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1)
마존현세강림기-652화(650/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3화)
1장 질주하다 (3)
‘뭐지, 이놈은?’
감독은 눈을 찌푸리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감독이란 그런 존재다.
일반적인 감독은 모르겠지만, 스 스로가 훌륭한 감독이 되려고 하는 이들은 촬영장의 사소한 것조차 놓
쳐서는 안 된다. 촬영이라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 완벽하게 돌아가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유기체와 같다.
다시 말해 사소한 일 하나가 전체 촬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감독은 화면만을 봐서는 안 된다. 이 촬영장 안에 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어찌 흐름이 홀 러가는지를 항상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장시앙은 스스로가 대감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감독이 되고 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 허여멀건한 놈이 최연하의 매니저와 스탭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던 놈이라는 걸 말이다. 저렇게 대 놓고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모자에 마스크에 선글라스라니, 대놓고 ‘내 정체를 밝히지 않겠습니다’라고 시 위하는 꼴이 아닌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한데 그런 것치고는 안면이 없다. 굳이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알아볼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감독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뭔 중국어가 이렇게 유창해?’
완벽한 현지어라고 하기에는 미묘 한 어감의 차이가 있다. 마치 심한 사투리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말만 듣는다면 중국인이라고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통역인가?’
그럴 수 있다.
최연하의 중국어가의사소통에 아 무런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올라왔 다고는 하나,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 하는 촬영장에서는 자신의 중국의 실력을 믿기보다는 통역의 힘을 빌
리는 편이 나으니까.
그럼…….
‘이 새끼는 뭔데 통역 주제에 이 러는 거지?’
뭐?
나 좀 봅시다?
잠깐나 좀 봅시다?
장시앙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주연 배우가 와서 한다고 해도 뚜껑이 열릴 말인데, 그걸 한낱 통 역이 와서 한다고?
장시앙이 당장 손에 든 대본을 집 어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인내심이 특별히 강해
서가 아니라 그 반대였다.
너무 황당한 경우를 당해 버리니 대체 어떤 식으로 반웅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것이다. 유리창이 깨지며 집안으로야구공이 들어온 다면 어찌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겠 지만, 대포알이 들어온다면 패닉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 그……
장시앙이 말을 더듬었다.
‘내가 지금 이놈에게 화를 내야 하는게 맞나?’
격의 차이가 너무 나게 되면 맞상 대를 해주는 것만으로 상대의 격을
올려주게 된다. 그 반대급부로 자신의 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자가 동네 하룻강아지에게 진심으로 이를 드러내며 위협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사자의 위엄에 떨겠는가, 아니면 제 격에 맞지도 않는 상 대를 위협하는 사자의 옹졸함을 비 웃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를 택한다.
그렇기에 장시앙은 화를 낼 수 없 었다. 여기서 그가 화를 내 버리면 외국 통역의 어설픈도발에 넘어가 화를 낸 일화만이 떠돌게 될 것이다.
상황 파악이 끝난 장시앙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이놈을…….
그때, 한은솔이 번개처럼 뛰어 강진호를 향해 달려왔다. 다행히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장시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가 나는 건지, 화가 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황당하기 짝이 없어 웃음이 터질 지경인데, 머리로는 피가 몰리고 있 었다.
“이놈 좀 당장 치워!”
장시앙이 달려오는 한은솔을 향해 일갈했다. 그러자 한은솔이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진호의 팔을 움켜잡았다.
“강진호씨, 저기…… 일단 저기 로가셔서……
하지만 강진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양반, 힘이 왜 이렇게 세?’
처음에는 슬쩍슬쩍 잡아당기던 한은솔이지만, 강진호가 움직이지 않는다 싶자 힘을 꽤나 주었다. 하지 만 강진호는 마치 돌덩이라도 된 것 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그 순간, 강진호가 차분한 목소리 로 손을 들어 올려 한은솔을 제지했다. 그 제스처를 본 순간, 한은솔은 힘없이 손을 풀고 말았다.
‘못 말린다.’
직감했다.
이 사람, 말릴 수가 없다.
이 동작만으로도 그 사실이 느껴 진다. 당황한 한은솔이 고개를 돌려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최연하 역시 난감하다는 얼굴일 뿐, 강진호를 말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강진호는 한은솔을 내버려 두고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잠깐이면 됩니다.”
감독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 지?’
왜 말리던 놈이 손을 푼단 말인가.
저놈이 기획사의 높으신 분이라도 되나?
나이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 고…….
여하튼 더 이상 주변의 누구도 강진호를 말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 달은 감독이 막 소리를 지르려 했다. 경비원이라도 불러서 끌어내거 나 조연출이라도 불러서…….
“잠깐이면.”
그때, 강진호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감독의 몸이 부 르르 떨렸다.
‘잠시만.’
감독이 뭔가를 발견한 둣 강진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촬영장에 기이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진호
를 모르는 이는 저 성격 더러운 장 시앙이 무슨 짓을 벌일까 긴장했고, 한은솔은 감독이 제발 화를 너무 많 이 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진짜 잠깐이면 되나?”
“예.”
“그래. 그럼 여기서, 아니면 저쪽으로?”
“ 저쪽으로.”
“가세.”
장시앙이 순순히 강진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뭐야? 미친!’
