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12)
마존현세강림기-713화(711/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14화)
3장 짓누르다 (4)
강진호는 바로 마인들을 모을 것을 명했다.
길게 끌어서 좋을 일이 아니다. 빠르게 해야 할일이 있다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이런 일일수록 조금만 늘어져도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홀러간다.
하지만 장민은 조금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마존이시여, 우선 식사부터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럴 시간이 없다.”
“마존이시여, 마존께서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아이 들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지 금 마존께서 등장하셨다는 것에 혼 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흐음.”
강진호는 영 마뜩찮지만, 장민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 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많이 줄 수는 없다. 세 시간. 세 시간 내에 다들 정리해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결정을 내리자 장민이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러자 지금껏 보이지 않던 바토르 등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에 있었나?”
“주인이 폼 잡을 동안 바깥에서 멀뚱히 서 있었지.”
“집에서 키우는 개도 이렇게 방치 하지는 않겠다. 너무하는 것 아닌가, 주인?”
“몰랐다.”
“쯧.”
바토르가 혀를 찼다.
“간만에 마인들을 만나더니, 마음 이 들뜬 모양이군.”
“그랬으면 좋겠지만.”
“하긴. 저들의 수준을 보고 있으 면 속만 뒤집어지겠지. 하지만 걱정 하지 마라, 주인. 이 바토르가 있지 않은가. 내가 있는데 저런 이들이 왜 필요한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지.”
맞장구를 쳐주는게 아니라 정말 맞는 말이었다.
한 명의 절대고수는 수백의 일반 무인을 휩쓸어 버릴 수 있다.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지금만으로 따 지자면, 장민을 뺀 마교 전체보다 바토르 하나의가치가 높았다.
설사 바토르가 마교도 전체를 상 대로 승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활용도가 달랐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천이 움직여야 하는 집단과 혼 자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이 있다
면, 그가치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은 말이야.”
바토르도 더 이상은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강진호는 언제나 그의 상 식을 초월해 왔다.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호언장담 했다가는 망신만 당할 뿐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집무실 안으로 음식이 날라져 들어왔다.
“일단은 먹자고. 뱃가죽이 둥가죽 과 붙겠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관용어구로 납득해 주기에는 바토 르의 배와 등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축구장으로 써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어쨌든 먹자고, 주인.”
“그러지.”
젓가락을 드는 일행을 보며 강진호도 젓가락을 들었다.
“……장민.”
강진호가 자신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크흡.”
동시에 바토르는 자신의 입을 틀 어막았다.
“ 아니……
강진호는 그새 달라진 장민을 보 며 신음을 흘렸다.
조금 전까지 장민은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거 중국인들이 자주 입던 삼베옷을 입고, 정갈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모습.
일전에 본 거지꼴과는 다르게 깔 끔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노강호로서의 체통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복장이었는데…….
강진호가 장민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아니, 나쁘지는 않은데. 정말 나 쁘지는 않은데
뭘까?
이 미묘한 위화감은.
젠틀한 검은 슈트. 그것도 슬림 핏이다. 물론 장민은 무인이고, 몸이 웬만한 젊은 헬스 트레이너를 찜 쪄 먹는다. 무학을 위한 실용적인 근육 이 전신을 꽉꽉 채우고 있다. 과하지 않은 핏이 나온다는 뜻이다. 뒷 모습만 보면 아이돌이 따로 없다.
‘아니, 저 꽃무늬 남방은 대체 왜 이런 쪽에서는 빠지지 않는 거지?’
검은 슈트 안에 보이는 셔츠가 뭔가 알록달록하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사람이 젊게 살 수도 있지. 그걸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문제는 장민의 머리였다.
옆머리를 밀고 윗머리는 짧게 깎은 투 블럭.
서른만 되어도 부담스럽게 보일 스타일리시한 투 블럭을 180세의 노인이 끝내주게 소화하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뭔가 정신이 안 드로메다로 이륙하는 기분이다.
“……머리는 그새 민 건가?”
“아까 머리 말씀이십니까?가발이 죠.”
“가발?”
“예, 마존이시여. 그래도 마존을 맞이하는 자리이기에 격식에 신경을 써봤습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습니다. 옛날 옷들은 하나같이 왜 그 리 불편한지. 쯧.”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은 강진호보다 젊다. 나이는 몰라도,의식 자체는 강진호보다 훨씬 젊다.
“그런데…… 그래도 좀 과하지 않
은가?”
“예?”
장민의 눈이 미묘해졌다.
마치 신입 사원이 자신의 헤어스 타일을 지적하는 부장을 보는 눈빛 이다.
‘내, 내가 지금 꼰대 짓을 하는 건가?’
상황이야 그렇지.
그가 상사고 장민은 부하니까. 상 사가 부하 직원의 스타일을 지적하는 상황이 맞긴 한데, 정말 맞긴 한데…….
‘아니, 이건 좀 다르잖아!’
죽어도 꼰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서 나름 젊게 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이 광경은 강진호의 상식에서도 벗어나 있 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과, 과도하게 젊은 것 같은데?”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아, 패션 말씀이시군요.”
장민이 자랑스레 자신의 옷을 훑 었다.
“요즘 옷들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예전 옷들보다 실용적이고 예쁘 죠.”
“……그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스스로 패알못임을 알고 있는 강진호이다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그래도 애들이 보는데.”
