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60)
마존현세강림기-661화(659/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2화)
3장 조여오다 (2)
‘그만큼 다급하게 오겠다는 말이 겠지.’
장시앙이 한숨을 쉬며 전화기를 조감독에게 건넸다.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온다는군.”
“정말입니까?”
조감독이 깜짝 놀랐다는 듯 장시 앙을 바라보았다.
“왜? 오면 이상해?”
“이상하죠. 보통 배우라도 기분 나빠할 만한 일인데, 그 최연하 아 닙니까. 열 받는다고 감독님에게도 그 난리…… 크홈, 여하튼 그 성질 불같은 여자가 순순히 온다는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당연히 성 질내고 전화 끊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
이 부분만은 장시앙도 반박할 수 없었다. 망신을 당할 거라 생각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고 한 전화다. 그런데 이런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올 줄이야.
“작품은 같이 만드는 거고, 문제가 있으면 같이 해결하는게 배우라는군. 이 작품은 감독만의 것이 아니라나?”
“……정론이네요. 그런데 지키기 쉽지 않은 정론이죠.”
“그렇지.”
장시앙이 입맛을 다셨다.
새삼 최연하의 프로의식이 대단 하게 느껴졌다. 만약 입장이 바뀌었 다면 어땠을까? 장시앙이 배우였다
면, 며칠 전에 싸움을 하고 바로 어 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감독이 곤 란을 겪는다고 촬영장으로 바로 향 할 수 있을까?
‘못하지.’
장시앙이라면 감독 엿 먹어보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을 것이다. 조금 더 나가자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류 웨이가 나타날 때까지 침대에서 꼼 짝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든 감독을 엿 먹이려고 애 썼을 것이다.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까.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다고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바
로 어제 장시앙이 그녀에게 그만큼 엿을 먹였는데.
소국의 여배우가 이리 장부처럼 나오니, 자신이 한 짓이 새삼 얼마 나 치졸했는지 새삼 실감하는 장시 앙이었다. 자꾸 얼굴이 달아오른다.
생각해 보면 해외 촬영을 온 여배 우가 이리 잘 버텨주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촬영을 하고 있어서 딱히 생각하지 못한 부 분이었다.
‘좀 더 신경을 써야겠어.’
마스크도 출중한데 연기력도 좋 고,게다가 촬영에 임하는 자세도
프로답기 그지없다. 이만한 인재를 박대한다는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괜히 사람 무안하게 만드는군.” 장시앙이 혀를 찼다.
“그럼 준비합니까?”
“그래. 예정 바꿔서 최연하 신부 터 먼저 촬영하자고. 어차피 겹치는 장면이니까 별 상관 없겠지.”
“예.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촬영 시간이 좀 빠듯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좀 빨리만 와주면 괜찮을 것 같 지만……
시계를 확인한 장시앙의 얼굴에 살짝 불안함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오면 메이크업 끝내고 바로 촬영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빨리 와주길 바라야지.”
“예, 감독님.”
다급히 뛰쳐나가는 조감독을 보며 장시앙이 한숨을 쉬었다.
‘30분이라……. 바랄 걸 바라야 지.’
쓴웃음을 지으며 대본을 확인하는 장시 앙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최연하의 발언은 그저 빨리가겠 다는의지를 표명한게 아니었음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는다고 오오오오오!”
“시끄러! 인마!”
“주, 죽는…… 으아악! 죽는다구 요! 누나! 누나! 좀 말려봐요! 저 미친 양반 좀 말리라고오오오오!”
최연하는 썩은 얼굴로 한은솔을 바라보았다.
“야, 너는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
아서 어떻게 하냐?”
“남자? 남자? 남자는 처박으면 안 뒈지나? 남자는?”
핏발 선 눈으로 뭐라 해석도 안 되는 방언을 마구 터뜨리는 한은솔 이었다.
사실 좀 추하기까지 한 광경이지 만. 지금 한은솔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안다면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사천은 길이 험하기로 유명했다.
