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61)
마존현세강림기-662화(660/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3화)
3장 조여오다 (3)
한국 무도 총회는 빠른 속도로 안 정화되어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총회가 생겨난 지가 어느덧 반백 년이 넘었지만, 이번 이중걸의 난처 럼 커다란 사건은 흔치 않았다.
영남회를 복속시킨 일도 총회의 역사에가장 큰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정도로 큰일이건만, 그만한 사건 이 모두 정리되기도 전에 역대급 사 건이 또 한번 터진 것이다.
웬만한 조직이라면 사건의 여파를 감당하느라 허덕이고 있어야 정상이 겠지만, 총회는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수련을 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그런 일 이 있었는가 하는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명환은 고개를 슬쩍 들어 건물
위쪽을 바라보았다. 높지 않은 총회의 건물이지만, 위쪽은 쳐다보기조 차 껄끄럽다.
저 최상층에 회주와 여러 실권자 들의 사무실이 존재한다. 저 창으로 누가 내려다보고 있는지를 생각하 면,도저히 고개가 위로 올라가지를 않는다.
‘빨리 정리될 수밖에 없지.’
혼란이 찾아왔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 사람이다. 사람은 바닥에 발을 뻗어야 살아갈 수 있다. 하지 만 조직에 혼란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자신의 발이 붙은 곳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지진이 닥쳐오면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상식 적인 조직을 원하는게 아닌지도 모 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조직, 스스로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 이 확실하게 보이는 조직이다.
그런 면에서 이중걸을 제압한 이 후 총회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확 실히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명환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강진호가 회주의 자리에 올랐다는
게 중요하다.
사실 그동안의 강진호도 회주나 다름없었다. 총회의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진호가 진짜 회주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의미가 조금 다르다.
강진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던 이들은 왜 강진호가 총회 에서 직위를 맞지 않는지의아해했다. 동시에 불안해했다.
지금의 총회는 강진호가 반 이상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진 총회는 강진호에게 대부분의 일을의지하고 있었다. 그런 강진호가
어느 날 손을 놓고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강진호를 잘 아는 이들일수록 그런 미묘한 불안함에 시달렸다.
당장 이명환만 하더라도 그런 불 안을 느끼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강진호가 회주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런 불안을 느끼던 이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었다. 미묘하게 물 컹거리던 지면이 단단해진 것처럼 말이다.
어긋나 있던 톱니바퀴의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진작부터 그리 되었
어야 할일이니까. 사람들은 거기에 서 안정감을 느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리고 지난일들의 부작용이 얼마나 크든 강진호가 있는 이상은 별문제 없이 총회가 유지 되고 발전할 거라는 신뢰가 존재하니까.
‘우습게도 말이야.’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이명환은 이 현상을 조금 어이 없이 여겼다.
강진호의 무얼 보고 그를 신뢰한다는 말인가.
저마다 나름의 이유를 대기는 하
겠지만, 결국 그들이 믿는 것은 하 나였다.
강진호의 무력.
그저 강하다는 것 하나.
이래서 무인이란 재미있는 존재다.
보통 사람에게 있어서 누군가가 강하다는 것은 그저 그 사람이가지 고 있는 특징에 지나지 않는다. 누 군가가 강하니까 그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신뢰한다고 말한다면,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하지만 무인계에서는 그게 통한다.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상식적으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무인계에서는 과거부터 빈 번하게 벌어지던 일이다. 강호를 이 끌어 나가는 자는 머리가 좋은 자도, 인간관계가 좋은 자도 아니 고…… 그저 강한 자였다.
그리고 강호인들은 그 강자에게 무한한 신뢰와 경의를 보낸다.
‘말아먹기 딱 좋지.’
그 구시대적인 일이 21세기인 현 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만 보면 미개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건 무인 나름의 특 성 때문이다.
무인이 강자를 동경하기 때문에?
아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고는 있지 만, 누군가가 이명환에게 강진호를 회주로서 신뢰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명환은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째서냐고?
‘무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스스로 무학을 익히지 않은 이들은 강자의 ‘강함’, 그 자체에 주목한
다. 결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무 인들은 강자의 강함이 아니라 그 강 함을 이루기 위해 겪었을 과정에 주 목한다.
아무리 좋은 무학을 배운다 하더 라도 본인의 노력이 없으면 강해진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자들은 무 학을 익히는 과정에서 이미 모든 것을 증명했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
무학을 이해하고 체화하는 두뇌.
스스로에게 맞는 무학을 확정하고 밀어붙이는 결정력.
그리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
거기에 무학을 활용하는 응용력까 지.
무학이 강한게 아니라 사람이 강 한 것이다. 강한 사람이기에 무학도 강하다. 그러니 어찌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강진호는 총회에 지금껏 단 한번도 존 재하지 않은, 압도적인 지도자다. 그가 하는 말은 굳이 이유를 대지 않 아도 법칙이 될 것이고, 신뢰를 이 끌어내게 될 것이다.
그래, 신뢰.
그 신뢰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이명환도 더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명환이가만히 자신의 두 손을 얼굴 앞으로가져갔다.
