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77)
마존현세강림기-678화(676/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4화)
1장 맞이하다 (4)
“거참, 희한하네.”
장시앙은 묘한 눈으로 촬영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화면으로 보이는 촬영장을 보고 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 화면 안에는 지금껏 그가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 벌어지
고 있었다.
‘기묘하네, 진짜.’
세상에는 차마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진실들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어떤 분야에 서 일정 이상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서는 반드시 재능이 필요하다는 사 실 같은 것들 말이다.
장시앙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 었다.
명화를 찾아보고, 기법을 공부하 고, 개인 캠을 들고 수많은 독립 영 화를 찍어본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이들치고 그 정도를 해보지 않은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입으로만 감독이 되겠다 며 소일하는 한량이 아니라면 다들 나름의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는 법 이다.
그런데 왜 차이가 벌어지는 걸까?
그건 타고난 재능의 문제였다.
장시앙은 남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걸을 수 있었다. 그가 미학적인 감 각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시앙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정해져 있던 것이다. 그가 영화판에 들어서지 못했다 면, 지금쯤 저 수많은 농민공들과 별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느냐고?
‘말을 아무리 해줘도 못 알아 처 먹는 놈들도 있으니까.’
장시앙의 시선이 조감독에게로 돌아갔다.
이놈도 이 판에서 꽤나 오래 굴렀다. 그런데 아직도 감독이 되지 못 하고 있다. 물론 전에 말한 것처럼 그가 장시앙의 스탭이기에 조감독
취급을 받는 것이지, 경력과 실력을 감안한다면 감독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 느냐를 물어본다면…… 글쎄?
‘무리겠지.’
아마 평범한 범작 두어 개를 찍고는 더 이상 감독이라는 자리를 차지 할 수는 없게 될게 빤했다.
그 정도의 재능이니까.
다른 이들을 보좌하고 촬영장을 통제하는 능력은 있지만, 감독으로 서 타고나야 할 한 끗이 부족했다.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기 마련이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앞에 ‘일정 수준까지는’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말이다.
평범한 운동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프로선 수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이들은 타고난 이들 보다 일찍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간단하다.
모두가 톱이 될 필요는 없다. 재 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노력을 통 해 일정 수준까지 자신의 능력을 올 리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딱히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99%의 사람은 노력을 통해 올릴 수 있는 한계까지도가보지 못하니 까. 보통은 자신은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시간을의 미 없이 낭비하기 마련이었다.
지금 화면에 잡히는 이가 딱 그런 놈이다.
류웨이.
생각하면 안타까운 놈이었다.
물론 장시앙의 류웨이에 대한 감 정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정 확하게 말하자면, 살짝 증오하는 수 준까지가버렸다. 악감정이라는 말 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안타까움은 있었다.
비주얼이 아까우니까.
류웨이는 비주얼이라는 재능을 타 고났다. 동양인임에도 서구적인 외 모를가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땅을 벗어난다면 그 사실이 단점으로 작 용하겠지만, 적어도 중국 내에서는 이만한 강점이 없었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중국인으로 태어났기에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도 없었다. 내수용으로만 돌아도 천 문학적인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니까.
아쉬운 것은 류웨이가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란 것이 그렇다.
누군가는 말한다. 돈은 벌면 벌수 록 더 벌고 싶은 것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다들 그 말을 믿는다.
돈을 아무리 번다고 해도 세상에는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은 이가 반 드시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을 부
러워하다 보면 다시금 돈에 집착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장시앙은 알고 있다.
그건 틀린 말이다.
어정쩡한 돈을 모은 이들은 돈에 급해진다. 하지만 평생 펑펑 쓰고도 남을 돈을 모은 이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여전히 돈에 집착하는 이, 돈이 아닌 다른 것에 집착하는 이, 그리고 인생을 즐기기로 작정해 버 린 이.
류웨이는 세 번째에 속했다.
노력?
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저런 발연기로도 그는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받고, 음치나 다름없이 불 러 댄 노래로도 어마어마한 음반을 팔아댄다. CF 촬영장에가서 짜증 이란 짜증은 다 부리며 몇 번 웃어 주면, 남들은 평생 벌어도 구경조차 하지 못할 돈이 바로 입금된다.
왜 노력해야 하는가.
비주얼이라는 재능을 타고났다. 거기에 자신의 노력이 조금만 더해 진다면 그는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나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장시앙조차 그를 설득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너는 지금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 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을 더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한다 면 무슨 대답이 돌아오겠는가.
빤하지.
굳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 이 없다는 말이 돌아올 것이다. 그 러면 그걸로 끝이다. 그는 좋은 배 우가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이쪽이 맞출 수밖에 없 었다.
급한 놈이 우물을 파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장시앙은의욕이 없는 류웨이를 주연배우로 끌고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때로는 욕이 나오고, 때로는 정말야구방망이를 들고가서 후려치고 싶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드라마만 찍고 나면 저런 놈은 다시 마주할일이 없다는 위안으로 지금 까지 버텨왔다.
