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88)
마존현세강림기-689화(687/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15화)
3장 탐색하다 (5)
‘내가 제명에 못 죽지.’
생각해 보면 장다징의 인생은 딱 히 불만이 없는 삶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몰랐다.
중국인인 그가 한국에서 정보원으로 살아가는게 즐거울 리 없으니 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즐겁지 않다
기보다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직위는 정보원이지만, 딱히 그가 조사해야 할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 었다. 상부도 그에게 뭔가를 바라지 않았다. 딱히 조사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옆에 있는 나라를 그 냥 방치하는 것도 애매해서 적당히 쓸모없는 놈들을 뽑아 파견하는 나 라가 한국이었으니까.
덕분에 장다징은 매우 지루한 삶을 살았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하릴 없는 이들이 놀고먹는 꼴을 보다 못 한 상사가 시키는, 쓸데없는 시간
때우기에 호응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때는 그게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스릴 있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병신 같은 생각이었지.’
장다징이 머리를 감쌌다.
왜 몰랐단 말인가, 그 때가 천국 이었음을.
뭐? 스릴?
스릴에 밥 비벼먹는 소리 하고 있 네.
콰당탕!
바닥으로 나가떨어지는 중국 무인 들의 모습이 스릴이었다. 그토록이 나 바라던 스릴의 한가운데에 떨어 진 장다징의 감상은 아주 간단했다.
‘나 돌아갈래에에에에에!’
왜 몰랐단 말인가.
그것이 안빈낙도였음을.
시대가 달라졌다.
십 년 전만 해도 영웅적인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큰 위기 없이 삶을 살아가려 애 쓰는게 지금의 사람들 아닌가.
장다징은 그런 이들을 한심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런 삶을가장 동경하는 건 오히려 장다징이었다.
위험 없지, 할 일 없지, 월급 따 박따박 나오지.
회식도 없고, 칼퇴근이 보장된다.
이런 신의 직장이 세상 어디에 있 단 말인가.
연금만 없을 뿐이지, 공무원 부럽 지 않다. 연금 부분은 공무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챙기는 월급에 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지금 그에게 세계제일의 직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바토르가 등장 하기 전의 홍왕계 한국 정보원 직 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다.
‘있을 때는 모른다더니.’
장다징의 눈가가 쓰라려 왔다.
사람은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른 다더니, 그런 신의 직장을 다니면서도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았단 말인가.
인간의 삶에 위기가 없다는게 얼 마나 큰 행복인지 그때는 왜 몰랐단 말인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 더라면 인생이 열 배쯤은 행복해졌
을텐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여하튼 그 ‘안빈낙도’, 그 자체인 삶을 버리고 바토르를 보좌하는가 치 있는 삶을 선택한 결과…….
“끄으으으윽.”
장다징이 몸을 숨기고 있는 테이 블 앞으로 나가떨어진 놈이 입에게 거품을 물고 눈을 까뒤집는다.게거 품이 천천히 피거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장다징이 눈가를 홈쳤다.
‘내가 미쳤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그랬던가.
그가 동경하던 삶은 멀리서 바라 볼 때는 멋졌지만, 막상 그 안으로 들어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
‘빌어먹을, 밥 먹고 있는데 연장 들고 공격해 오는게 사람이 할 짓 이냐, 이 개새끼들아!’
개도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는데, 개도!
그래,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여기가 중국이라지만, 사람의 눈을 완전히의식하지 않을 수
는 없다. 예전이었다면 공안이나 언 론을 압박하여 없는 일로 무마해 버 리면 그만이겠지만, 지금은 그런게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언론에 나지 않아도 SNS가 뜬다.
길가는 거지도 스마트폰을가지 고 다니는 시대에 카메라를 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현재 중국의 무 인계가 SNS 완전 검열제를 밀어붙 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욕은 엄한 정치인들이 먹고 있지 만 말이다.