‘무섭다.’
솔직한 심경이다.
무학을 익힌다는 것은 사람을 파 괴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환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 힘이 무섭다고 생각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명 환은 처음으로 자신이가진 힘이 어 떤 것인지를 절실하게 실감했다.
‘마공.’
그가 익힌 마공은 피아를가리지 않는다.
마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순간, 뇌가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 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비어버 린 공간을 증오와 악의가 채워 버린다.
눈에 띄는 모든 이에 대한 압도적 인 적의.
이대로 계속 마공을 익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명환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서 그를 바라보는 이들이
수군대는게 느껴진다.
그럴 만도 하다.
이중걸의 난. 그 고풍스럽고 유치 한 이름이 붙은 사건이 끝난 뒤가 장 큰 명성을 날린 것은 강진호도 아니고, 이현수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몇 안 되는 수로 그 많 던 이중걸파를 치과 평생 고객으로 만들어 버린 마염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아무리 주변을 통제했다지만, 모 두의 눈을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게다가 그들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은 다른 이들이 정리하지 않았는가.
처음 화제는 그들과 붙어 싸운 이 들이 얼마나 끔찍한 꼴을 당했는지 였다. 하지만 곧 그 화제는 그들이 얼마나 강했는지로 옮겨갔고, 나중 에는 결코 있을 것 같지 않은 목격 자들도 다수 나타나며 설이 풀려 나 갔다.
당연히 당사자들이 듣기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과장된 설들이지만, 목격자가 없다는게 반대로 작용하 여 그 설들은 정론이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지금 이명환을 위시로 한 강진호 친위대들에 대한 평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마인 놈
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평이 거의 틀린게 없 어.’
지금의 이명환에게 그런 평이 내 려진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공을 끌어 올린 이명 환은 그 평가가 딱 들어맞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명환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마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고 산을 올라갈 때의 그 기분을.
그 해방감, 그리고 그 충동.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죽여 버리
고 싶던, 그 들끓는 혈기.
‘ 괜찮을까?’
스스로가 망가져 간다는 자각이 있었다. 다들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지금 마공을 익히는 이들은 다들 비 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날 이후 눈에 보이게 슬럼프에 빠진 이들이 늘어났다.
인간이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부담 이었다.
언젠가 스스로가 살인 밖에 모르는 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공을 계속 익히라는 말인가.
이 끔찍한 부담감에서 그를 지탱 해 주는 것은 강진호에 대한 신뢰였다. 괴물이 되지 않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 한마디가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종교 같군.’
이명환이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런 증거도, 증명도 없다. 그 저 말 한마디일 뿐이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무 한한 신뢰를 보낸다. 이게 종교와
뭐가 다른가.
마공을 익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강진호에 대한 믿음을 하루하루 되 새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둘 열 성 신도가 되어간다. 이러다가 나중 에 강진호가 말 한마디 건네면 감격 해서 울어버리는 놈이 나오지 않을 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명환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다.
이건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빠지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마공을 폐공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고 나서 평범한 사람으로 평범한 인생
을 살아가면 된다.
그럴 용기도 없는 주제에 불만만 늘어놓는 것은 무인이 할 짓이 아니다.
다만…….
“뭐 하냐?”
“응?”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명 환이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직 그에게 말을 거는 이가 남아 있…….
“너는 뭐 하…… 아니, 너는 뭐 하는 놈이냐?”
패딩인가?
아닌데?
이명환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덩치가 큰 사람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있는 패딩 같은 옷을 입고 서 있으니, 그 험악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왜 옛사람들이 오랑캐를 보고 귀 신이라고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이명환이 당장에 기겁을 하고 거 리를 벌리지 않은 것은 이 오랑캐를 상대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오랑캐의 얼굴이 익숙했기 때문 이다.
“뭐 하는 놈이냐니? 새끼야.”
“……뭘 처 입은 거야?”
“……납옷이다.”
“납옷?”
공영길.
이명환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공 영길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납이라고?’
그러고 보니…… 저거, 패딩이 아니다. 튼튼한 옷 여기저기에 주머니가 엄청 달려 있고, 그 주머니 안을 뭔가가 채우고 있었다.
“그게 다 납이라고?”
“그래.”
“그걸 입고 다녀?”
“어.”
공영길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런 걸 왜?”
오랜만에 본 친구이건만, 반가움 보다 궁금함이 더 컸다. 대체 왜 저 런 괴기스러운 짓을 한단 말인가.
“수련이란다.”
“그걸 입고 다니는게? 그게 효 과가 있냐?”
“효과는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입으라는 걸 어떻게 하냐? 자기 다 녀올 동안 한번이라도 벗는 놈이 있으면 동그랗게 말아서 축구 찰 거 라잖아.”
이명환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 졌다.
“바토르 님이?”
“그래.”
공영길이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고생이다.”
“ 빌어먹을.”
낮게 한숨을 쉬는 공영길을 보며 이명환은 어쩌면 강진호는 무척이나 좋은 스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수치사당할 위험은 없으니 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너희 별일 없냐?”
공영길의 말에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