한은솔은 너무 놀라 눈이 튀어 나 올 지경이었다. 촬영 내내 그들을가장 짜증 나게 만든 것은 류웨이이 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을 괴롭힌 것은 저 감독님, 아니, 감독 놈이었다.
특유의 완벽주의적 성격과 불같은 다혈질이 뒤섞여 촬영장을 뒤집어놓 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당연히 난리를 칠 거라 생각했는데…….
‘저 반응은 뭐냐고?’
강진호가 앞장서 걷자 감독이 순 순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
도로 멀어지자 한은솔이 얼떨떨함을 수습하고 최연하에게로 다가갔다.
“누나.”
“응?”
“……누나, 괜찮아요?”
이 와중에도 배우의 안부를 먼저 묻는 것을 보면 한은솔은 진정한 매니저라고 할 수 있었다.
“나야 뭐……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한겨울에 수중 촬영도 했는데, 이 정도야 별거 아냐.”
“몸이 안 좋잖아요.”
“오늘 컨디션 괜찮다니까.”
최연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한은솔 역시 최연하의 몸 상태에만 관심을 쏟을 수는 없었다. 말을 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저쪽 구 석 건물 뒤로 돌아간 강진호와 감독 에게 쏠려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낸들 알겠냐.”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저 양반은 왜 또 순순히 따라가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모르겠어요.”
“네 말에 오랜만에 공감한다.”
최연하의 시선에도 걱정이 담겼
“강진호씨가 사고를 치지는 않겠 죠?”
“걱정도 팔자다. 당연히 그럴 사람이지.”
“……네? 누나 말을 좀 잘못하신 것 같은데요? 그럴 사람 아니라는 뜻이죠?”
“아니. 그럴 사람이라고.”
한은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강진호씨,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 아닌 것 같던데……. 사람 자체
도 좀 진중하고 그렇잖아요.”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아니라구요?”
“세상에서 제일 대책 없는 사람이 저 건물 뒤에 있단다. 누굴까?”
“……농담이죠, 누나?”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한은솔이 최연하와 건물 뒤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농담이겠지?’
그가 지금까지 알던 강진호라는 사람이라면 딱히 사고를 칠 것 같지
그 순간, 최연하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패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 예?”
“다른 건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패면 돌이킬 수가 없잖아. 패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사, 사람을 팬다구요? 그 강진호씨가?”
“패기만 하면 다행이게.”
대체 이 사람이 본 강진호씨는 어떤 사람인 거지?
“엄청 상식적인 사람 같았는데……
“상식은 얼어 죽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대책 없는 사람 중의 하나일 거야.”
“그럼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최연하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당장 뛰어가서 강진호를 말려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간절해진 한은솔의 표정을 보며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못 말려.”
“ 예?”
“저 사람 열 받으면 나는 못 말린 다고.”
“그, 그게 말이나 됩니까? 만날
강진호씨한테 전화 걸어서 화내고 짜증 내고 하더니.”
“야, 여자가 화를 내는 건 남자가 그 화를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가능한 거야. 내가 강진호씨랑 만난 초반에 어디 큰 소리 한번 내는 것 봤어?”
“……못 봤죠.”
그래서 여우같다고 생각했지.
“내가 성질내는 것도 저 사람이 애교로 받아주니까 그런 거지. 지금 처럼 열 받았을 때 상황 모르고 나 대다가는 점수 깎여. 안 돼.”
“누나, 지금 드라마가 엎어질 판
인데……
“너 바보야?”
한은솔의 얼굴이 멍해졌다. 최연하가 정말 한심하다는 얼굴로 한은 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라마랑 강진호씨랑 어느 쪽이 중요해?”
드라마지! 이 여자야!
뭐 빤한 걸 묻고 있어!
“와, 누나. 그건 정말 너무한 것 같은데.”
“시끄러. 드라마는 복구할 수 있 어. 하지만 저 양반 눈 밖에 나면 복구를 못해. 누나도 인생이 걸린
문제야.”
“드라마도 인생이 걸린 문제예 요!”
“내가 여기서 드라마 하나 말아먹는다고 배우 못하기야 하겠니?”
“……강진호씨 눈 밖에 나도 남 자는 만날 수 있는데요.”
“니가 그러니까 솔로로 사는 거야.”
“그게 삼십 년 모태솔로였던 사람이 할 말이에요?”
“뭐, 인마?”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모인다는 것을 느낀 한은솔이 고
개를 획 돌렸다. 건물 뒤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미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한은솔이 눈을가늘게 뜨고 감독의 안색을 살폈다. 모든 신경이 감 독의 기분을 파악하는데 쏠리고 있 었다.
감독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리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야, 조감독!”
“예, 감독님!”
긴장하고 있던 조감독이 재빠르게
반응하며 감독의 앞으로 튀어갔다.
조감독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장시앙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늘 촬영한 거, B컷 다가지고 와봐.”
“ 네?”
“B컷가지고 오라고. 아직 폐기 안 했지?”
“아, 예! 폐기 안 했습니다. 지금 바로가져오겠습니다.”
촬영장의 분위기가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은솔이 멍한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주섬주
섬 챙기고 있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은솔의 머 리로는 이 상황이 이해가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강진호는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한은솔의의문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