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06)
마존현세강림기-707화(705/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8화)
2장 지배하다 (3)
“대부분의 자금은 회수했어요. 장 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긴 하는데, 3% 정도예요. 이게 확인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로스인지 정 확하게 판단이 서지 않아요.”
“그 정도는 로스로 처리해도 괜찮 지 않나?”
“장부와 안 맞다구요.”
“서류를가지고 보고를 하며 진행 한 일이 아니잖아. 손발로 움직이던 놈들이 적당히 떼먹었다고 해도 이 상할게 없지. 그 돈은 다른 이름으로도 회수가 되고 있을 거야. 장로 들이 꿍쳐 놓은 돈을 싸그리 다 찾 아내서 회수하고 있거든. 그중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여기서 나왔다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괜찮겠지만……
이현주는 영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이해는 하고 있지만 숫자가 딱 맞
아떨어지지 않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강박에가까운 일처리다.
이런 스타일은 일은 완벽하게 해 내지만, 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스 스로를 망치기도 한다.
그래, 마치 이현수 자신처럼 말이다.
“세세한 숫자에 집착하지 마. 중 요한 건 효율이니까.”
“예.”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 스럽지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
금었다.
‘아이러니하군.’
지금 이현주가 맡고 있는 일은 이 중걸의 비자금을 회수하는 일이었다.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거나 어설 프게 돌려놓은 돈이야 이미 모두 회 수했지만, 내부자가 아닌 이현수가 이중걸의 비자금을 모두 찾아낸다는 건 무리였다.
‘적임자 중의 적임자.’
이중걸을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이현주다. 그의 손녀 이기도 하지만, 철이 든 이후로 오 랫동안 이중걸과 같이 손발을 맞춰
일한가장가까운 사람이니까.
이현수는 이현주를 시험할 겸 그 녀에게 이 일을 맡겼다. 그리고 이 현주는 그의의도를 알아챘는지, 이 현수가 차마 생각하지 못한 금액까 지 모조리 찾아내 갈퀴로 쓸어 담는 중이었다.
보고서를 살펴보던 이현수가 헛웃 음을 터뜨렸다.
‘더럽게도 해 처먹었네, 미친 늙은이.’
김석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비자금이 있기는 했다. 하지 만 김석일은 영남회를 독재와 다름
없는 방식으로 다스렸다. 독재자도 최소한의 검증은 받아야 하는 드러 난 세상과는 달리 무인의 세계는 돈 에 대해 무감각했다. 아니, 무감각을 강요받았다.
그렇기에 김석일은 굳이 비자금을 크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영남회의 공식적 자금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뭐 하러 귀찮게 비자금을 만들겠는가.
하지만 이중걸은 겉으로나마 민주 적으로 회를 운영했고, 최소한의 감 사는 받아야 했다. 그 결과,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대체 얼마야?’
눈이 돌아간다.
이 돈을 빼돌리지 않고 총회의 전 력 강화에 썼다면 영남회에 밀리는 상황은 애당초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분명 그랬을 것이다.
“너무 해 먹은 거 아냐?”
“할아버지는 나름의도가 있었다 고 생각해요.”
“응‘?”
이현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식적인 자금이야 사용처가 너 무 분명해지니까요. 하지만 이 업계
라는게 그런 식으로 공적으로만 돌 아가는 건 아니잖아요.”
“흐음.”
“할아버지가 사치라도 부리고 살 았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저한테 물려줄 돈도 아니었을 거고. 좋게좋게 권력을 이양하게 되었다면 다음 회주에게 넘어갈 돈 아닐까요?”
“공적인 비자금이라는 건가?”
“그나마 덜 듣기 싫은 명칭이네요.”
이현수는 굳이 이현주의 말에 딴 지를 걸지는 않았다.
좋은 비자금 같은게 있을 리가 없다. 사용되어야 할 곳에 사용되지 않는 돈은 어떤 선의를가지고 있더 라도 검은돈이라 통칭되어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부분까지 지적 하여 이현주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이현주는 아주 잘해주고 있으니 까. 그녀가 아니라 이현수가 직접 일을 했다면 이처럼 세세하게 돈을 회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 쓸모가 있기 마련 이지만, 그녀의 쓸모는 이현수의 예 상마저 뛰어넘었다.
‘일처리도 깔끔하고 말이지.’
이중걸의 손녀가 아니라 인간 이 현주로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 여 자는 무척이나 유능하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럼 이제 제가 뭘 해야 하죠?” 저 잡아먹을 듯한 태도였다.
‘독 오른 고양이 같군.’
일적으로는 지적할 부분도 없다. 소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누구를데리고 일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건 능력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였으니까. 세상 누구를데리고 온다고 해도 이현수를 완벽히 만족 시킬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소한 문 제 정도는 이해해 주고 싶었다.
따져 보면 이현주가 굳이 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다. 이현주와 이현수는 서로 공적으로만 이어진 관계일 뿐이다. 호의라는 감 정이 얽혀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제가 뭘 해야 하죠’라……. 마치 지금 시킨 일은 모두 마무리했다는 말 같군.”
“ 끝났잖아요?”
“끝나‘?”
이현수가 조금은 냉엄한 눈으로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부터 네가 찾아내지 못 한 자금을 찾아내면 어떻게 할래?”
이현주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사내라면가능할 것도 같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면 너도 당연히 할 수 있어야지. 평생 나한 테 뒤처져서 살 생각이냐?”
“아니요.”
