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04)
마존현세강림기-705화(703/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6화)
2장 지배하다 (1)
이 광경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지금 그가 본 광경을 뭐라 표현해야 하는가.
리샤오위는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조악한 것인지 깨달아 버렸다. 그 어떤 말로도 지금 그의 충격을 표현
할 수가 없다.
턱이 덜덜 떨린다.
두려워서?
그렇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모두가 아는, 그런 평범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는 살 만큼 살았다.
마존의 강림을 그의 눈으로 지켜 본 이상,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랄게 있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 이 자신에 대해 다가올 피해에 대한 반동이거나,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 터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샤
오위는 딱히 두려움을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떨고 있다.
공포에 질려 있다.
‘내가 마존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 구나.’
그는 구원자가 아니었다.
리샤오위는 마존을 경배해야 하는 이유가 자신들을 구원해 줄 존재이 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장민은 그런 리샤오위의 생각을 탐탁지 않게 여 기는 듯했지만,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 미묘한 차이.
그 차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리 샤오위는 지금 알 수 있었다.
마존은 구원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지배하는 자이고, 군림하는 자였다.
마인이란 존재는 마존을 경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속물에 불과했다.
리샤오위는 질린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불타오른다.
모든 것이 불타오른다.
우그러지고 부서진 고철의 산이 매캐한 흑연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저 강철의 산 안에는 부서진 차만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그 차를 타고 온 자들도 함께 타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마존은 태연한 모습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공포의 현신.
너무나도 두렵지만, ‘마존’이라는 호칭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검은 악의(惡意)를 쌓아 올려 만들어낸 것 같은, 그 악마 같은 모습은 아니 었다.
마존이 아직 그 모습을 하고 있었 다면 리샤오위는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엄은 조금도가시지 않았다.
처음 리샤오위가 마존과 그를 수 호하는 바토르를 보았을 때는 바토 르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지 금은 바토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마존은 저 거대한 육체를 시야에 서 밀어낼 만큼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도 보라.
살육과 전투의 한가운데를 헤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얼굴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지금 저 전화를 받는 이가 누구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시 지금 리 샤오위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경배하고 두려워한다.
지배자를 대하는 당연한 마음이니 까.
하지만 리샤오위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진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다 죽인 건 아니라니까.”
[회주님, 중간중간에 제가 다 죽 이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린 것 같은데……. 물론 회주님이 결정 하시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배후를 캐야 하니까 두어 놈은 잡아놔야 한다고…….]
“굳이 배후를 캘 필요는 없잖아. 빤한 건데……
[일본 놈이라는 거야 알지요. 알 긴 한데, 일본 놈이라고 다 같은 놈 들이 아니잖습니까. 어느 세력이 중 심인지, 그리고 어떻게 중국으로 넘 어오게 됐는지, 알아내야 할 정보가
한둘이 아닌데…….] [그리고…… 그, 기분 내시는 건 좋은데요…… 회주님, 진짜 이건 제가 드릴까 말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말씀드리는 건데…… 앞으로도 같은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기분 나빠 하지 말고 들 어주십시오.]
“……뭔데?”
[그, 마기가 머리까지 들어차면 원래 말투가 그렇게 나오는 겁니까? 평소에 하시던 말투를 그냥 쓰시면 안 됩니까? 이거, 무슨 변신하신 것도 아니고, 말투가 좀……. 아니, 사 실 회주님이야 그렇게 말씀하실 때 어색함이 없으시겠지만, 그거 동시 통역하듯이 전화기 붙들고 목소리 깔고 말해야 하는 저는 진짜 곤욕이 거든요.]
“……미안하다.”
강진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 렀다.
한국에서 전화기를 붙든 채 강진호가 하는 말을 통역하고 있었을 이 현수를 생각하자, 못할 짓을 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중학교는 예전에 졸업하신 것으로 아는데, 굳이 꼭 그렇게…….]
“미안하다니까.”
강진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안 고쳐지네, 이거.’
마기는 백회혈을 통해 육체를 드 나든다. 백회혈은 머리 한중간에 있다. 마기를 사용하게 되면 평소와는 다른 기운이 뇌를 채우게 된다.
그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한다.
완전히 미쳐서 살육에 빠지는 놈도 나타나지만, 마공을 제대로 익히 고, 깊게 익히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하필 말투가 부작용이냐고.’
화가 나서 마기가 끓어오르거나, 마기를 일정 이상 전개하게 되면 평 소와는 다른 생각과 말투가 그를 지 배해 버린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돌이켜 보다가 이불을 걷어찬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걸 남 앞에서 저지르다니.
심지어 통역을 시키다니.
제정신이면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이다. 하지만 강진호조차 마기의 지 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 주인. 그건 좀 심했다. 수 치 플레이도 아니고. 나도 듣고 있 었는데, 좀 그렇더라.”
강진호의 명령을 수행한 바토르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그 이죽거림도 함께 돌아왔다.
바토르가 정말 대단한 것은 선을 절묘하게 탄다는 점이다. 저 말만 들었을 때는 별것 아닌 말이지만, 저 호선을 그린 눈꼬리와 웃음을 참 고 있는 입가가 강진호를 거슬리게
만든다.
