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82)
마존현세강림기-683화(681/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9화)
2장 지원하다 (4)
“마법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
“마법이 라니……
이현수가 뭔가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 순간, 위긴스의 얼굴이 험 악해졌다.
“불만이라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인생은 여러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중요한 선택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별것 아닌 선택이 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지금 그가 한 선택은 무척이나 중요한 선택 이라는 것이고…….
‘그 선택이 망했다는 거지.’
지금 자신을 내려다보는 위긴스의 시선만 봐도 그가 정한 선택이 얼마 나 최악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저, 그런데……
“음?”
“서양 문화는 무척이나 개방적이
라 격식과 예의를 그렇게 따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제자와 스승의 사이도 그저 계약과 거래로 이루 어지는……
“누가 그래?”
“ 예?”
위긴스가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동양보다 더 엄격한 곳이 서양이다. 네가 본 건 그저 얄팍한 계약 관계니까 그런 거지. 정통도 제식으로 사사하는 곳에서는 너희는 상상도 못할 지옥이 펼쳐진다.”
“……거기도 그렇습니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아!”
평소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말인데, 왜 지금 그 말이 이리도 섬뜩하게 들리는가.
“그런데 마법이라뇨? 제가 마법을 배운단 말입니까?”
“왜? 불만 있냐?”
“불만이라기보다는…… 그, 마법 사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멍청한 녀석.”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너는 마법이 천직이다. 마법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뭔가 형이상학적인 것이 있다는 뜻 아닙니까? 몸으로 구르는 것과는 다른.”
“아니. 대가리가 깨진다는 뜻이다.”
“진리를 탐구하는게 쉬울 리가 없지. 그러니 마법도 어렵다. 간단하지?”
“아니, 처음 들은 말은 굉장히 있 어 보이는 말이었는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그럴싸 해야 뭐가 꼬이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그럴싸해 보이는 말에 걸려든 물 고기가 파닥대고 있었다.
“강해질 수는 있는 겁니까?”
“물론이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마검사다. 마법과 검을 모 두 쓰지. 내 비록 검으로 바토르 님 이나 회주님과 같은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나름 검으로도 인정받는 검사다. 그런 내가 말하건대, 마 법 역시 제대로만 익힌다면 결코 무 학에 뒤지지 않는다. 육체로 무언가
를 익히는데 재능이 없는 네게는 최적이지. 머리 하나는 똘똘하니까.”
“하지만 저는 나이가 있습니다 만?”
“마법은 무학처럼 일찍부터 배워야 하는 분야가 아니다.의지만 있 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얼 마나 이해하느냐, 얼마나 노력하느 냐에 달린게지.”
위긴스가 손을 뻗어 이현수의 머 리를 헝클었다.
“나는 네가 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현수가 살짝 떨리는 눈으로 위
긴스를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게 이 런 식으로 기대받는 것은 정말 오랜 만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살짝 낚인 것 같은 기분은 들었지 만, 그에게 새로운 길이 주어진 것도 사실이었다.게다가 스승이 위긴 스라면 누구보다 믿고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
이현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새 로운 기회를 확실히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 기억해 둬야 하는게 있다.”
“ 예?”
“나는 원래 마법사를 지망했다. 그런데 마검사로 길을 갈아탔지. 이 유가 뭔지 아느냐?”
“그, 글쎄요?”
“더럽게 어렵고 힘들어서다.”
“ 예?”
“나조차도 마법으로 경지에 오른 다는 건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그건 정말 지옥이었지. 정통 마법사는 다 미친놈들이다.”
위긴스가 인자하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 길을 잘 걸
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가르쳐 주마.”
아뇨, 사부님.
지금 보니 사부님은 정통 마법사가 아니셔도 충분히 미친 것 같습니다.
차마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 하는 이현수였다.
***
“ 벌써?”
“음……”
바토르는 조금의아하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보았다.
“이곳에서 사고를 쳤으니 모두가 이곳으로 몰려올텐데, 굳이 이곳을 벌써 떠나야 할 이유가 있나? 주인, 내 생각에는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만?”
“의미가 없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주 목적은 시간을 끄는게 아니다. 목적을 이루면서 시간을 끄는게 중요하지. 그러기에는 이곳의 입 지가 문제다.”
“흠, 틀린 말은 아니군.”
바토르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이곳은 성도에서도 외진 곳이었다. 아무리 강남이 발전을 했다고는 하나 중국의 중심은 여전히 강북이 었다. 무인계의 경우는 더하다.
커다란 격변을 몇 번이고 겪은 무 인계이지만, 강북을 중심으로 한 중 심 세력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나마 홍왕계가 강남에가까운 곳 에 터를 잡으면서 강남의 무인계가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홍왕계의 중심 역시 강남이라기보다는 강북이었다.
중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사천을 떠나 강북으로 향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 지.’
사천은 중국에서도 너무 구석진 곳에 있으니까.
“그런데 영 개운치 않은 얼굴이 군.”
“일의 효율을 생각하면 빨리 떠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 조금 불안하군.”
“그 여자 때문에 그러는 건가?”
“음……”
바토르가 피식 웃었다.
그가 바라보는 강진호는 예측이 안 되는 사람이다. 때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깊게 볼 때가 있고, 산 전수전을 다 겪은 노고수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때로는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어리숙했다.
아이와 노인이 반쯤 섞여 있는 듯 한 느낌이랄까?
지금만 해도 그렇다.
