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0)
마존현세강림기-651화(649/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2화)
1장 질주하다 (2)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단한 일이겠죠.”
의뭉스러운 말이다.
조규민은 손을 뻗어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
“굳이 제게 부탁하실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강진호씨는 아마 지금쯤 이면 저보다 이현수 씨를 몇 배는 더 중요히 여길텐데요?”
“조 실장님께 무척이나 비싼 차가 있다고 치죠. 회장님 차 같은 거요. 한 칠억쯤 나가는.”
“ 네?”
“그걸 친구나가족과 바꾸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런 거죠. 물론 제가 그
정도의가치가 되는 인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계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보이고 강진호씨에게도움이 된다고 해도 저는 차죠. 하지만 조규민 씨는 친 구나가족입니다. 개념 자체가 다른 거죠.”
“에이, 그렇게까지……
이현수가 조금은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조규민 씨는 처음부터 강진호씨 와 함께했기에 모르시는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 사람처럼 지 인과 동료의 구분이 확실한 사람을
본 적 없습니다. 웬만해서는 그 지 인의 벽을 깰 수가 없습니다.” 조규민이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벽이 높으신 분 같지는 않은데……
“예를 들자면……
이현수가 낮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분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총 회에 속한 사람들과 개인적인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하시면?”
“간단한 겁니다. 딱히 용무가 없 음에도 찾아온다든가, 먼저 연락을
한다든가, 그게 아니면 그냥 죽치면 서 커피 한잔이라도 한다든가.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저런 일도 없으니까요.”
“그, 그래요?”
조규민의 얼굴이 멍해졌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진호는 시시때때로 그의 사무실에 쳐들어온다. 할 일도 없으면서 괜히 찾아와 조규민이 내려준 커피를 먹 고 죽치다가는 일도 흔했다.
바빠 죽겠는데 앞에서 하릴없이 놀고 있는 강진호를 보다가 부아가
치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에게만 하는 행동이었다니.
“듣고 보니 뭐랄까……
조규민이 솔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상상 이상으로 성격이 나쁘네요.”
“……그렇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공간과 일터에 대한 구분이 확실하다고 해야겠지만, 이 정도면 그런 수준도 넘어섰다. 조규민이 알기로 이현수는 총회의 전반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쌓 지 않는다니, 대체 뭘 믿고?
“퇴근하고 귀찮게 술 먹으러 간다 고 하거나, 괜히 친한 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척이나 이상적인 상사이지만…… 그것도 좀 과도하니 문제가 있더군요.”
“이해합니다.”
조규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제가 강진호씨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그쪽도 강진호 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네요.”
“ 예?”
“그 사람은 기다리면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게 무슨?”
조규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수동적인 사람이거든요. 시대에 안 맞게 수동적이죠. 강진호씨에게 식사 한번 같이하자고 먼저 말은 해보셨습니까?”
“저는 못하죠.”
“왜요? 상사라서요?”
“음……”
이현수가 머리를 긁었다. 조규민 에게 이런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난감했다. 처음 그가 강진호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 명하겠는가.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건 별 상관 없을 겁니다.”
이현수가 조규민을 올려다보았다.
“찝찝하면 두고 쓰지 않는 사람이 에요. 제가 능력이 뛰어나서 강진호씨의 옆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세 요. 저희 재경만 해도 저보다 뛰어 난 사람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저 제가 눈에 띄었을 뿐이죠. 이현 수 씨를 옆에 두고 쓴다는 것은, 이 현수 씨에 다른 부분에 대한 익스큐 즈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괜
히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고민하지 마시고 먼 저 이야기해 보세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 얼굴이 이상하게 상상이 되네요.”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라고 처음부터 지인이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관계는 그렇게 만들 어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굴을 좀 더 많이 맞대고,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하다 보면 생겨나는 것이 관계 죠. 나이가 들면 새로운 관계를 만
들어가는게 어렵다지만, ‘어렵다’와 ‘불가능하다’는 다른 말이죠.”
이현수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크게 배웠습니다.”
“에이, 이러지 마세요.”
조규민이 웃었다.
“말씀하신 부분이 뭔지는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강진호씨에게 직언을 하기 어렵다는 거겠죠.”
“정확합니다.”
“필요한 부분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입을 떼겠습니다. 그렇다고 큰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안 그럴 것 같으면서 황소고집이라,
자기가 일단 정했다 싶은 건 어떻게 든 밀고 나가려는 면이 있거든요. 디테일은 수정해도 방향성은 안 바 꾸는 사람입니다. 원조 불도저보다는 그래도 말이 통하지만, 미니 불도저도 불도저인 건 마찬가지라.”
“원조 불도저요?”
“……있습니다, 그런 사람.”
조규민이 한숨을 쉬었다.
못된 것만 서로 닮은 두 사람이었다. 황정후나 강진호나.
