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45)
마존현세강림기-646화(644/2125)
마존현세강림기 26권 (22화)
5장 치료하다 (2)
“으음……”
최연하가가만히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 었다.
‘뭐지?’
상황 파악이 안 된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
니었다. 너무 오랜만에 푹 자다 보니 숙면에서 깨어나는 이 감각이도 무지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면 무척이나 개운한 감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몸이 마치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졌다.
하지만 이 감각이 되레 반갑기까 지 하다. 너무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때는 일어나는 것은 별 무리 없이 일어나지만, 씻고 차를 타는 순간부터 전신이 바닥으로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지금 당장은 이게 힘든 것 같아도 잠이 깨는 순간부터는 몸에 활력이 돈다. 최연하는 경험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를의아 하게 만드는 것은 하나였다.
‘내가 왜 일어났지?’
보통은 일어나지 못한다. 이만큼 몸이 처져 있으면 말이다. 그런데 혼자 눈을 뜨다니, 이거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딩동! 딩동! 딩동!
‘그럼 그렇지.’
최연하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이 조금 드니 귀를 찢을 듯한
기세로 울리고 있는 현관 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 역 시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무시무시 한 기세로 진동하고 있었다.
‘은솔아, 제발!’
이 패턴은 한은솔이다.
한은솔은 최연하를 깨우는데 최 적화되어 있었다. 그 말을 다시 해 석하자면, 최연하가가장 싫어하는 짓을 골라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 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귀를 파고드는 벨소리와 진동 소 리가 최연하의 짜증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일어난다! 일어난다고, 인마!”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침대가에 챙겨둔 레깅스와 티를 거칠게 차려입은 최연하가 문을 향 해 쿵쿵대며 걸어갔다. 짜증이 잔뜩 담긴 손길로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 자 한은솔이 걱정가득한 얼굴로 그 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괜찮아요?”
“뭐? 왜! 왜! 뭐! 뭐가 괜찮아! 뭐!”
“아니, 간밤에 뭔 일이 있었기에 방은 공사 중이고, 누나 객실은 옮
겨져 있어요? 식겁했잖아요. 경호원도 안 보이고.”
최연하가 홈칫했다.
‘그러고 보니 방 옮긴다고 말을 안 했네.’
한은솔이 아침에 일어나 얼마나 당황했을지를 생각하니 화를 낼 수 없었다. 정신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연락 한번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시끄러운 소리를 전혀 듣지 못 했다는게 이해가가지 않았지만, 그것들은 원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잘도 만들어내니까 뭐.
“너……
성격이 꼬였다는 것은 이런 부분 에서 드러난다. 속으로는 한은솔에게 미안한 마음을가지고 있는 최연하이지만, 겉으로는 고운 말이 나가 지 않았다.
“야! 너 불안하다고 간밤에 계속 확인한다고 했잖아!”
“ 그게……
한은솔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사실 정말 알람까지 맞춰놓고 잤 거든요. 그런데 귀신에 홀렸는지 알 람 소리를 못 듣고 조금 전까지 계속 잤어요. 죄송해요.”
‘ 피곤했겠지.’
이해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최연하도 힘들지만, 이국의 땅에 서 고생을 하는 것은 한은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항상 고마워 하고 있다.
그 고마움을 듬뿍 담아 최연하가 소리쳤다.
“내가 이러니 널 믿고 일하겠어! 제가 한 말도 못 지키는데!”
그러고 나서 후회한다.
‘아, 진짜 입을 꼬매 버리든 해야 지.’
좋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말을 하게 되는지 모르 겠다.
하지만 한은솔은 너의 공격 따위는 나의 방어력을 뚫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계속했다.
“알았으니까 얼른 씻으세요. 촬영가야 해요. 지금도 좀 늦었어요.”
“일단 알았어.”
“그런데……
“왜‘?”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최연하가 홈칫했다.
“무, 무슨 소린데, 그게?”
“아니, 얼굴이 엄청 좋아 보여서
요. 좋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 까…… 어제까지는 핏기가 없어서 좀 창백해 보였는데, 갑자기 혈색이 돈다고 해야 하나? 운동하셨어요?”
“운동은 무슨, 이 아침에 무슨 운 동이야? 방금 전까지 자고 있던 것 빤히 알면서.”
“사람이 갑자기 좋아 보이니까 그 러죠. 볼터치 한 것 같아요. 발그레 한데?”
“헛소리하지 말고, 들어와.”
“네? 들어가요?”
“그래. 거기 서 있을래?”
“아, 아뇨.”
몸을 돌려 거실 안으로 들어오던 최연하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 었다. 그러자 어정쩡하게 따라오던 한은솔도 우뚝 멈춰 섰다.
‘이 인간, 어디 갔지?’
정신없이 일어나 한은솔을 맞이한다고 순간 강진호의 존재를 잊었다. 그런데 방 안에 있어야 할 강진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인간이 아침부터 사람 버려두 고 어딜…… 아니, 차라리 잘됐어.’
생각해 보면 대책이 없었다.
아무리 한은솔이 그녀의 동생 같은 사람이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아야 하는 매니저라고는 해도, 여자의 방에 외간 남자가 들어와 있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쓸데없는 오해가 발생할 테니까 말이다. 차라리 강진호가 밖 에서 들어오는 것이…….
그때였다.
뭔가 작은 소음이 들린다. 최연하의 고개가 격하게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욕실?’
아니야.
안 돼. 그러지 마. 그거 아니야.
