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00)
마존현세강림기-701화(699/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2화)
1장 증명하다 (2)
리샤오위의 지금 심정을 뭐라 표 현해야 할까.
벅찬 환희?
기나긴 기다림에 대한 대가가 주 어졌다는 뿌둣함?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기쁨의 일종이어야겠지만, 실제 리샤오위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기쁨을 느낄 조건이야 충분하다.
우선 수십 년의 기다림 끝에 마존의 강림을 그의 눈으로 확인했다.
젊은 마인들은 모른다.
그들이 얼마나 거친가시밭길을 걸어왔는지.
무인계를 지배한 정파인들의 마인 에 대한 증오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은 그 감정이 어느 정도 무뎌진 후다. 불과 반백 년 전만 해도 그들은 마인들을 만나면 고문하고 찢어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대 문물이 발전하면서 무인들은 자신의 입지를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마인들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야만의 시대가 반백 년만 더 지속 되었더라도 마인은 역사 속에 박제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고난의 시간을 버티고 버텨 여 기까지 왔다. 그리고 마침내 마존의 강림을 그의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충분하지 않은가.
버티고 버텨온 삶의의미를 찾는
데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더구나 마존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저 마공의 보고(寶庫), 그 역할 만 해주어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데 마존은 그들의 처지를 보고 분노해 주었다. 그러니 이 이 상은 여한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리샤오위의가슴을 불 길함으로 물들고 있었다.
단순한 불길함이 아니다.
그의 나이가 몇이던가. 살아오면 서 불길함 따위는 수도 없이 느껴보
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가슴을 채우고 있는 이 불길함은 그동안 그가 느껴 오던 감정의 편린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근원적 감정이 다리를 타고, 허 리를 타고, 그의 머리로 벌레처럼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래.
원인은 알고 있다.
마기.
강진호의 몸에서 흐르듯, 타오르 듯 홀러나오는 저 마기를 본 순간, 그의가슴은 그가 어찌할 수 없는
불길함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끈적이는 타르 같다.
마공을 익히는 이들에게 마기란 친숙한 것이다. 마기는 그들이가진 강함의 원천이자, 그들을 미치게 만 드는 천형 같은 존재였다.
마기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받 아들이든 간에 마인에게 마기란 결 코 떼어놓을 수 없는 신체의 일부와도 같았다.
하지만 저건 뭔가 다르다.
저건 그가 알고 있는 마기가 아니 었다.
좀 더 불길하고, 좀 더 사악하고,
그리고 좀 더 파괴적인 그 무언가였다.
진득하다.
흘러나온 마기는 마치 타르처럼 진득하기 짝이 없었다. 기껏해야 검은 연기 정도의 짙음을 만들어내는 자신들의 마기에 비한다면, 저건 마 기의 근원이라 불러도 될 무언가였다.
‘찌꺼기.’
리샤오위는 장민 장로의 말을 이 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들은 그저 마공의 찌꺼기나 익히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 말.
리샤오위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 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땅속을 기며 살아가는 지렁이에게 하늘도 아닌 우주를 설명하면 이해 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리샤오위가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때부터 마공은 저열한 무학이었다. 스승들은 마공이 그 진의를 잃어버 려 여기까지 추락했다고 누누이 말 했지만, 단 한번도 마공의 진정한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리샤오위에게 그 말은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그나마 그에게 진정한 마공의 편 린이라도 보여준 이는 장민뿐이었다.
장민 장로.
그는 마교에 있어서는 특별한 인 물이었다.
그는 마교의 그 누구보다 오래 살 아왔다. 그리고 마교의 그 누구보다 강하다. 리샤오위의 스승도 장민의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하루는 리샤오위가 장민에게 물었
다. 어째서 장민이 마교도들을 이끌 어주지 않느냐고. 그토록 강하면서 어째서 고통받는 마교도들을 외면하 느냐고.
굴에 처박혀 마존의 강림을 기다 리기보다는 장민이 마존이 되어주면 안 되느냐고.
그 말을 들은 장민은 안쓰러운 미 소와 함께 대답했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란다. 마 존은 그저 강한 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마존은 구원이고, 마존은 희 망이다. 나는 어둠 속을 잠시 밝힐
촛불은 될 수 있어도 마인들의 태양 이 되어줄 수는 없다. 기다리거라. 참아내거라. 참고 또 참다 보면 언 젠가는 그분이 오실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의 역할은 끝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때는.
훗날에서야 장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무학은 정석이 아니었다. 마존을 수호하는 이들이 대를 건너 자신의 공력을 격체전력으로 전수해 주었기에 그는 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학의 한계 탓
에 그는 다른 마인들에게 마공을 전 수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앞장서 이끈다 해도 마교 전 체를 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 와 중에 그가 죽기라도 한다면 마인들의 반발을 겪은 무인계는 마인들을 더욱가혹하게 탄압할 것이다.
그렇기에 힘이 있음에도 싸울 수 없다.
누가 그런 장민의 심정을 짐작이 나 할 수 있겠는가.
“기다려라, 기다려라. 네가 지금
나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그저 허상일 뿐이다. 알게 될 것이다. 그분이 네 앞에 나타나는 순간, 모든 마를 발아래 두시는 그분이 이 세상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너는 부정하고 욕하 던 마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할 수 있었다.
