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4)
마존현세강림기-655화(653/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6화)
2장 취조하다 (1)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한은솔의 얼굴에 짜증이 어린다.
“그냥 좀 넘어가 줘도 되잖아요.” “안 돼. 내가 여배우계의 음주 단
속원이야. 나를 그냥 지나치는 일은 있을 수 없어. 불어.”
한은솔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최연하가 이런 말장난을 할 때는 기분이 좋을 때뿐이다. 이런 식의 대 화가 오간 지가 참 오래되었다는 실 감하자, 지금 최연하의 기분이 얼마 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그냥 그런 거예요. 누나가 참 많 이 변했구나 싶어서요.”
“ 변했다고?”
“네. 지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 았어요. 예전에 누나는 뭐랄까, 음……”
최연하가 씨익 웃었다.
“아름답고 청초했겠지.”
“파괴신 같았어요, 파괴신! 그 시 바인가 뭔가 하는.”
“파괴신이 강림하는 꼴을 보고 싶 냐? 지금 네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줘?”
“……아닙니다.”
여전히 눈에 힘을 풀지 않는 최연하를 보며 한은솔이 급하게 말을 이 었다.
“여하튼 지금 실감했는데, 요즘 누나를 보면 예전하고는 참 많이 다
르다 싶어서요. 예전 인상이 남아 있어서 제가 엄살을 부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긴 하네.”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누나 성격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참고 사는 것 같아서요.”
“내 성격이 어때서?”
“개차반…… 아니, 조금 섬세하시니까.”
“니 주둥아리를 섬세하게 꿰매 버 리고 싶다.”
“아뇨. 뭐, 헤헤.”
한은솔이 어색한 웃음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은 언젠가는 둥글어진다지 만, 누나는 절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이런 날이 오기는 하네요.”
“둥글어져?”
최연하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너는 지금 내가 둥글어져서 참고 사는 것 같니?”
“……아니에요?”
“사람이 어떻게 둥글어지냐? 태어 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는데. 둥글어 진다는 건 없어. 사람 성격은 안 변 해. 그런데 나이가 들면 성격대로
행동하다 보면 피해 볼 일이 너무 많으니까 참는 거지. 그런데 나는 참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거든. 예전 부터 지금까지 난 변한게 하나도 없어.”
“그, 그래요?”
보통 사람이 이런 상황에 저런 말을 한다면 쑥스러워 겸양을 떠는 것이라 받아들여야겠지만, 최연하는 아니다. 더구나 지금 최연하의 표정을 보라.
저 비웃음과 거만함이 뒤섞인 저 표정은…….
‘와, 진짜 오랜만에 보네.’
저게 없어진게 아니었구나. 지금 까지 잘 숨겨놓은 거였다.
“그, 그럼 왜 그런 거예요?”
“한심하긴.”
최연하가 한은솔을가만히 응시하 다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나와 지금의 나의가장 큰 차이가 뭔 것 같아?”
“나이가 들었다?”
“주름이 생겼다?”
최연하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부 르르 몸을 떤 최연하가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내가 주름이 어디 있어, 이 새끼야! 얼굴에 돈을 억억대게 처발랐는데 주름 생기면 피부과의사 새끼부 터 목 따버릴 거야!”
“진정하세요, 누나! 여기 한국인 이 있을 수도 있다구요!”
괜히도발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한은솔이 기겁을 하여 최연하를 만 류했다. 아무리 성격이 많이 죽었다 지만 최연하는 최연하다.
“후우욱!”
거칠게 숨을 내쉰 최연하가 테이 블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 어 쭉쭉 빨아 당겼다.
“당 떨어질 뻔했네.”
“……”
최연하가 한은솔을 노려보며 말했다.
“맞추긴 맞췄어.”
“ 주름요?”
“뒈질래? 진짜?”
“……죄송합니다.”
최연하의 손이 쿠션을 움켜잡았다. 부르르 떨리는 그 손을 보며 한은솔은 말없이 손을 뻗어 음료를가 렸다. 음료는 소중하니까.
