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9)
마존현세강림기-69화(69/2125)
마존현세강림기 3권 (19화)
3장 – 과시하다 (7)
강진호는 소리치는 여자를 보았다. 이미 강은영의 오빠라는 것을 들었 음에도 저리 태연하게 말을 해 대는 것을 보니 심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지?”
강진호의 말에 미리 조사를 마쳐 둔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이예슬입니다. 황성기업 대표의 차 녀입니다.”
“황성기 업?”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재경전자에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입니다.”
“죄송할 건 없어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조규민은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 사태를 황정후 회장이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앞 에 선했다.
거기에 강진호마저 분노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은영을 일으켜 세웠다.
“가자.”
“오빠, 나 여기서 포기하면……
“그만두라고 한 적 없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하지만 여기는 아냐.” “이제 와서……
“아직 안 늦었어.”
강은영이 떨리는 손으로 강진호의 손을 잡았다.
“오빠.”
강진호는 깊게 한숨을 쉬고 강은영을 끌어안았다.
“집에가자.”
“으응.”
강진호는 강은영의 등을 토닥이고는 몸을 돌렸다.
“가죠.”
“예.”
조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큰 사단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무사히 일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누구십니까?”
그때,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신데 우리 연습생을 함부로데 려가십니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의 눈에 큰 덩치를가진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가 들어왔다.
조금은 험상궂다고 말해야 할 얼굴의 사내가 인상을 잔뜩 쓰며 강진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
조규민이 빠르게 답했다. 대답하는 조규민의 표정이 어두웠다.
“스타위즈 대표인 박혁기입니다.” 강진호가가만히 박혁기를 바라보았다.
“누구십니까?”
“은영이 오빠입니다.”
강진호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여기서 다 뒤엎어 버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다면 강은영이 다른 곳으로 이적하는 것에 문제가 생겨 버릴지도 몰랐다. 참아야 했다.
“아,은영이 오빠 되시는군. 나는 이 회사 대표인 박혁기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애데려가겠습니다.”
“데뷔 얼마 남지도 않은 애를데려가시면 저희는 어쩌란 겁니까?”
“데뷔 안 시킵니다.”
“ 예?”
“계약 파기하겠습니다.”
“이보세요. 계약이란게 그렇게 마 음대로 파기하고 말고 할게 아닙니다. 위약금이 얼만 줄이나 아세요?”
“ 얼만데요?”
“십억입니다.”
강진호가 조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사장 대리님.”
“ 예.”
“주세요.”
“알겠습니다.”
조규민은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계좌 부르세요.”
“ 예?”
“아니면 현금으로가져다 드립니 까‘?”
박혁기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무슨 십억이 개 이름도 아니 고, 그리 쉽게 준다만다…… 조규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달라고 해서 준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원하는게 뭡니까?”
“뭐, 원하는게 있다기보다……은 영이는 저희 쪽에서도 꼭 필요한 인
재입니다. 그러니 굳이 계약을 파기 하기보다는 좋게 좋게 원만하게 갔 으면 좋겠는데……
강진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러지 마시고……
“돈 주세요.”
“알겠습니다.”
박혁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십억은 큰돈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그룹이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십억은 아무것도 아니 었다.
나름 인맥과 배경이 강한 아이들로
만 모아뒀으니 방송 출연이나 언론 플레이는 쉬울 것이 빤했고, 활동에 드는 자금은 후원을 받을 수 있으니 기획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도 남는 장사였다.
문제는 그게가능하기 위해서는 최 소한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었다.
지금 이 그룹에서 강은영이 빠져 버 리면 그게 불가능했다.
돈이 있는 아이들만 모으다 보니 그가 보기에도 형편없는 실력들이었던 것이다.
재능이 어느 정도만 되어도가르쳐
서 해결해 보겠는데,가르쳐도 늘지 않는 아이들을 언제까지가르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이쯤에서 돈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강은영이 빠져 버린 다면데뷔는 또 늦춰질 것이고, 묵 묵히 후원해 준 이들의 입에서 불만 이 터져 나올지도 몰랐다.
“여하튼 계약 파기는 고려해 보시는게……
“아뇨, 파기합니다.”
“좋게 말했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합니다.”
“여길 나가면 다른데는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는 몰라요? 내가 마음먹으면 사람 하나 이 바닥에서 매장시키는 건 일도 아닙니다. 띄우는게 어렵지, 떨어뜨리는게 어려운 줄 알아요?”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이래야 했다.
이리 나와줘야 마음이 편했다.
“계약 파기하고 나가보시죠. 다시는 어느 기획사에도 발도 못 붙이게 만 들어 드릴 테니.”
강진호는가만히 박혁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뭘 했지?”
“뭔 소리요?”
“애들은 잘못을 할 수 있어. 그러니 애지. 그렇다면 어른이 그걸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를……
“내 동생이 힘들어할 때 당신은 뭘 했지?”
박혁기가 인상을 쓰며 강진호를 노 려보았다. 그 눈빛에서 적의와 위압 이 느껴진다.
가소롭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강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모르겠지.”
“알 필요 없어. 그래서 여기에서는데뷔 안 시켜. 위약금 물어줄 테니, 계약 파기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진호의 말에 박혁기가 고성을 질 렀다.
