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11)
마존현세강림기-712화(710/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13화)
3장 짓누르다 (3)
‘심장 떨려 돌아가시겠네.’
주강이 식은땀을 홀리며 눈앞의 문을 바라보았다.
기다리던 이들에게 그가 본 것을 모두 설명했다. MSG를 칼같이 제 거하고 있는 사실만 그대로 전했건 만, 다들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증언 이 이어지자 다들 납득할 수밖에 없 었다.
고조감.
딱히 움직이는 이들도 없고, 뭔가를 하는 이들도 없건만, 공동 안이 후끈한 열기로가득 차올랐다. 마인 이라는 멸칭 아닌 멸칭이되어버린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 단 한번도 스스로를 마인이라 내세울 수 없던 이들의가슴에 불이 지펴졌다.
주강의가슴 역시 마찬가지로 들 떴다.
뭔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 그리고
어쩌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마존께서 찾으신다. 당장 올라오도록.”
그 말만 안 들었어도 지금쯤 날 아갈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왜 나를 찾으시는 거지?’
부담감에 몸이 짓눌리는 기분이다.
사실 마존의 운전수가 되어 이곳
까지 그분을 모셔온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마존의 입장에서 보면 주강은 하찮기 짝이 없는 자다.
굳이 마존과 마교도의 입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만한 고수의 눈에 주강은 날아다니는 날파리 이상의 존재감을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굳이 자신을 지명하여 부 른다?
‘설마 나를 중용하시려는 건가?’
주강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주강은 알고
있었다. 마존께서 설사 그에게 호의를가지고 있다 한들, 그를 중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쓸모가 없으니까.
최소한 써먹을게 있어야 중용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주강 스스 로가 평가하기에도 자신은 딱히 특 출 난 부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남 들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마교도.
모자랄 것도 없고, 딱히 뛰어날 것도 없는, 그야말로 평균적인 마교도. 그게 주강의 위치였다. 성격적으로 남들보다 조금 예민한 구석이 있
다는 것을 빼면 정말 평범, 그 자체다.
그런 주강을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평범한 마인이라는 뜻은 무인으로 서는 폐급이라는의미다. 일반인들 보다야 강하겠지만, 마존의 시선으로 본다면 일반인과 딱히 구분을 해야 할가치도 없겠지.
‘그럼 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그가 감히 마존의 뜻을 짐작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미리 짐작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주강이 깊게 심호홉을 했다.
진정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의 마음이 자꾸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처음 볼 때가 더 나았어.’ 마존은 달라진게 없었다. 달라진 건 그의 마음 안에서의 마존에 대한 위상이다. 하룻강아지가 범을 무서 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범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라.”
“예.”
주강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조악 하게 꾸며진 집무실 안에 두 사람이 있었다. 장민 장로와 마존.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마존과 그 옆에 시립해 있는 장민 장로는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그만큼이 나 그림이 된다.
“마존을 뵙습니다.”
그 광경에 감탄할 틈도 없이 주 강이 바로 허리를 접었다. 그가 표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경을 담아서.
“이리로.”
강진호가 손짓으로 그를가까이
불렀다. 주강은 강진호의의도를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강진호가 담뱃갑을 들더니 주강에게 내밀었다.
“담배?”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여기서.”
“피우면 한 대 물어. 나도 피울 거니까.”
“아
주강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당 연히 거절해야겠지만, 마존이 권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주강은 고개를 들어 장민
을 슬쩍 보았다.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자 장민이가볍게 고개를 끄 덕였다.
장민의 허락을 받은 주강이 조심 스레 강진호가 내민 담배를 받아들 었다.
“앉지.”
“아, 예!”
소파에 앉자 강진호가 주강의 담 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살다 살다 담배를 공손히 피워보 기는 처음이네.’
중국은 윗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
우는 걸 무례하다 여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강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손함을 보이려 애 쓰고 있었다.
잘 보이기 위해서?
아니다.
그가 아무리 공손함을 보인다고 해도 마존이 굳이 그를 신경 쓸 필 요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주강 이 잘 알았다. 지금의 이 공손함은 주강의 속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
“몇가지 확인할게 있어서 불렀다.”
“하문하십시오, 마존이시여. 성심 성의껏 답하겠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주강은 스스로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 마존을 모시러가 면서 투덜대던 자신은 사라지고, 마 존에게 충성을 다하는 마교도의 모 습만이 남지 않았는가.
비웃음을 살 만한 태세 전환이지 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 누구도 마존이 이런 분일지는 몰랐을 테니까. 전설이 그저 전설이 아니라는 걸 몰랐을 테니까.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예?”
강진호의 질문에 주강이 살짝 고 개를 들었다.
“너무 광범위한가? 그럼 다시 묻 지. 너는 마교가 제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가장 먼저 해야 할일이 무 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
주강이 입을 꾹 다물었다.