하지만 최연하의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도 욕실 문은 단호히 열렸 고, 그 안에서 타월로 허리를 두른 강진호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걸 어 나왔다.
“ 일어났어요?”
최연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너는 왜 항상 그런…….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데! 왜! 언제나 항 상!’
최연하가 살짝 기겁한 얼굴로 고 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한은솔에게로 돌아갔다.
‘헐?’
한은솔의 눈이 단 한번도 본 적 이 없는 크기로 커져 있었다.
‘쟤 눈이 저렇게 컸나?’
좀 과도하게 커졌다.
한은솔이 얼마나 놀랐는지에 대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수준이었다. 그런 후, 잔뜩 커져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그 눈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연하는 자연스레 한은솔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녀가 덮은 이불이 엉망이 되어 있는 침대, 그리고 그 아래 던져 놓
은 그녀의가운.
샤워를 하고 나온 강진호.
전혀 사용한 흔적 없이 완벽하게 새 침구를 유지하고 있는 스페어 침 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최연하의 두 볼
그 모든 것을 확인한 한은솔의 표 정이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해졌다.
살짝 떨리던 그의 입술이 아주 천 천히 열렸다.
“……했네, 했어.”
그것도 아주 격하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방법은 매 우 다양하다.
궈리친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더러운 일을도맡아온 그의 특성상 그는 수많은 케이스를 접해 보았다. 그의의뢰인 중에서는 사람을 죽이지 말고 미치게만 해달라는 이도 꽤나 있었다.
상속의 문제라든가, 여러 문제가 얽혀서 표적이 죽어서는 안 되는 경
우, 그들은 표적이 백치가 되어 숨 만 쉬고 있기를 원했다.
물론의뢰인의의뢰를 충족시키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에 직접 사람을 미치게 만든 적도 많다.
방법은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일 정도다.
직접 기를 주입해 뇌를 파괴해 버 리는 방법도 있고, 육체를 잘근잘근 부수어 고통에 이기지 못해 정신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법도 있었다.
그 수많은 방법 중 궈리친이가장 즐기는 것은 정신 고문이었다.
정신적으로 고문을가해 상대를 서서히 미치게 만드는 것은 꽤나 재 미있는 일이다.게다가 육체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커다란 장 점도 있다.
그렇기에 궈리친은 정신 고문을 선호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상대를 좀 더 확실하게 미치게 만들기 위해 심리 학마저 공부했을 정도다. 그가 심리 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 료들은 목표를 미치게 만드는데 주 력할게 아니라 너부터 정신과에가 보라고 욕을 해 댔다.
그때, 그 말을 듣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지금 궈리친은 자신이 익 히고 배운 모든 것이 아무 쓸모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간단하고 완벽한 정신 고문 법이 여기에 있다. 궈리친은 지금 그 고문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움직이지 않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 하 나조차도.
그는 마치 살아 있는 채로 죽은
사람처럼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 었다. 정신이 멀쩡한 채로 육체의 자유를 잃었다는 박탈감은 그를 점 점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는의연해지려 애썼다. 하지만 곧 이겨낼 수 없는 거대 한 공포가 그를 지배했다.
지금은 어떠냐고?
불안하다.
무서운게 아니다. 너무 불안하다.
그런데 그 불안함이 너무 커서 감 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크게, 이대로 영원히 움직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를 짓누 르고 있었다.
‘아닐 거야. 절대…… 이게 끝은 아닐 거야.’
자꾸만 드는 불안한 생각을 억누 른다. 지금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뿐이었다. 밤새 뜨고 있어 완전히 말라 버린 눈이 움직일 때마 다 날카로운 칼로 눈을 쑤시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궈 리친은 눈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그의 시야에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거대한 덩치가 들어왔다.
‘아니겠지.’
저런 거대한 육체를가진 이에 대 한 소문은 들어보았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다.
그때, 커다란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종놈의 인생이란 다 그렇고 그런 거라지만, 참 기구한 일이지. 주인이 번식 행위에 몰두할 동안 이런 놈이
나 지키고 있어야 한다니 말이야.”
“바토르 님.”
“왜?”
“……아닙니다.”
장다징이 낮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와 바토르가 이제는 격의를 어느 정도 걷어내고 대화를 나 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지만, ‘그 말 하다가 그렇게 얻어맞고도 그 말 이 또 나오십니까?’라는 워딩은 상 급자에게 하기에 너무도 무례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젊은 남녀가 그 번식…… 아니, 여하튼 그것 좀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도 모르게 바토르의 ‘용어’를 사용할 뻔한 장다징이 입을 우물거 렸다. 왠지 저 말만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숫기 없기는. 사내라면 당당하게 아이를 만들러 갈 테니, 그동안 저놈을 지 키라고 말하면 될 것이지. 뭐가 부 끄러워서 말도 못한단 말인가! 내 주인이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당당해야 하는 법이다.”
장다징은 할 말을 잃었다. 적어도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바토르 와 대화를 삼가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그, 그런데 말입니다.”
“음?”
장다징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이놈은 왜 움직이지 못하는 겁니까? 마비약이라도 먹인 걸까요?”
“마비약?”
바토르가 유쾌하게 웃었다.
“무인이 마비약이라니. 아무리 어 설픈 놈이라도 이 정도로 마비시키 려면 코끼리가 즉사할 정도의 양을 먹여야 할 거다. 그전에 배가 터져
죽겠지.”
바토르가 궈리친을 슬쩍 보고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놈을 왜 잡 아왔냐는 거지.”
장다징의 눈에의문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