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76)
마존현세강림기-677화(675/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3화)
1장 맞이하다 (3)
‘아무리 봐도 취향은 아니군.’
바토르는 호텔 옥상으로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성도의야경은 꽤나 아름다웠지만, 지금 바토르의 마음속에는 성도의 그 광경이 들 어찰 공간이 없었다.
물론 위선을 떨 생각은 없다.
무인은 대부분 살인자들이다.
무학을 처음 배우는 이들이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무학을 익힌 이 들은 필연적으로 살인의 길에 들어 서게 된다. 무학이란 결국 살인술이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다른 무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어긋나 있어.’
어쩌면 주인을 이런 식으로 평가 하는 것도 불경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보필하기 위해서는 주인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강진호는 확실히 보통 사람과 달 랐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 르겠지만…… 아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인간은 같은 환경에 처한다고 해 서 똑같은 반웅을 보이지 않는다.
고난 속에서도 바르게 성장하는 이가 있고, 최고의 환경에서도 타고 난 악의(惡意)를 숨기지 못하는 이도 있다. 강진호가 어떤 삶을 살았 든, 그의 안에 비틀린 부분이 없었 더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강진호는 타고난 악인이다. 그와 동시에 마두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주제에 사람을 끌어들이지.’
총회에서 생활할 때, 바토르는 극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강진호의 주 변 인물들은 강진호가 어찌할 수 없는 악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 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를 경계하지 않는다.
사람을 수도 없이 잡아먹은 짐승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손을 뻗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짐승이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어 울려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짐승이 배가 고파지면 결국 그 이빨 이 어디로 향하겠는가.
평생을 정파의 무인으로 살아온 바토르는 강진호를 따르고는 있지 만, 그를 신뢰하지 못했다. 정기신이 올바른 이들은 마공을 익힌다고 해도 강진호처럼은 되지 않는다. 그는 타고난 살인자이고, 타고난 악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지금 호텔방에서 강진호에게 취조 당하고 있는 이들이 만약 바토르의 손에 잡혔다면 지금과 같은 고초를
겪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바토르라면 그들에게 들을 것을 듣고 놓아주든가, 아니면 깔끔한 죽 음을 선사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행하게도 바토르가 아닌 강진호와 얽혔고, 그 불운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다.
알고 있다.
강진호의 말은 틀린게 없다.
협의와 인간애를 논하기에 세상은 너무도 험악하고가혹하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해 버린다면 인간과 짐승이 다른게 뭐란 말인가.
“……바토르 님.”
바토르가 고개를 돌렸다. 장다징 이 주춤대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 었다.
“지켜보기 괴로웠나 보군.”
“부끄러워할 것 없다. 무인의 자 질은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익숙한가로 판가름 나는게 아니니까. 적의 고통에 아파할 줄 안다는 것도 훌륭한 무인의 자질이다.”
“그분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그건 모르겠군.”
장다징이 나직한 한숨을 쉬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강진호와 바 토르 자신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은 무인의 혼을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강진호는 지독하리만큼 이 기적이고 잔인했다.
‘물과 기름 같지.’
하지만 그 물과 기름은 지금 한데 섞여 지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 면, 섞였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억 눌린 상태이지만 말이다.
“괜찮으십니까?”
“뭐가 말인가?”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서.”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착각하는군, 장다징.”
“ 예?”
바토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네온들이 빛나고 있었다.
“봐라. 저 아래는 수많은 사람들 이 살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저 마다 다른 생각을가지고 살고 있 지.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그렇습니다.”
“무인은 에고가 강하지. 자신의 길이 옳다고 믿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 한다. 그래서 갈등이 끊이
질 않지. 하지만 무인들 역시 어울 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법이다. 자신의 길만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
“바토르 님께서는 그분의 길을 인 정하십니까?”
“내가 감히 인정하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주인은 스스로의 길을 증 명하고 있으니까.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인의 길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다만.”
바토르가 고개를 돌려 장다징을
바라보았다.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네 안의 뭔가가 혼들리고 있다는 뜻 이겠지?”
“모르겠습니다.”
머뭇대던 장다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무인이란 협이 있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낭만을 좇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네가 말하니 그럴듯하군.”
바토르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강진호의 앞을 막아선 장다징이다. 딱히 그가
해준 것이 없음에도 작은 호의를 잊 지 않고은혜를 갚기 위해서 목숨을 건 사람이 아닌가.
그런 이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저분의 말을 듣고 있자 면, 제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건 지의문이 듭니다. 때로는 이기적이 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협 이라는가치에 붙들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분이 조금만…… 조금만 덜 잔인하고, 조금만 덜 악독했다 면…… 이미 저는 저분의 사상에 감 화되었을지도 모릅니다.”
“ 그렇군.”
바토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건가?”
“ 예?”
“네가 주인의 길은 틀린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 아닌가. 틀린 길을 자꾸만 걸으 려고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으니 까. 그렇지 않은가?”
“장다징, 너보다 조금 더 산 선배 로서 말해주마. 세상에 틀린 길은 없다.”
