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18)
마존현세강림기-719화(717/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20화)
4장 선택하다 (5)
“마존이시여어어어어어어어 !”
강진호가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이게 스트레스구나.’
현대로 돌아온 이후로 딱히 스트 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다. 문제가 없던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가
처한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그의의 지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180이나 먹은 늙은 수하가 그의 앞에서 눈물을 줄줄 이 뿌리며 엎드리는 상황을 그의의 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민.”
“예, 마존이시여!”
“뭔가 말을 하기 전에 일단 머리 부터 땅에 박고 보는 버릇은 좀 자 제해 줬으면 좋겠는데?”
“예? 하지만 마존이시여, 이것은 마교의 전통이 아닙니까. 교주 앞에
서 머리를 드는 것은도전을의미합니다.”
“……그래?”
어쩐지 예전에도 머리 드는 놈이 하나도 없더라.
사람이랑 이야기할 때, 눈을 안 마주치고 이야기하기에 이놈들은 예의가 뭔지도 모르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나도 참 답이 없었 구나.’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물어보면 그만인데, 그저 그러려니 했다. 애초에 그 세계는 강진호와
맞지 않는다는 기본 마인드가 있어 서인지 뭔가를 시도하기보다는 그저 포기해 버린 것이다.
지금의 강진호가 중원으로가게 된다면, 과거의 강진호와는 다를 것이다.
“알았으니 머리 들고 이야기해. 아니, 이왕이면 저기 좀 앉아.”
“하나 마존이시여! 이건 누대에 이어온 마교의 전통과 역사……
“내가 마교의 전통과 역사다.” 장민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고 개를 들었다.
맞는 말이지.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면 광오한 자신감의 표현이겠지만, 강진호의 입에서 나오는 경우에 한해 서는 그냥 사실이다. 강진호는 역사 속에서 튀어나온 이고, 마교의 전성 기를 이끈 사람이니까.
그의 앞에서 전통을 논한다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그, 그럼.”
장민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사실 그도 노구를 바닥에 굴리기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쓸데없는 허례는 다 없애 버려. 시대가 어느 시댄데.”
“하, 하지만 마존이시여, 존중은 격식에서 나옵니다. 사람은 격식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를 정립합니다. 격식을 모두 없애 버리면 선을 넘는 이들이 나옵니다.”
“그럼 일반 회사 수준으로가자 고.”
“저는 평생 이것만 하고 살아 서……
“응?”
강진호가 무슨 뜻이냐는 듯 되묻 자 장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취직해 본 적이 없어서 무슨 말 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장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은 마교에서 태어나 지금 까지 마교에서 먹고살았다. 180년을 한량으로 살아온 모태백수인 것이다.
‘어떤의미에서는 존경스럽군.’
장민의 과도한 예의가 꼭 나이가 많아서 나오는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오며 본 것이 모두 마교의 것이었다 면, 그걸 자연스럽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어디 인턴이라도 보내야 하나?’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 았다.
투블럭을 한 백발의 댄디한 신사가 서류가방을 매고 신입 사원으로 출근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생각해 보면 묘하게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 지?”
“마존이시여.”
장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마존의 명에의문을 품는 것은 아닙니다. 마존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이 교의 뜻이라는 것 역시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사설은 빼고 본론만 말하지.”
“마존이시여, 저는 오랜 시간 교를 지켜봐 왔습니다. 교가 영원하기를 바라고 번성하기를 바랐지만, 제 능력으로는 그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존께서 강림 하셔 교를 이끌어주시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다만……
장민이 울분 어린 목소리로 나직 하게 말했다.
“교의 아해들은 마존의 위엄을 이 해하지 못합니다. 마존께서 어떤 분 이신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그들은 자신들의 위에 누군가가 새로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에게 지금의 터전을 버리고 마존을 따르라 말씀하시는 것은……. 마존이시여, 마존을 따르는 신실한 교도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미욱하고 비천하 여 차마 마존의 존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도 많습니다. 그들 역시 마교도, 그들 역시 마를
받아들인 이들입니다. 만마의 주인 이신 마존께서 조금의, 아주 조금의 자비만 베풀어주신다면……
“장민.”
낮은 강진호의 목소리에 장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장민이 그 자리에 납작 업드려 머리를 땅에 댔다.
“용서하십시오! 이 비천한 놈이 감히 주제를 모르고!”
강진호가 손으로 눈가를 눌렀다.
‘바닥에 자석이라도 붙어 있나.’
왜 무슨 일만 있으면 엎드린단 말인가. 이대로 장민을 한국에데려
갔다가 사람 많은 곳에서 엎드리기 라도 하면?
순식간에 강남역 패륜남으로 전국 적인 유명 인사가 될 것이다. 변명의 여지도 없는 미친놈이 될 확률이 높다. 어떻게든 저 행동부터 교정해야 한다.
“일단은 일어나라.”
“예, 마존이시여.”
해놓은 말이 있어서인지, 장민도 이번에는 별말 없이 몸을 일으켜 세 웠다.
“내가 입만 열면 화를 내려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줬으면 좋겠군.”
“그,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장민이 연 신 강진호의 눈치를 보았다.
딱 봐도 ‘너 이 새끼, 성격 더러 운 걸 내가 다 아는데’라는 표정이다.
“대체 왜 내가 화를 낸다고 생각 하는 거지?”
“그게……
“응‘?”
강진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장민의 반 응이 심상치 않다. 뭔가 있다는 뜻
이다.
“말해봐.”