근원.
그래, 저건 말 그대로 근원이었다.
저 마기에 비한다면 자신들이 익 힌 마공 따위 찌꺼기라 불려도 온당 하다. 너무도 온당했다.
경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리샤오위는 몸을 바닥에 납작하게 붙였다.
현세에 강림한 마존을 경배하고 또 경배한다.
그리고 또 하나.
리샤오위가 다리를 움켜잡았다.
손을 떼니 머리로 체중이 쏠렸지 만, 그럼에도 그의 손은 바닥이 아 닌 자신의 허벅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떨린다.
후들거린다.
마존.
기다리고 또 기다려 온 그들의 구 원자를 눈앞에서 목도한 그에게 찾 아온 감정은 환희도, 기쁨도 아니 고…… 그저 공포였다.
심혼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올라 오는 공포.
마치 죄 많은 인간이 하늘에서 내 려오는 심판자를 본 것처럼, 저항할 수 없는 분노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 처럼 전신이 떨려왔다.
리샤오위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뒤
로 돌렸다.
다르지 않다.
그만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아니었다. 강진호가 분노를 드러낸 그 순간부터 마인들은 마치 염왕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다들 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마존이구나.’
어째서 장민이 마존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흩어진 마인들을 모조리 일통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지배는 거부할 수 없었다.
마인이라면, 아직 마에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은 마인이라면, 이성이 라는 것을 조금이라도가지고 있는 마인이라면, 누구도 마존의 지배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마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토르.”
쿵!
바토르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평소 강진호를 장난스레 대하던 바토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얼굴을 굳힌, 충성가
득한 마존의 수족만이 존재할 뿐이다.
“명하십시오, 나의 주인이시여.”
“쓸어라.”
“예!”
강진호가 굳이 부연했다.
“저들에게 알려줘라. 담지 말아야 할 말을 입에 담은 대가가 무엇인 지.”
“충!”
바토르는 두말하지 않았다.
그 거대한 육체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앞으로 달려들 었을 뿐이다.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위압감이가득하던 바토르의 육체가 거칠게 달려드는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마치 거대한 불곰이 이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달려든 바토르가 눈앞에 있는 무 인에게 정권을 날렸다.
분쇄.
인간의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는 말 그대 로 뼈와 살로 분리되어 버렸고, 채 으스러지지 못한 육체의 파편이 총 알처럼 뒤로 튕겨 나간다.
“아아아악!”
“아악!”
무언가 육체를 꿰뚫고 지나가는 고통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바토르가 자신의 앞을가로막고 있는 차를 걷어찬다. 1톤이 넘는 무게의 차량이 마치 장난감처럼 튕겨 나간다.
그리고 그 차는 순식간에 무인들을 휩쓸었다.
전신 (戰神).
그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바
토르가 포효했다. 주인의 분노가 전 염되었는지, 한 치의 감정도 담지 않은 바토르가 새끼를 잃은 어미 곰 처럼 무인들을 휩쓸고 있었다.
경악스러운 광경이다.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하지만 모리가와 아츠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알고 있다.
지금 뭔가 지휘를 하지 않으면 순 식간에 쓸려 나간다. 전쟁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다. 전장에서의 전멸
은 총 병력의 30%가 소실되는 것을의미한다.
모두가 죽어야만이 전멸이 아니다.
삼분의 일.
세 명 중 한 명이 죽는다면 인간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전력을 모두 동원한다면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전투조차 이기지 못하게 된다.
침착함을 잃고 패닉에 빠지게 된 다면, 순식간에 혼란이 찾아오고 멘 탈이 터진다. 그럼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이 지휘관이 고, 모리가와 아츠시는 지휘관의 역 할로 이곳에 왔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입을 열 수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의 세 포 하나하나를 모두 동원하여 눈앞 에 있는 괴물을 경계하는 일뿐이었다.
저벅저벅.
천천히 결코 빠르지 않은, 느긋한 걸음으로 괴물이 다가온다.
괴물.
그래, 저건 괴물이다.
저 미친 괴물에 비한다면 바토르는 차라리 인간적이었다. 스멀스멀 흘러나온, 타르 같은 짙은 마기가 전신을 휘감는다. 어둠으로가득 찬 어딘가로 피처럼 붉은 안광이 줄기 줄기 새어 나온다.
마귀.
그래, 저건 악마의 형상이다.
상상으로만 그려온 악(惡).
그 자체가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세상에 강림한 모습이었다.
늘어뜨린 일본도의 끝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도의 끝은 마음.
흔들리지 않은도의 끝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 시작이라는 말을 얼마 나 많이 들어왔던가. 하지만 지금 그의도는 오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던 괴물, 강진호가 입을 벌렸다. 아니, 입이라고 생각되는 그 어딘가를 뒤덮고 있는 어둠이 미묘하게 꿈틀거린다.
“이제 대답해봐.”
저건 웃음이다.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
무인에게 있어서 비웃음은가장 참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모리가와 아츠시는 차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애초에 이건 무인과 무인의 싸움 이라 할 수 없었다. 정상의 궤를 한 참이나 벗어나 있다.
악마가 웃는다.
그러더니 악마가 말한다. 쇠를 긁는 듯한 음성으로.
“누가 쓰레기인지 말이야.”
악마가 천천히 손을 뻗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