각설하고, 누구 하나를 제대로 조
지려면 주변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 해야 한다. 강진호나 바토르가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으쓱한 골목으로 끌고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외곽진 곳에 떡하니 한 채만 따로 떨어져 있는 식당은 최적의 습격 장소겠지.
그건 이해한다. 이해하는데…….
‘그런데 이놈들은 무슨 배짱으로 덤비는 거지?’
장다징이 슬그머니 테이블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쿠웅!
그 순간, 바토르의 일격을 맞은 이가 허공으로 치솟아 천장을 부수 고 튕겨 나갔다.
장다징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 고 튕겨 나간 이를 애도했다.
죽었겠지.
솔직히 죽어야지, 저 정도면.
이게 만화도 아니고, 저걸 맞고 살아나면 그게 사람인가.
물론 무인이니 일반인들보다야 단 단하겠지만, 무인이라고 칼이 안 들 어가는 것도 아니고, 저걸 맞곤 못 살아남는다.게다가 때린 사람이 바 토르인데…….
“흐하하핫!”
바토르가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팔을 휘둘렀다. 저건 무학이라고 하 기에도 뭐한 공격이다. 그냥 거대한 팔에 기운을 실어 풍차처럼 휘돌리는 것뿐이다.
그 아무것도 아닌 공격에 당한 이 들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 었다.
뭘 어쩌겠는가.
무인에게는 칼이 박히지만, 저 사람에게는 칼이 안 박힌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등짝에 일격을 때려 박 아도 ‘아, 미안. 너 거기 있는 줄 몰
랐다. 조금만 살살 때렸으면 계속 모를 뻔했네’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 리고는 걷어차 버린다.
불합리하다.
저건 정말 불합리했다.
스펀지로 만든 창을 들고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한 이와 싸우라는 격 아닌가.
“이 쥐새끼 같은 것들이!”
바토르가 크게 포효하고는 차마 달려들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는 이들을 움켜잡아 던져 버렸다. 사람이 포탄처럼 사방으로 날아간다.
‘장비가 따로 없네.’
장판파에 선 장비도 저런 신위를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불쌍하기는 저쪽이 더 불쌍 하지.’
그나마 바토르는 뭔가 그림이 된다. 달려드는 적들의 한가운데서 무 적의 신위를 뽐내고 있는 무사라는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쪽은 그런 장엄함도 없 었다.
우드득.
“끄르르륵……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니다.
목과 턱이 조여져 일격에 부러져 나간 이가 흘리는 단말마였다.
‘고개만 돌렸는데 장르 바꾸지 말 라고!’
방금 전까지는 그래도 호쾌한 액 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시선의 방향이 조금 달라진 것만으로 영 화의 장르가 공포로 전환되었다. 이 기묘한 갭이 장다징을 괴롭힌다.
바토르의 주변은 깨끗했다. 그는 손에 잡히는 이는 모조리 날려 버렸 고, 주먹에 걸리는 이는 모조리 튕 겨냈으니까. 하지만 강진호의 주변은 쓰러진 무인들로가득했다.
그들은 하나같이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덕분에 강진호가 딛고 있는 바닥은 이미 피가 흥건하게 연못을 만들어내고 있다.
찰박.
발을 한번 뗄 때마다 피를 밟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린다.
“ 으아……
그리 크지 않은 식당 안으로 너무 많은 이들이 몰리다 보니 몸을 돌릴 각도 나오지 않는다.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도망을 칠 수 없 었다.
둥 뒤가 막혔다는 것, 그리고 등을 돌리는 순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스스로 막다른 길을 만들어 버린 쥐새끼들은 고양이가 슬금슬금 다가 오는 것을 보면서도 눈만 뒤룩뒤룩 굴릴 뿐이었다.
장다징이 한숨을 쉬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겠냐?’
상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공격을 해온 건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저들의 잘못이라 고 할 수 있겠냐, 이 말이다.
인간은 격이 나뉘는 법이고, 보통
은 그 격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다.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은 보통 양아치인 법이고, 좀도둑질을 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 기 마련이었다.
