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74)
마존현세강림기-675화(673/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1화)
1장 맞이하다 (1)
인간이란 여러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로는 즐거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서글픈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바오는 자신이 처 한 상황을 뭐라 딱히 정의 내릴 수
가 없었다.
‘이게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에서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사바나 초원의 사자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데리고 노는 장면 말이다.
사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사슴과 놀다가 이내 싫증이 났는지 사슴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었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딱 그렇지 않을까?
다바오가 고개를 앞으로 고정한 채 눈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숨넘어가겠네, 진짜.’
옆자리에 사자가 앉아 있다.
그럼 당연히 다바오는 새끼 사슴 쯤 될 것이다. 그 새끼 사슴은 결국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걸로 생을 마 감했다.
그럼 자신은?
먹히지는 않을 거란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빌어먹을, 위안이 될 리가 없지.’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것과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그 어느 쪽도 선택하고 싶은 이야
없겠지만, 반드시 둘 중 하나를 택 해야 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보통은 후자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다바오는 전자를 택하고 싶었다.
인간이 마음먹고 사람을 죽일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 남자에게서는 그런 분위기가 풍겼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보통 피 냄새라는 말로 후각적으로 표현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런 인간을 죽음의 집행자로 선택할 바에야 사자에게 뜯겨 먹히는 쪽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바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저 사자의 앞발에 짓눌려 있는 새끼 사슴처럼 숨을 죽일 뿐이다.
‘개 같은 놈들.’
다바오는 셋 중가장 강했다.
그게 문제였다.
일대일로는 다바오를 당해낼 수 없다고 여긴 둘은 암묵적인 합의하 에 다바오를 합공했고, 결국 다바오
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의 허락을 얻어 절벽으로 몸을 던지는 놈들의 그 행복해하던 표정을 생각하니, 지금도 울화통이 터졌다.
내공을 쓰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 저 남들보다 좀 더 튼튼한 사람일 뿐이다. 그만한 절벽에서 떨어진다 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운이 나쁘면 즉사, 운이 더 나쁘 면 바로 죽지도 못하고 온갖 고통을 받으며 서서히 죽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해방감 넘치는 얼 굴이라니.
강진호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그 얼굴이 너무도, 너무…….
‘부럽다.’
그게 나여야 했는데.
시켜만 준다면 누구보다 멋지게 절벽 아래로 다이빙할 자신이 있었는데, 빌어먹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바오에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대신 강진호의 옆자리에 앉아서 이동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을 뿐이다.
차라리 죽는게 낫지.
다바오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
러면서도 혹시나 강진호의 신경을 거스를까 조심했다.
‘그런데 나를 왜데리고가는 거 지?’
이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한국인의 입장에서 다바오 자 신은 딱히 쓸모가 있는 패가 아닐게 빤했다.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을데리고가는 걸까?
적당히가지고 놀 장난감이 필요 하다면, 셋 중 두 개를 버리고 하나 만가지고 갈 필요는 없을텐데.
다바오는 생각을 멈췄다.
아무리 고민해봐야 그는 강진호
의의도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일정 수준을 넘겨 버린 무인들은 하나같 이 비상식적인 인간들이니까.
무학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지, 그런 사람들이기에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대로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머리가 터져 버릴게 빤하다. 아니면 그전에 미쳐 버리든가.
다바오는 섣불리 강진호를 찾아온 자신의 선택을 저주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바오가 한가지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차 안에 그 보다 더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있 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저건 또 왜데리고가냐 고!’
한은솔은 울고 싶었다.
오늘 그가 본 광경들은 그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을 초월했다. 이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일들 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진호가 사람을 절벽 아래로 던 져 버렸을 때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
한 머리는, 저놈들이 서로 싸우다가 이긴 놈들이 웃으며 절벽 아래로 뛰 어내릴 때 완전히 다운되어 버렸다.
이제는 숨은 쉬고 있는데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아, 추워 죽겠네, 진짜!야! 살살 좀가!”
“ 예.”
춥겠지.
날이 차갑지는 않지만 춥겠지. 앞 유리가 없으니까. 달리면 달리는 대 로 차 안에 바람이 들어차는데, 당 연히 춥겠지.
남자인 그도 추운데, 최연하는 오 죽하겠는가.
한은솔이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다, 이제.’
오늘 그가 본 광경이 현실 같지가 않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냥 잊어버리는게 낫다. 어설프게 뭔가 알아보겠다고 들이댔 다가는 목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그가 본 일들을 잊 어버리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한은솔이 슬쩍 고개를 돌려 룸미
러를 바라보았다.
‘현실로 돌아가게 눈에서 좀 사라 지라고!’
뒷자리에 저놈과 강진호가 함께 타고 있는데 무슨 수로 현실로 돌아가란 말인가.
눈을 감았다 떴더니 드래곤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절벽 아 래로 몸을 던져 볼까 싶은 한은솔이 었다.
‘꿈일 리가 없지.’
아직 꼬집었던 손등이 욱신거리는 걸 보니, 이건 결코 꿈이 아니다.
그리고…….
