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81)
마존현세강림기-682화(680/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8화)
2장 지원하다 (3)
“아무래도 회주님을 노리는 세력 이 있는 듯합니다.”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닌가?”
“조금 더 체계적입니다.”
“흐음.”
위긴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이지.
한국 속담이던가?”
“모난 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모난 돌. 회주를 표현하는데 그보다 좋은 말은 없지. 어찌어 찌 균형을 맞춰 굴러가던 세계가 튀 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생 기지 않았는가.”
이현수는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위긴스의 말을 긍정했다.
‘확실히 회주님이 등장하기 전까 지는 평온했지.’
그때도 나름 영남회와 총회 간에 전쟁 분위기가 흐른다든가, 총회 내 에 내분이 있다든가 하는 자잘한다
툼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평화롭기 짝이 없던 시대 였다.
적어도 타국에의한 침공은 걱정 하지 않아도 되니까.
“체계적인 공격이라……. 있을 만 한 일이지. 하지만의외로군. 자네의 정보력은 타국에는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내가 모르는 세력이라도 있던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정보를 제공 한 이가 있었습니다.”
“누군지 물어도 되겠나?”
“딱히 숨길 일도 아닙니다. 이중
걸의 손녀니까요.”
“이중걸의 손녀?”
위긴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슬쩍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수련을 하는 곳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쪽으로 오겠는가.”
수련장을 빠져나와 위긴스의 사무 실로 들어간 이현수가 자리에 앉자, 위긴스가 시가를 꺼내 내밀었다.
“한 대 하겠나?”
“죄송합니다만, 제 걸 피우겠습니다. 시가는 영 안 맞아서.”
“원하는 대로 하게나.”
시가를 자르고 느긋하게 불을 붙 인 위긴스가 홍미롭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중걸의 손녀라고 했는가?”
“예.”
“이상한 일이군. 자네가 그런 위 험 분자를 살려둘 것 같지는 않은데.”
“딱히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중걸의 세력은 힘을 잃었고, 그녀는 이중걸을 대신하여 그들을 규합 할 능력이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이끌어줄 지도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꼭두각
시를 원한다는 사실을 모를 자네가 아닐텐데?”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녀까지 처단해서 반발을 부를 필 요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상하군. 자네답지 않아. 이중걸의 손녀라……
위긴스의 얼굴에 장난기가 어렸다.
“혹시 연정인가?”
쿨럭!
담배를 빨던 이현수가 격하게 기 침을 했다. 담배 연기가 목에 걸려 참을 수 없는 쓰라림이 밀려온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미 스터 위긴스!”
“합리적인 추론 아닌가? 나이 대도 얼추 비슷할 것 같고. 자네처럼 냉정한 사람이 평소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겠지. 예를 들면 사랑이라든가.”
“보통 그런 걸 합리적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미스터 위긴스. 그녀는 이중걸의 손녀입니다. 저와는 철천 지원수라고 할 수 있죠.”
“자네,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 줄은 아는가?”
“영국이 영원히 자랑할 만한 작가가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소설입니다, 미스터 위긴스.”
“현실은 때론 소설을가볍게 능가 하는 법이지. 자네가 굳이 그렇게 부정한다면 더 캐묻지는 않겠네.”
“쓸데없는 오해는 사양입니다.” 이현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로맨스?
제발.
독신주의자로서의 그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누군가와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그 여자는 아니다.
“그쪽에서 이중걸의 딸과 접촉을 했다는 건가? 흐음, 기이한 일이로 군.데려가서 꼭두각시로 세울 생각 이 아니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 었을텐데. 거기다가 정보를 풀었 다? 함정일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 여자에게 연 정을 품은 건 제가 아니라 그쪽인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그 여자는 현 실을 택했습니다.”
“비극이로군, 무척이나 슬픈.”
“이쪽으로서는 다행인 일이죠. 여 하튼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스터 위긴스, 솔직하게 대답해 주
십시오.”
“말하게나.”
“텔레포트가능하시죠?”
“꽤나 조사를 한 모양이군.”
나이트 위긴스가 기특하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네. 자네는 나를 이용해 중국에 지원을 보낼 생각인 모양이 군.”
“그렇습니다.가능하다면도움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밥값은 해야 하는 법이지. 하지 만 큰 기대는 하지 말게. 나의 텔레 포트는 능력이 아니라 마법이니까.
마법이란 코스트를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는 거래란 말일세. 내 텔레포 트는 거리와 인원에 비례하네. 많은 인원을 먼 거리로 옮길 수는 없다는 말이지. 먼 중국이라면 기껏해야 두 어 명.”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원용이 아니로군?”
“보험은 필요하니까요.”
“구출이라……. 그건 내 전문이지. 언제라도 명만 내려주게. 내 최선을 다해볼 테니 말이야.”
“명이라니요, 제가 어찌 위긴스님 께 명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부탁을 드릴 뿐입니다.”
“흐음……”
위긴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신중한 건 확실히도움이 되지. 하지만 때로는 과도한 신중함 때문 에 시기를 놓치기도 하는 법.”
“한창 자신감 넘칠 나이의 애송이가 이리 소심하게 구는 이유가 무엇 일까?”
위긴스가 동물을 관찰하는 학자처 럼 이현수의 이곳저곳을 홅었다. 그 시선에 부담을 느낀 이현수가 주춤
몸을 뒤로 뺐다.