“그게 아니라, 나도 나이가 들었 다는 거지. 여자가 나이가 들면 뭘
해야겠냐?”
“……노후 준비?”
“이 새끼가 오늘 진짜!”
“아, 아뇨. 진짜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서요.”
“시집가야 할 거 아냐, 인마!”
“시, 시집?”
한은솔의 눈가가 파를 떨렸다.
“누나, 비혼주의자 아니었어요?”
“내가 무슨 비혼주의자야, 불혼주의자지. 내가 시집을 안 갔냐? 못 간 거지.”
“……아!”
한은솔이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혼주의자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고 결심한 사람이지만, 최연하는 그 러니까…….
‘그냥 눈에 차는 사람이 없었던게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니까.
“그 성질머리로는 시집을 갈 수 없다는 것을 드디어 이해하신 거군요.”
이번에야말로 최연하의 쿠션이 하 늘을 날았다. 하지만 한은솔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날카롭게 날 아드는 쿠션을 낚아채 자신의 허리
뒤로 쑤셔 넣었다.
“ 감사.”
분한 듯 주먹을 쥐었다 펴는 최연하이지만, 더 이상 공격을 계속하지는 않았다.
“내 성격이 어때서?”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죠?”
“으……”
“그걸 아니까 그 성격 고치려고 노력하신다는 거 아니에요.”
최연하가 입가에 비웃음을 담았다.
“그러니까니가 솔로인 거야.”
“아니, 여기서 그 드립이 왜 나옵
니까! 그러는 누나는 뭐 남자 친구 확실하게 있어요?”
“있잖아!”
“사귀자고 했어요?”
“……”
“그러자고 했어요?”
“아, 아니…… 뭐, 그런 건 아니 지만. 이건 누가 봐도 그런 사이지. 누가 사귀지도 않는 사람 보려고 중 국까지 오겠어.”
“그건 사귄다고 하는게 아니라 썸이라고 하는 거예요. 몰라요?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니가 지금 내 주먹이랑 썸 타는
거 같은데 말이야.”
“사실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사실 만.”
아픈 곳을 찔렸다는 듯 최연하가 후퇴했다. 그러자 한은솔이 고개를 뻣뻣이 처 들었다.
“앞으로 그걸로 사람 놀려 먹으실 거면 확실하게 사이를 정립하고 와 주세요. 저도 삼십 년 모태솔로인 사람에게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좋 지 않으니까요.”
“삼십 년 아니라고! 사람은근슬 쩍 삼십 대로 만들지 마!”
“곧인데 뭐.”
“너, 내가 꼭 자른다.”
“자르면 다른 사람 없다니까 그러 시네.”
최연하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 었다.
“누나도 시집은가야지. 그런데 네가 말한 대로 이대로는 시집가는게 어렵다.”
“그래서 성격을 바꾸신다구요?”
“그래서 네가 멍청하다는 거야. 성격 바꿔서 시집가면 뭐 하냐. 평 생 그렇게 살 수 있냐? 결혼해서 본래 성격 나오면 바로 이혼인데.”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성격을 바꾸는게 아니 라, 주변의 평가를 바꾸는 거지. 후 후후, 내가 이렇게 치밀하게 착한 척을 하고 있으면 다들 너처럼 내가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서 성격이 바 뀌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럼 그 이야기가 그 사람 귀에도 들어가겠지. 원래 사람을 파악할 때는 그 사람의 친구나 주변인부터 살피는 법이거 든.”
“……”
한은솔이 질렸다는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최연하는 결혼이 딱히 급할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나이 들었다고 해서 어 떤 남자가 그녀를 거부하겠는가.
게다가 경제적인 능력이야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만큼 벌어뒀으니, 인생을 천천히 즐겨도 좋을텐데.
결국 한은솔이 묻고 말았다.
“강진호씨가 그렇게 좋습니까? 생각도 안 하던 결혼까지 고려할 만 큼?”
