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89)
마존현세강림기-690화(688/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16화)
4장 집결하다 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장다징은 안다.
고수가 어떤 이들인지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강인함에 주목한다. 하지만 무인들은 강자를 단순히 강한 자로 보지 않는다. 보 통 사람들이 말하는 강자는 무력이
강한 이들이지만, 무인이 보는 강자는 인간 자체가 강한 이들이다.
현대로 오면서 무학은 평준화되었다.
배웠을 때 더 강한 무공이 있고, 그에 조금은 못 미치는 무학이 있기야 하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극 복가능한 수준이라 여겨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과거 이종격투기가 처음 생겨났을 때는 어느 격투기가가장 강한가를가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복싱과 킥복싱 중 어느 쪽이 강한가, 주짓수와가라데 중 어디가 더
강한가.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는 아무도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지금 복싱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 와 킥복싱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가 싸워 복싱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가 이겼다면, 복싱이 킥복싱보다 우월 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격투기는 다 각자의 장점이 있고, 어떤 격투기를 어떻게 익혀 강해지는가는 개인의 역량이라는 것을 모 두가 이해하게 됐다.
무학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일인전승이나 비인부전 이라는 이름하에 암암리에 전수되던 무학들이 시대가 흐름에 따라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게 되었다. 그러면 서 결국은 강함은 무학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여론이 생겨났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강자를 우대한다.
다를 것 없는 무학을 익혔음에도 강과 약이 나뉘는 것은 재능의 문제도 있겠지만, 노력의 문제가 크다.
아주 쉽게 설명해 하루 20시간의 꾸준한 수련만 해낸다면 누구나 강
자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누구나도전한다. 누구 나 열심히 하려 든다.
하지만 그 20시간의 수련을 20년 동안 해야 한다면?
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은 할 수 없다. 무학을 통 해 강해지고 싶은 바람이야 모두 같 겠지만, 그 ‘강함’이라는 결과를 얻 기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인생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함 인데, 지금의 인생을 희생해서 그곳
에 닿아봐야 무슨의미가 있겠는가.
그렇기에 무인들은 자신들이 감히 오르지 못할 경지에 오른 이들은 존 중했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강자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절대강자’의 영역으로 넘 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이상해진다.
절대강자는 그 노력의 측면을 벗 어난다. 정상적인 정신을가지고 있는 사람이 극한의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는 그 영역에도달할 수 없다.
뭔가 한 끗.
말로 설명하기는 애매한 한 끗을 더가지고 있어야 절대강자의 영역 에도달할 수 있다.
그 한 끗은 여러가지 말로 표현 된다.
편집증.
광기.
혹은 똘기.
그렇다.
절대강자의 영역에 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천운이 따라야 하지만, 무학을 익히는 이가 반쯤은 미쳐야가능 하다.
다른 영역도 극도로 파고든 이들은 일반인과 궤를 달리하는 무언가를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무학은 특히나 그런 경향이 심했다. 아무래도 수학을 연구하다 죽는 이는 없겠 지만, 무학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위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강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괴짜다.
설령 멀쩡해 보이는 이들조차 파 고들어가보면 반드시 다른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 놈이 내 주변에 셋이나 몰려드냐고!’
장다징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뭐?
괴짜 셋 모이는 정도로 뭘 그렇게 엄살을 떠느냐고?
이 사람들이 뭣도 모르면서!
이 양반들이 그냥 괴짠 줄 아나? 법의 통제도 받지 않는 힘센 괴짜다. 힘이 그냥 센 것도 아니고, 재 앙급이란 말이다.
그런 이들이 주변에 셋이나 어슬
렁거린다! 셋이나!
‘내가 사파리에 들어가서 낮잠 자는게 차라리 속이 편하지.’
이 인간들에 비하면 사파리의 호 랑이와 사자는 차라리 고양이다. 어 찌나 귀여운지, 잘 때 끌어안고 자 고 싶다.
하지만 장다징의 바람은 그저 바 람일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재 앙덩어리들과 함께 있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할 힘이 없었다.
그저 산산조각 나버린 멘탈을 흘 려보내며 귓가로 들려오는 통화에
귀를 기울이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왜 이토록이나 연락을 해주지 않 으신 겁니까! 마존이시여! 속하는 마존께서 이제나저제나 언제쯤 연락을 해주실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잠깐, 그건 한국 시 같은데?”
[마존께서 한국에 계신데 제가 한 국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마존을 보좌하여 신교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마존이시여!]
그 일생이 너무 과하게 길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오늘내일하는 노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먼저 연락을 했어도 됐을텐데.”
[마존이시여.]
“……응?”
[그때 써주신 연락처가 잘못되었 습니다. 없는 번호라고 나옵니다.]
[그래도 저는 제 번호를 제대로 드렸기에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토록이나 무관심하실 줄이야! 이 럴 줄 알았으면 마존을 믿는게 아
니라 제가 통화를 해서 전화번호를 남겼어야 하는 건데! 세상에 자기 번호 하나 제대로 모를 줄 제가 상 상이나 했…… 이, 이이! 무슨 불경을! 마존이시여, 용서하십시오! 마존 이시여!]
강진호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알 수 있다. 지금은 고개를 돌리 면 안 된다. 등 뒤로 장다징과 바토 르의 차가운 시선이 박히는게 느껴 졌다.
싸늘하다.
등 뒤에 박히는 시선이 너무도 싸
늘해서 웬만해서는 느끼지 못할 한 기가 느껴질 지경이다.
“얼씨구? 자기 폰 번호도 몰라?”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다. 인간은 언제나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나 옳은 선택과 그른 선택을 반복하며 살 아간다.