“여하튼 제가 할 수 있는 건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현수 씨도 저를 좀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 참 보좌하기 힘든 사람이 에요.”
“동감입니다. 처음에는 딱히 손이 많이 안가는 사람이라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데 손이 갈 줄이야.”
“일을 어마어마하게 벌이죠. 전역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최근 몇 달은 한 몇 년을 압축해서 산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참 뭐랄까……
조규민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말 잘 퉁하는 사람 만난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제가 지금 딱 그 말씀을 드리려 고 했습니다.”
이현수와 조규민은 서로에게 동질 감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사람 밑 에서 같은 고생을 한다는 동질감도 있지만, 그뿐 아니라 성향이 맞는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뭔가를 알 아듣는 느낌.
그들의 나이에 이런 사람을 만날 일은 흔치 않다.
“강진호씨에 대한 일로 앞으로 연락하고 교류할일이 잦아지겠네요.”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죠. 시 간만 있으면 말입니다.”
“시간을 만드는게 앞으로의 목표 아니겠어요?”
“그 목표, 침대 맡에 붙여놓고 싶 네요.”
“침대에서 잘 일도 잘 없으신 분 이.”
서로 마주 웃은 두 사람이었다.
이제 자리를 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로가 바쁘니까. 급한 불은 껐다지만, 할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낭비한다면 내일부터 다시 지옥을 겪어야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일에만 파묻혀 살다 보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 간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더니, 이 만남을 쉽사리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음, 좀 이르긴 한데……
조규민이 머리를 긁었다.
“두어 번 더 만나고 이야기하는게 순리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리를 지키려다가는 평생 못 하게 될 것 같네요. 다음 자리를 만 들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약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일분일초를 바쁘게 사는 이들이니 까.
“그래서 말인데……
조규민이 살짝 어색하게 말했다.
“이 기회에 말 트고 형, 동생으로 지내는 건 어때요? 통하는게 많은
것 같은데.”
“음……”
이현수가가만히 조규민을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원래 공적인 사이를 사적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만……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괜한 말을 했네요.”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니라…… 제가 그런 경향이 있는데, 조규민 실장님이라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 습니다. 아까부터 영 공적인 사이로는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래요?”
조규민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강진호를 만나고 일에 파묻혀 살 다 보니 인간관계가 삭막해졌다. 예 전에 친하던 친구들은 연락을 잘 하지 못하고 얼굴을 잘 못보다 보니 자연히 멀어졌고, 재경 내에서는 그 와 비슷한 일을 하는 또래가 없어서 관계를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래 사원들이은근히 그를 경원 시하거나 껄끄러워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인간관계가 너무 메마르다 보니 겨우 시간이 나도 술 한잔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 이 렇게 마음 맞는 이를 만나 호형호제를 하게 되자 메말라 쩌적쩌적 갈라 졌던 호수 바닥에 단비를 쏟아붓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럼 말 편하게 해. 내가 형이니까. 그러고 보니 현수가 몇 살이지?”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서른일곱입니다.”
“……응?”
“서른일곱이라구요.”
이현수의 눈이 살짝 날카로워졌
다.
조규민이 살짝 입술을 떨었다.
“그 얼굴로요?”
조규민이 눈을 끔뻑거렸다.
아무리 많게 봐줘도 삼십 대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대치가 이십 대 후반이다. 그런데 몇 살? 서른 몇?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무인들은 어려 보이는 이들이 많습니다. 노화가 더뎌지니까요. 그중에 서도 저는 특별하게 동안인 편이지 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사기지.
동안, 동안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만, 이건 동안이 어쩌고 할 수준이 아니잖은가. 대충 꾸며놓으면 아직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서른일 곱이라고?
“……어, 엄청 동안이시네요.”
할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조규민의 말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는 딱히 칭찬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사실 사람은 제 나이에 맞는 얼굴을 갖는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오해를 받는 경 우도 있고,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렇겠네요.”
확실히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조규민이 재빠르게 말을 돌렸다.
“다음에 보면 얼굴 관리하는 비법 이라도 배워야겠네요.”
“하하하.”
“그럼 다음에 뵙……
“잠시만요.”
조규민이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이현수는 그런의도에 따라주지 않았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요? 규민이 형?”
“아, 아뇨……
“말 편하게 하시라더니?”
“생각해 보니 너무 편한 것도 아니다 싶어서요. 이게 공적인 관계에 사적인 친분이 들어가면 일이 꼬인 다는 말도 있고, 여하튼 그러니 까……
조규민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려고 하자 이현수가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움찔.
조규민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앉으시죠?”
“조규민 실장님.”
“ 예?”
“민증 까고 시작합시다.”
“……예.”
조규민의 손이 머뭇머뭇하자 이현 수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그 얼 굴을 본 조규민이 체념한 얼굴로 지 갑에 손을 넣었다.
동생 하나 얻으려다 형 하나를 얻 어가는 조규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