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66)
마존현세강림기-667화(665/2125)
마존현세강림기 27권 (18화)
4장 조정하다 (3)
“아니라고! 이 아메바 같은 새끼야!”
“가, 감독님, 좀 진정하세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빌 어먹을, 필름이 썩겠다! 저런 걸 찍 어야 하는 촬영 감독 생각도 해야 할 것 아냐!”
조감독이 고개를 돌려 촬영 감독을 바라보았다.
촬영 감독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 덕여 감독의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감독이 거친 말을 늘어놓는 와중 에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는 이들 이 있었다. 최연하를 위시한 한은솔 과 강진호였다.
“쟤 왜 저래?”
“매번 저렇지 않아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평소 류웨이의 연기력을 늘리는
방법은 다시 태어나는 것밖에 없다 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던 최연하다.
한국에도 연기는 더럽게 못하면서 얼굴발로 인기를 끄는 배우들이 있 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배우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했다.
최소한 연기라는 것을 할 줄은 안 다는 뜻이다. 하지만 류웨이는 연기 자라는 이름을도저히 붙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저 새끼는 그냥 노래나 부르지, 왜 연기 판에 와서 여러 사람 괴롭 힌데?”
“노래를 더럽게 못한다던데요.”
“……노래도 못해?”
“예. 빡 쳐서 악플 달려고 검색했는데, 라이브 참사가 뜨더라구요. 지 옥 같았어요.”
“가수 출신이 노래를 못하면 어떻게 해?”
“그런 애들 많잖아요. 좀 특출 날 뿐이죠.”
“여러모로 특출 나네, 진짜. 쟤는 평생 부모한테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얼굴이라도 안 잘났으면 어쩌려 고 그랬지?”
“세상 불공평하죠.”
한은솔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땀을 뻘뻘 홀리는 류웨이를 바라보았다.
류웨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얼 마나 불공평한지를 알게 된다.
세상에 배우가 되고 싶어서 노력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순히 배우라는 지위가 주는 화려함을 좇는 이들도 있지만,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해보겠다고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이들도 많았다.
대학로의 연기 판만가보더라도 손짓 하나, 표정 하나를 완벽히 표 현하기 위해서 거울 앞을 떠나지 않
는 연기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류웨이는 연기를 잘하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고서 잘 난 얼굴만으로 이 대작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러니 류웨이의 존재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 이 얼마나 많겠는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수만 있다 면 무급으로라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물론 그래서야 안 되겠 지만, 그만큼이나 절박하다는 뜻이 었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한 거지.’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가치가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만도 못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류웨이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눈물 나게 원하는지 알고 있을까?
조금이라도 그런 자각이 있다면 저런 발연기를 선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연기 학원이라도 등록해서 전 문가의 지도라도 받는다면, 결코 저 렇게까지 연기를 못할 수는 없으니 까.
그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은솔을 화나게 했다.
“근데 저 새끼, 왜 자꾸 이쪽을
힐끔힐끔 보지?”
“……평소 자주 있던 일이잖아요.”
“그거랑 느낌이 좀 다른데? 평소 에 내 얼굴 훔쳐볼 때는 느끼하게 돌아봤거든. 그런데 지금은 시험 망 친 애가 부모님 눈치 보듯이 하잖 아. 내가 뭔 연기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한은솔의 시선이 슬쩍 강진호에게 로 향했다.
‘우린 아닐 테고……
촬영장에서 같이 얼굴 본 시간이
얼만데 새삼스레 자신들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강진호를 신경 쓰는게 틀림없었다.
‘어떻게 찾았지?’
소속사도 못 찾아서 난리였던 사람을 이리 간단히 찾아올 줄이야. 최연하가 대책 없이 믿는 걸 이상하게 여겼는데, 상황이 이리 홀러버리니 되레 그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 린 기분이다.
“아, 진짜 연기 더럽게 못하네.”
다시 시작된 촬영을 보며 최연하가 이를 갈았다.
“누나, 그냥가요. 왜 저걸 보고
있어요, 스트레스 쌓이게.”
“인마, 이거 독백 신이 이어진단 말이야. 화면 구성을 생각해야 할 거 아냐. 내가 한 연기하고 쟤가 한 연기가 교차 편집되는데, 반대쪽 장 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둬야 감 정을 잡지.”
“보통 그렇게까지 안 하잖아요.”
“언제까지 얼굴 팔아먹고 살 건데? 연기에 신경을 더 써야지. 그리 고니가 봐라. 쟤가 저러고 있는데 내가 신경을 안 쓰게 생겼어?”
“……그건 그래요.”
한은솔이 한숨을 쉬었다.
최연하의 어깨에 올려진 막대한 짐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촬영을 같이한다고 해도 같이 출 연하는 장면이 아니면 다른 배우의 연기를 일일이 챙겨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워낙 연기가 막장이다 보니 같이 보조를 맞춰야 하는 사람도 부 담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면 촬영 일정 또 지연되겠 네. 오늘 찍어야 할 장면 반의반도 못 찍었어.”
“그러네요.”
한은솔과 최연하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몰라서 묻는 건데……
“ 예?”
“지금 저게 연기를 못하는 겁니까?”
한은솔과 최연하의 눈이 동시에 떨렸다.
“모르시 겠어요?”
“연기는 잘 몰라서.”
한은솔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은 절대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연기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거의 사람의 연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안 되죠.”
