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98)
마존현세강림기-699화(697/2125)
마존현세강림기 28권 (25화)
5장 보여주다 (5)
“진짜 성격 더럽네.”
“그렇습니다.”
바토르와 장다징이 학을 뗐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시냐고. 새벽이다 새벽. 중국과 한국의 시 차가 얼마나지 않으니, 정확하지는 않아도 한국도 아마 새벽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새벽에 통역을 시키겠 답시고 전화를 하다니.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최악의 상사네.”
“우리 상산데요.”
“……우리 상사가 최악의 상사 네.”
할 수만 있다면 노동부에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켜보는 그들이 이리 황당한데, 이현수는 지 금 얼마나 황당할까.
아마 다발로 튀어나오는 욕을 꾹 꾹 누르고 있겠지.
하지만 이현수의 대응은 그들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 통역이라니요. 중국어는 할 줄 아시니 다른 나라 사람과 엮였다는 말씀이십니까? 혹시 일본입니까?
“프로네.”
“진짜 직장인이네요.”
이게 무슨 소리냐는 투정 한마디도 없이 바로 상황 파악에 들어가는 이현수의 반응을 보니 박수라도 보 내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이미 장 다징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바토르도 어색한 얼굴로 그 커다
란 손으로 박수를 두어 번 쳤다. 예의상 이건 쳐줘야 한다.
장다징이 감탄했다. 워낙에 대단 한 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 어서인지 밴 안에서데굴데굴 굴렀 던 기억은 벌써 잊은 모양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충격으로 죽고도 남 았을 사건이었지만, 이래 뵈도 장다 징은 무인이다. 그 정도 충돌은 뼈 마디가 쑤시는 정도로 버텨낼 수 있다.
“성격이 좋은 건지. 아니면 일중 독인 건지. 여하튼 대단하네요.”
“대단하다고 할일이 아니다. 저
렇게 받아주니까 주인이 자꾸 일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 한번 사고를 칠 때마다 주변에서 당연하다는 듯 이 수습을 해주고 대응을 해주니 사람 버릇이 나빠지는 거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지.”
바토르가 혀를 찼다.
강진호와 이현수 둘이 무슨 짓을 하든 서로가 이해만 한다면 다른 이 들이 언급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조직의 문화는 아래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전 직장 평가 사이트에 ‘새벽 네 시에 통역하라고 전화 옴.’이라는
단 한 줄만 올려도 더 이상의 평가는 필요 없을 것이다. 블랙 오브 블 랙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구직자들이 절대 찾지 않는 회사가 될 테니까.
물론 총회가 회사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자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일본 놈들인데.”
—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는 무척 많은의미가 담겨 있었다. 일본 놈들이 노리고 쳐들어
간 모양인데 상대할 수 있느냐, 위 험하지는 않은가, 혹시 지원이 필요 한가, 다른 대응이 필요한가.
그 많은 말들을 한번에 할 수 없기에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강진호의 대단은 간결했다.
“별거 아냐.”
휴대폰 건너편에서 침묵이 전해졌다.
강진호의 설명과 반응에서 상황을 유추하고 있는 것이다.
– 통역하겠습니다. 말하라고 해
주십시오.
“다시 말해봐.”
강진호가 태연하게 전화기를 앞으로 내밀자 모리가와 아츠시가 조금은 뚱한 얼굴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받으라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통역을데리고 올 것을.
딱히 이런 대화가 오고갈 것이라 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를 세우고 앞으로 나서는 그 짧은 시간 사이의 미묘함을 참지 못해 한마디 건넨 것
뿐인데.
‘그냥 공격을 할까?’
그 순간 휴대폰 안에서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할 말씀 이 있으시면 이쪽을 통해 하십시오. 전달하겠습니다.
“유창하군.”
발음으로 한국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유창하다고 해도 특 유의 버릇 같은게 존재하니까.
그들이 지금 강진호와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알려야 하는가하는의문이 살짝 떠올랐지만, 생각해보 면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강진호가 여기서 죽는다면 뒷일 같은 건의미가 없어지니까.
“야마카와카이의 모리가와 아츠시다. 나카타 유지님의 명으로 강진호의 목숨을 접수하러 왔다. 그대가 강진호가 맞는가?”
재빠르게 통역이 이루어지고 강진호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모리가와 아츠시를 바라보았다.
“……뭐 빤한 걸 묻고 있어.”
이건 통역을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는지 귀가 자체로 통 역을 하고 있었다. 저 황당하다는 표정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나라고 이런 빤한 걸 묻고 싶지는 않다고.’
한국인인 강진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한국인들은 일본 인들 보다 ‘미학’이라는 측면을 중 요시 여기지 않으니까.
누구 하나를 처리하는 일도 보여 지는게 중요하다. 그가 여기서 품 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그뿐
아니라야마카와카이의 전체적인 평가가 떨어진다. 그러니 이런 쓸데없는 짓도 해야 하는 것이다.
– 이거 굳이 대답해야 합니까?
안 해도 된다고.
모리가와 아츠시의 얼굴이 일그러 졌다.
“딱히 대답은 필요 없을 것 같군. 누가 너의 목을가져가는지나 알고 죽어라.”
– 그쪽은 원래 말을 그렇게 합니
까? 통역하기 진짜 민망한데. 그 대 사를 제 입으로 읊어야 한다는게 어떤 기분일지 생각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새끼는 또 누구지?
전화 너머로 뻔뻔하게 말하는 놈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닥치고 통역이나 하는게 좋을 거다. 네 주인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네네. 그건 좋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 묻고 싶은게 있습니 다만.
