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17)
마존현세강림기-718화(716/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19화)
4장 선택하다 (4)
“아이고, 뼈마디야.”
“괜찮으십니까?”
“끄응, 내가 그놈을 때려잡았어야 하는 건데.”
리샤오위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 었다.
‘설마 장민 장로님을 이 꼴로 만
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의 눈에 보이는 장민의 몰골은 처참했다.
잘 빗어 넘긴 머리는 먼지와 뒤 섞여 엉망이 되어 있고, 입술도 곳 곳이 터져 있었다. 조금 전에 봤을 때는 꽃노인이었는데, 지금은 더도 덜도 말고 딱 노숙자 꼴이다.
옷도 곳곳이 찢겨 나갔고, 찢겨 나간 옷 사이로 보이는 피부는 시커 멓게 멍이 들어 있다.
‘아무리 봐도 이긴 모습은 아닌데……
그럼 설마 장민이 졌단 말인가.
리샤오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물론 마인은 약하다.
하지만 장민은 그냥 마인이 아니 었다. 다른 마인들은 마공의 실전으로 인해 서서히 약해져 지금에 이르 렀지만, 장민은 마공이 완전히 실전 되기 전에 제대로 된 마공을 전수받은 이였다.
격체전력이라는 방법의 특성상 자 신의 마공을 타인에게 전수 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장민 개인으로 보자면 완성된 마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랬다.
완성된 마인.
현 마교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정상적인 마인인 것이다.
장민의 존재가 마교의 교도들에게 주는 위안은 엄청났다.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리지 않는 지향점이 되어 주었다는 측면도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안은, 그 들의 눈으로 제대로 된 마공을 익힌 마인이 얼마나 강한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장민은 강하다.
마교의 다른 장로들이 모두 연합 하여 장민과 겨룬다고 하더라도 승
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한 수, 두 수의 차이가 아니었다. 장민은 다른 마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 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장민이 이런 꼴이 되다니.
‘그놈은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 지?’
물론 그자가 강자라는 사실은 알 고 있다.
바토르.
그의 육체를 보고도 그가 누구인 지 알아채지 못한다면 마교의 장로 라는 자리를 내놓고은거나 하는게
낫다. 이 험악한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눈과 귀가 밝아야 한다.
바토르는 강하다.
그는 이 거친 무인계에서도 그 강함 하나만으로 인정받은 이였다. 그의 강함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니.’
은연중에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천하에 이름을 떨친 강자들이 수 없이 많지만, 장민이 그 본연의 모 습을 드러낸다면 결코 그들에 뒤지 지 않을 거라고.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민이 그들을 모두 압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삼왕에는 미치지 못하더 라도 그 바로 아랫급 정도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겼다고 해도 압승이라 볼 수 없다.’
서로 생사결까지는가지 않았을 테니, 이 정도면 거의 무승부라고 봐야 한다.
마교의 최고수가 바토르와 비등하 다?
바토르가 알려진 것이상으로 강
하지 않다면, 이건 좋지 않은 소식 이었다.
“눈알 굴리지 말고 옷이나가져와 라, 이놈아.”
“예, 장로님.”
리샤오위가 부리나케 옷을가지러가자 장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하군.’
특히나 그 육체는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저쪽은 툭툭 쳐도 뼈마디가 부러질 지경인데, 이쪽은 전력을 다해서 후려쳐야 어떻게 이 라도 박히는 수준이라니, 이리 불공 평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의 반도 살지 않은 이와 대 등한 승부를 벌였다는 것이 조금은 언짢기도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 지만은 않았다.
마존께서 그만한 이를 수하로 거 느리고 있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마존의 위엄이 더 살아나는 기분이다.
“여기 옷이 있습니다.”
“ 으음.”
장민이 옷을 받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장로님.”
“승부는 어찌 되셨는지?”
“결착을 못 냈다.”
장민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저놈과 승부를 보려면 서로 목숨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그건 마존 에 대한 불충이지. 서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는게 낫다.”
“이미 충분히 다치신 것 같습니다 만……
“하다 보니 머리에 열이 올라서.” 리샤오위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아무리 온화하신 분이라고는 하나 장민 역시 마인이다. 머리에 피가 몰리면 눈에 뵈는게 없는 건 모든
마인의 공통점이 아니던가.
장민이 헛기침을 했다.
“그자가 그토록이나 강합니까? 장 로님께서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만 큼?”
“누가 승부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느냐!”
“무승부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승부가 아니라 결착을 내지 못 한 거지. 놈을 죽이지 않고는 이길 방법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놈아, 마공이 무엇이더냐.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 따위는 없는게 마공이다. 목숨을 걸고 생사결로 들어갔다면,
결과야 빤한 것이지.”
“과연.”
리샤오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장민이 바토르에게 밀릴 리가 없다.
“ 하나……
장민이 고소를 머금었다.
“한 달이 지나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고, 일년이 지나면 나는 놈을 더 이상 이길 수 없다.”
리샤오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어찌 그런?”
“빤한 일이지. 놈은 오늘 나와의 승부를 바탕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아직 한참 더 강해질 나이이지. 하지만 나는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다.”
“장로님.”