“아니,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여 기가 만만해 보여! 마음대로 들어왔 다가 나가면 그만인 것 같아?”
“그럼?”
“진짜 그러다가 좋은 꼴 못 보는 수
가 있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찰나,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그 입 다무는게 좋을 겁니다.”
“당신은 또 뭐야?”
상황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던 로드 매니저가 박혁기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살짝 표정이 변한 박혁기가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입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더 나가 면 수습이 안 될 테니까요. 아무도 수습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은 그쪽에서 했죠. 이건 경고 입니다.”
박혁기가 인상을 썼다.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작자가 재경 그룹의 비서실 출신이라면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재경 그룹.
여기에 모여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의 배경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마음 만 먹는다면 스타위즈 따위는 순식 간에 공중분해된다. 박혁기 역시 빈 털터리가 될 것이다.
문제는 눈앞의 이 꼬맹이가 재경 그 룹과 무슨 관계냐는 것이었다.
연예계에서 구르며 먹고살아 온 그의 눈치도 보통은 아니다. 태도만 보아도 이 젊은 놈이 옆에 있는 재 경 그룹 놈보다는 지위가 높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강은영을 놓치 기에는 손해가 너무 막심했다.
‘애매한데……
강하게 나가기도, 그렇다고 포기하 기도 애매했다.
“일단 홍분을가라앉히시고 말씀을 나눠보십시다. 우리 쪽에서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최대한……
“됐어.”
“난 그쪽에 바라는 것 없어. 그러니 계약서나가지고 와.”
단호한 강진호의 태도에 박혁기가 이를 갈았다.
그리고 어린놈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옆에 있는 재경 그룹 사람만 아니었어도 벌써 얼굴을 올려 쳐버렸을 것이다.
“젊은 친구가 말이 짧군.”
“대접 받고 싶으면 대접 받을 짓을 해.”
“ 오빠.
강은영이 만류하자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가만히 박혁기를 바라보던
강진호가 몸을 돌렸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사고를 칠 것 같았다.
저따위 인간 하나 박살 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적어도 동생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강진호이지, 적천마존이 아니니까.
“가자.”
“……응.”
강은영의 손을 잡은 강진호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조규민에게 지시했다.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해결해 놓겠 습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숙이며 강진호를 배웅했다.
강진호는 강은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뒤에서 독설이 들려왔다.
“이런 씨발, 내가 저년 저럴 줄 알 았어. 이래서 사람가려서 받아야 하는데.”
강진호가 강은영의 손을 놓았다.
“ 오빠?”
강진호는 몸을 돌려 천천히 걸었다. 박혁기를 향해.
“뭐, 뭐요!”
강진호의 손이 박혁기의 목을 움켜 잡았다.
콰악.
박혁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허옇게 질렸다.
“커, 커억!”
박혁기의 갈 곳 모르고 휘저어지던 손이 강진호의 팔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강진호의 팔은 강철로 만들어 진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목을 조여오는 강렬한 힘에 박혁기의 눈이 뒤집어졌다.
강진호는 박혁기를 끌어당기더니,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대 고는 입을 열었다.
“말해봐.”
“컥I 케엑!”
“다시 말해봐.”
그 광경을 본 여자 연습생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날카로운 고성이 연 습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난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끄으……
“그러니 다시 말해봐. 뭐라고?”
박혁기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뻐끔 거렸다.
“안 들려. 말해.”
조규민이 달려와 강진호의 팔을 잡았다.
“그러다 죽습니다! 강진호씨!”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헉!’
붉은 기가 감도는 강진호의 눈을 본 조규민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제야 조규민은 깨달았다.
그가 강진호의 여러 모습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화가 나 있는 강진호를 본 적은 없 다는 것을 말이다.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한다.
그와 반대로 몸은 조금도 움직여지 지 않았다.
“주, 죽습니다.”
강진호는가만히 박혁기를 바라보다가 손을 놓았다.
“케엑! 쿨럭! 쿨럭!”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기침을 토하 던 박혁기가 고함을 질렀다.
“너, 너 이 새끼! 내가 고……소할 거야!”
“해봐.”
강진호는 몸을 돌렸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조규민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시겠습니까?”
조규민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은 필요한 법.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런 기획사가 남아 있어봐야 좋을게 없겠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럼 저 아 이들은……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애들은 죄가 없죠.”
“죄는 부모가 있을 뿐.”
“조치하겠습니다.”
강진호는 비 맞은 새처럼 떨고 있는 강은영을 보고는 그녀의 어깨에 팔
을 둘렀다.
“가자.”
“으응.”
강진호는 강은영을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건물을 벗어나자마자 강은영이 참았 던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 마.”
“……미안해, 오빠.”
“미안할 것 없어. 내가 늦게 알았을
뿐이야.”
“미안.”
“다음부터는 일찍 말해. 고민도 말 하지 못할가족이라면,가족 같은
건 필요 없는 거야.”
“응, 그럴게.”
강은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가자.”
“응.”
강진호는 강은영의 등을 두드렸다. 그 와중에도 그의 눈은 한기를 머금 고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가족을.
강진호의 분노가 아주 천천히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