그런데…….
그럼 저놈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장시앙은 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의 남자 주인공을 멍하니 바라보았
류웨이, 거기에 류웨이가 있다.
하지만 저 류웨이는 지금까지 그가 봐온 류웨이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류웨이 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결코 같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 근본이 바뀌었으니까.
지금도…….
“으아아아아아아아!”
류웨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머리에 쓰고 있던 관을 집어 바 닥에 내려쳤다.
“왜 안 되는 거냐고! 왜! 으아아
아! 빌어먹을!”
장시앙이 허탈한 얼굴로 류웨이를 바라보았다.
“어이, 조감독.”
“예, 감독님.”
“저 새끼, 좀 쉬게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촬영장의 통제권은 온전히 그에게 있었다. 감히 조감독이 그와 상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감독에게 이러한 점을 물어보는 이유는, 그만큼이나 지금 장시앙이 황당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 저러냐고, 저 새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류웨 이가 명배우가 될 수 있을 리가 없 었다. 타고난 재능이 그쪽으로 쏠려 있지 않으니까. 그런 얼굴로 태어난 주제에 연기력까지 타고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일정 수준의 연기력은 갖출 수 있다.
그 노력이라는 것을 전혀 안 하는 것이 지금까지 류웨이의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류웨 이는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얼마 전에 저런 모습을 봤다면 장 시앙은 되레 욕을 했을 것이다. 쇼 하고 있다며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 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게 빤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류웨이가 얼마나 절박한지는 며칠간 잘 봐왔다. 그는 마치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죽는 사람처 럼 굴었다.
대본을 미친 듯이 탐독하고, 주변 사람이 보든 말든 혼자서 연습을 반 복했다. 심지어 감독인 그가 0K를
낸 장면조차 마음에 안 든다고 욕을 퍼붓고는 다시 찍기를 강요했다.
완벽주의자라고 불리는 그조차 대 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그러니 어찌 저걸 쇼라고 하겠는가.
화장으로도 다가려지지 않는 눈 두덩의 음영과 거칠어진 피부가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증명 하고 있는데 말이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설마 저놈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
야.
“좀 말려봐.”
“제가 간다고 말 듣겠습니까? 완 전히 정신 줄 놨던데.”
“감독님이가셔야 말이라도 듣습니다. 제가가기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구요.”
“알아, 인마.”
장시앙이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기자가 너무 열심히 해서 감독 이 말려야 하는 상황.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은 이라면, 그런 상황을
싫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시앙은 영 껄끄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왜 저러냐고.’
그 연기자가 바로 류웨이니까.
세상에서가장 저런 모습이 어울 리지 않는 배우가 류웨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우라는 이름을 붙 여주지도 싫던 류웨이 아닌가. 그런데 저놈이 갑자기 저리 난리를 치니 불안할 수밖에.
류웨이의 바로 앞까지 걸어간 장 시앙이 조금 걱정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배어 나온 걱정이 장시 앙 본인조차 놀라게 만들고 있었다.
“너, 괜찮냐?”
류웨이의 고개가 이쪽으로 획 돈다.
‘아우!’
장시앙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 로 물러섰다. 핏발이가득 선 눈에 서 독기가 느껴진다. 눈빛으로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다.
“감독님.”
“으응? 응?”
그 기세에 장시앙이 살짝 짓눌렸다. 중국에서, 그리고 헐리웃에서 수
많은 명배우의 아우라를 전신으로 받아내 온 장시앙이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아우라라기보다는 살기에가 깝다. 마주하는 사람이 절로 머리카 락이 쭈삣 설 만큼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왜……
“응?”
“왜 안 됩니까, 왜!”
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학교를 다니는 내내 공부와는 담을 쌓은 놈이 시험을 이틀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는데 왜 성적이 나오 지 않느냐고 따지면 뭐라 대답해야 하는가.
대답은 빤하다.
하지만 그 대답을 차마 꺼낼 수는 없었다.
‘왜 이렇게 간절하게 구냐고. 이 멍청한 새끼. 진짜.’
그가 뭐가 아쉬울 것이 있어서 이 러는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감독인 그로서는 환영해야 할일이 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니 걱 정이 앞선다.
“좀 쉬어가며 해봐. 무작정 열심
히 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고. 감 정이 너무 격해져 있잖아. 30분만 쉬자, 30분만.”
“30분이나요?”
류웨이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장시앙을 노려보았다.
“30분이면 열 컷은 찍습니다. 시 간 낭비할 틈이 어딨습니까?”
“인마, 너 쓰러져.”
“그게 왜요.”
류웨이가 뭔가 중얼거렸다.
얼핏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처 럼 들렸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다른 스탭들도 다 지쳤어. 그러
니까……
장시앙이 어떻게든 류웨이를 설득 하려 하는 찰나, 류웨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싶더니 고개가 번쩍 들렸다.
‘뭐지?’
장시앙의 시선이 류웨이를 따라 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