촉로(蜀路)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현대에 이르러도로가 포장이
되면서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도시를 벗어나면 아직도 험한 길투성이 였다.
더구나 지금 드라마의 촬영지는 산꼭대기에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 기 위해서는 조금만 삐끗해도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험로를 지나야 한다.
현지인들도 이곳을 지날 때는 속도를 줄이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차를 몰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강진호는 그 위험천만한도로를 이 커 다란 밴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시속 80km를 넘겨서 말이다.
“미쳤다고오오오오오오오!”
차창 너머로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눈에 들어오자, 한은솔은 절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길을 이 속도로 올라간다고? 이 길을?
‘슈마허도 이런 짓은 안 하겠다.’ 이건 대책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자살행위였다.
“강진호씨! 으아! 강진호씨!”
“조용히 좀 해!”
“지금 내가 조용히 하게 생겼냐고 오!”
최연하의 손이 등짝을 자꾸 후려
쳤지만,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한은 솔이었다. 지금 아픈게 문젠가. 죽 으면 아프지도 않을텐데.
출발하기 전, 강진호에게 운전대를 넘기라는 최연하의 말을 무시해야 했다. 국제 면허증은 있는지부터 따져야 했다.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라도 운전은 그가 해야 했다.
저 멀쩡해 보이는 인간이 운전대를 잡으면 돌변하는 인간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마나 국도를 달릴 때는 과격 운 전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 이었는데, 외곽의 비포장도로에 접
어들면서는 사람의 탈을 내려놓은 채 액셀을 밟고 있었다.
“안 떨어진다고.”
“그걸 누가 알아!”
“하, 진짜.”
최연하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얼 굴로 한은솔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진호에게 말했다.
“ 괜찮죠?”
“그런데 이 길이 맞습니까?가라는 대로가고는 있는데……
“이거 쭉 따라가면 나와요.”
“그럼 속도 좀 더 올립니다. 바쁘 다니까.”
“네.”
한은솔의 얼굴이 버퍼링이라도 걸 린 듯 더더덕 떨렸다.
뭐?
뭘 올려?
부우우우우우우웅 !
액셀을 꽉 밟는 느낌이 전신으로 전해진다. 차가 돌부리에 걸려 터덜 터덜 튀는 와중에서도 속도가 더해 지는 느낌이 확연하게 전해진다.
“야, 이 미친것들아아아아아아!”
한은솔이 절망과 분노를 담아 소 리치고 또 소리쳤다.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한은솔이지만, 절벽을 치
고 달리는 밴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 들지 않았다.
“저, 저거?”
조감독이 살짝 놀란 눈으로 어딘가를가리켰다.
“ 왜?”
“저거, 최연하 밴 아닙니까?”
“응?”
장시앙이 고개를 돌려 조감독이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억?”
감독의 눈이 떨렸다.
“뭐야? 왜 벌써 와?”
촬영장 입구로 먼지투성이의 밴이 바쁘게 들어서고 있었다. 밴은 최연하의 밴이 분명했다. 이곳에서 밴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보통 검은 밴을 애 용하지만, 최연하는 특이하게도 하 얀색 밴을 타고 다녔다. 덕분에 한 눈에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최연하의 숙소에서부터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온다면 적어도 한 시간 반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까지 30 분도 걸리지 않아도착한다고?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나?’
그럴 리가.
최연하가 아무리 할 짓이 없어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설사 류웨 이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쳐도 굳이 아래에서 대기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럼?
“근처에서 놀고 있었나 보죠?”
“아마 그런 것 같은……
그 순간이었다.
밴이 멈춰 선다. 그러더니 채 바 퀴가 완전히 서기도 전에 문이 다급 하게 열렸다.
‘뭘 그리 급하게……
하지만 안에서 뛰쳐나온 사람은 최연하가 아니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웬 사내놈이 뒷자리에서 몸을 던 지듯 내리더니, 바닥을 부여잡고 토 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도통 납득이가지 않는 상황에 장 시앙이 당황했다.
“저거…… 최연하 매니저 같은데 요?”
“그렇지?”