“뭐지?”
— 혹시 김석일이라는 이름을 들 어보신 적 있습니까?
“김석일?”
— 모르는 모양이군요. 흐음. 알 겠습니다.
간단한 대화가 끝나자 한국어가
홀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한 말을 강진호에게 통역하는 모양이다. 통 역을 들은 강진호가 미묘한 얼굴로 모리가와 아츠시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뭘의미하는 줄 알기에 모리가와 아츠시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진짜 썩은 관습이라니까.’
아직도 문제를 일으키면 할복으로 사죄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의 무인계다. 적당한 잘못은 단지(斷 指). 즉 손가락을 자르는 것으로 형 벌을 대신한다.
미친 짓이지.
무인에게 신체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문화를 유지해서 전력을 깎아 먹는다는 말인가. 이 미학에 어울려 주는게 병신 같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지 키지 않으면 평가가 낮아진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을 무 릅쓸 수밖에 없다. 개중에는 이런 과정을 멋지다고 느끼는 이들도 아직 있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모리가 와 아츠시는 아니었다.
“딱히 대화를 이어갈 사이는 아니니 이쯤하지.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들어주고 싶지만 이 괴상한 통역으
로 대화하는 꼴은 웃기니까. 유언은 전화 너머의 사람에게 하도록.”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게다가 지금 그리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아무리 많은 인원들이 왔다고는 하나 이곳은 중국, 중국의 수많은 무인에 비하면 이 정도 수는 그저 한 줌에 불과하다.
그들이 이곳에서 일을 벌이고 있 다는 사실이 중국 무인계에 전해지게 된다면 무인들이 개떼처럼 몰려 올게 뻔하다. 일이 커지기 전에 빨 리 처리하고 빠져야 한다.
물론 그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차를 산을 내려오기 전에 차에서 내린 이들이 지금은밀하게 이곳을 포위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만에 하나의 확률을 없애기 위한 지연책이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여유만만 하군.’
태연하게 전화로 통역을 요청한다 던가. 백여 개가 넘는 헤드라이트가 그를 일제히 비추고 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던가. 확실히 뭔가 비범한 면이 있기는 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보고서에서 봤
던 대담하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물론 그 대담함이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슬슬 시작할까?”
이쪽도 바쁘고 저쪽도 달아날 생각이 딱히 없어 보이니, 빨리 일을 처리하는 쪽이 났다.
‘적어도 명예로운 죽음을 줘야겠 지.’
강진호를 보고 있으니 윗대가리들 이 왜 그렇게 미학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많은 적들을 보고 있 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강진호의 모습은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
었으니까.
자신 역시 죽을 때는 저렇게 당당 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그런 자에게는 적어도 명 예로운 죽음을 선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르르릉.
모리가와 아츠시가 허리에 찬 일 본도를 서서히 뽑았다. 그러자 차에 서 내린 이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 와 그의 뒤를 채웠다.
적은 강하다.
강진호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
로도 그의 강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 업적을 모두 무시하더라도 한국으로 그를 상대하러 간 나나호시구 미를 전멸시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분명 강하다.
그러니 이쪽도 최선을 다해 그를 상대한다. 한 톨의 방심도 없이 상 대한다면 승리는 당연히 이쪽을 향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진호를 성공 적으로 제거한 그와야마카와카이의 위상 역시 상승할 것이다. 나카타 유지가 수훈이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쳐……
모리가와 아츠시가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그의 입이 다물어 졌다.
기세를 올려 달려들려던 이들이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 선다.
“ 조장?”
등 뒤에서의문어린 목소리가 들 려온다. 하지만 모리가와 아츠시는 공격을 명할 수 없었다.
보인다.
저 멀리.
강진호가 아닌 강진호의 뒤에서 불빛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말이다.
‘지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총회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들은 총회 주위에 수많은 감시망을 깔아놓았다. 최소한 그 들이 이곳으로 출발할 때까지는 총 회에서 지원을 보냈다는 말은 없었다.
그럼?
그럼 저 불빛들은 뭐란 말인가?
소수의 인원을 빼내어 반대쪽도 로도 점거했다. 공안과 짧은 다툼이 있다해도 연락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차량들은 다 뭐란
말인가?
강진호도 고개를 슬쩍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느껴진다.
다른 이들은 아직 느끼지 못하겠 지만 그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다가 오는 이들에게서 풍기는 비릿한 마 기의 향을.
그러니 저들이 누군지 모를 수가 없었다.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길게 멈춰서 거대한 용의 형태 건너편으로 또 다른 용이 접근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광경만으로 보면 꽤나 장엄했다.
하지만 그 장엄함을 무너뜨리는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마존이시여어어어어어어어 !”
누군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그 광경을 지켜본 강진호가 고개를 떨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난리도 아니다.
여기가 무슨 시장 바닥도 아니고 대체 왜 다들 이렇게 몰려온다는 말인가.
상황을 파악한 바토르가 강진호를 보며 이죽거렸다.
“주인을 위해 목숨 바칠 충성스런
신하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을 위해 양팔을 벌려줄 생각은 없으신가?”
일단 이 사건을 해결하면 저 놈의 입부터 꼬매야겠다.
반드시 말이다.
강진호의 주변까지 접근한 차량들 이 급하게 멈춘다. 그리고 그 안에 서 무인들이 개떼처럼 내리기 시작 했다.
좌우를가득 메운 일본과 중국의 무인들을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들 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 잘 날이 없네.’
이래서 사람들이 고향이 좋다고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