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58)
마존현세강림기-659화(657/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0화)
2장 취조하다 (5)
“……”
장다징이 허벅지를 움켜잡았다.
‘빌어먹을.’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우는 소리가.
강진호는 기막을 둘러 소리를 통 제하지 않았다. 그저 들을 테면 들
으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명확히 알아듣기 힘 든 작은 소리겠지만, 무인들에게는 너무도 선명하게 들리는 크기였다.
그러니 들을 수밖에 없다. 궈리친 이 우는 소리를 말이다. 장다징은 입 한번 떼지 못했다. 전신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너무 긴장해 전신이 아파올 정도이지만,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상상이야 했다.
강진호가 그가 생각하는 이상의 방법으로 저놈을 괴롭힐 거라는 건.
하지만 그 반응이 장다징이 상상
하던 것이상이었다. 들려오는 소리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딱히 강진호가 저놈에게 손을 댄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 어진단 말인가.
궈리친.
궈리친이라고 했었다.
장다징은 안다.
만약 궈리친이 강진호에게 붙들려 오지 않았더라면, 장다징은 감히 궈 리친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계파가 다르다고는 하나, 일개 정보원에 불과한 장다징과 조
직의 일을 맡는 궈리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조직에 있었다면 궈리 친이 기분이 나쁘다고 장다징을 때 려죽여도 딱히 문책이 돌아오지 않을 수준이다.
장다징의 신분이 낮기도 하지만, 조직에서 외부의 세계의 얽힌 일을 처리하는 이들은 신뢰받는 조직원이다. 출셋길이 반쯤은 보장된 사람들 이다.
이 넓은 중국 땅에, 그 많은 무인 들 중에 그런 출세가도를 달리는 이 들은 겨우 한 줌. 정말 한 줌에 불
과하다.
그런 이다.
그런 이가 지금 아이처럼 울고 있는 것이다.
장다징은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 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진호가 그를 어두운 곳에 처 박아두라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효과가 나올 수 있는가?
그 순간이었다.
턱!
바토르가 장다징의 어깨를 짚었다.
“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다칠 뻔했군.”
“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럴 수 있지.”
바토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 소를 지었다. 장다징은 궁금증을 참 지 못하고 묻고 말았다.
“바토르 님, 저는 저 상황이 이해가가지 않습니다.”
“이해하지 마.”
“ 예?”
바토르가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는가끔 모르는게 나은 것도 있어. 그리고 무인이기에 더
고통스러운 상황도 있지. 굳이 들을 것도, 볼 것도 없어. 차라리가서 맥주라도 하나 사 오지.”
“……그러겠습니다.”
비척비척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는 장다징을 보며 바토르가 혀를 찼다.
‘대가 약해.’
무인이라기에는 너무 심약하다. 아니, 심약하다고 할 건 아니다. 바 토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강진호 에게도 맞선 사람이 장다징이다. 누가 감히 그에게 심약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는 무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착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주인은 무인치고도 너무 잔혹하지.’
바토르가 굳게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섬뜩함을 느낀 적이 있다.
과거 한번.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도, 제 손으로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도, 그의 앞에서 고통에 떨면서 죽어간 이들을 보았을 때도 미동조
차 없던 그의 심장이 공포에 질린 적이 단 한번 있었다.
생매장해 죽인 이의 시신을 꺼내 기 위해 땅을 파헤쳤을 때.
의뢰인의 부탁대로 석관 안에 사람을 밀어 넣고 단단히 봉한 채 묻 어버린 관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파헤쳤을 때.
굳게 닫혀 있던 관 뚜껑을 연 순간, 궈리친은 생전 느낀 적 없는 공 포와 찝찝함을 직면해야 했다.
그 광경은 처참이라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산 채로 땅에 묻힌 사람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힌 것이다.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얼 마나 발악을 했는지, 전신에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석관 여기저기에 부 딪친 몸은 하나같이 터져 있고, 손 톱은 모조리 부러져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손가락 중 몇 개는 그놈의 입안에 들어가 있었다. 너무도 거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미쳐서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은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정.
죽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큰 공포 에 시달렸는지, 사람의 것이 아닌
둣한 표정이 죽어서까지 남아 있었다.
스스로 담대함을 넘어서 감정이 거의 없다고 여기는 궈리친조차 그 광경을 잊지 못해 며칠 동안 악몽을 꿨다. 그런 후, 다시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차라리 벌레처럼 팔다리를 하나하 나 뜯어가며 죽이는 것이 인간적이다. 그건 차마 사람이 할일이 아니 었다.
그런데…….
궈리친은 알게 되었다.
그게 끝이 아님을.
석관 안에서 죽어간 이는 적어도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고, 발버둥이 라도 칠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조 건에서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이는 어쩌란 말인가.
몸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 몸이 움직이지 않아 어둠 속에 방치되어 죽어가는 그 갑 갑한 두려움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지금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해 방감 따위가 아니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 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이었
다.
다시 그 꼴이 될 수 있으니까.
그가 지금 눈앞에 있는 악마를 만 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다시 육체의 자유를 잃을 채 어둠 속에서 방 치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그 상황만 피할 수 있다면, 궈리 친은 죽음이라는 결과를 격렬한 환 희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죽음은 차라리 안식이었다.
“죽여 달라?”
목소리.
