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6)
마존현세강림기-657화(655/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8화)
2장 취조하다 (3)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오랜 시간 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돌아버 리기라도 한 건가?”
“나는 예전부터 네 그 말투가 싫 었어.”
이현주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리고 사람의 말귀를 못 알아먹
는 점도 싫었지. 내 말이 무슨 뜻인 지 모르겠어?”
“모르는게 아니라 납득이 안 된 다는 거다.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 지? 감시받는데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인 취미라도 생기셨나?”
이현주는 대답 없이 이성휘를 노 려보았다. 그 눈빛에 이성휘가 양손을 들어 올려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그래, 미안하다. 말이 심했다.” 이현주가 고개를 내저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동안 코빼
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나 타나서 같이가자고 하면 내가 좋다 고 따라갈 줄 알았어?”
“빌어먹을.”
이성휘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 졌다.
“나는 사부님이 그리되리라 방치 한게 아니라고! 그 미친놈이 내 생각보다 일찍 움직였을 뿐이야.”
“변명 들을 생각 없어.”
“ 변명?”
이성휘가 이를 갈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지 금 땅에 묻혀 있는 것은 사부님이
아니라 강진호가 됐을 거다.”
이현주가 입을 닫았다.
이성휘의 말투에서 뭔가를 느낀 것이다.
“너…… 설마 할아버지와 연락하 고 있었어?”
“연락만 했을까 봐.”
이성휘가 마치 제집처럼 걸어와 거실에 놓여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양팔을 쫙 벌린 이성휘가 고개를 젖힌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사 부님이 그리 쉽게 쓰러질 사람 같 아? 정확히 찔렸어. 알고 한 건지,
모르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틈을 정확히 찔렸지. 삼 일, 딱 삼 일만 그놈들이 늦게 움직였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사부님이 차를 드시고 계 셨겠지.”
이현주가가만히 이성휘를 바라보 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현 주 역시 이중걸이 강진호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이 성휘의 말과는 다르게 삼 일이 지났 더라도 결국 승리하는 이는 강진호 일게 빤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운이 따르는 이가 있다. 그런 이들은 전력의 고하와 관계없이 반드시 승리하여 역사를 만들어낸다. 이현주는 지금 강진호에게 그 시운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휘와 이중걸이 완벽한 계획을 세웠더라도 강진호는 어떻게 든 그 계획을 돌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이중걸 이 너무 허무하게 쓰러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녀가 아는 이중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
리지 못한다 해도 팔 하나는 자르고 갈 사람이다. 그런 이가 그리 허무 하게 쓰러진다?
시대가 바뀌었고, 강진호가 그만 큼 강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 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삼 일이라고 했어?”
“그래. 그 정도면 충분했어.”
이현주가 고개를 저었다.
“삼 일의 시간을 더 벌지 못한 것도 능력이야.”
이성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인정한다. 내가 삼 일을
당기지 못해서 사부님을 돌아가시게 했어. 사부님을.”
그의 얼굴이 비통해졌다.
이성휘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이현주이지만, 지금 이성휘가 보 여주고 있는 표정이가짜라고 생각 하지는 않았다. 과거의 이성휘는 그 만큼이나 이중걸을 따랐다.
“그러니 너만이라도데리고 나가야겠어. 그게 마지막 순간까지 내 존재를 강진호에게 숨긴 사부님에 대한 내 보은일 테니까.”
“철들었네.”
“……누구라도 나 같은 꼴을 당한
다면 철이 들 수밖에 없지.”
“그런 것치고는……
이현주가 이성휘의 눈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살기로가득해 번들거리는 눈.
그녀가 이성휘와 어릴 적부터 같 이 자라지 않았다면 비명을 지르고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왜 그렇게 됐어?”
“ 뭐가‘?”
“너, 좀 이상해.”
“..큭 ”
이성휘가 손을 들어 얼굴을 주물 렀다.
“악마와 손을 잡으면 이렇게 되 지.”
“악마? 너…… 마공을 익혔어?”
“그래야 했으니까.”
“미쳤어.”
“그래, 인정하지.”
이성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미쳤다. 강진호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미쳐 주지.”
“그 사람에 네게 대체 무슨 짓을 했다고? 그게 이렇게까지 할일이야?”
“그런 원한이 아냐.”
이성휘가 이를 갈았다.
“내가 그놈에게 당했기 때문에,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원한을가진 건 아냐. 그놈이 있는 이상 나는 결 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자각했 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악마와 손을 잡고서라도 그놈을 밟고 올라가야 하지 않겠어?”
“……누가 네게 마공을 줬지?”
이성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 만 이현주는 알 수 있었다. 강진호가 나타나기 이전에 마공을 지니고 있던 이는 대한민국에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김석일이구나. 김석일과도 손을 잡았어.”
“쓸데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자 고.”
“너, 미쳤구나. 어떻게 그 사람을 잡자고 김석일과 손을 잡을 수 있 어? 김석일이 어떤 사람인지……
“사부님은 모르셨을 것 같아?”
이번에는 이현주가 입을 다물었다.
“원래 그런 거야. 외적이 쳐들어 오면 조금 전까지 서로 목줄을 물어 뜯으려던 이들도 손을 잡고 함께 싸 워야 하는 법이지.”