한은솔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원래도 연기를 못하기는 했는데, 오늘은 좀 더 심하네요. 이러면 자 꾸 촬영 일정도 미뤄지고, 귀국 일 정도 미뤄지는데……. 미치겠네요. 이제 클라이맥스 부분 들어가서 감 정 신이 많은데……
“음……”
강진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리에
서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잠시만.”
강진호가 몸을 돌려 한쪽 옆으로 갔다. 그러더니 류웨이를 손짓해 불 렀다.
“응?”
한은솔과 최연하가 살짝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저 새끼, 지금 저거 또 뭐 하는 거야?”
장시앙은 이제 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컷을 외치기가 무섭게 류웨이가 몸을 돌리더니, 한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헐레벌떡 말이다.
처음에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드디어 정신 줄을 놓아버렸나 했다. 촬영장을 뛰쳐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류웨이가 전력 질주로 향한 곳은 촬영장의 한쪽 구석이었다. 워낙 개 방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구석이라 고 칭하기도 애매했지만, 여하튼 사람들이 많이 없는, 나름 구석진 곳 이다.
그리고 그곳에……”.
‘또 저놈인가?’
강진호가 서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가린.
이제는 오히려 그 복장 때문에 눈 에 더 띄는 강진호가 팔짱을 낀 채 그곳에 서 있었다. 류웨이는 강진호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더니, 그의 앞에 부동자세로 시립했다.
‘뭐 하는 거지, 대체?’
장시앙은도무지 저 광경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류웨이의 태도가 누가 봐도 상급
자를 대하는 자세 아닌가.
하지만 류웨이가 누구던가.
제 소속사의 사장 앞에서도 목을 뻣뻣이 세우는 놈이다. 지금까지 장 시앙은 류웨이의 겸손한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자신 앞에서도 능글맞은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류웨이였다.
그런데 류웨이가 저 사내를 떠받 든다고?
저 자존심 강한 놈이?
그럴 수 있다. 다른 곳이라면가 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 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런 자세가 나
올 수 있단 말인가.
류웨이는 자신이 대단한 연예인이 라는 자각이 있는 놈이다. 남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스스로가 중화의 톱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 고 그 톱배우라는 지위가 무척이나 높은 지위라고 생각하는 놈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귀족이라 고 생각하는 놈이다. 그런데 그 귀 족이 다른 평민들이 지켜보는 와준 에 출신이고 근본이고 알 수 없는 한국인에게 굽실댄다?
이건 천지가 개벽할일이었다.
‘저놈 대체 정체가 뭐지?’
소속사도 못 찾던 류웨이를 찾아 낸 것도 놀라운데, 류웨이에게서 저 런 자세를 끌어낸다?
무슨 마법사라도 된단 말인가.
그때, 류웨이가 연신 허리를 숙이 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허리를 숙 여 인사를 한 류웨이가 몸을 돌리더니 전력으로 달렸다.
누구를 향해?
바로 장시앙을 향해서.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전력으로 달려와 무릎을 잡은 채가쁜 숨을 내쉬는 류웨이.
장시앙은 그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곳에 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때, 류웨이가 고개를 들었다.
‘엉망이네.’
땀을 너무 홀려 메이크업이 완전 히 망가졌다. 촬영을 재개하기 전에 화장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류웨이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응?”
조금 전이었다면 류웨이의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다짜고짜 욕을 퍼부
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류웨이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하다.
의사에게 매달리는 말기 암 환자 처럼 더없이 간절한 얼굴의 류웨이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움켜잡았다.
“가, 감독님.”
“왜? 왜, 인마! 말을 해. 이거 놓 고.”
“저……” 저 좀도와주십시오. 감 독님이도와주시지 않으면 저는 죽 습니다.”
“……죽어?”
“아…… 아니, 죽는게 아니라……
류웨이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슬쩍 멀리 있는 강진호를 바라본 류웨이가 몸을 바로 세우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실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진정해, 인마.”
류웨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하면 애를 이렇게 망가뜨려 놓을 수 있는 거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과도한 자
신감 때문에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 들던 류웨이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단 삼 일 만에 이런 꼴이 되어 나타나는가.
“뭘도와주면 되는데?”
류웨이의 눈에 간절함이 어렸다.
항상 반쯤 들떠 있던 이놈에게 이 런 간절함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이, 이 장면을 완벽하게 연기하 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뭐?”
“어,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할 수 있냐구요! 어떻게 하면!”
장시앙이 멍한 눈으로 류웨이를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류웨 이를 바라보던 장시앙의 입이 힘없 이 열렸다.
“아니, 이게 진짜 미쳤나……
그 순간, 류웨이가 장시앙에게 와 락 달려들더니,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할 수 있 냐고! 연기!가르쳐! 나한테 연기를가르치라고! 나는 증명해야 한단 말 이야! 내가 연기를 잘한다는 걸! 내가가치가 있다는 걸!”
“야, 인마! 왜 이래! 정신 좀 차
려!”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아니면 나 죽는다고! 으아아아아아!”
발악을 하는 류웨이를 떼어놓기 위해서 스탭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촬영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최연하가 고 개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온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뭘 한 거예요?”
최연하의 질문에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연기 좀 잘하라고 한 건데요.”
“…….”
최연하는 새삼 느꼈다.
‘나도 말조심해야겠어.’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누 군가에게는 지옥의 선고가 될 수 있 다는 것을 깨달은 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