“사실 생각할 것도 없지.”
위긴스가 시가를 빨았다.
새하얀 연기가 천천히 그의 입에 서 빠져나왔다.
“제대로 된 무력을 갖추지 못한 이가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여 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무척이나 대 단한 일이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그 만한 수라장을 건너왔다는 뜻이겠 지.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는 긴 장의 연속이었을 테니,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이현수가 쓰게 웃었다.
다른 이가 자신의 내면을 속속들 이 파악하는데 유쾌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훈장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상처라고 하는 걸세.”
“이미 아물었습니다.”
“그럼 흉터라고 할까?”
“못 당하겠네요.”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불편하다.
그의 능력과 성취를 존경하기는 하지만, 이 사람 앞에 있으면 어린 아이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강진호조차 그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다.
어린아이가 사자를 대면했을 때와 어른을 대면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를 테니까.
“조심성이 과하다는 말씀은 잘 알 겠습니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 씀도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고쳐 나가도록 노력해 볼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혀 이해 못하고 있군.”
“……예?”
위긴스가 고개를 저었다.
“트라우마라는게 그리 쉽게 극복 된다면 전 세계의 정신과의사들은
다 굶어 죽겠지. 그게 불가능하니 그들이 먹고사는 걸세. 강인한 정신 력과 조심성? 아니, 그런 것들로 해 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근본을 없애야 한다, 이 말이야.”
“근본이라시면?”
“강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면 강 해져야겠지.”
이현수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 역시 바라 마지않는 일이지 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제 몸뚱 아리는 그쪽으로는 영 특화되지 못 했거든요. 같은 시간 같은 동작을
익혀도 효율이 안 나옵니다. 강진호씨에게 마공을 배워보려고도 했습니 다만…… 제가 마공을 익힌다고 해 서 다른 이들만큼의 효율을 뽑아낼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럴 바에야 지금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게 낫다 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척하지만 사실은 겁을 먹은 거로군.”
이현수가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 았다.
“역린인가? 사과하지.”
“아니요.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어진 겁니다.”
“감정을 숨기는 것도 능숙해. 좋 아. 하지만 그럴 필요 없네. 찌른 것에 대한 사과는 받는게 좋을 거야. 그래야 내가 자네에게 감사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가 무학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효율이 나오지 않아서겠지.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를 쓰는 것만 큼의 결과를 낼 수 없으니까. 그렇 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 부분을 해결해 주지. 자 네, 내 제자가 될 생각 없는가?”
“ 예?”
이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뻐서가 아니라 놀라서였다.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정리한 이현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안에는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위긴스. 하지만 저는 무학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한 몸입니다.”
“집착하지 않기로 한게 아니라 집착할 수 없는 거겠지.”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딱히
미련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십 년만 젊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제 나이에 새로운 것을 익힌다고 크게 진전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가능하다면?”
이현수가 대답없이 빤히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자신을 놀리는 거냐며 화를 냈겠지 만, 이 사람의 말이가지는 무게감은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하나의 길만 있는게 아니지. 무학의 갈래 역시 수십가지. 설마 그중에 자네에게 어울리는 무 학 하나 없겠는가.”
“하지만 저는 나이가……
“나이와 관계 없이 자네의 노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있는가?”
이현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부터는 함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금 이 대답이 이현수의 삶을 크게 좌우할지도 모른다.
‘뭐라 말해야 하지?’
정말 그게가능합니까?
아니, 이건 나이트 위긴스를 무시 하는 말이다. 그가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리가 없다. 그가 확신을가지고 말한다면 분명가능하다.
제 시간을 크게 뺐지 않고도가능 합니까?
빌어먹을, 이건 개소리다. 세상 모든 것은 노력을 요한다.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이를 산 정상으로 끌고 올라가 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럼…….
이현수가 고개를 들고 위긴스와 눈을 맞췄다.
그런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께 보낼 제 신뢰가 보답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어리석은 질문이군.”
나이트 위긴스가 손을가볍게 뻗 었다. 그 순간, 머리를 울리는 듯 둔중한 충격을 받은 이현수가 허리를 꺾었다.
머리를 부여잡은 이현수가의문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자네가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르는데, 내가 어찌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되레 내가 물어야겠지. 자 네는 어디까지를 원하는가?”
어디까지를 원하냐고?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군. 그럼 자네가 한번 열어보게.”
“수천 년간 수많은 이들이 탐구했 음에도 아직도달하지 못한 진리의 문에 말이야. 감히 누구도 진리에 달했다 자부하지 못했지. 어떤가, 그
지난한 길에 몸을 담아볼 생각이 있 나? 내 미리 말하건대, 무척이나 지 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이 될 걸세. 고생길이 훤할텐데, 괜찮겠나?”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했다. 고통이라니.
그런 건 이미 익숙하다.
“사부님이라고 불러 드리면 됩니까?”
위긴스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말년에 새로 얻은 제자를 환영하듯 손을 뻗는다. 이현수는 미소를 지으 며 위긴스의 손을 맞잡았다. 아니, 맞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채 손을 뻗기도 전에 위긴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꿇고 시작하자.”
“……”
그 고생길이 이 고생길일 줄은 상 상도 하지 못한 이현수의 얼굴이 일 그러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