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62)
마존현세강림기-663화(661/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4화)
3장 조여오다 (4)
“별일이라니? 왜? 무슨 소문이라도 났어?”
공영길이 어색한 얼굴로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아니, 뭐, 뜬소문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광고 내보내지 말고 본론부터 플
레이해봐. 뭔데?”
“너희 소문이 좀 안 좋아서.”
“뭔 소문?”
공영길이 살짝 고민하는 얼굴로 이명환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한 숨을 내쉬었다.
“뭐…… 이거, 그냥 소문이야. 내 생각이 아니고.”
“말 좀 하라고, 새끼야. 덩치는 산만 한게 왜 자꾸 소심하게 구 냐?”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그렇지. 사람들 사이에 너희가 마공에 미쳐 서 밤마다 사람 죽이고 다닌다는 이
야기가 돌아.”
“ 응?”
이명환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고?”
“그래.”
“아니,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우리가 인가 있는데까지 갈 일이 뭐가 있냐.”
“그래. 그거야 다 아는 거지. 그런데 그런 소문이도니까, 혹시 무 슨 일 있나 하고.”
“지랄들을 하고 있네.”
이명환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소문이 재생산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본디 사람이란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존재이고, 화제성에 비해 그 볼륨이 부족한 일에 대해서는 살을 붙여 퍼뜨리길 즐긴다.
하지만 살을 붙이더라도 좀 적당 히 해야 할 것 아닌가.
“부러워서 그러겠지.”
“부럽다고?”
“그래. 너희만 회주님한테 배우는 것에 대해 억울한 애들이 어디 한둘 이겠냐. 그런데 이번에 너희가 그 난리를 피웠으니 배가 두 배로 아프 겠지. 그래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
경 쓰지 마라.”
“……쯧.”
공영길의 위로를 들었음에도 이명 환의 얼굴을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깝게 여기는 놈들이 많아?”
“몰라.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여 력이 있어야지. 스케줄 따라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스케줄?”
공영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 덕였다.
“바토르 님이 자기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어설픈 수련은 있을 수 없
다면서 스케줄 다 짜주고 갔거든. 근데 이게 진짜 말도 안 돼. 사람 죽는다니 까.”
“……이상하게
섬세하시다니까,
그분.”
이명환이 슬쩍 공영길을 훑었다.
‘뭔가 달라지긴 했네.’
과거의 공영길과는 다르게 묵직함 이 느껴졌다. 단순히 성격이나 겉모 습만 그런게 아니라, 기운 자체도 무게감이 더해진 느낌이다.
강해졌다는 말이 적절하겠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바토 르 역시 그동안 총회에는 없던 강자
니까. 그런 사람의가르침을 받는데 당연히 발전할 수밖에.
새삼 총회의 인재 풀이 많이 채워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헛소리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마 라. 저들이 노력해서 강해질 생각은 안 하고 남 까 내리기 바쁜 놈들이니까.”
“……그런 놈들 수가 많다는게 문제 아냐?”
“수가 많다고 뭘 할 수 있는 놈들 이 아냐.”
“흠…….”
이명환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사실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들 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 일 없다 고 해명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어차피 그냥 욕이 하고 싶은 것 뿐인데. 그들이 정말 피에 미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욕을 막을 방법은 없다.
“여튼 알았다. 말해줘서 고맙다.”
“고마울 것 없어. 그냥 알고 있으 라고 한 말이니까. 그리고 고민할 것도 없어. 곧 해결될 테니까.”
“해결?”
이명환의의아한 눈으로 바라보 자, 공영길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너희를 처바르면 너희가 먹던 욕을 우리가가져가지 않겠어?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하……
이명환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공 영길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만만하네? 그러다 맞고 울지 나 말지.”
“얼마 안 걸린다. 정말 이렇게 수 련하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방심하고 싶으면 방심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가볍게 손을 젓고 멀어지는 공영 길을 보며 이명환이 눈을가늘게 떴다.
‘저게 무게가 얼마지?’
저 울룩불룩한 것들이 다 납덩어 리라면 무게가 얼마나 될까?
단순히 육체가 강하다고 버틸 만 한 무게는 아닐 것이다.게다가 그 바토르가 만든 수련법이라면, 그가 짐작하지 못하는 효용이 있을게 빤 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스마트한 사람이니까.
쫓아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실
감한 이명환이 몸을 돌렸다. 우울해 할 시간이 없다. 돌아가는 상황을 동료들에게 알리고 수련에 박차를가해야 한다.
결국 그는 무인.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으니까.
“확실히 문제가 좀 있네요.”
“이미 말하지 않았나.”
창문 아래로 상황을 지켜보던 이 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좀 안 좋은데……
이중걸 건을 겨우 마무리 지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단언할
수준은 아니지만, 급한 불은 껐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이 좀 필요한 일들이다.
총회 내의가장 곪은 부분을 파냈 건만, 그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부분이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강진호는 사람을 평등하게 대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친위대들 역시 마찬가지다.가혹한 시험을 치르고 통과한 이들 에게는 직접 무학을 전수하고가르
친다. 그 결과, 어떤 외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부동한 친위 대가 생겨난다.
그 효용이 얼마나 큰지는 이중걸의 난 때 충분히 증명되었다. 모두가 놀랐으니까. 강진호의 세력이 이 긴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 만, 강진호에게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 이들이 누가 있었던가.
