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699)
마존현세강림기-700화(698/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1화)
1장 증명하다 (1)
“마존이시여!”
리샤오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 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마존이시여! 그 존엄한 마를 지 배하는 분이시여! 당신의 종이 이곳 에도착하였나이다!”
리샤오위의 목소리는 격동으로가
득 차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 온 순간인가.
장민.
그들에게 있어서 장민은 어른이자 상관이었고, 지침이자 신화였다. 아직 마교가 그 위세를 완전히 잃기 전, 그는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 고 마존의 강림을 기다리겠다며 수 라동의 문지기를 자처했다.
원한다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지위다. 아무리 마교가 힘을 잃 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고는 하나, 마 교의 교도가 얼마인가. 그들을 이용 한다면 장민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장민은 그 모든 것을 포기 했다.
마교에 대한 헌신으로 자신의 모 든 것을 포기하고 일개 문지기로 남은 것이다. 그런 이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장민이 선언했다.
마존께서 돌아오셨다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면 오랜 문지 기 생활에 지친 장민이 동굴을 나오 면서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변명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그건 그저 전설이었으니까.
마교가 세상에서 배척당하고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때, 마존께서 다시 강림하시여 그들을 새로운 세 상으로 이끌 것이다.
누가 한 것인지도 모르는, 오래된 전설.
하지만 마교도들도 그 전설을 믿 지 않았다.
어느 종교에나 있는 구원의 신앙 이었으니까. 그 말을 믿고 기다리기 에는 세상이 너무도 각박했고, 기다 림은 너무도 길었다. 마교 내에서
그 말을 끝까지 믿은 사람은 장민 장로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농담인 줄 알았고, 누군가는 장민이 나이가 너무 들어 노망 이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장민의 말을 믿게 되었다.
수라동이 열린 모습을 그 두 눈으로 확인하고는 믿지 않을도리가 없 었다.
마존의 자격은 수라동을 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수라동을 여는 이는 그 누구라도 마존이라 불릴 자격
이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앞에 회의는 경악으로 바뀌었고, 이내 벅찬 감동으로 그들을 뒤흔들었다.
마존.
마존이 강림했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은, 그 오래 된 전설이 현실이 된 것이다.
리샤오위의 눈에 뿌연 습막이 차 올랐다.
의연하려고 했으나 자꾸만 눈물이 고인다. 마인이라는 이유로 핍박받 으며 살아온 기나긴 세월이 그의 머 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숨죽여야 했다.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참아야 했다.
그들은 나약했으니까.
무인의 세상은 강함이 전부다. 심 지어 명분마저 저들에게 있다. 힘으로도 이길 수 없고, 명분으로도 이 길 수 없다면…… 그저 고개를 숙이 고 살려 달라고 빌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을 살았다.
평생을 말이다.
리샤오위는 그저 버티면 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다른 젊은 마인들을 어쩌란 말인가.
그의 후손들에게 그와 같은 삶을 물 려줄 수는 없다.
대등하지 않아도 좋다. 동등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 한번이라도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파의 무인들에게 당당히 그 들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꿈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으니까. 하지 만 지금 이 순간 리샤오위가가슴속으로만 간직해 온 그 꿈이 이뤄지고
있었다.
“마존이시여! 마존이시여! 오롯이 위대한 자이시여! 우리들은 기다렸 습니다. 마존께서 강림하시는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맨입으로 홁을 삼 키고, 빛의 영광을 외면하며 날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가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소신은 감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마존을 노리는 간악한 무리가 있 다는 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제쳐 두고 달려왔습니다. 저 간악한 놈들은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마존의 존
체를 더럽힐 필요는 없으십니다. 그 러니 마존께서는 오로지 이제부터 만들어갈 마교의 천년영광만을
“아니, 저기……
리샤오위가 고개를 들었다.
마존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마존은 이끌어가는 자.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가야 할 분이시다. 그런 이의 목소리 에 어찌의혹이 담겨 있단 말인가.
‘우리가 미덥지 못하신가?’
그럴 수 있다.
장민 장로의 말에 따르면, 마존은 마의 모든 것을 지닌 자라 했다. 그런 분의 눈에 저열한 마공의 찌꺼기 만을 겨우 수습하여 익힌 그들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설사 연민을가지더라도 그들을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마존이시여.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살아남는 법을 익 혔습니다. 과거 천하를 호령하던 마 교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할 거름이 되겠습니다.”
리샤오위가 물기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오오, 그 풍채마저도 마존의 이 름에 걸맞으신 분이시여! 그 존 귀……
“아니, 거, 노인장.”
“예?”
“……나 아니오. 저쪽이오.”
리샤오위가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렸다.
자신이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 거 대한 육체의 마존…… 아니, 쟤가 마존이 아니라 그랬으니까, 그럼 이 쪽..
리샤오위는 한 손으로 이마를 눈
두덩이를 문지르고 있는 적당한 체 구의 청년을 보았다.
“ 이쪽?”
“그렇소이다.”
