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63)
마존현세강림기-664화(662/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5화)
3장 조여오다 (5)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런의문이 조금 전부터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어둡다.
불이 꺼진 방 안은 눈으로 보이는 어둠 이상으로 어두웠다. 류웨이는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무릎을 감싼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우우웅.
전자 기기 하나 돌아가지 않는 어 두운 방 안에서 그와 현실을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는 쉬지 않고 울리는 저 휴대전화뿐이었다.
류웨이는 멍한 눈으로 진동하는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액정에는 여러 이름이 뜨고 있다.
매니저의 이름, 소속사 사장의 이 름, 그리고 촬영 관계자와 감독의 이름까지…….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연락을 해 오고 있지만…… 류웨이는 그저 휴대전화를 바라볼 뿐, 손을 뻗지 않았다.
잠을 자지 못해 퀭해진 눈이 지금 그가 어떤 상태인지를 말해주고 있 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냐고?’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한국인 놈의 눈빛이 그의 뇌리를 지배한 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심혼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
다른 이가 그를 그런 눈으로 보았 다면, 류웨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감히 내게!’란 말을 외쳤을 것이다.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자신을 그리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자’의 앞에서 류웨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막다른 골목에서 고양이를 만나 버린 쥐 새끼처럼 벌벌 떠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류웨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놈이 있을 수 있지?’
류웨이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 었다.
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리 벌벌 떨
고 있단 말인가.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놈이 궈리친을 단숨에 제 압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그 광경을 떠올리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 고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궈리친…….
그래, 궈리친은 어찌 되었지? 류웨이가 헛웃음을 머금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만약 궈리친 이 풀려났다면, 지금쯤 그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그가 직접 연락하지 않더라도 이 상황을 상부에 전하 기만 했어도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연락이 왔을 것이다.
전화기를 채 끄지 못하고 지켜보 고 있는 이유였다.
아직까지 그쪽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두가지를의미했다. 궈리친은 탈출에 실패했고, 그들은 궈리친이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류웨이가 할 수 있는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들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그는 궈리친에게 보호를 받는게
아니다. 그는 그들에게 보호를 받는다. 궈리친은 그들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파견한 자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들에게 연락을 해 이 사건을 알리고, 그 망할 한국 놈을 제거할 이들을 보내 달라고 하는게 순리다. 며칠 전까지의 류웨 이라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류웨이는 달랐다.
지금의 류웨이는 그 빤히 아는 사 실조차 실행으로 옮길 수 없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것처럼
혼자 두려워하고, 고민하고, 다시 두 려워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합리적인 결정.
그 당연하디당연한 선택이 지금의 류웨이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 되고 있었다.
무서우니까.
두려우니까.
그가 흑사회에 연락을 취한다는 것은 그 한국 놈을 죽이겠다는의지의 표현이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놈이 제거되지 않는다 면…… 그놈은 자신에게 책임을 물 어올 것이다.
류웨이는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 이 없었다.
알고 있다.
움직이지 않아서는 아무것도 바뀌 지 않는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서 그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지 금처럼 몸을 숨긴 채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건 아무런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태를 악화시 킬 뿐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야 쉽지.
세상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도 적으로 바꿔 나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단 말인가.
그게가능하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만을 선택해 살고, 모두가 성공 하겠지.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다 들 현실에 안주하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100% 만족 하며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류웨이는 인정했다.
그는 소시민이다.
그저 외모가 남들보다 뛰어나기에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을 뿐, 그의 외모가 남다르지 않았다면 그는 평 범한 사람일 뿐이다.
평범한 이가 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후욱, 후욱……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류웨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다.
그의 머리는 자꾸 과거로 돌아가 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 여자를 건드 렸을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류웨 이는 지금쯤 촬영을 마치고 느긋하게 바에 앉아 샴페인을 들이켜고 있
었을 것이다.
욕심.
그 지긋지긋한 욕심. 그리고 자존 심을 버리지 못한 대가가 너무 컸다.
‘아니야……
류웨이가 얼굴을 비볐다.
‘놈은 그래봐야 혼자야.’
놈은 강하다.
그 궈리친을 제압하여 개처럼 끌 고 다니던 모습만 봐도 그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궈리친이 당했다는 사실은 곧 그 들에게도 알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 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조금만 더 끌고 있으면 자신은 곧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좀 더 강한 놈으로 붙 여 달라고 해야겠어.’
새삼 화가 치민다.
보호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를 노리는 잡다한 놈들을 차단 해 준다는 말로 그 많은 돈을 뜯어가 놓고, 그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단 말인가.
류웨이가 이를 빠득 갈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그 한국 놈과 그를 보호하고 있는 흑사회 중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백이면 백,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조금만 이성을가지고 생각해도 둘은 비교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그 한국 놈 하나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혹사회만큼의 힘을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설사 그놈이 한국 에서 그만한 거물이라 할지라도 이 곳은 중국이다.
