
떠올랐던 희망이 빠르게 사라진다.
강진호는 그가 절망할 시간도 주 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멱살을 틀어 쥐고 걸어갔다. 마네킹처럼 굳어버 린 궈리친의 몸이 바닥에 질질 끌린
다.
막 문 쪽으로 향한 강진호의 귓가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이 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씨발,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잖아! 문을 부수면 어떻게 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이를 본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년은 어떻……
방 안으로 다급히 들어온 류웨이의 눈에 궈리친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도 눈치가 없지는 않다. 강진호에게
틀어잡힌 궈리친의 얼굴만 봐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으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그는 알고 있다.
저 궈리친이 얼마나 무서운 이인 지. 어설픈 깡패들 따위는 궈리친에게 걸리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그 자리에서 반병신이 되어 버린다.
이미 몇 번이나 그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무서운 삼합회에서 그에게 붙여준 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그 궈리친이 마치 장난감 처럼 강진호의 손에 잡혀 있었다.
류웨이가 벌벌 떨리는 고개를 억 지로 들어 강진호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순간, 류웨이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도 무지 서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 나는……
강진호는가만히 류웨이에게서 눈을 떼,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이놈을 아는지 묻는 것이다.
일행인 것 같지만, 이건 굳이 강진호가 손을 댈 필요도 없는 쓰레기 였다. 그러니 굳이…….
“그 새끼가 시킨 거예요.”
그럼 말이 다르지.
강진호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 갔다. 표정으로 분노를 잘 드러내지 않는 강진호가 이 정도의 감정을 표 현한다는 것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 랐다는 뜻이다.
“그런데 걔는 지금 건드리면 안 돼요.”
“……건드리면 안 되는게 왜 이 리 많습니까?”
“내일 촬영해야 하거든요.”
강진호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지금 촬영이 중요한가?
“ 그걸……
“저, 이대로는 억울해서 한국 못가요.”
화를 내려던 강진호가 단호한 최 연하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울분과 독기가가득한 최연하를 보고 있자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것이다.
“이 꼴로 돌아가면 나한테 뭐가 남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일단 그 새끼는 풀어줘요. 그 새끼는…… 나
중에 내가 물어 죽일 거니까.”
강진호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류웨이를 노려보았다.
“ 후우……
손안에 들어온 사냥감을 다시 풀어주는
것은 강진호의 스타일이 아
니지만, 지금 이 분노는 온전히 최연하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강진호가 손을 뻗어
류웨이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끄윽.”
숨이 막히도록 바짝 멱살이 잡힌 류웨이가 강제로 세워졌다. 강진호는가만히 류웨이의 얼굴을 노려보
았다. 마치 그의 얼굴을 각인하겠다는 듯이.
“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곧 말이야, 곧.”
강진호는 류웨이의 반응을 기다리 지도 않고 둘을 끌어 밖으로 나갔다.
호텔 복도로 사람이 질질 끌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지만, 누구도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 궈리친이
소리를 차단했기에 상황을 전혀 모 르는 이들이 대부분, 그리고 뭔가 소리를 들었지만 괜히 휘말릴까 봐 차마 문을 열지 못하는 이들이 소수 있었다.
강진호는 엘리베이터 앞까지가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류웨이를 안으로 집어 던진다. 아니, 던지려 했다.
하지만 강진호의 손은 차마 뻗어 지지 않았다.
이대로 이놈을 보내 버리면 강진호의 들끓는 분노를 어찌할 수가 없 었다.
“후우우……
깊게 심호흡을 한 강진호가 류웨 이를 끌어당겨 자신의 얼굴 앞에 바 짝 들이댔다.
“똑똑히 들어.”
“……”
목이 조여오는 압박 속에서도 류
웨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눈이 천천히 붉어졌다.
“흐으으으…”
귀신.
아니, 악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류웨이는 자신이 결코 건드려선 안 될 이를 건드렸다는 걸 실감했다.
“미리 경고하지. 달아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네가 지금의 네 입장을 포기하고 달아나는 순간, 너는 쓸모가 없어지니까. 그럼 나도 아무런 부담 없이 너를 처리할 수 있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고개가 격하게 끄덕여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달아나 줬으면 좋겠군. 그럼 나도 편하니 까.”
“우으으…….”
“기억해.”
강진호의 입에서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섬뜩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야. 숨을 쉬고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달아. 너는 지금부터 하루하루 죽어갈 테니까. 네 남은 삶을 최대한 즐겨. 하지만 알아야지. 이게 축복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나는 지금부터 생각할 거야. 너를 얼마나 잔인하게 죽일지. 네 마지막 시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거야. 그 끝에 뭐가 나올지는 나조차도 지 금은 모르겠어. 그러니……
강진호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기억해. 네 시간이 끝나는 순간, 내가 찾아갈 거야. 우리는 다시 보게 되겠지.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궁금하지 않아?”
류웨이가 경련을 일으켰다. 몸이 얼마나 덜덜 떨리는지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 같았다.
“미리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 지.”
강진호의 눈이 완연한 핏빛으로 물들었다.
강진호의 눈을 마주 보는 류웨이
의 눈동자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윽!”
그러더니 류웨이의 몸이 격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이 줄줄 홀러내리고,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앞섶을 적신다.
강진호는 류웨이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가 검게 죽어가는 모습을 똑 똑히 보았다.
지옥을 보고 있겠지.
그가 상상할 수 있는,가장 두려 운 죽음을 말이다.
아직은 환상이다, 아직은.
하지만 곧 환상이 아니게 될 것
이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 강진호가 열린 문틈 사이로 류웨이를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 터의 문 사이로 경련하는 류웨이를 지켜보았다.
최연하의 부탁대로라면 최대한 온 전한 모습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인내의 한계였다.
완전히 문이 닫히자 강진호가 낮은 한숨을 쉬었다.
찢어 죽이고 싶은 이를 온전히
돌려보낸다는 것은 강진호에게는 영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잘해낸 스스 로를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나쁘지 않다.
그의 분노는가라앉지 않을 테니 까.
“그래서 사람은 쓸모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
류웨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며칠의 삶을 더 벌어냈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강진호가 천천히 우수에 잡고 있던 궈리친을 끌어 올렸다. 궈리친의
목을 부러질 듯 조인 강진호가 더없 이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너는 쓸모가 없는데 말이야.”
“끄, 끄윽……
목이 조여진 궈리친의 얼굴이 시 뻘겋게 달아올랐다.
“약속대로야. 오늘은 살려주지. 그 러니 너는 고민해야 할 거야. 내일 네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이야.”
궈리친에게 한번 웃어준 강진호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탕비실의 문을 열었다. 그 안으로 궈리친을 던져 넣은 강진호가 휴대폰을 꺼냈
다.
그러고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20층 탕비실에 재밌는 걸 넣어 놨다. 회수해서 처박아둬.”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주먹을 움 켜 쥐었다.
분노가가시질 않는다.
안다.
저들을 모두 죽여도 이 분노는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지금 강진호는 화가 나 있었다.
누구도 그의 것을 건드릴 수 없다.
그 누구도!
싸늘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 강진호의 얼굴이 시리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의 것을 지키기 위…….
“ 멀었어요?”
“지, 지금 갑니다.”
얼굴에 독기가 빠진 강진호가 후 다닥 객실로 뛰어갔다.
조금은 한심해 보이는 뜀박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