“하늘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 고,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는 법이다.”
“하나 내공이……
“내공은 만능이 아니다. 제아무리 배 속에 막대한 내공을 쌓는다 하더 라도 그 내공을 활용할 체력이 없다 면 무용지물이지.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장민이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본디 내 역할은 그분의 강림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제 그 소명을 다했으니, 당장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장로님.”
리샤오위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마존께서 강림하셨다고는 하나, 그분과 교도들은 아직 서로를 잘 모 릅니다. 장로님께서 계셔주셔야 합니다.”
“누가 내일 당장 죽는다더냐, 이 놈아!”
“아니, 곧 성화로 돌아가실 것처 럼 말씀하시니까……
장민이 혀를 찼다.
“그리고 너의 말은 잘못되었다. 마존께서는 우리가 어떤 것들인지 굳이 아실 필요가 없다. 그분은 그 저 그분의 뜻을 펼칠 뿐이고, 우리는 그저 그것에 따르면 된다.”
리샤오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장민을 오 롯이 따를 수가 없었다. 그의 마존 에 대한 믿음과 신앙은 광기에가까 웠으니까. 마존이라는 존재를 100% 신뢰할 수 없는 리샤오위의 입장에 서는 너무 과한 믿음이다.
“장로님.”
“왜?”
“저희는 그저 마존을 따르기만 하 면 되는 것입니까?”
“ 흐음?”
장민의 눈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게냐?”
“저도 그리 들어왔습니다. 마존을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그분께 서 돌아오시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그렇지.”
“하지만 저분은 우리에게 선택하 라 하지 않으십니까.”
“한심한 놈’.”
장민이 눈을 찌푸렸다.
“마존께서 네 부모이시냐?”
“예?”
“마존께서 네 똥이나 치우려고 그 먼 세월을 지나 다시 돌아오신 줄 아는게냐?”
“무슨 말씀이신지……
장민이 노한 얼굴로 말했다.
“믿고 따라야 할 분을 만나놓고,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느냐 고 옹알이나 하고 있다니. 네가 나 이를 어디로 처먹었는지 알 수가 없 구나. 교를 떠나 그분을 기다린 내
선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겠지. 후회하지는 않지만, 화가 나는 구나.”
장민의 몸에서 마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진심으로 그가 분노했다는 뜻이다. 장민의 분노 앞에 리샤오위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분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분을 위해 존 재하는 것이지. 마존께서는 너무도 온화하시다. 마존께서는 마교의 온 당한 주인이시고, 너희의 소유주이 시다. 그분께서 목숨을 바쳐 자신을
따르라 하셔도 군말 없이 목숨을 던 져야 할 터, 너희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 얼마나 자비로운 일인지 모른 단 말이더냐?”
“장로님……
리샤오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온당한 주인.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마존은 마교의 온당한 주인이다. 하지만 지 금 마교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은 마 교의 역사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보통 사람들일 뿐이다.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이들에
게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차라리 마존이 자신만 따르면 부 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 말했으면 지금 같은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옥을 보더라도 강하게는 만들어주겠다니.
‘무인이라면 피가 끓는 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명예보다는 실리가, 꿈보다는 현 실이 우선되는 시대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무력보다 눈앞의 동전 한 푼이 더 간절한 이들이 많다. 그들
에게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장로님.”
리샤오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따르겠지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제가 마교를 떠나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마교에 뼈를 묻는게 제 마지막 소망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그 어떤 확신도 없이 공허한 말만 믿고 모든 터전을 버리고 한국으로 따라나설 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놈!”
“장로님, 현실을 보셔야 합니다. 저 아이들은 마공을 익히고 싶어 익 힌 것도 아니고, 마교에 적을 담으 러 스스로 온 이들도 아닙니다. 그 저 부모가 마교도라 그 길을 걸은 이들이고,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받아 주지 않기에 마교도가 된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조건 없는 충성을 바 랄 수는 없습니다.”
“그럼 남으라고 하면 된다.”
“장로님!”
“ 이놈!”
장민이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현실은 그
렇지 않겠지. 한 놈이라도 더 끌고가 교를 번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에게 맞춰야겠지.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교를 위하는 방법이더 냐?”
“교도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마 존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이들을 사탕발림으로 끌어모으는 것이 진정으로 교를 위한 일이더 냐! 아서라, 아서! 마존께서는 그런 쭉정이들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분 이 원하시는 것은 진정으로 자신을 따를 수 있는 마인이다.”
“마존이 곧 마교입니까?”
“뭐라?”
“답해주십시오, 장로님. 마존께서 교의 그 무엇보다 우선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장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왜 우리가 신교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마교라 지칭하게 되었는지 잊지 말거라. 힘이 없는 교는 허상 일 뿐이다. 마존께서 교의 힘이시라 면, 마존께서 교의 모든 것이시다.”
그 단호한 말에 리샤오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나도 올곧으시구나.’
장민은 이래야 한다.
다른 이들은 현실을 논하더라도 장민은 이상을 좇아야 한다. 그래야 현실에 치여 사는 이들이 그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입니다, 장로님.’
리샤오위가 눈을 감았다.
천 년을 이어온 마교가 지금 이 순간 거대한 격변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