장다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옳고 그름은 목표가 있을 때 생 겨나는 것이다. 네가 혼란스러운 것은 네 목표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 지.”
“아……”
“네가 누구보다 강해지고자 한다 면 주인의 길을 따르는 것이 옳다. 하지만 네가 협의를 지키고자 한다 면 주인의 길은 네게 반하는 길이 되겠지. 옮음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세상이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극 과 극으로 나뉘는 법. 네가 네 길을 제대로 걷고 싶다면, 발을 떼기 전 에 네가 향하는 곳이 어딘지부터 알
아야 한다.”
장다징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그저 지켜 봐라. 너는 행운아다. 원래대로라면 네 위치에서는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사람을 곁에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장다징이 미소를 지었다.
“바토르 님 말씀이십니까?”
“맹랑한 놈’.”
바토르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이 말은 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기도 했다.
‘주인을 따르는 것과 최고가 되는 것,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다.’
강진호에게 종속된 자로서 그를 따른다. 하지만 무인으로서 그에게 계속 뒤처져 있을 생각은 없다.
‘나 역시 조금 고삐를 죄어야겠 군.’
마음을 다시 다잡은 바토르가 아 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자. 외면만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
“ 예.”
장다징이 조금은 불안한 눈으로 바토르의 뒤를 따랐다.
호텔방 안으로 들어선 바토르는 안에서 풍겨오는 음습한 공기에 눈을 찌푸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강진호. 그 앞 에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듯한 눈.
두 사람의 눈을 본 바토르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저들은 평생 무인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설사 강진호가
저들을 곱게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이제 다시는 누군가와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영혼이 완전히 꺾여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건 무인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끝났는가?”
“ 대충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하지만 주인은 그리 개운해 보이 지 않는군.”
“빤한 이야기뿐이니까.”
“애초에 잡졸이다. 그들이 대단한
정보를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당 연한 것 아닌가?”
강진호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쩔 생각인가, 주인?”
“처음에는 찾아 나설 생각이었지 만, 그럴 필요가 없겠어.”
“ 음?”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군. 나를
잡기 위해서 말이야.”
“부나방이 따로 없군.”
“흐음.”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 광경을 보는 바토르는 기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나를 상대하던 때와는 다르군.’
과거 바토르가 강진호를 죽이기 위해 끌어냈을 때, 강진호는 진득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공격 하는 이들, 그리고 자신의 생활을 망가뜨리려 하는 이들에게 막대한 증오심을 보이는 타입이다.
그런데 지금 저 미소는 뭐라고 해야 할까?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이로군.’ 문득 홍미가 생겼다.
강진호가 왜 달라 보이는지는 이
미 알고 있다.
총회라든가가족, 혹은 친구, 지 인.
그런 식의 이름으로 불리는 ‘지켜야 할 것’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버린 강진호는 공격해 오는 이들에게 분노할 이유가 없다. 그저 그를 건드린다는게 어떤의미인지 보여 주면 그만이니까.
“주인.”
바토르가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라 홀가분해진 기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이곳이 중국이라가지는 위험은 전혀 고려
하지 않는 듯하군.”
“위험?”
“그래, 위험이다. 잊지 않았겠지? 이곳은 중국이다. 그들의 땅이지. 지 금 주인에게 달려드는 이들은 조무 래기이지만, 조무래기를 쓰러뜨리면 제대로 된 놈들이 나올 거다. 중국의 조직들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지. 밀려오는 이들을 쓰러뜨 리다 보면, 결국은 주인의 존재가 홍왕계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피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주인 이 홍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의 땅 에서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지.”
“흐음.”
강진호가가만히 바토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바토르.”
바토르가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죽는게 두렵나?”
“나를 모욕하는 것인가?”
“나는 두렵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얌전히 죽어주기에는 잃고 싶지 않은게 너무 많이 생겼거든. 그러니 한번 발악해 보지. 이 땅에서 말이야.”
“주인, 설마……
바토르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 중국으로 온 이유가?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두고 왔으니, 한번 날뛰어보자고.”
“……미쳤군.”
바토르는 웃어버렸다.
중국에 온 이유가 단순히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닐 거라고 생각 했지만, 설마 이런 미친 짓을 생각
하고 있었다니.
“시간을 벌려는 것인가? 총회가 성장할 시간을?”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지. 지금 당장은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 와중에……”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다른 것도 얻을 수 있다면 좋겠 지.”
바토르가 고개를 내저었다.
못 당하겠다, 이 인간.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라 따라갈 수가 없다.
“주인이 그걸 원한다면 따르지. 솔직히 나 역시 근질거리던 참이었다.게다가……
우드드득.
바토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 역시 이 땅에 쌓인게 있다.”
바토르와 강진호의 시선이 허공에 서 마주쳤다. 서로 마주 빙그레 웃는 두 사람.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절 망하는 이가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왜……
지켜보라더니, 지켜보다 황천가게 생기지 않았는가.
두 괴물 사이에 낀 새우, 아니,
장다징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괴물을 지켜보는 일에는 대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