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15)
마존현세강림기-716화(714/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17화)
4장 선택하다 (2)
“헤엄을 치자고?”
[예, 회주님.]“스위밍?”
[확실히 제가 이상한 건 아니었네 요. 회주님도 같은 반응이신 걸 보 면.]“아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회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 신 건지 알고 있습니다. 그 기분도 백 프로 이해합니다. 그러니 일단 역정을 내시기 전에 제 브리핑을 들 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해봐.”
구구절절한 이현수의 브리핑을 듣 고 나서야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고정관념이라는게 무서운 거로 군.’
보통 사람과 무인이 다르다는 것
을 알고 있으면서도, 뭔가를 생각할 때는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무인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감은 잡고 있지만, 그들이 일 반인들에 비해 압도적인 체력을가 지고 있다는 사실은 곧잘 망각한다.
‘생각해 보면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지.’
20km 라…….
아무리 마인들이 보통의 무인들에 비해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열 시간을 수영하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열 시간에 20km 라면 한 시간에 2km.
그 정도는 충분히가능하다.
“저체온증 같은 문제는 없겠지?”
[안 그래도 그 부분이 애매해서 지금 인천 앞바다에 애들 두어 담가 놨습니다.]“……그래?”
[예. 마공의 특이성도 감안해야 할 것 같아서 마공을 익힌 애들로 담가놨습니다. 하루 정도 담가보고 별 이상 없으면 진행하는 걸로 하시 죠.]전화기를 잡은 강진호의 손이 파 르르 떨렸다.
준비가 철저하다고 칭찬을 해야 할지, 미친놈 아니냐고 욕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는 그 준비성은 칭찬해 줄 만하지만, 뭔 실험을 그렇게 무 대포로 한단 말인가.
‘제일 효율적이긴 하지.’
확실하기도 하고.
언젠가 한번은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게 맞을 것 같다. 대신 인천 앞바다에 잠겨 있을 그의 수하들에게 애도를 보내는 걸 잊지 않았다.
“ 배는?”
[수배하겠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최근 선박 사고가 여럿 있어서 큰 배를 수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 그만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배가 잘 없기도 하구요.]
“그래?”
[예. 기본적으로 최대치를 구한다 고 하더라도 13만 톤 이상급 크루 즈가 한계입니다. 그럼 수용 인원이 3,000명 정도 되죠. 예상치는 1만이 지만, 그건가족들이 포함된 수 아 닙니까?]
“그렇지.”
[그럼 13만 톤급 크루즈면 무인들
은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여행을가는게 아니니까요. 문 제는 그만한 크루즈도 구하기가 쉽 지 않다는 겁니다.게다가 13만 톤 이상급의 크루즈는 나름 이름이 있는 배들이라 몰래가져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외국에서 들여와.”
[예?]“굳이 여객선일 필요도 없어. 화 물선에 빈 컨테이너만 채워 와서 대 충 한 컨테이너에 스물씩 밀어 넣으 면 컨테이너 백 개에 이천 명이 들
어가겠지. 뭐 하러 크루즈를가져와 서 시선을 끌어? 화물선이면 충분 해.”
[……그래도 사람인데.]“짐이라고 생각해.”
[가끔 보면 회주님은 무인들을 정 말 사람 취급 안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좋다. 화물선이면 빨리 구할 수 있겠지?”
[훨씬 낫습니다. 일주일 내로 준 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알겠어. 특이 사항 있으면 연락 해.”
[예. 보중하십시오J
강진호는 전화를 끊고 천장을 올 려다보았다.
‘일단 이 정도면 준비는 끝난 것 같은데……
일단가장 큰 문제는 실마리를 풀었다. 중국에서 이 많은 무인들을 한국으로 옮기는 건 확실히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현수의 수완에 기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제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만 남 아 있긴 하다. 예를 들면…….
“그래서 그 덩치에 걸칠 옷은 구 할 수 있는 모양이지? 효율이 나쁘 군, 효율이.”
“효율로 따지자면 그 나이에 아직 산소를 들이마시는 본인의 효율을 논해야 하는게 아닐까?”
“이 덩치만 큰 놈이?”
“이 늙은이가?”
그래, 아주 사소한 문제다.
강진호는 지금 두가지 세력을 휘하에 두고 있다. 완벽하게 장악한 총회와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도 곧 장악이 끝날 현대의 마교. 강진호를 제외한다면 두 세력의 수장이나 마
찬가지인 두 무인이 이를 드러내고 싸우는 정도는 딱히 큰 문제도 아니 었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니까.
다만, 뭐랄까…….
“중국어를 잘도 하는구나, 이 오 랑캐 놈이!”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이제 관 짝에 틀어박힐 때도 되지 않았나, 영감?”
“그 어색한 발음을 듣고 있으니 귀가 썩는 것 같구나. 성조가 무슨 뜻인지는 아는가?”
“저열한 마인 주제에 입은 잘도 터는군.”
둘이 한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강진호의 몸이 움찔움찔했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랑캐 인데다가, 나이도 장민을 제외하면 딱히 적수가 없을 만큼 많이 먹었 고, 발음도 어색한 저열한 마인.
‘왜 지들끼리 싸우는데 상처는 내가 받지?’
이상하다.
둘이 서로 돌직구를 날리면서 싸 우고 있는데, 그 돌직구가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 강진호의 복부에 틀
어박힌다. 메이저리거도 울고 갈 만 한 면도날 커브다.
“그……
강진호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네놈이 마존의 종복인 것을 감사 해라.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커다란 머리통을 아이들 축구 차는데 던져 줬을 것이다.”