절대적 권한을가진 이의 목소리
가 그의 영혼을 떨게 만들었다.
“요구나 부탁을 할 수 있는 처지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렇 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 못했습니다. 부디, 부디 용서해 주십 시오. 부디……
궈리친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죄를 빌어야 한다는의식만 있을 뿐이었다.
엎드려 빌지도 못한다.
강진호가 그에게 일어나라고 했으
니까.
자세를 흐트러뜨릴 자유조차 부여 받지 못한 그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필사적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 발 이자가 노여워하지 않기를 바라 면서.
강진호는 그런 궈리친을가만히 바라보았다.
무너졌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마지막 선이 무너졌다. 지금 이대로 궈리친을 풀어준다고 해도 그는 무 인으로서는 물론, 인간으로도 제대 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같은 일을 당해도 다른 사람은 이 렇게까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궈리친은 강진호를 보았다.
악은 악을 알아본다.
자신보다 큰 거악(巨惡)을 본 이는 자신의 처지를 직감하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그런 존재이기에 자신 이 어떤 꼴을 당할지 짐작할 수 있다.
궈리친을 망가뜨린 것은 강진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죄 악들이다.
악당은 악당에게 맞는 방식이 있
다. 강진호는 그저 그 방식을 적절 하게 사용했을 뿐이다.
그럼 이제는 굳이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할까?”
궈리친의 눈이 떨렸다. 그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모든 것, 모든 것입니다. 당 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셔야 합니다.”
“ 그렇군.”
그저 들으면 된다.
“그럼 말해봐. 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야.”
궈리친의 입이 열렸다.
흘러나온다.
그가 아는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강진호가 궁금해할 만 한 것들은 모두, 그조차 기억하지 못한 일들조차 모조리 그의 입을 통 해 홀러나왔다.
살아남겠다는의지보다 편히 죽겠 다는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그의 지는 평소의 그라면 불가능했던 일 까지가능하게 만들었다.
말하고 또 말하고.
늘어놓고 또 늘어놓는다.
그가 아는 모든 것을.
강진호의 분노가 향할 모든 이를.
강진호는가만히 그 모든 말을 듣 고 있었다.
한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낸 궈리친의 입이 닫혔다.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말했다. 뇌세포 하나 하나를 바늘로 긁어낸 느낌이다.
“끝인가?”
“……예. 제가 알고 있는 건 모 두……. 모두 말했습니다, 모두. 제가 아는 것을 모두. 더는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더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궈리친이 손을 끌어 올려 얼굴을 감쌌다. 허락받지 못한 행동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편한 죽음 같은 건 감히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저를 죽여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하게 애원합니다. 저를…… 저를 다시 그 지옥으로 내버리지 말아주십시 오. 제발…… 제발……
강진호가가만히 궈리친을 바라보 았다.
감정 없는 차가운 눈빛.
한때 궈리친을 향해 끓어올랐던
진득한 분노마저가라앉은, 차디찬 눈이었다.
“기회를 주지.”
“……예?”
“십 분 뒤에 돌아오겠다. 그 십 분 사이에 두가지를 준비해라. 하 나는 새로운 정보. 지금까지 네가 말하지 않은 새로운 정보. 내가 흥 미가 생길 새로운 정보. 이해했나?”
“흐… 흐으, 흐…
궈리친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없다.
더는 없다.
그는 정말 모든 것을 긁어 말했
다. 더 이상은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디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내라는 말인가.
“또 하나는……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말을 한번 다시 해. 틀린 부분이 없고, 새 정보가 마음에 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 지. 네게 죽음을 주겠다.”
“으……흑, 흐으윽, 흐흑.”
궈리친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다음에 할 말을 미리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걸 귀로 듣는다는 것은 너무도 두려 운 일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양손을 들어 고막을 파내고 귀를 뜯어내고 싶었다. 그러면 듣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 자유가 허락되 지 않았다.
“그렇지 못할 때는 느린 안식을 주지.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 서 죽을 수 있도록 말이야. 내 말이 무슨의미인지 이해해?”
대답은 필요 없었다.
완벽하다 못해 절실하게 이해하고 있으니까.
덜덜 떨고, 경련하고, 일 초에도 수십 번씩 뒤바뀌는 궈리친의 얼굴 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생각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준비했어. 네게 모두 보여주지 못할 만큼 말이야. 너에게는 죽음도, 고문도 과분하지. 알게 될 거야. 내 것을 건드린 이가 어떻게 되는지. 그러니 생각해.”
강진호가 궈리친을가만히 보다가 몸을 돌렸다.
찰칵.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와 함께 욕 실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궈리친
의 입장에서는 눈이 멀 것같이 밝은 빛. 환희와 생명의 빛이었다.
탁.
하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진호가 문을 닫고 나가 버린 순간, 세상은 다시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 어둠 속에서 궈리친이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궈리친이 손가락으로 바닥을 마구 긁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더 필사적으로.
사 온 맥주를 내려놓지도 못한 채 숨을 죽이던 장다징은 문을 닫고 나 온 강진호를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멍하니 웅시하고 있었다.
괴물이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사람이 저렇게 악귀 같은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건 그냥 악귀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다.
저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다징의 손에 들려 있는 맥주를 본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콜라는 없나?”
“……”
확실하게 알았다.
저건 미친놈이다.
그것도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