“……마존께 거짓을 고할 수는 없 으니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교에는 훗날 마존이 강림하실 때를 대비하여 과거의 마존에 대한 평가를 적어놓은 비록이 있습니다.”
“ 비록?”
강진호의 얼굴이 꿈틀했다.
비록이라니.
그런 건 그가 있을 때는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런게 있을 리가?”
“정확하게 말하면, 비록이라기보
다는 과거 총사이셨던 분의 개인적 인 기록이 전해져 내려온 것입니다.”
“총사의 개인적인 기록?”
강진호의 눈가가 푸들거렸다. 총사라면 청마다.
청마의 강진호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라고?
무척이나 흥미가 동하는 일이다.
“그건 어디에 있느냐?”
“기록은 실전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만들어놓은 사본이 있습니다.”
“그건 어디에 있느냐?”
장민이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
았다.
“가지고 있군.”
“그, 그렇습니다, 마존이시여.”
“줘봐.”
장민이 뭔가 불안한 얼굴로 강진호의 눈치를 몇 번 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본이라고는 했지만, 메모에가까 운 모양이다. 장민이 내민 것은 낡은 메모장이었다.
“흠……”
강진호가 천천히 메모장을 펴 들 고 읽었다.
날씨가 천변만화하고, 물길이 끝도 없이 변한다고 하나 세상 그 어 느 것도 마존의 기분처럼 다채롭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마염들에게 귀수라도(鬼修羅刀)를 전수하라고 명하신 지 삼 일 만에도는 멋이 없다는 이유로도를 버리 고 검을 전수하라 명하셨다.
아이들이도를 분질러 버릴 때, 내 마음도 같이 분질러졌다. 이왕이 면 마존의 존귀하신 허리도 같이 분 질러지시면 좋을텐데.
강진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 이 새끼가?
마존께서는 무척이나 담대하시고 사내다우시다. 하지만 그 식도락에 대한 집착만큼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뜨거운게 먹고 싶으시면 열양력으로 끓이면 되고, 찬게 드시고 싶 으면 한빙력으로 얼리면 그만이지, 멀쩡한 물을 얼리고 그걸 다시 갈아 서 눈처럼 만든 다음, 그 위에 졸인 팥을 얹어오라는 말을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쌍놈들도 이렇게는 안 먹는다. 하 기야 마존의 출신이 그다지 높지 않 으시니 내가 이해해야지.
“이 새끼가 진짜?”
강진호의 눈가가 마구 꿈틀댄다.
앞에서는 영혼을 다해 충성한다고 꼬리를 흔들어 대더니, 뒤에서 호박 씨를 까고 있었어? 청마, 이 새끼. 더 고통스럽게 죽였어야 하는데!
사람의 성격이 급박할 때, ‘불같 다’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마존을 곁에서 삼 일만 지켜본 이라면 누구
도 사람에게 불같은 성격이란 말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진짜 불같다는게 뭔지 알게 될 테니까.
정파에서 특사로 온 사신 놈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였다는 이 유로 마존께서 사신의 목을 치셨다. 그럴 수 있다. 호쾌함과 잔인함은 마교의 교주로서 당연한 덕목이니 까. 하지만 전대 황제의 시호를 못 알아들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대 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이건 무식한 건가, 폭급한 건가. 아니, 무식하고 폭급하겠지. 소문이 퍼질까 봐 무서워 나머지 사신들도
모두 목을 쳐버렸다. 아마 이 사건으로 정마대전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마교의 교주가 무식하다는 말이 퍼 지느니, 그냥 성격이 더럽다는 소문으로 퉁치고 전쟁을 하는게 낫다.
거, 천자문은 떼셨나 모르겠네. 한번씩 보고서 들고가면 거꾸로 들고 읽으시더니.
“……허, 허허, 허……
강진호의 몸에서 마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 뒤로도 뭔가 더 적 혀 있지만,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대로 돌아오면서 청마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품은 강진호였다. 그가 적천마존의 이름으로 교에 군림 하는 동안 청마는 그 모든 뒤치다꺼 리를 했다. 강진호가 친 사고 때문 에 그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를 생각 하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그래, 사람이니까.’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
상사 욕을 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들키지만.
“근데 이 새끼가 문서를 만들어 놔‘?”
이건 죽더라도 후세에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는의지다. 생각하니 더 빡친다.
“마존이시여?”
“후우우욱.”
깊게 심호흡을 한 강진호가 장민을 노려보았다. 딱히 노려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눈에 절로 힘이 들 어간다. 청마와 엮인 일에서는 평소 와 같은 담담함을 유지할 수 없는 강진호였다.
“이건 몇이 봤지?”
“ 그게……
장민이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열
었다.
“원본을 본 이들은 많지 않겠지 만, 대부분 마존의 전승은 그 기록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살을 붙이 고 깎아내긴 했겠지만 말입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럼 저들이 말하는 마존이라는 건…… 개 같고, 무식하고, 성격이 폭급한데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 라는 건가?”
“그렇게까지는……
강진호가 장민의 말을 끊었다. 대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 였지?”
“마존이시여, 저들은 어리석고 비 천합니다. 그런 이들을 마존의 자비 아래 두기 위해서는 마존의 위엄을 더 보이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강진호가 짜증이 잔뜩 어린 얼굴 로 말했다.
“애들 앞에서 생쇼를 해서라도 내가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국으로 따라간다?”
“그, 그런 불경한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가자.”
“ 예?”
강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 그래도 기분 더럽고 좋은데, 잘됐다. 내가 확실하게 보여주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단호한 걸음으로 앞서가는 강진호를 보며 장민이 불안함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