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
마존현세강림기-65화(65/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15화)
3장 — 과시하다 (3)
“무슨 일이죠?”
강진호는 오랜만에 동명고를 찾았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조규민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로 와달라 고 부탁한 것이다.
조규민은 이사장실로 들어선 강진호
를 맞아 자리를 안내했다.
“앉으시죠.”
강진호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왜 아직 여기 계시나요?”
“정리할 것이 남았습니다. 제가 갈 곳의 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도 했구요.”
“어디로가십니까?”
“당연한 말씀을 물으십니까? 재경대 학이 죠.”
강진호는 이 말도 안 되는 재경 그 룹의 추진력에 할 말을 잃었다.
“혹시 이사장 대리?”
“고등학교도 아닌 대학교에서 그런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학장도 투표로 뽑는 곳이니까요.”
“그럼 다행이군요.”
“그냥 뭐, 적당한 중책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행정실장이 라든가.”
“그렇군요.”
강진호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용건은?”
조규민이 떨떠름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용건이 있는 건 제가 아닙니다.”
“무슨 소립니까?”
“강진호씨가 용건이 있으시죠.”
강진호는가만히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들어와.”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강진호는 들어 오는 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차가운 얼굴.
과거의 그도, 최근에 봤던 그도 저 런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만으로 사람이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알게 해주고
있었다.
강진호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왔군.”
사내가 강진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 올 줄 알았나?”
“적당히 살기에는 부족한 돈이 아니 었으니까.”
“……그럴 수는 없지.”
강진호는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최영수.
자신을 건드렸다가 나락까지 떨어진 자.
그리고 그 나락에서 강진호가 건넨
손을 잡고 다시 기어 올라온 자. 수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일까?
최영수의 얼굴은 나이답지 않게 굳 어 있었다.
“네가 말한 대로 너를 찾아왔다. 네가 말한 기회라는 것을 얻기 위해 서.”
“기회?”
최영수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목을 딸 기회.”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살기가 느껴진다.
원한과 분노가 뒤섞여 그의 기감을
따갑도록 자극하고 있었다. 과거의 향수가 절로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래, 약속했지.”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는 되어 있나?”
“..각오?”
“내 목을 딸 각오.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지금까지 네가 보았던 지옥보 다 더한 지옥을 보아야가능성이 조 금은 생기는 일이지.”
최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렇군.”
강진호는 최영수를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인생은 강진호 때문에 뒤틀렸다. 그리고 강진호는 최영수 덕에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둘 중 누가 더 억울한가를 따지면 강진호는 서 슴없이 최영수의 손을 들어줄 수 있 었다.
그와 그의 할아버지가 한 짓이 과하 다 하더라도 강진호의 보복은 그보 다 몇 배는 더 과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
약한 자는 먹히고 강한 자는 먹는다.
만약 강진호가 약했다면 저들에게 먹히는 쪽이었을 것이다. 강진호가 더 강했기에 그들에게 당하지 않은 것이다.
“기회를 주지.”
“……잊지 마.”
강진호는가만히 최영수를 바라보았다.
“난 널 파멸……시킬 거다.”
“그렇군.”
“넌 내게 기회를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다, 최영수.”
“내가 두렵지 않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최영수의 안색이 굳어갔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얼굴.
그것만으로도 지금 최영수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얼마나 많은 공포를 견 뎌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최영수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네가 두렵다.”
솔직한 발언이었다.
강진호는 그것만으로도 최영수를 높게 평가했다.
“무섭다, 그리고 두렵다. 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려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날 파멸시키겠다고?”
“난 네가 두렵다. 그래서…… 그래 서 난 널 파멸시킬 수 있어.”
“흠?”
“난 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에 만전의 만전을 기할 거다. 몇 백 번 고민하고 몇 천 번 수정해서 네가 결코 피할 수 없는 덫을 놓을 거다. 그러니까…… 난 절대 네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놈인지 잊지 않을 거다. 그 순간이 내 마지막이 될 테니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군.”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잊지마. 그 기색을 들키는 순간, 넌 끝이야. 나는 너를 거둘 거야. 그리고 네게 기회를 주겠지. 하지만 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내가장 충실한 부하가 되어야 한다. 알고 있겠지?”
“그래.”
“그래?”
최영수가 주춤하더니 다시 입을 열 었다.
“……알고 있습니다.”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바닥에서 기어오르는 인간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록 그가 노 리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목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 정도에 따일 목이었다면 마교의 교주가 되지도 못했겠지.
‘청마.’
최영수를 보고 있자니 청마가 떠오 른다. 누구보다 그에게 충성스러웠
지만, 마지막에는 그 본색을 드러낸 자.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적의가 있는 자를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지.
“이사장 대리님.”
“예.”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줘요.”
“……곁에 두시지 않습니까?”
“뭘 알아야 두죠. 일단 실무를가르 쳐 주세요. 어설프게 대학에서 배우 고 있을 시간은 없겠지?”