“야, 담요 없어? 추워 뒈지겠네!” 저 여자도 제정신이 아니다.
조금 전까지 칼 들고 설치던 정체 불명의 중국인이 자기 뒤에 타고 있는데도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최연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누나를 과소평가하고 있었 구나.’
세상 다시없을 싸가지라고 생각하 긴 했지만, 그래도 상식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알 고 보니 따로 마약이 필요 없는 약
쟁이 였다.
평소에 제정신이 아닌데 굳이 약 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진지하게 이 매니저 일을 때려치 울 것을 고민하는 한은솔이었다.
한은솔의 슬픔과 고민을 담은 채 차는 쭉쭉 나아갔다. 중간중간 춥다 고 소리치는 최연하의 추임새 덕에 딱히 빠르게가지는 못했지만, 천천 히라도 꾸준히만가면 결국에는 목 적에도달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 며 밴이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으으, 따뜻한 물에 몸 좀 담가야 겠어요.”
“네.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저녁에 따로 식사할 사람 있으세 요?”
“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일행과 같이 와서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일행도데리고 나오시면 되잖아요.”
“좀 눈에 띄는 사람이라……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바 토르와 함께 식당에 들어선다면도 저히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나이트
위긴스의은신술을가장 먼저 배워야 할 사람이 바로 바토르였다.
물론 본인은 그런 잡기술 따위 필 요 없다고 하겠지만.
쓸데없는 곳에서는 섬세하면서도 필요한 곳에서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바토르가 아니던가.
“흠,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저녁은 알아서 먹을게요.”
“ 네.”
“그런데 강진호씨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요?”
“계획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며칠 내
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네? 관광이라도가세요?”
“중국에서 할일이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최연하는 굳이 강진호에게 무슨 일을 하러가느냐 묻지 않았다. 때 로는 그런 질문들이 서로의 관계를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강진호라는 것이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가가 아니다.
“그럼가기 전에 저랑 좀 많이 놀
아줘요.”
“……예?”
“강진호씨가버리면 나도 좀 외 롭고 쓸쓸하니까.”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캐릭터가 좀 바뀐 것 같은데?’
예전에 최연하는 호의를 보내더라도도도함을 잃지 않았다. 스스로의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상할 수 있다 싶은 일은 손도 대지 않던 최연하다.
그런 최연하가 이런 말을 태연하게 늘어놓게 된 것이다.
관계가 진전되면서 숨겨져 있던 내면이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최연하가 변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나쁘지 않으니까.
“그럼가보겠습니다.”
“네. 내일 봐요.”
태연하게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한은솔과 다바오는 같은 생각을 했다.
‘잘들 논다.’
‘잘도 논다.’
최연하와 헤어진 강진호는 다바오
를 대동하고 다른 호텔로 들어섰다. 다바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강진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강진호 역시 다바오에게 굳이 말을 건네지 않았다.
따라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당 연히 다바오가 자신을 따라올 거라는 듯 앞서 걸을 뿐이다.
‘도망이라도 쳐볼까?’
다바오는 혼자 생각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도망이 라니.
사슴이라고 다리가 없어서 사자에게서도망치지 않았겠는가. 몸을 돌
리는 순간에 목덜미에 이빨이 박힌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도주를 포기한 것이다.
짐승에게 등을 보이는 것보다 위 험한 일은 없으니까.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모든 것을 체념했다.
그의 처지가 조금 바뀐 것 같다. 지금 그의 처지는 그러니까……. 그래.
도마 위의 활어 정도 되겠네.
이 한국 놈은 회칼을 들고 있는 요리사이고 말이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진호가 호
텔방을 열고 들어가자, 다바오는 눈을 질끈 감고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런 후 눈을 뜬 순간, 다바오의 눈이 두 배쯤 커졌다.
‘바, 바토르?’
알 수밖에 없다.
세상에 사람이 칠십억쯤 있다지 만, 저만한 덩치를가진 사람은 단 한 명뿐일 테니까. 아주 예전에 먼 발치에서 한번 본 적 있는 그 바 토르였다.
그런데 그 바토르가 왜 여기에 있 단 말인가.
“왔는가, 주인.”
바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백히 상급자를 맞이하는 자세. 다바오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 기 시작했다.
저 바토르의 상급자라고?
그럼 홍왕계의 간부?
설마?
그게 아니면…….
아무리 침착하려고 해도 침착할 수가 없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강진호가 어떤 신분을가지고 있든 간에 지금 그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그런 것이 아니니까.
“궈리친을 보고 싶다고 했나?” 강진호의 말에 바토르의 시선이 다바오에게로 돌아갔다.
무심한 시선.
창 안으로 날아든 파리를 보는 것 같이 무심한 시선이 다바오에게 현 실을 일깨워 주었다.
“아는 사이 같은데, 인사라도 나 누지.”
강진호가 거실 한쪽에 난 문을 향 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무심한 손길 로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다바오가 살짝 긴장한 눈으로 문 안을 살폈다.
그 직후
“……”
다바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눈에 익숙한…….
하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어떻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