누군가 강진호에게 묻는다면, 네 인생에 있어가장 잘못된 선택이 무 엇이었냐 묻는다면 몇가지를 뽑을 수 있겠지만, 그중 바토르를 받아들 인 건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거, 원시인도 아니고……. 주인은
현대보다는 원래 살던 곳에서 사는게 나을 것 같다. 현대 문물에 적응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아니, 내가 그때, 전역한 지가 얼마 안 돼서. 새 폰이고……
그런 느낌이다.
살아생전 강진호가 누군가에게 이 런 구차한 변명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없다.
분명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찌 할도리가 없었다.
[마존이시여, 속하는 너무도 우려
가 큽니다. 현대는 너무도 각박합니다. 마존께서 천하를 위진시킬 무위를가지셨다고 한들, 무력만으로는 마존께서 행하실 위업에 수많은 고 초가 함께할 것입니다. 그 스스로 온당하신 마존께서 이루지 못할 일 이 무엇이겠냐마는, 그 길을 조금이 라도 편케 하고자 목숨도 던질 수 있는 속하의 이 진정을 알아주십시 오.]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좋게좋게 돌려 말하고는 있지만, 무척이나 많이 돌려 말하고는 있지 만…… 그 말인즉, 강진호는 힘은
세지만 머리가 나쁘니, 없는 머리로 뭘 하려다가 개고생하지 말고 그냥 빨리 누구 하나 옆에 앉히고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뜻 아닌가.
다른 사람이 감히 강진호에게 이 런 말을 했다면 그놈의 주둥아리를 부숴놓아 평생을 죽만 먹고 살아야 할 몰골로 만들어놨겠지만, 말끝마 다, 목소리 하나하나마다 느껴지는 저 간절한 충성심 앞에서는 강진호도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충신이네.”
바토르의 말이 정확하다.
충신은 충신이다. 너무 과격한 충
신이라 그렇지.
“……안 그래도 지금 중국에 와 있는데……
[중국? 주우우웅국? 지금 중국이 라 하셨습니까, 마존이시여? 마존께 서 중국에 있다는 말입니까?]“음, 그렇게 됐다.”
[언제 오셨습니까?]“며칠 된 것 같은데……
[마존이시여어어어어어어어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물 러났다. 스피커를 켜놓고 폰을 테이 블 위에 올려두었기에 망정이지, 귀 에 대고 있었다면 지금쯤 고막이 뒤
틀렸을 것이다.
‘이 영감은 대체 뭘 배웠기에 전 화 너머로 음공을 시전하는 거지?’
실제 내공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듣는 이의 속을 뒤틀어놓는다는 측 면에서는 음공이라 칭하기에 모자람 이 없었다.
[중국은 위험합니다. 중국은 너무도 위험합니다. 마존이시여, 중화인 들의 마인에 대한 증오심은 마존께 서 생각하는 이상입니다. 마존이시 여, 지금 당장 제가 거기로가겠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음, 여기는 사천인데……
[사천?]“음……”
[그 산골짜기에는 왜가셨습니까? 굳이 사천을 왜…….]니가 살던데도 이 근처잖아. 아니, 애초에 백 년 동안 산에 처박혀 살던 놈이 사천을 산골짜기라 칭하 다니.
“큭큭큭큭.”
바토르가 배를 잡고 구르기 시작 했다.
“크으, 정말 유쾌한 영감님이군.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어.”
어쩐지 이 둘을 만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주사 위는 강진호의 손을 떠난 뒤였다.
“어디에 있는가?”
[저는 지금 북경에 있습니다.]
“북경?”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지에 숨어 살던 이가 갑자기 웬 북경이라는 말인가.
“북경에는 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인들도 이곳에 많습니다.]
“번화한 곳일텐데.”
[빈자는도시로 몰리는 법이지요.
무인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손가락을 빨고 살 수는 없 습니다. 많은 마인들이 농민공으로 북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흠…..”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바토르에게 들은 대로라면 북경은 지금 삼왕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북경을 기준으로 아래쪽은 홍왕의 영역이고, 우측은 창왕의 영역이다.
그리고 좌측은 흑왕의 영역이었다. 그 세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에서 마인들이 살아간다?
‘오히려 접경지대이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건가?’
한 세력의 힘이 득세한 곳이라면 마인들 역시 살아가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마인들을 쥐 떼처럼 여기니까. 집을 청소하고자 하면 쥐 부터 박멸하려 들 것이다.
서로에게 시선이 쏠려 있기에 마 인들에게까지 정신을 팔 수 없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다. 그럼 내가 북경으로가면 되겠군.”
[지금 계신 곳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사람을 보내겠습니다.]“흐음, 지금 있는 곳이라……
강진호가 휴대폰을 들어 장다징에게 건넸다. 설명하라는의미.
‘왜 내가.’
딱히 저 전화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주는데 뭘 어쩌겠는가. 전화를 받아 든 장다징이 심호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저는 장다징이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가 어디냐면……
[네놈은 누군데 감히 마존께서 말 씀을 하시는 와중에 끼어드는 것이 냐! 갈기갈기 찢어 늑대 밥으로 던 져 주어도 시원치 않을 놈 같으니!]전화 건너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분노에 장다징이 얼어붙자, 강진호가 나직하게 말했다.
“수행원이야.”
[말하라. 하찮은 너의 말을 들어 주겠다. 지금 당장 마존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정확하게 말하라. 한 치의 틀림이라도 있으면 네놈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장다징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 러져 있는 무인들을 보았다.
저놈들이 차라리 편해 보인다, 저 놈들이…….
장다징의 슬픔은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