“아무리 봐도 이쪽인데……
리샤오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진호와 바토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부끄러움을 참고 있던 주강이 소 리를 질렀다.
“마기를 보시란 말입니다, 마기를! 겉모습을 보지 마시고, 마기를 보시라구요!”
“마기?”
그제야 리샤오위가 공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기겁을 한 얼굴로 다시 강진호에게 머리를 처박았다.
“마존이시여! 이 무례를 어찌해야 할지! 눈이 있어도 귀인을 보지 못 한 노신을 벌하여 주십시오. 이 죄
“끅끅끅, 끄윽.”
바토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 뜨리고 말았다.
“내가 마인들이 이렇게 재미난 줄 알았다면 핍박 같은 건 절대 반대했을텐데 말이야. 아주 유쾌하기 짝 이 없군.”
바토르의 말에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놀림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이다.
“마존이시여, 이 죄 많은 목숨을 거둬가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마교의 영광을 다시
“거기까지.”
강진호가 단호하게 리샤오위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리샤오위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그의 말을 듣고 입을 닫은게 아
니다. 그가 뭔가를 하려고 해서 벌 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저 강진호가 명하는 순간, 그의 몸이 알아서 반 응했다.
‘이건 대체?’
리샤오위가 몸을 떨었다.
장민은 말했다.
굳이 충성심을 시험할 필요가 없 다고, 그분을 보게 된다면 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게 그 뜻인가?
리샤오위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 고 그저 숨을 죽일 뿐이었다.
“마교라……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뒤를 훑 었다.
아직 확신을가지지 못한 채 리샤 오위와 강진호를 주시하고 있던 마 인들이 강진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고개를 숙이는 이들.
그의 시선을 피하는 이들.
그리고 격동에 찬 눈으로 그를 바 라보는 이들.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만, 강진호의 눈에는 그런 모습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한가지뿐이었다.
“이게?”
헛웃음이 홀러나온다.
마교.
그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 던가.
강진호가 마교에 입교하여 전성기를 이끌기 전에도 마교는 공포의 대 명사였다. 강호에 태어난 아이들은 범보다 마교도를 더 무서워하며 자 라났다.
철이 들기도 전에 마교의 공포를 뼈에 새기고, 그들에 대한 적개심을 키운다. 자신의 후예들에게 철저하
게 그런 교육을 시켜야 할 만큼 마 교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런데 이게?
이게 마교라고? 이게?
이상하게 화가 난다.
마교에 대한 애정이나 소속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마 교라는 곳은 살아남기 위해서 몸을의탁해야 했던 곳일 뿐이다. 마교 내에서 살아남으며 권력을 얻어갔지 만, 굳이 익숙해진 곳을 벗어날 필 요가 없어 마교도로 살아갔다.
현대인인 강진호에게 맹목적인 종 교는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이니까. 마교가 멸문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놓으니까.
하지만…….
“이게 마교라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마교도가 아니다.
세월과 현실에 찌들어 버린 패잔 당들의 모임일 뿐이었다. 적어도 이 들이 마교라는 이름을 내세우기 위 해서는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
현대에서 마인의 처지가 어떤지
수도 없이 들었다. 그리고 장민을 통해서도 이들이 박해받으며 고통받 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저 머리로 습득한 지식 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순간, 괴리감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강진호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은 이 이상 굳을 수 없을 만큼 딱딱해져 있었다.
리샤오위는 강진호의 표정이 서서 히 굳어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살아온 세월이 늘려준 그의 눈•치가 그 사실을 놓칠 리 없다.
“마존이시여, 저 간악한 자들을
바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 한 말씀은 그다음……
“조용히 하라 했을텐데?”
리샤오위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리가와 아츠시가 입을 열었다.
“그게 네가 동원한 이들인가?”
강진호는 대답 없이 모리가와 아 츠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휴대폰 너머로 통역을 하는 이현수의 목소 리도 굳어 있었다. 상황이 어찌 돌 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얼마
든지 알 수 있다.
“그런 허접쓰레기들을 모아 온다 고 감히 우리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허접쓰레기라……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비틀린 웃음.
그래, 한가지는 확실해졌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지 만, 아무래도 강진호는 마교라는 이 름에 애착을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저들이 허접쓰레기라고 불리는 순간,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으니까.
인정해야 한다.
저들은 허접쓰레기라고 불릴 만하다.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저 열한 마공을 주워 익혔다고 해서 감 히 마인이라 자칭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야.”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이 붙는다. 천천히 빨아들인 담배 연기가 그의 폐부를 휩쓸 고는 다시 빠져나갔다.
“하지만 하나는 알았어야지.”
강진호의 몸에서 마기가 서서히 홀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기.
이곳에는 마기가가득하다. 강진호의 존재에 자극을 받은 마인들이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르다.
강진호의 몸에서 홀러나오는 마기는 마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 기와도저히 같은 종류의 것이라 볼 수 없었다.
흑색의 타르처럼 짙고 농밀한 마 기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눈이 붉
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너 따위 쓰레기가 입에 담을 말 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지.”
마존의 분노가 세상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