촬영에 관련된 스탭이 아니면 딱 히 관심을 두지 않는 장시앙이지만,
최연하의 매니저와는 안면이 있었다. 언제나 주연 배우들과 소통해야 하는 감독의 특성상 몇 달 같이 구 른 이를 못 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저, 저 새끼 왜 저래?”
“……멀미 아닐까요?”
“ 멀미?”
“예.”
감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설마, 진짜 그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한 건 아니겠지?’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그
저 운전 실력이 어쩌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길은 절벽을 타고 만들어진 험로였고,가 드레일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 길로 장비를 옮긴다고 얼 마나 고생했던가.
그런데 그 길을 과속으로 달린다 고?
목숨을 열 개쯤가지고 있지 않으 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 디러!”
최연하가 차에서 내리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촬영장에 토하면 어떻게 해! 이
멍청아!”
최연하가 짜증을 부리며 차 안에 서 물티슈를 꺼내 쑥쑥 뽑아냈다. 그러고는 엄지와 검지로 물티슈를 멀리 잡아 한은솔에게 건넸다.
한은솔은 독기가득한 눈으로 최 연하를 돌아보았다.
눈만 보면 꽤나 섬뜩한 모습이지 만, 코와 입의 상태가 차마 설명이 어려운 상태여서 딱히 무서워 보이 지는 않았다.
“아, 악마 같은……
“시끄러, 인마.”
“죽을 뻔…… 우욱.”
최연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물티슈를 통째로 한은솔의 머리에다 돌려 버렸다. 그러고는 장시앙을 향 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장시앙은 그 광경에 압도되어 아 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저 왔어요.”
“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히 말하는 최연하를 보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
“삼 일 뒤에 찍기로 한 그 장면부 터가면 되나요?”
“예, 그렇죠. 그 장면입니다.”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메이크업 빨리하고 나올게 요. 그리고 메이크업하는 와중에 좀 들어와 주세요. 제가 대본 리딩하는 중에 감정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무래도 감독님하고 저 하고 해석이 갈린 것 같아요.”
“어느 부분?”
“메이크업하면서 이야기하자구요. 그럼.”
최연하가 몸을 빙글 돌리더니, 발을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 그리고……
“ 응?”
“저 놀러가려다가 바로 왔으니 까, 나중에 이거 보상해 주셔야 해 요. 저 처음 받는 휴가였어요.”
“물론 해드려야지! 물론!”
“그럼 됐어요.”
최연하가 별말 없이 간결하게 돌 아서자, 장시앙의 입에서 한숨이 나 왔다.
최연하가 이번 일로 그를 닦달했 다면 이 미안함이 조금은가셨겠지 만, 최연하는 굳이 그녀의 고생을 언급하지 않았다. 덕분에 더욱 미안
해진 장시앙이었다.
‘분량을 좀 늘려야겠어.’
결말로가는 과정도 좀 수정해야 겠다.
촬영에 제대로 임하지도 않는, 연 기 못하는 멍청한 류웨이와 최연하를 비교한다면, 누구에게 더 큰 비 중이 실려야 할지는 자명하다.
감독이 수정할 시나리오를 머릿속 에서 검토하는 와중, 최연하는 여전 히 토하고 있는 한은솔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려 주고는 밴의 운전석으로 향했다.
“고마워요.”
“딱히 한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강진호씨.”
“ 네.”
최연하가 낮게 속삭였다.
“그런데 류웨이가 계속 나오지 않 으면 저도 좀 곤란해지는데…… 혹 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놈 잡아 오실 수 있어요?”
황당한 말이었다.
이 넓은 중국 땅에서 어떻게 사람을 찾아오란 말인가. 그것도 이제 막 중국에도착한 강진호가 말이다.
하지만 최연하의 눈은 조금의의 심도 품고 있지 않았다.
이 남자라면 별일도 아니라는 듯 이 잡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어려 있 었다.
그리고 그 확신에 강진호는 태연 히 답했다.
“지금데리고 오면 됩니까?”
최연하의 얼굴에 더없이 환한 웃 음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