“그럼 찾아내.”
이현수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들처럼 일할 생각 하지 마. 남 들보다 조금 잘하는 정도로 만족하지 마. 나는 이 정도 하면 그래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변명일 뿐이야. 네가 정말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는 네 스스로가장 잘 알겠지.”
“……예.”
이현주가 이해한 것 같아 보이자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해. 조금이라도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면 장롱 안 먼지 한 톨까지 모두 조사해. 돈이 중요한게 아냐. 회의 자금을 숨기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줘야 한다.”
“알겠어요.”
이현주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 심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아까는 로스로 처리하라더니.’
물론 다른 이야기인 건 알고 있다.
조사한 부분에 대해 끝까지 회수 하지 못한 금액은 손실 처리를 해도 좋지만, 아직 조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반면에 그런 생각도 든다.
‘이러니 이 사람이 그 영남회의 실권자가 될 수 있던 거구나.’
강진호가 등장하기 이전 시점에는 영남회가 총회보다 확실하게 앞서 있었다. 규모적인 측면도 그렇고, 고 수의 수, 그리고 중국의 지원까 지…… 총회가 앞서는 부분은 단 하 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중걸은 노회한 여우라 불렸다. 바닥에서 시작하여 총회를 만들어낸 그의 능력은 누구도 감히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 이중걸의 총회를 뛰어 넘은게 영남회다.
김석일의 공이 컸지만, 이현수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실무자라는 측면에서 따진다면, 이현수도 절반 이상의 공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감정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자,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약해 빠진 주제에.’
무인이지만 무인이 아닌 사람. 마 음만 먹는다면 지금의 이현주도 이 현수를 피 떡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그녀는 이중걸의 손녀라는 이유 로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고, 또래에 비한다면 강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
었다.
어디가서 무인 취급도 못 받는 이현수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다른 생각 하지 마.”
“네? 아, 네!”
이현주가 깜짝 놀라 허리를 세웠다.
“일은 집중이야. 오래 일한다고 일을 잘하는게 아냐. 일을 하는 시 간에는 잡념 없이 일에 집중해. 그 리고 제때 쉬어주는게 중요해.”
“부장님은 제때 안 쉬시잖아요.”
“나도 제때 쉬려고 노력 중이야.
안 돼서 그런 거지. 이론과 현실을 다르니까.”
“나도 여유가 조금만 생기면 이렇게 일 안 해. 그리고 그 여유는 네가 만들어야 해. 어설프게 어물쩍거 리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 와. 알았어?”
“네!”
이현주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사내이지 만, 나름의 아우라가 있었다. 감히 그 말에 반발할 수가 없다. 그녀가
이현수에게가지고 있는 악감정을 감안한다면, 이 틱틱대는 반웅조차도 온화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현주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무학에 재능이 없다. 이중 걸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또래보다 조금 나은 정도를 벗어나 지 못했다. 결국 이중걸도 그녀에게 더 이상 무학을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 역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무학에 모든 것을 건다면 상급은가능할지 모르지만, 최상급까지는 갈 수 없다. 재능의 한계, 그리고
여자로서가지는 육체적 한계가 너 무도 극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잖은가.
무인으로서 정상에 설 수 없다면, 실무자로서 자신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쪽이 이현주가 나가야 할 일 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 그녀가 아는 최고의 실무자가 있었다.
‘배워야 해.’
하나하나 카피하는 수준으로 배워야 한다.
의문을 갖지 않는다. 상대가 기라
면 기고, 바닥을 핥으라면 핥는다. 그렇게 배우고 또 배우다 보면, 언 젠가 저 사람의 능력과 노하우를 모 조리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다.
‘생활적인 측면까지 말이야.’
이현주가 눈을 빛냈다.
원한?
물론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할아버지라고 하 더라도 그녀에게는 더없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조부였다. 그런 사람을 죽 음으로 몰아간 이들을 좋은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원한을 표출할 생각은
없다.
정확하게는 잊으려고 노력 중이다. 뱃속에 칼을 숨기고 찌를 순간을 노리는게 아니다. 모든 것을 잊 고 이중걸의 손녀 이현주가 아니라 인간 이현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할아버지도 그걸 바랄 테니까.
그녀를 격리하고 자신의 주위에 두지 않은 할아버지의 선택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현주 자신까 지 말려 들어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성공해야 해. 보
란 듯이.’
이를 꽉 깨문 이현주가 고개를 들 어 이현수를 보았다. 여기서 더, 더 나아가려면 뭘 해야 할까?
답은 빤하다.
이 사람을 더 알아야 한다. 어떻게 이 사람이 자신의 업무에 그만큼의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리 완벽한 일처리를 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능력이 아닌 자세를 말이다.
“저, 부장님.”
“왜.”
“오늘은 일 언제 끝나세요?”
“오늘은 좀 일찍 끝나. 내일 오전 에 해야 할일이 있거든.”
“그래요?”
이현수가 눈을 살짝 치켜떴다.
업무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왜 쓸데없는 것을 묻는단 말인가. 이건 따끔하게 다시 한번…….
“그럼 저랑 저녁 드시러가실래 요?”
“내가 딴생각하지 말…… 뭐?”
이현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현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현주가 새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같이 밥 먹으로가자구요. 안 돼
요‘?”
생전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제안에 이현수의 정밀 회로 같은 뇌가 과부하를 일으켰다.
“……얼굴 빨개졌네.”
이현수는 오늘 사람이 쪽팔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