심지어 이현수마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강진호는 이번 일로 자신의 선택 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덕분에 선택받지 못한 이들의 박탈 감은 더욱 커졌다.
지금이야 작은 균열에 불과하지 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과거 이 중걸파와 강진호파가 대립했듯이, 젊은 무인들도 분열하고 말 것이다.
그나마 바토르나 나이트 위긴스에게 선택받은 이들은 희망이라도가 질 수 있다. 하지만 총회의 그 많은 젊은 무인들 중 세 사람에게 선택받은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남은 이들은 아무것도 바뀐게 없 이 방치당하고 있는 중이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현수가도움을 구하는 눈으로 나이트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하지 만 나이트 위긴스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내가 딱히도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회주님이라도 계셨으면 상담해 보겠지만, 지금 제가의견을 들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로드가 있었다고 해도 명쾌한 결 론은 나오지 않을 걸세. 결국 사람이란 그런 거거든. 세상은 소수의 천재들이 이끄는 곳이지. 능력이 있
는 자들이 능력이 없는 자들을 이끌 어 나가지. 예전에는 다들 그걸 당 연하게 여겼네. 하지만 요즘은 아니야.”
“음……”
“결국 문제는 간단해. 재능이, 실 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들이 능력 있는 이들과 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거지. 그건 사실 조직적 문 제라기보다는 내재적 문제야. 그걸 어떻게 해결하겠나. 로드가 노력한다고 해서 마공을 익히고 통제할 능 력도 되지 않는 이들을 저들 만큼 강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잖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나이트 위긴스가 찻잔을 들고 천 천히 그 향을 음미했다. 영국으로부 터 공수해 온 홍차 향이 마음에 든 다는 듯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저들이 원하는 것을 주면 되는 일 아닌가.”
“원하는 것이라시면……
“저들이 원하는게 무엇인 것 같 나?”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대접입니까?”
“천만에. 무척이나 안일한 답변이 군. 이건 나를 조금 실망시켰어, 미 스터 리.”
“……죄송합니다.”
“나나 바토르 님 밑에서 배우는 이들이 왜 더 이상 로드께 배우는 이들을 적대시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다수의 젊은 무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지.”
이현수는가만히 나이트 위긴스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합리적인 운영자는 될 수 있 지만, 무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
족했다. 그러니 저들의 심리를 정확 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런의미 에서 운영자이자 무인인 나이트 위 긴스는 그의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었다.
“가장 바라는 것? 그건 실력이 높아지는 것이지. 하지만 그건 당장 이뤄질 수 없어. 그럼 적어도 ‘나도 열심히만 하면 저들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 겠는가? 희망이란 건 진통제 같은 거야. 현실의 쓰디씀을 잊게 해주 지.”
“하지만 진통제로 연명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잖습니까?”
“멍청한 소리. 어차피 결과가 같 다면, 고통이라도 없는게 당연히 좋은 일 아닌가.”
“그리 걱정이 된다면 단순히 희망 만 주지 말고, 결과를 만들 수 있게 해주게.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를 낼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지. 그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이들은 희망을 얻을 것이고, 결과를 낼 이들은 결과를 낼 테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
“그럼 그 방편은……?”
나이트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자네가 생각해야지.”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나이트 위긴스는 그 방편 까지 모두 생각을 해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저렇게 마지막까지 알 려주지는 않는다. 마치 제자를가르 치듯 이현수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 든다.
좋은 훈육법이다. 하지만 이 나이 에 누군가에게 훈육을 당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논의하는 건 별의미가 없어.”
“ 예?”
나이트 위긴스가 소파에 등을 기 댔다.
“아마 로드께서는 이미 생각을 하 고 계실 걸세. 책임감이 있으신 분 이거든. 회주 자리를 맡지 않았다면 모르되, 회주 자리를 맡았으니 대책을 생각하시겠지. 아마 이번 중국행도 그 일환이 아닐까 하네.”
“……설마요.”
“후후후, 자네는 아직 로드를 잘 모르는군. 로드는 책임감이 과하지.
자신이 맡았다 싶은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수하려고 하는 사람이야. 회주의 자리를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로드의 모든 정신은 총회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에 쏠려 있을 걸 세. 내 장담하지.”
이현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가 중국에 간 것과 이 일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나이트 위긴스가 낄낄대며 웃었다.
“아니면 중국에 왜 갔겠나? 거기 여자라도 숨겨둔 것도 아닐텐데.”
이현수의 미묘한 표정에 나이트 위긴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거기 여자가 있나?”
“……진짜?”
이현수가 대답 없이 먼 창밖을 바 라보자, 나이트 위긴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국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 았다.
“거, 음…… 참, 뭐랄까……
뭔가 찝찝한 얼굴이던 나이트 위
긴스의 얼굴이 확 펴졌다.
“아니지.의심할 일은 아니지. 그 렇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설마 로드께서 중국까지가 여자의 심부 름이나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야. 걱정하지 말게. 다 깊은 뜻 이 있어서 그런 것일 테니까.”
“……”
이현수는가만히 입을 닫았다.
‘말하지 않는게 좋겠어.’
강진호가 뭘 하고 다니는지 장다 징을 통해 전해 듣고 있지만, 총회의 평화와 강진호의 명예를 위해 함 구하기로 마음먹은 이현수였다.
좋은 부하란 때로는 상관의 치부도 숨길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