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2)
마존현세강림기-653화(651/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4화)
1장 질주하다 (4)
“가져왔어?”
“예. 지금 띄우겠습니다.”
장시앙이 고개를 들어 최연하를 슬쩍 바라보았다. 최연하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확인한 장시앙이 다시 고개를 내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오늘 촬영한 장면들을 쭈욱 돌려 본 장시앙이 손을 들었다.
“아까 19번째 컷, 다시 틀어봐.”
“예.”
화면에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 던 장시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게 뽑혔지?”
“ 예?”
“괜찮게 뽑히지 않았냐고! 말 못 알아들어?”
“아…… 예. 제가 보기에도 이게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2번째 신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장면 자체가 역동적이기만 해서는 안 돼. 그럼 진중함이 떨어지잖아. 하나하 나의 장면을 두고 보면 12번째 컷 이 제일 좋겠지. 하지만 스토리와 앞 장면의 흐름을 생각하란 말이야. 이렇게 화가 나서 물을 쏟아버리는 장면에서 물이 멋지게 튀면 그것도 깨잖아.”
“감독님의 말이 맞습니다.”
조감독이 성심성의껏 감독의 비위를 맞췄다.
‘이 인간이 왜 이러지?’
이 감독은 B컷을 재활용하지 않
는다. 완벽한 하나의 컷을 찾아내기 위해서 백 번의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오늘 촬영이 지루하게 반복된 것은 최연하를 골 탕 먹이기 위해서였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번 못쓰 겠다고 판단한 영상을 다시 검토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봤는데, 밤에 촬영하는 건 장면과 안 맞는 것 같아. 전에 찍어놓은 장면에 창이 보였잖아.”
“예, 그렇습니다.”
“그 창으로 보는 밖은 낮이었는데, 금세 밤으로 바뀌었다는 건 너 무 어색하지. 그렇지 않아?”
“아…… 저희는 그 생각까지는 못 했습니다.”
조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뭘 잘못 먹었나, 이 인간?’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이 촬영장에 있는 스탭 중에야간 촬영이 억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보나마나 새벽 까지 사람 괴롭히다가 아무리 생각 해도 안 되겠다면 내일 낮에 다시 촬영한다고 했겠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불만의 목 소리를 낼 수 없는게 촬영장의 권 력 구조였다. 누구도 감독의 눈 밖 에 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특히 나 이런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러니 이 컷으로가자고. 이 장 면은 여기서 마무리하지.”
“그,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왜? 불만 있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감 독님 마음에 드실까 싶어서.”
장시앙이 살짝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조감독에게 독설을 퍼붓는 대신 고개를 들어 최연하의 상태를 살핀
장시앙이 어깨를 으쓱 했다.
“완벽한 장면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촬영이 계속되면 배우가 몸이 상할 것 같군. 오늘 촬영도 중요하지만, 내일 촬영도 중요하지. 건강 챙기면서 하자고.”
“아…… 알겠습니다.”
조감독이 영상을 챙기려 움직이자 장시앙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최연하 씨,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최연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로 장시앙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
시앙이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내일하고 모레는 다른 신 찍을 거니까, 그동안 푹 쉬도록 해요. 괜 히 감기 걸리지 말고.”
“네? 촬영이 있는 걸로 아는데……
“변경할 겁니다. 다른 장면이 더 급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최연하의 얼굴을 본 한은솔이 한 국어로 낮게 말했다.
“누나, 표정! 표정!”
“알았어.”
‘저게 뭘 잘못 처먹었나?’라는 표
정을 하고 있던 최연하가 어색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촬영이 끝나고 이 틀 휴가를 받았으니 이득이다. 목구 멍으로 올라오던 싫은 소리가 개운 하게 내려갔다.
“네. 그럼 나중에 봅시다.”
장시앙이 정리를 시작하자 한은솔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저 사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일단가자.”
“예.”
최연하가 옷을 갈아입으러가자 한은솔이 급히 스탭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 네?”
“아뇨. 그러니까……
한은솔이 입술을 달싹였다.
‘뭐라고 물어봐야 하는 거지?’
밴 안의 공기가 이상했다.가장 먼저 감독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을 것 같던 최연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 었다.
‘왜 안 물어보냐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이 러면 결국 한은솔이 물어야 하지 않는가.
“그 감독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기 에 그 독에 받쳐 있던 사람이 그렇게 나오는 겁니까?”
강진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닐 수가 없는데……
한은솔이 기대감에가득 찬 눈으로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
지만.’
설마 그 장시앙을 침묵하게 만들 줄이야.
장시앙은 보통 감독이 아니다. 원 래라면 드라마를 찍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아무리 대작이고, 투자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온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장시앙은 이미 드라마에서 손을 뗀 지가 오래다.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하는 감독이 굳이 드라마를 찍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당에서 지 원해 제작하는 드라마다. 그렇기에 장시앙을 반강제로 그 자리에 앉혔
다.
비슷한 처지로 강제 투자를 하게 된 투자자들이 심하게 간섭을 해 대 고, 당에서도 찔러 들어와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이지만, 그렇다고 일방 적으로 말을 듣는 사람도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목소리를 내고, 자기 자리를 제대로 확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당에서 한류 억제 정책을 핀답시고 배우들을 쳐낼 때도 최연하를 살려내지 않 았겠는가.
위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만한 사람이니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고, 촬영장에서 난리를 쳐도 다들 묵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시앙이 꼬리 만 개처 럼 고분고분 최연하를 보내주다니.