“의미 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자 고. 나도 알아, 이런 나와 함께 간 다는게 찝찝하다는 것 정도는. 그 리고 나도 네게 나와 함께하자고 할 생각은 없어. 나와. 네게 자유를 줄 테니까. 그다음은 네 마음대로 해. 적어도 지금처럼 감시받으며 갇혀 있는 상황 정도는 벗어날 수 있겠 지.”
이성휘의 말에 이현주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안가.”
“이현주!”
이성휘의 눈에서 불이 튀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남겠 다는 거야?”
“소리 지르지 마. 난 지금 충분히 이성적이니까. 내가 멍청하게 구는게 아니라, 네가 멍청하게 구는 거야.”
“내가?”
“그래. 여길 빠져나갔다고 쳐. 그 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총회가 한국을 장악했는데, 이 안에서 뭘 할까? 정체를 숨기고 어디 편의점 알바라도 할까?”
“그럼 여기서 이렇게 살겠다는 거
야?”
“아니.”
이현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감시가 계속되지는 않아. 그들도 인력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까. 내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들도 나를 풀어주겠지. 그럼 나는 다시 일할 거야.”
“일? 총회에서?”
“그래.”
“미친!”
이성휘의 몸에서 투기가 끓어올랐
다.
“사부님을 죽인 놈들과 함께 일하 겠다는 거야?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충분히 제정신이지.”
“아니. 넌 미쳤어.”
이성휘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부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 어? 그런데 저놈들과 같이 일할 계 획을 세우고 있다고? 그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게 아냐. 너는 나보 다 더 미쳤어.”
이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네가 말했잖아. 미치는 걸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고. 지금이 내게는 그 럴 때야.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저들의 밑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 어.”
이성휘의 얼굴이 짧은 시간이 몇 번이나 변했다.
한참이나 이현주를 노려보던 이성 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니지? 현주야, 아니지? 너, 다른 계획이 있는 거지?가령 강진호를 암살한다든가.”
“정신 차려.”
이현주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현실이 힘들다고 꿈을 꾸면 안 되잖아. 내가 강진호를 어떻게 한다 고?”
이현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인정해. 이제 그 사람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냐. 아니, 처음부터 그랬지.”
처음 강진호를 만났을 때.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그의 본 성을 봤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강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그를 이용하려 했을 때부터 그들은 수렁 에 빠진 것이다.
“총회 안에 강진호를 끌어들인 건 우리야. 그 사람은 몇 번이나 기회를 줬어.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 고 그에게 대적한 거고. 지금은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지.”
“너 변했구나?”
“사람은 누구나 변해. 네가 변한 것처럼. 그래도 나는 현실적이 된 거야. 너처럼 꿈을 꾸지는 않아.”
이성휘가 처연한 얼굴로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에 그의 얼굴이 몇 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정신 차려, 성
휘야. 현실을 인정해야지.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지금이 라도 돌아와. 네가 고개만 숙이면 그 사람은……
“개소리하지 마!”
이성휘가 악을 썼다.
“사부님을 죽이고, 모든 것을 앗 아간 놈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살겠 다고 꼬리라도 치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 사람과 싸우는 것이라도 포기해. 성휘야, 너 마저 잃고 싶지는 않아. 그럼……
“걱정하지 마. 잃을 일 없을 테니 까.”
이성휘가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들의 사이가 멀어진 것처럼 그 들의 거리도 멀어졌다.
“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어. 네가 강진호에게 반쯤 세뇌되었다는 것도.”
“성휘야!”
“그러니 내가 보여주지. 그 강진호의 신화가 무너지는 모습을 말이야. 그놈의 목을 들고 너를 찾아왔을 때, 네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지 두고 보겠어.”
이현주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깨달아 버렸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알던 이성휘가 아니다. 복수 에 눈이 멀어버린 복수귀일 뿐이다. 그 어떤 말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불가능해.”
“아니,가능해.”
이성휘가 낄낄대며 웃었다.
“두고 봐. 내가 보여줄 테니까. 이미 모든 계획은 진행되고 있어. 그러니 지켜보기나 해. 그럼 그때까 지 편히 쉬라고.”
이성휘가 몸을 돌렸다.
“현관으로 갈 셈이야?”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이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 면, 네가 그 사람들을 해치고 나면 내 입장이 어떨지도 생각해 줘. 부 탁할게.”
이성휘가 고개를 돌려가만히 이 현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방향을 돌려 작은방 쪽으로 향했다.
“고마워.”
대답 없이 걸어가던 이성휘가 방의 문고리를 잡더니, 그 자리에 멈
춰 섰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이 성휘가 낮게 입을 열었다.
“ 현주야.”
“응.”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현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 답은 그녀가 해줄 수 있는게 아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는 방법은 없어. 나는 끝까지 간다.”
이성휘는 대답도 바라지 않는다는 듯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조용히 문이 닫혔다. 아마 방 안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것이다.
이현주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 향이가신 거실이 더없이 적 막하게 느껴졌다.
‘세상이라는 건 그런 거야.’
변화는 언제나도태를 동반한다.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에 머물러 서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고 울며 불며 소리쳐 봐야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현주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나는 살아남을 거야.’
비록 그게 지켜보기 괴로운 세상
이라 해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시간을 더 보낸 이현주가 현 관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등장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이현주가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책임자를 연결해 줘요. 급하게 전할일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