최선의 수는 다른 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장민은 눈을 휘 둥그레 뜨고 되레 되물었다.
“하지만 이건 마교의 전통이지 않 습니까?”
“저, 전통?”
“예. 마교는 항상 그 시대를 앞서가지 않았습니까. 다들 패션에 있어
서는 민감했습니다만?”
“……아!”
듣고 보니 그렇다.
마교 놈들의 복색은 언제나 시대를 과도하게 앞서갔다. 지금도 꺼려 하는 스킨헤드라든가 대머리가 당연 하다는 듯이 유행했고, 밀어버린 머 리에 글자를 새긴다거나 멀쩡한 옷을 갈기갈기 찢어서 대미지 룩을 만 드는 미친 짓을 태연하게 하는 놈들 이었다.
“미친놈들이라 그런 것 아니었 나‘?”
“하하하, 농담이시지요?”
진심인데.
이거, 진심이라 그러면 안 되겠 지?
장민이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마교는 언제나 이민족들이 모여 드는 곳이었습니다. 온갖 문화가 뒤 섞이는 곳이었지요. 그런 곳일수록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에 민감합니다. 마교에서 유행한 패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중원에 퍼져 나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광증이 전염되는 줄 알았지.
어쩐지 초기에는 욕하던 놈들이 나중에는 다 떨어진 옷을 지들도 처 입고 돌아다니더라.
강진호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때고 지금이고,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복장이야 아무래도 됐어.”
“마존께서데리고 온 놈의 복색이 만만치 않기에 당연히 이해하고 계 신 줄 알았습니다만?”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고개를 돌 렸다.
웃통을 까고 바지만 입는 노출 변태 패션의 바토르가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싸우느라 옷이 찢어진 것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아무데 서나 옷을 구할 수 없단 말이다!”
“……그래, 그렇겠지.”
강진호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 렸다.
‘얼른 한국가고 싶다.’
이놈들과 어울리다 보니 한국의 무인들이 얼마나 정상적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현수들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어.’
정상이어서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으으음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음‘?”
장민이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점 용서해 주십시오. 마존이시여, 앞으로는 마 존의 복색 역시 제가 준비하겠 습……
“그, 그만둬!”
중국으로 온 뒤,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정색하는 강진호였다.
‘소화가 안 되네.’
주강이 배를 꾹꾹 눌렀다.
도시락은 만족스러웠다. 이 많은 인원이 먹을 밥을 공수한다는게 쉬 운 일일 리 없다. 적당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밥만 나와도 이해할 생각이었는데, 꽤나 괜찮은도시락이 나왔다.
하지만 주강은 그도시락의 맛을 즐길 수가 없었다.
모래 씹는 기분으로 억지로 밀어 넣는게 전부였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걸까?’
마존이 모두를 모으라 하셨다. 그 말의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마존의 입에서 나온 첫 번째 명령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전, 마존을 맞이하기 위해서 정렬했을 때는 불만을 억누르기 바 쁘던 이들이 지금은 잔뜩 긴장한 채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변화다.
‘그분을 한번 영접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이만큼이나 크다는 건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 었다.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과거의 마교는 강대했다고 한다. 마교의 십대고수에만 들면 중원제일의 고수와 그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라 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토록 강하던 이 들이 마존에게 절대의 충성을 바쳤는가.
그 풀리지 않던 문제의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마존이 그들보다 약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마존에게 충성했을 것이다. 무공의 강함이 아니라, 사람의 강함을 따르니까.
“오신다.”
그때, 주강의 귀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쪽에 설치된 연단, 그 위에 자리한 태사의를 향해 마존 이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멀리서 마존의 모습이 보이자 주 강이 침을 삼켰다.
이 긴장감은도무지 사라지지를 않는다.
천천히 연단에 올라 태사의를 살 핀 마존은 태사의에 앉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도열해 있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강진호다.”
간단하게 말문을 튼 강진호가 고 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여러가지가 있 지만, 쓸데없는 말은 모두 그만두지. 간단하게 본론만 말하겠다.”
모두의 시선이 강진호를 쫓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내가 마교를 부흥시켜 줄 거라 믿는다고 들었다. 내가 너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다고 전해졌다지?”
살짝 웅성거림이 새어 나왔다.
자유로운 마교의 분위기상 통일된 목소리가 한번에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강진호가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정적.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정적이 흐른다. 강진호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듯 주변을 한번 쭉 훑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의 구원자가 아니다. 남이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놈들을 이끌 생각도 없고, 그런 귀찮은 일을 떠맡을 생각도 없다. 너희도 무 인이라면 제 인생 따위는 스스로 구 원해라.”
신랄한 말이었다.
대체 왜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가 모두 혼란스러워할 때, 강진호가 쐐기를 박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전력이다. 나를 따르는 어린양 같은 건 필요 없다. 내 밑에서 마공을 익혀 어떻게 든 강해져 보겠다는 놈들만 따라와
라. 나는 그들을 이끌고 한국으로 간다.”
싸늘한 정적이 흐른다.
대체 지금 나온 말이 무슨 뜻인 지 머리가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 질문?”
한가지는 확실했다.
저 사람은 마존이다. 하지만 그들 이 기다리던 마존은 아니었다.
이제 모두가 그 사실을 깨달아가 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