저 사람에게 과연 인간의 감정이 라는게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잔인 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강진호가 별것 아닌 여자의 안위를 걱정
하고 있지 않은가.
“주인이 로맨티스트라는 건 꽤나의외의 일이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명령이라면.”
바토르가 빙그레 웃자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배를 한번 더 해야 하나.’
날이가면 갈수록 바토르가 능글 맞아지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정신을 지배하여 노예처럼 굴릴 생각이었다. 그게 바토르가 저지른 일 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정신 지배를 마친 강진호는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지배를 해놓기는 했는데, 바토르 에게 시킬 일이 없다. 아이들을가 르치는 일은 바토르가 알아서 시작 해 버렸고, 바토르를가장 잘 쓸 수 있는 전투는 그동안의 대립이 끝남 과 동시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단 한번의 싸움으로 한국을 일통해 버린 상황이다 보니, 그가 굳이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면 트 러블이 생기지를 않는다.
이 싸움 잘하는 노예가 할 일 없
는 잉여 자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강진호가 살짝 불만 어린 눈으로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튼튼한 몸뚱아리를 이용해서 어디가서 막일이라도 해 돈을 벌어오라 명령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렇다고 이유 없이 팰 수도 없으니, 바토르의 방종을 그저 감내할 수밖 에 다른도리가 없었다.
“그럼데리고가면 되는 일이 아 닌가?”
“여기서의 일이 끝나지 않았어.”
“여성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라
……. 주인은 꽤나 부드러운 면이 있군.”
“상식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좋다. 내 관점과는 맞지 않지만, 주인의의견에 따르는게 충직한 부 하의 사명이겠지.”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 만, 누가 봐도 네가 충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해다. 나는 충분히 충직하다.”
“……그렇다 치자.”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자 바토르가 싱긋 웃었다.
“그럼 여기에 보호할 사람을 부르
면 되는게 아닌가. 중국에서 일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던데, 그때까지만 경호원을 쓰면 되겠지.”
“적당히 부릴 사람이 없다.”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한국인을 불러다 놓으면 오히려 저들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게다가 내 개인적인 일로 총회의 인원을 부 리고 싶지는 않다.”
“확실히 로맨티스트라니까.”
바토르가 쓰게 웃었다.
강진호가 총회를 사병처럼 부린다 고 해서 불만을가질 사람이 있겠는가. 대부분은 아무런 불만 없이 시
키는 대로 일할 것이고, 절반쯤은 기쁜 마음으로 강진호의 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강진호가 총회에서가지고 있는 입지를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어쩌면 강진호 그 자신일지도 모 른다.
“그들은 주인을 위해 일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말이야.”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만약 총회가 마교였다면 조금도 껄끄러울게 없었을 것이다. 강진호는 마교의 바닥에서 교주의 자리까
지 기어 올라갔으니까. 외부인의 입 장에서 시작한 건 총회나 마교나 마 찬가지이지만, 보낸 세월과 이룬 업 적이 달랐다.
회주의 자리에 올랐다고는 하지 만, 아직 강진호는 그 자신이 총회를 마음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부 담감을가지고 있었다.
“뭐, 좋다. 그 말을 나에게 하는 건 내게 해결책이 있을 거라 생각한 거 겠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게 맞다.”
“그럼 조언을 해주지. 해결책이 있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빛냈다.
그가 중국을 잘 안다고 하지만, 그가 아는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지냈다. 홍왕에게 패해 그와 계약하 고 구금되기 전까지도 중국을 무대 로 활동해 왔다. 아무래도 강진호보 다는 현대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경호를 맡겨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총회의 사람들을 쓰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을 부르면 된다.”
“가용한 인원이 있나?”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토르가 씨익 웃었다.
“계파에 소속되지 않는 청부업자 들이 있다. 경호부터 암살까지, 모든 종류의 일을 맡아주지. 단점이 있다 면, 질이 좋지 않아서 트러블이 생 길 수 있다. 단,의뢰인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거다. 신 용이 없으면 써먹을 수 없는 놈들이니, 신용 하나는 철저하지.”
“음……”
강진호가 머뭇대자 바토르가 즉시 말을 이었다.
“아니면 다른 이들을 불러보는 것
도 괜찮지. 이들은 내가 보증할 수 있는 이들이다.”
“ 보증?”
“그렇다.”
바토르가 어깨를 쭉 폈다.
안 그래도 거대한 그의 몸이 배는 커 보인다.
“초원의 전사들을 불러줄 수 있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명 예를 아는 이들이다. 내가 부른다면 그 목숨을 걸어서라도 주인의 여자를 보호할 것이다.”
그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증한다면 믿어볼 수 있겠 지. 불러줄 수 있나?”
“물론. 단 하나, 주인이 신경 써 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강진호 역시 허리를 쭉 펴고 말했다.
“명예를 아는 이들이라면 제대로 보답할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그 들에게 합당한 감사를 표하지.”
바토르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
“뭔 소리야? 돈을 줘라, 돈을.”
“합당한 보답은 돈으로 하라고. 뭔 이름을 걸어? 이름 같은 건 됐 으니까, 돈 좀 많이 줘라. 겨울 오 기 전에 파오도 손봐야 하고, 돈 들 어갈 곳이 많다. 명예가 밥 먹여주 나? 돈이 명예다.”
명예를 중히 여기는 초원의 전사 에게 현실에 대한가르침을 얻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