아, 물론 한국에서는 재벌집 아들 놈이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잡 혀가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극 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들의 잘못이 라면 사천 외지에서 벌어진가벼운 난동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 하필 저 인간들임을 몰랐다는 것 하나다.
이건 상도의의 문제다.
게임을 만들어도 쪼랩 필드에 보
스를 강림시키지는 않는 법인데,게 임도 아닌 현실에서 이런 산골 벽지 에 저런 양반들이 쳐들어와 난동을 피우면 어쩌란 말인가.
장다징은 진심으로 이들을 동정했다.
하지만 그 동정심이 상황을 바꾸 어놓지는 못했다.
“ 끄으으윽.”
십 분도 되지 않아 기세 좋게 쳐 들어왔던 이들은 모조리 바닥에 드 러누워 편히 쉬는 꼴이 되어버렸다.
강진호와 바토르는 딱히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지 귀찮다는 얼굴로 장다징이 숨어 있는 테이 블을 향해 걸어왔다.
“ 나와.”
“……예.”
장다징이 슬그머니 테이블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움찔했다.
‘와, 이거 좀 너무하지 않나?’
그 난장판이 벌어졌는데 테이블 위의 음식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애들을 깨부수고 튕겨내는 와중 에도 테이블 쪽으로는 날아가지 않게 신경 써서 싸운 모양이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좀스럽다 고 해야 할지.
“ 먹자.”
“……네?”
“먹고 출발해야지.”
먹어?
밥을?
장다징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 끄으으윽.”
팔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이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다.게다가 반절쯤은 어디가 찢겨 나갔는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바닥을 채우는 핏물이 테이블 쪽
으로 슬금슬금 밀려오는게 자꾸 신 경이 쓰인다.
그런데 여기서 뭐?
밥을 먹어?
여기서 밥이 넘어가냐, 이 정신 나간 놈들아!
“ 왜?”
“……아닙니다.”
가슴속에서는 준엄한 질책이 터져 나왔지만, 그의 입은 다소곳하기 짝 이 없었다.
‘아, 어느 새끼가 오줌 싼 것 같은데……
피비린내 사이로 살짝 지린내가
풍긴다. 장다징은 울고 싶었지만, 티 내지 않고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먹어야 살지. 그래, 먹어야 살아.
그런데 왜 자꾸 아까부터 뭐가 다 흐릿하게 보일까.
장다징이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그런데 주인.”
잘 튀겨진 닭고기를 한입에 털어 넣은 바토르가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이런 쓰레기들을 오는 족족 족친 다고 해서 딱히 대단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동감이다.”
“괜히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이 쯤에서 주인이가려고 하는 곳을 알 았으면 하는데, 어떤가?”
“음……”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 냈다.
“전화를 안 받던데.”
“……어떻게든 연결을 좀 해봐라. 갈 곳도 모른 채 자꾸가다 보면 나중에는 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계획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 지.”
“흠.”
강진호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지금 연락하는 곳은 어딘가?”
“설명하기 조금 어렵군. 꼬장꼬장 한 영감이라고 해야 할까?”
“……응? 영감?”
장다징이 깨작깨작 말린 두부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양념이 필요 없네, 빌어먹을.’
피비린내가 얼마나 진한지, 피에 무친 두부를 먹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태연하게 대화하며 밥을 처
먹는 이 두 놈의 무신경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해야지.’
적어도 중국에서라도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그가…….
띠리링.
그 순간,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호가 재빠르게 폰을 귀에서 떼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며 테이 블에 내려놓았다.
“왜그러……
바토르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에 전화기에서 거대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마존이시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전화기 건너로도 느껴지는 그 다 급함과 웅혼한 내력.
바토르의 얼굴이 기묘해졌고, 강진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장다징은…….
‘둘로 충분하다! 둘이면 충분하단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또 하나의 괴짜가 등장했다는 걸 직감한 장다징이 마음속으로나마 울 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