그렇다고 냅다 패기에는 미묘하 고.
“뒷정리는 어떻게 하겠나?”
“정리?”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이대로 내버려 두고 몸을 뺄 생각은 아니겠지? 아마 난리가 날 거다. 험한 일이 시시때때로 벌 어지는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만 한 사건은 해외 토픽감이니까.”
“음……”
강진호가 불타고 있는 차량 무더 기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들을 써먹으면 되지 않을까? 뒤처리는 전문으로 보이는데?”
강진호가 마인들을가리키자, 바 토르가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확실히 마인들이 그쪽에는 전문 이기는 하지. 다른 곳에 마땅히 써 먹기 힘든 놈들이라.”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인 들을 일견한 바토르가 눈살을 찌푸 렸다.
“하지만 주인, 이제는 알았겠지? 주인이 저들에게 무슨 기대를 했는 지 모르겠지만, 저들은 결코 주인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쓰레기라는 건가?”
“그 말은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 고 있다.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저 들을 어떻게 써먹을지 감이 서질 않는다. 최소한의 기본이라도 있어야가르치든, 굴려 먹든 할 것 아닌가. 저들은 한국의 무인들만도 못하다.게다가 나이를 먹었지.”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바토르의 말은 틀린게 없었다. 단 하나 다른게 있다면…….
“가르칠 수는 있다.”
“ 저들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은 일반적인 무인과 다르다. 마공 역시 일반적인 무학과는 다르 지. 속성이가능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무인이 필연적으로가지게 되는 한계를 마인은 극복해 낼 수 있다.”
“흐음, 그렇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지겠군. 주인이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서 저들이 더 강해질 수 있 다는 거겠지?”
“네 상상 이상으로.”
“믿기 힘든 일이지만, 믿을 수밖 에 없겠군.”
바토르가 턱을 쓰다듬었다.
‘충성심은 딱히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마인들이 강진호를 바라보는 눈은 엄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그 것과 닮아 있었다. 단순한 상관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다.
‘마공을 익힌 것만으로 나와 비슷 한 상황에 처하는 건가? 나와는 조 금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보다는 저들이 느끼는 복종심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래도 바토르는 평소에 반항이라도 좀 하는 편이지만, 저들은 지금 당
장이라도 강진호가 물에 빠져 죽으 라고 명하면가까운 물을 찾아 뛰어 갈 것 같아 보인다.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좋을 마 인들을 찾아 나서면서 강진호가 왜 그렇게 태연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쓰레기든 폐기물이든, 어 쨌든 자신에게 절대복종할 존재가 있다면 사용하는게 옳다.
“일단은 대화를 좀 나눠봐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지.”
강진호가 아직도 떨고 있는 마인 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는 바토르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더 강해졌어.’
그를 상대할 때의 강진호가 아니다. 어쩌면 그를 상대할 때 전력을 다한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강진호는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게 마공의 힘인가?’
모든 무학은 벽이 존재한다.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강해진 다?
그건 꿈같은 이야기다. 모든 무인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벽을 넘어
야 한다. 귀환자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강진호는 마치 벽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숨을 쉴 때마다 강해지고 있었다.
이게 강진호만이가진 특성인지, 아니면 마공이가진 특성인지는 분 명치 않다.
‘둘 다겠지.’
강진호는 마공을 익히지 않았더라도 빠른 속도로 강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강진호의 친위대는 지금 예 전 자신들이 막힌 벽을 순식간에 깨 부수며 나아가고 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그 들이 얼마나 더 강해질지 바토르로 서도 알 수 없었다.
그럼 저들은?
바토르의 눈에 강진호를 향해 머 리를 조아리는 마인들이 들어왔다.
저들이 강진호에게 충성을 바치고 진짜 마인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죽여도 죽여도 바퀴벌레처럼 끝도 없이 튀어나온다는, 오로지 그 수만 이 유일한 장점이라 불리는 마인들 이 진짜 ‘강함’을 소유하게 되면 어 떻게 될 것인가.
바토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총회만으로 중국을 상대하고 일본을 상대한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하지만 만약 저들까지 완전히 손 에 넣을 수 있다면?
그리고 저들을 강진호가 말하는 진짜 ‘마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면?
꿈과 현실이 그 경계를 잃어간다.
강진호에 대한 충성심으로 불가능 한 목표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밖
에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불가 능한 목표가 조금 아래로 내려왔다.
‘정말 세상이 뒤바뀔 수도 있겠 어.’
어쩌면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 지고 있는 광경은 생각보다 큰의미를가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만약 강진호가의도하는 대로 모 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훗날의 누군가는 이 순간이 역사가 바뀐 순간이 라 평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아마 삼왕도가만히 있지는 않겠 지.’
이만한 일이 벌어졌는데 강진호가 이곳에 있다는 정보가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면, 감히 삼왕을 자칭할 자격 이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은 강진호의 존재를 알아챌 것이다.
그럼 그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적어도 한동안 심심하지는 않겠 군.’
이 중국행이 어쩌면 생각보다 조 금 더 길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바토르가 강진호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