가장 먼저?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제였지 만, 마존의 질문은 그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참 동안 주강이 말이 없자 강진호가 다시 물었다.
“역시나 무공인가?”
“아닙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강이 강진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라고?”
“예, 마존이시여. 무공이 아닙니다. 지금 교에 필요한 것은 무학이 아니라 안식의 땅입니다.”
“안식의 땅?”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 말이 주는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는다.
“예. 설사 저희에게 강대한 마공
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그 마공을 제대로 익힐 수 없습니다.”
“계속해봐.”
“예.”
주강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마공은 익힘에 있어 필연적으로 마기의 분출을 동반합니다. 만약 교도들이 이곳저곳에서 마기를 분출하 고 다닌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 희가 강대한 마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저들에게 발각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시기가 맞아떨어져 다들 강해진
후에 저들이 알아챈다면 대항할 수 있겠지만, 그전에 저들이 알아챈다 면 교의 멸문을 재촉할 뿐입니다. 저들은 우리가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본 교가 다시 강대해질 기미를 보인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를 무너뜨리려 들 것입니다.”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설사 그 문제가 해결된다 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존이시 여, 저희는가난합니다. 살아가기 위 해서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무학에
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흠.”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인이라 고 해서 돈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무인이기에 돈이 더 드는 측면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의 무인들과 달리 중 국의 마인들은 하층민 중 하층민이다. 이들에게는 무학을 익히는데 집중할 최소한의 여유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식(食)과 주(住)인가.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 버렸군.”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문제는 아니지.”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장민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미처 거기까지 느 ”
“네 잘못도 아니지.”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 저 마공을 전수하면 끝나는 일이라 고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토르가 말한 이들의 수준 문제는 강진호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말한 문제는 강진호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골치가 아프군.’
이래서 강진호에게는 청마가 필요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청마가 있었다면 아마도 이리 말했을 것이다.
– 교주께서 고민해 주신다고도 움이 되겠습니까? 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고 무학에 만 전념하십시오.
현대로 돌아와 실무에 관여하다
보니 청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 삼 알 수 있었다. 청마는 지금 장민 이 하는 일과, 이현수가 총회에서 하는 일을 모두 맡아 처리했다.
아니, 겨우 그런 수준이 아니다. 전체적인 마인들의 관리와 교의 살 림, 마인들에게 무학을 전수하는 일, 충성도를 높이고 반골을 숙청하는 일까지 모두 청마의 몫이었다.
청마 역시 절정의 무인이기에가 능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무인들이 청마의 일을 맡았으면, 한 달을 넘 기지 못하고 과로사했을 것이다.
‘차라리 청마가 이 시대로 왔다면
마교는 부흥했을텐데.’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안식의 땅이라……
일리가 있다.
지하에 숨어서 무학을 익히는 것 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라면 그런 식의 지옥훈련을 통해 수준을 높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대 문물에 길들여진 이들에게 그런 식의 수련은 맞지 않다.
당장 강진호만 하더라도 휴대폰을 떼어놓고 3일만 버티라고 하면 답답 함을 느낄진대, 이들이야 오죽하겠
는가.
게다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문 제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이들이 수 련을 할 곳을 구한단 말인가. 그것도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삼왕이 장악하고 있는 땅에서는 불가능하다.
‘잠깐.’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삼왕의 땅에서
불가능하다라
그렇다면 다른 땅으로가버리면
그만이다.
“한국으로가야겠다.”
“마, 마존이시여?”
“그게가장 좋은 방법이야. 한국 이라면 삼왕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저희는 대대로 중국 에서 살아왔습니다.”
“어이없는 소리군. 우리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언제부터 마교가 중 국의 종교였지?”
“그렇기는 하지만……
장민은 뭔가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서서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그 이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강진호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어디 론가 전화를 했다.
[이현수입니다.]“일을 하나 해줘야겠는데.”
[저는 언제나 일을 하죠. 말씀하 십시오.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중국에서 사람을 좀데리고가야 겠는데, 수단을 마련해 줘.”
[어렵지 않습니다. 몇 명입니까?]“한 오천에서 만 명?”
[……예?]“오천에서 만 명.”
[…….]한참 동안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진호는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수가 많으니 시간이 걸 리겠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방 법을 강구해서 연락해 줘.”
[자, 잠시만요, 회주님! 회주님? 만 명이요? 지금 만 명이라고 하셨 습니까? 회주님?]강진호가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
[회주님! 회~ 에주님! 만 명이라니! 만 명이 무슨 소립니까! 이런개…….]
뚝
전화를 끊어버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장민을 바라보았다.
“해결됐다.”
장민의 등에 식은땀이 배어났다.
수만 리 밖 이국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욕설이 이곳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