“그렇습니다.”
최영수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가봐.”
“그럼.”
최영수는 깊이 고개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가만히 지켜보 았다.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뭐가 말이죠?”
“왜 굳이 이런 일을 하시는 거죠? 그가 강진호씨에게 적대감을가지 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텐데, 왜 그를 곁에 두시는 겁니까?”
“곁에 있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그게 무슨……
강진호가 태연하게 답했다.
“일단은 말 잘 듣는 심부름꾼 하나 생긴 거니까 편해지겠죠. 지금은 그게 다예요.”
조규민은 강진호를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름이 돋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얼마 전까 지 그와 대화하던 그 강진호가 맞는가.
말투는 달라지지 않았다.
행동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조규민은 낯선 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했다.
마치 예전 최영수의 집에서 느낀 감 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어.’
강진호는 평범한 삶을 바라왔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부귀영화도 멀리하고, 스스로를 감추는 것에 신 경을 써왔다.
조규민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수도승 이 나을 것 같은 삶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강진호는 뭔가.
그는 스스로 위험을 자처하고 자신
을 노리는 자를 곁에 두려 하고 있 었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입으로는 평화를 말한다.
아니, 그 스스로도 정말 평온한 삶을 바라는 것 같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행동을 서슴없이 저 지 른다.
대체 어느 쪽이 본심인가.
‘설마……
어쩌면…….
강진호는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마음속
으로는 피가 튀는 전장을 그리워하는 전쟁 중독자처럼 강진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된 본성은 이 평 온한 삶에 따분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과한 생각이야.’
단정 지을 수도 없고, 증거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조규민은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남자를 후계로 삼는 것이 재경 그룹의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문제는 그의 수준에서 해결할 일
이 아니었다. 보고가 필요했다.
* * *
“뭔 일이 벌어진 거야?” 체육대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강진호와 박유민은 풋살 구장에 나 와 연습하는 동기들을 바라보았다.
나름 단체 행동이다 보니 연습하는 놈들은 연습하고, 다른 이들은 놀아 버리는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강진호는 박유민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갑자기 애들이 나한테 엄청 달려들어 네 정체가 뭐냐고 묻던데?”
“그렇군.”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예상했기에 숨기려고 했고, 예상했 기에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연스러운 현상 이다.
오히려 과거 중원에서 무력과 권력 이가지던 힘과 그에 굴종하던 사람 들에 비하면 현대의 사람들은 오히 려 순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면 자존감이 강하든가.’
어느 쪽이든 이런 결과는 당연히 예 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예측하는 것과 그것을 체감 하는 것에 꽤나 차이가 있다는 점이 었다.
‘불편하군.’
예전보다 훨씬 더 과도한 시선들이
쏟아진다.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강진호에도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우습군.’
만약 처음 현대로 돌아온 시절의 강진호였다면?
이런 시선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달라진 걸까?’
강진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처음 현대로 돌아왔을 때에 비 해 빠르게 달라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농담을 건넬 여유를 되찾았 고, 과거보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말도 많아졌다.
현대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라면 힘으로 해결했을 일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지혜도 얻었 고, 자신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부드러 움도 얻었다.
강진호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가 바라던 삶.
그게 이루어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 즐거운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괴물의 목
소리가 최근 들어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 즐거운가?
무엇을 묻는 것일까?
왜 묻고 있는 것일까?
답은 빤한데.
답이야 하나뿐이다.
즐겁다. 지금이 과거에 비해 몇 배 나, 아니, 몇 십 배는 더 즐겁고 편 안하다.
그럼에도…….
—즐거운가?
“무슨 생각 해?”
강진호는 자신을 부르는 박유민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니, 아무것도.”
강진호는 상념을 떨쳐 버렸다.
아무래도 너무 편해지다 보니 이런 저런 잡념이 많아지는 모양이었다.
“근데 여자애들은 널 굉장히 좋게 보는 모양인데, 남자애들은 아닌 모양이다?”
“흠.”
그러고 보면 조금 적대적으로 느껴 지는 눈빛들이 있었다.
애초에 차이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차이를 인정 하지 못하고 그에게 쏠리는 관심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굴지의 명문대라고 하는 재경 대학교에 입학한 이들인 만큼 스스 로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할 터였다. 강진호의 존재가 그 자부심을 건드 리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있다 보면 잊혀지겠지.’ 현대가 좋은 점은 화제의 전환이 빠 르다는 것이다. 과거라면 몇 년 동 안 회자될 일이 이곳에서는 단 한두 달 만에 지난 일이 되어버린다.
과거 고등학교 때에도 처음 그렇게 달아올랐던, 그와 황정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얼마가지 않아
시들해진 것처럼 말이다.
‘소나기는 지나가기 마련이지.’ 강진호는 우선은 별다른 사건 없이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게 다 그렇듯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