‘절대 그냥 일어날 수는 없는 일 이야.’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것보 다 더 신기한 일인데, 이런 일이 자 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어떻게 하신 거냐구요.”
“그냥 별말 안 했습니다.”
이쯤 되자 최연하도 궁금해졌다.
강진호가 한 일이야 어련히 잘 알
아서 하겠는가.
매번 불만을 늘어놓지만, 남녀 관 계에 관한 일만 아니라면 강진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최연하였다.
바깥일을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인 상을 주기 싫어서 참고 있었지만, 이제는 궁금증을 참아낼 수 없을 지 경이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음……”
“궁금해서 그래요. 그 정도는 말 씀해 주실 수 있잖아요.”
강진호가 난처한 듯 어깨를 으쓱 했다.
“아니, 정말 별말 안 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 별말이 뭔데요.”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협박했어요?”
“ 네?”
“패 죽인다고 했거나, 너 오늘 밤 에 조심하라고 했다거나.”
“……잠시만요.”
강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왜 그런 이미지인지는 잘 모르겠 지만, 남의 촬영장에서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습니다.”
“아니라고?”
최연하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녀가 아는 강진호라면 구석에 들어간 순간 감독의 멱살을 틀어쥐고 벽에 밀친 다음에 이를 으득으득 갈면서 ‘죽여 버리겠다’라든가, ‘세상 일이 네 마 음대로 될 것 같아?’라든가, ‘내 여 자 건드리지 마’……. 아, 이건 아니 고.
여하튼 기타 등등의 말을 늘어놓 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예 요?”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대로야간 촬영까지 계속가면 여배우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이 쯤 하는게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한은솔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 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게 답니까?”
“몇 마디 더 하기는 했지만, 비슷 한 말이었습니다. 전체 촬영 일정도 생각해야 하니, 이쯤 하는게 어떻 겠냐구요. 감독이라면 크게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최연하 씨가 잘못을 했다곤 해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되
레 감독이 쪼잔하다는 말만 듣는다 고 했죠. 그러니 납득을 하더라구요.”
“납득을 해요?”
한은솔과 최연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 보던 둘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시 기 싫으면 안 해주셔도 됩니다.”
한은솔이 다시 차를 몰았다.
“진짭니다.”
“네네. 말하기 곤란할 수도 있는 거죠.”
최연하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건 좀 강진호씨답지 않다. 말하기 싫으면 그냥 안 하면 되지,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 까지는 없는데.”
“거짓말 아니고, 진짜라니까요.”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그 감독이 성격 나쁘기로는 제가 본 감독 중에 손가락에 꼽혀요. 여 자 배우랑 한번 자보려고 들이대는 쓰레기나,은근슬쩍 성희롱을 해 대는 병신들도 있지만, 순수하게 성격 적인 측면으로 보면 원톱이라고 할
만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납득을 했다구요?”
“ 아니……
“말 못할일이면 말 안 하셔도 되 요. 우리는 괜찮으니까. 그지,은솔 아?”
“네, 누나. 어쨌든 잘 해결됐으니 좋은 일이죠.”
“아니……”
강진호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던데? 성 격도 좋아 보이고.”
최연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
다.
‘사람 보는 눈이 엄청 없네, 이 사람.’
억울해하는 강진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나는 최연하였다.
아마 말하기 힘든 방법을 썼겠지. 그래도 좋다. 결국 강진호가 그녀를 위해 나서준 거니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최연하였다.
“이 새끼는 왜 잠수를 탄 거야?”
장시앙이 대본을 바닥에 집어 던 졌다.
야간에 해야 할 촬영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어야 할 류웨이와 연락 이 되지 않는다.
“주연 배우가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면 어쩌자는 거야! 연기도 더럽게 못하는 새끼가. 패 죽여 버릴라!”
장시앙이 마구 짜증을 내자 조감 독이 그의 비위를 맞췄다.
“숙소로 사람을 보냈으니 금방 확 보할 겁니다, 감독님.”
“ 어휴.”
장시앙이의자에 앉았다.
“이러면 촬영이 꼬이는데.”
답답한 마음에 장시앙이 담배를 꺼내 물자 조감독이 바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장시앙에 담배를 피우며 마음을가라앉힌다. 눈치를 살피던 조감독 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감독님.”
“응‘?”
“……아까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 아까?”
“아까 그 한국 놈하고……
“ 아아……
장시앙이 피식 웃었다.
“뭐가 궁금한데?”
“아뇨, 아뇨. 궁금하다는게 아니 라, 그러니까…… 그놈이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감독님께서……
차마 말을 바꾸었는지 궁금하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조감독 이었다.
감독은 조감독의 마음이 짐작이 간다는 듯 피식 웃었다.
“별말 안 했어.”
“ 예‘?”
조감독의 얼굴이 멍해졌다.
“별말 안 했다고. 정말 별말 안 했어. 이러다 보면 배우 몸 상할 수 있으니 그만하라더군. 새끼.”
장시앙이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조감독은 그런 장시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그런 말에 이 고집 센 사람이 마음을 바꿨다는 말인가.
그런 그의의문을 풀어주겠다는 듯이 감독이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상대할가치도 없는 개 소리지. 그런데 말이야, 조감독.”
“예, 감독님.”
장시앙이 얼굴에 미묘한 미소를 머금더니 입을 열었다.
“너, 그 새끼 얼굴 봤어?”
“네?”
조감독의 얼굴이 멍청해졌다.
그런 건 왜 묻는단 말인가.
장시앙이 뭔가 뜸을 들인다 싶더니, 아주 진중한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그 새끼, 더럽게 잘생겼어.”
“……”
이제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조감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