“내 머리로 축구를 찰 수나 있 나? 하나같이 비실비실해서 무리일 것 같은데?”
“일어나라. 저승에서 보게 해주지.
네 머리로 축구를 찰 수 있는지 아 닌지.”
“그러다가 영감의 뼈마디가 얼마 나야들야들한지 알게 될 것 같은데? 그 나이에 뼈가 부러지면 잘 붙지도 않을텐데, 조심하는게 어 때‘?”
“이놈이!”
“이 늙은이가!”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일 듯 노려 보자,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이 두 사람이 잘 어 울리는 건 개와 원숭이의 사이가 좋은 것보다 힘든 일이다.
바토르는 몽골인인데다 정파인이 었다. 중원인인데다 마교인인 장민 과 상성이 좋을 수가 없다. 서로 어 설프게 엮여 있을 때는 서로를 재미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정말 동 료로서 같이 지내야 한다는 걸 자각 하는 순간부터 서로 이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사이였다.
그마나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지 않고 말로만 싸우고 있는게 다행이다.
‘내 눈치라도 보니 저 정도지.’
이곳이 강진호의 앞이기에 말로만 싸우는 거지, 두 사람 다 말싸움을
선호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강진호가 자리를 비웠다면 이미 생사결에 돌입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적당히 하지.”
강진호가 목소리를 높이자 두 사람이 헛기침을 냈다.
강진호가 우선 장민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랑캐와 말을 섞는게 영 껄끄 러운 모양이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존 이시여! 저는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게다가 마존께 서는 명실상부한 중원인이 아니십니
까. 그런 몸에 들어가셨을 뿐……
“나 원래 한국인인데?”
“아…… 내가 그걸 몰랐네.”
당황하는 장민을 내버려 두고 강진호가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그저 시선이 마주쳤을 뿐인데 거대한 바 토르의 몸이 움찔한다.
“저열한 마인 놈이랑 같이 지내시 느라 고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주인, 오해다. 주인을 지칭한게 아니었다.”
“마인이 저열하다는 생각은 안 바 뀐 것 같은데?”
“바, 바꿔보겠다.”
“말을 말아야지.”
강진호가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젖혔다. 머리가 뜨끈뜨끈하다. 열 이 올랐다.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인가.’
과거 그를 보좌하던 이들은 좀 막나가기는 해도 나름 진중한 면이 있었는데, 최근 그의 주변에는 하나 같이 정신 나간 놈들밖에 없는 것 같다.
‘유민이 보고 싶다.’
새삼 이곳에서 그가 현대로 돌아 온 후 처음 사귄 사람이 박유민이라는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었는지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현대로 돌아와 박유민이라는 쿠션을 만나지 못하고 바로 무인계로 합 류했으면, 지금쯤 그가 어떤 모습이 었을지 상상도가지 않았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닙니다, 마존이시여.”
“주인, 그런게 아니라……
“하지만!”
강진호가 살짝 이를 갈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앞뒤 재지 않고 불만을 터뜨릴 정도라면, 어른 이라는 자리는 내놓아야겠지.”
“……죄송합니다.”
“음, 과했던 것 같다, 주인.”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장민은 180살 먹은 노인, 아니, 노괴물이고, 바토르도 나이가 50이 넘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전학생이 랑 트러블을 일으키는 중학생 꼴이 란 말인가.
“뭐가 문젠가?”
강진호가 눈을 부릅뜨자 장민은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바토르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인.”
“음‘?”
“여기서 내가 물러서 주는 것이 주인에게 당장 편안함을가져다줄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리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목 좀 세우겠다.”
“응?”
바토르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 다는 듯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냥 허리를 편 것뿐인데 이상하게 위협 적이다.
“남자는 짐승이다.”
강진호가 아연한 눈으로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이게 갑자기 뭔 개소리인가.
“아, 뭔가의미 전달이 잘못된 것 같군. 정확하게 다시 말하자면, 남자 에게는야성이 있다. 무리를 짓는 짐승에게는 서열이라는게 필요하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일 때는 괜찮겠지. 하지만 다수가 되는 순간부터 서열 정리가 필요하다. 좋든 싫든 나와 저 영감은 앞으로 여러가지 일을 함께하고
대립해야 한다. 초원의 늑대가 그 많은 무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십 마리면 오십 개의 서열이 생기고, 백 마리면 백 마리의 서열이 나뉘기 때문이지.” 강진호가 멍하게 답했다.
“그러니까 서열 싸움을 해야 한다‘?”
“그게 남자고, 그게 무인이다. 주 인 역시 많이 보았을 것 아닌가.”
“……난 그런 거 잘 모르는데.” 그냥 눈앞에 마음에 안 드는 놈 이 있거나, 주제도 모르고 명령을 내리는 놈이 있으면 다 후드려 깠
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머리 위에 사람이 없어서 교주가 되었다.
심지어 아래에서도전해 오는 이도 없었다. 그에게도전하는 이는 그에게 올라오기도 전에 청마의 손 에 개박살이 났으니까.
“그리 틀린 말이 아니옵니다, 마 존이시여.”
장민이 고개를 들고 눈을 빛냈다.
“명령권은 확실한게 좋습니다. 저 새파란 애송이 놈에게 마교의 신 성함을 알려주겠습니다.”
“ 아니……
“주인, 마교를 중점으로 한다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 저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
“마존이시여!”
“주인!”
강진호가 힘없는 손길로 주머니에 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는 손에 힘이 들어가 지 않는다.
“……니들 마음대로 해라.”
나도 모르겠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