“누, 누가 고려한다고 그래. 그냥 혹시 모르니까 대비하자는 거지.”
“……그게 그거잖아요.”
“내가 먼저 나서서 결혼을 하자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 사람도 성 격이 급한 면이 있으니까, 혹시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그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거지. 내가 뭐 꼭 그 인간이랑 결혼을 하 겠다고 이러겠니. 어머, 너도 웃긴 다, 얘.”
횡설수설하는 최연하를 보며 한은 솔이 고개를 내저었다.
답이 없다.
“그거 사기예요, 누나.”
“괜찮아. 여자는 사기 좀 쳐도 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왜? 뭐가 문젠데? 여자들은 다 사기 쳐.”
“ 네?”
“여자들이 화장도 안 하고, 밖에 서 집에서 입는 것처럼 목 늘어난 티셔츠에 수면 바지 입고 배 벅벅 긁어 대는 거 봤어?”
“못 봤죠.”
“다 그런 거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 주가 떨어지니까 다 꾸미잖아. 얼굴을 꾸미고 옷도 차려입는데, 주 변 관계 좀 꾸미는게 어때서? 그
게 그거지.”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뭔가 궤변은 궤변인데, 나름 설득 력이 있는 궤변이었다.
머리가 아파진 한은솔이 이 대화의 주제가 된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강진호씨는 어디가셨어 요?”
“자기 숙소 갔겠지.”
“일찍 보내주셨네요.”
“그럼. 내일 아침부터 관광가야 하는데, 당연히 일찍 보내줘야지. 내가 그 정도 생각은 있는 사람이잖 아.”
“……아침부터 요?”
“응.”
한은솔은 마음속으로부터 강진호 에게 애도를 보냈다.
“그런데 누나.”
“응?”
“강진호씨는 결혼에 관심이 조금
이라도 있기는 해요?”
“……”
최연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
“다녀왔는가, 주인.”
“음.”
강진호가 손을 내저어 바토르의 인사에 화답했다. 호텔방 안으로 들 어서는 그의 발걸음에 작은 피곤함 이 묻어났다.
“후후, 피곤한 모양이군.”
“조금.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아 사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군.”
강진호 정도의 무인이 육체적으로 피곤함을 느낄 리는 없다. 그를 괴 롭히는 것은 정신적인 피로도였다.
“그럴 만하지. 그게의외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이니까.”
“대화가 조금 꼬인 것 같은데?”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바토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여기까지 하지, 여기까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장다징에게 고개를 돌렸다.
“별일은 없었나?”
“딱히 보고드릴 일은 없습니다.”
“ 그놈은?”
장다징이 말없이 화장실을가리켰다.
“잘 있습니다. 그놈도 그리 생각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렇군.”
강진호가 장다징이가리킨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시작하려고?”
“시간을 끌어 좋을게 없지.”
탁.
강진호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장다징이 긴장된 눈으로 화장실을 바라보았다.
“설마 바로 다 불어버리는 건 아니겠죠?”
“괜찮다. 그렇다고 해도 주인이 움직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럼 다행이지만.”
“다만, 음……
바토르가 문이 굳게 닫힌 화장실을 보며 볼을 긁었다.
“돌아오자마자 일단 저 안으로 쳐 들어갈 정도면 많이 참았다는 뜻인데……. 평소의 주인보다 급하고 과 격하게 움직일가능성도 있겠지.”
장다징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 왔다.
‘이젠 모르겠다.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될 수 있으면 아무런 사고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장다징이지 만, 하루 새에 나름 정리를 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바토르와 강진호를데리고 사고 없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헛된 기대는 실망만을 낳는 법이다.
“음, 아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
“ 예?”
장다징의의아한 눈으로 바토르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바토르가 무척이나의미심 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밤은 괜찮을 거다. 생각해 보니 주인이 저놈을 쉽게 죽일 것
같지는 않거든.”
모골이 송연해진 장다징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화장실 문을 바라보 았다.
긴 밤이 될지도 모른다.
지옥같이 긴 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