“후우욱.”
류웨이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
었다.
‘별것 아냐.’
그냥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건 뒤, ‘도 와 달라’ 단 한마디만 하면 된다. 그럼 저들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럼 류웨이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한동안 잠적을 탔다는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여태 까지 그래왔듯 별일 없이 묻힐 것이다. 그가 사고를 친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류웨이가 전화를 움켜잡았다.
우우우웅.
전화기가 그의 손안에서 떨린다. 누군가가 그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떨리는 눈으로 액정을 본 류웨이가 질끈 눈을 감았다. 소속사에서 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지 만 지금은 이딴 전화를 받을 때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의 배 속에 손을 집어넣 어 위를 쥐어짜고 있는 것 같다.
며칠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혹사당한 위장이 그에게 계속 신호를 보낸다. 위벽이 다 헐어버린 것 같은 쓰라림이 그를 괴롭혔다.
휴대폰을 잡는 순간, 위가 경련을 일으킨다.
‘빌어먹을.’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전화 한 통 하는게 뭐 그리 대 단한 일이라고 위까지 경련을 일으 킨단 말인가.
그저 잠깐 스치듯 한번 본 사람 에게 어찌 이만한 공포를 느낄 수가 있단 말인가.
남의 이야기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류웨이는 코웃음을 칠 수 없었다. 이건 그가 겪고 있는 일이
니까. 그의 머리와 그의 몸으로 생 생하게 겪고 있는 현실이니까.
“후욱, 후우욱……
호흠이 거칠어진다. 휴대폰을 든 손이 벌벌 떨렸다. 과연 번호는 제 대로 누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걸려오던 전화가 끊어지자, 류웨 이가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했다. 연 락처로 들어간 류웨이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눈으로 번호를 응시했다.
이제 다 했다.
이제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된다. 생각해 보면 굳이 통화를 할 필요도
없다. 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궈리친과 연락을 시도할 것이고, 궈리친이 연락을 받 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이곳으로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 그냥 전화를 걸기만 하면 된다.
전화를 연결해 일일이 이곳의 사 정을 설명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그런데…….
떨린다.
류웨이의 손이 학질에라도 걸린 것처럼 벌벌 떨리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것.
세 살짜리 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는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 음을 굳게 먹으려고 하는데,도무지 그의 손이 그의의지에 화답해 주지 않고 있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혹시라도 이렇게 연락을 취했다가 그 한국 놈이 몰려오는 흑사회를 쓰 러뜨리면? 그럼 류웨이 자신은 어떻게 되겠는가.
‘살아도 산게 아니겠지.’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있다. 어둠 속에 숨어 사는
이들에게는 특유의 기질이 느껴진다.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목을 조이는 것 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 었다.
류웨이도 접대나 상의를 위해서 흑사회 놈들을 여러 번 만났다. 그 때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놈들은 겉모습만 사람이다. 속을 까보면 사람이 아니었다.
놈들이 막대한 돈을가져감에도 감히 반항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 저항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까.
궈리친은 그중에서도 독기로가득 찬 놈이었다.
조직의 윗선이 허락하지 않는 이 상 궈리친이 결코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류웨이는 감히 궈리친에게 말도 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게 할 만큼 살기를 뿜어내는 놈이었다. 모르긴 해도 사람을 두엇 죽인게 아닐 것이다.
한번씩 그놈과 대화하면서 얼마 나 소름이 돋았는가. 길게 말을 섞
은 날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설사 그 궈리친이 흑사회 출신 이 아니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간 자체가 살기가가득하니까.
하지만 그 한국 놈을 마주했을 때, 류웨이는 보았다.
그 궈리친의 눈이 공포로 질려 있는 것을 말이다.
쥐새끼에게 고양이는 두렵기 짝이 없는 존재이지만, 호랑이에게 고양 이는 장난감일 뿐이다. 그런데 어찌 쥐새끼가 호랑이에게 대항할 수 있 단 말인가.
류웨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못하겠어……
류웨이가 휴대폰을 움켜잡고 경련 했다.
전화를 걸 수가 없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류웨이는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자.
그자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다.
“흐으윽.”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실감해 버린 류웨이에게 남은 길은 없었다.
그저 절망하고 공포에 떠는 것밖에.
하지만 그것마저도 온전히 허락되 지 않았다.
저벅.
류웨이의 몸이 덜컥댄다.
발소리.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눈이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누가 이곳으로 온단 말인가.
혼란스러운 머리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몸을 웅크리고 소 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
았다.
하지만 류웨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는 이가 누 군지.
그건 이성을 넘은 확신이었다.
그리고…….
“ 열어.”
문 너머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