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21)
마존현세강림기-722화(720/2125)
마존현세강림기 29권 (23화)
5장 고심하다 (3)
“뭐라고 했지?”
그 목소리는 위엄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위엄 속에 한 줄기 당 황이 담겨 있음을 차이커창은 놓치 지 않았다.
‘당황스러우실 만도 하지.’
그도 너무 당황해서 이곳까지 한
달음에 달려왔다. 아무리 세상을 관 조하는 경지에 올라선 홍왕이라고 한들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강진호가 중국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중국이라 했나?”
“예,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태사의를 응시했다.
계단의 위에 위치한 태사의에서 위엄가득한 모습의 홍왕의 턱을 괸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이 커창.”
“예!”
“나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제가 어찌 감히 그런 불경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홍왕이시여, 저 역시 믿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 만 사실입니다.”
“중국이라……
홍왕이 나직한 웃음을 홀렸다.
살짝 허탈해 보이기도 하고, 어이 없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감정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감정은 역시나 ‘흥미’였다.
“강진호, 강진호……. 그가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나
의 땅에 두 발을 디딜 생각은 하지 못했을텐데.”
차이커창이 슬쩍 홍왕의 눈치를 살폈다. 홍왕의 입장에서는 분노할 만한 일이다.
소국의 무인 하나를 처리하지 못 해서 그와 동맹을 맺을 생각까지 했다. 홍왕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 대로 상황이 고착되었다면 홍왕계는 결국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 발로 중국 땅에 들어 온다?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중국 에?
이건 홍왕계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가 중국에 와도 홍왕계가 알아 차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든가, 그게 아니면 발각된다 해도 상관이 없 다고 생각했든가.
그 어느 쪽이든 홍왕계를 무시했 다는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홍왕은 그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정말 예측이 안 되는 사내로군.”
차이커창이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몇가지 반응을 예측했지만, 어쨌
든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어찌 되었든 홍왕의 분노를 면전에서 받는 것보다는 백배 나으니까.
“그래서 지금 강진호는 어디에 있 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파악이라……
홍왕의 눈썹이 꿈틀했다.
“중원은 넓다. 그를 잡아낼 수 있 겠느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홍왕이시여. 하지만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좋군.”
홍왕이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수단을가리지 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진호의 위치를 파악해 라.”
“예, 홍왕이시여. 강진호의 수급을 홍왕에게 바치겠나이다.”
홍왕이가만히 차이커창을 바라보 았다.
그 시선.
묵직하기 짝이 없는 그 시선에 차이커창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무슨 잘못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 만, 지금 홍왕의 심기가 편치 않다
는 것만은 확실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 군.”
“소, 소신이 미욱하여……
“나는 그의 위치를 파악하라고 했다. 그를 죽이라 한게 아니다. 무 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이해했습니다,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슬쩍 고개를 들어 홍 왕의 눈치를 보았다.
‘강진호에게 호의를가지고 계신가?’
차이커창이 그에 대한 호의를 마 음속으로 숨기듯 홍왕 역시 강진호
에게 호의를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굳이 강진호를 살 려두려 할 이유가 없을텐데?
감히 그는 홍왕의 속내를 짐작하는 불경을 저지를 수 없었다. 하지 만 뭔가 미진함이 남는 것 역시 사 실이었다.
“이해가가지 않느냐?”
“소신이 어찌 감히 홍왕의 뜻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나직하게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강진호를 잡을 수 없다.” 차이커창의 고개가 번쩍 들린다.
그의 눈을가득 채운 것은의문 이었다. 아울러 미약한 불신마저 담 겨 있었다. 홍왕의 말을의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홍왕의 말은 그 금기를 범하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호, 홍왕이시여.”
“말 그대로다. 너희는 강진호를 잡을 수 없다.”
“하나…… 하나 이곳은 중국입니다. 그를 비호하는 어떤 것도 존재 하지 않습니다. 홍왕께서는 그가 중 국에서 자신을 비호할 이들을 모았 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홍왕의 묵직한 음성이 차이커창을 짓눌렀다.
“그가 세력을 얻든 그렇지 않든 너희는 강진호를 감당할 수 없다.”
차이커창은 감히 홍왕의 말에 반 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 만 그것이 납득을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감당할 수 없다고?’
그럴 리가.
한국이면 몰라도 이곳은 중국이다.게다가 강진호는 정황상 그들의
영역 안에 있다. 자신들의 영역 안 이라면 그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이건 홍왕을 모시며 홍왕계를 구축해 온 차이커창의 자부심이다.
“어리석은 놈’.”
차이커창의 기색을 눈치챈 홍왕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바토르를 한국으로 보낼 때, 너는 실패를 생각했던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정해야 한다.
그는 바토르가 당연히 강진호의 목을 따올 거라 생각했다.
“나는 바토르가 실패할 것이라 생
각했다.”
차이커창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게 내가 옳았다는 걸의미하지는 않는다. 너는 강진호에게 조력이 붙어도 바토르가 충분히 그를 꺾어낼 거라 생각했겠지. 나는 강진호를 누군가 돕는다면 바토르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홀로 바토르를 꺾었다.”
차이커창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흔적을 통해 본 그의 무위는 감히 바토르에 미치지 못했
다. 결코 바토르를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 냐?”
“……강진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
홍왕이 홈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을 이해한 차이커창 에게 흡족해하고 있는지, 그게 아니 면 강진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하는지는 차이커창으로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해지고 있지. 그것도 무시무시 한 속도로 말이야.”
홍왕이 선언하듯 말했다.
“바토르를 꺾었다는 것은 그가 무시 못할 강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는 뜻 이겠지. 너희는 그를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말했다.
“홍왕께서 하시는 말씀이 천 번, 만 번 옳습니다. 하나 바토르가 둘 이라 해도 저희를 감당하지는 못합니다. 홍왕계는 결코 그리 나약하지 않습니다. 소신들을 믿어주십시오.”
“네 말이 옳다. 바토르가 둘이라 해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너희는 마공을 모른다. 왜 선인 들이 마인을 그리도 경계했는지 모 른다. 극마에 오른 마두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홀로 싸울 때보다 다수와 싸울 때 더욱 강한 이들이 마인이다. 너희가 강진호를 상대한다면, 채 힘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설사 잡아낸다고 하 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 해야겠지. 그 어느 쪽도 내가 원하
는 바는 아니다.”
차이커창이 조금은 멍한 눈으로 홍왕을 바라보았다.
홍왕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차이커창은 조금 기이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시지 않는가.’
조금 전부터 홍왕은 그들의 상황 이 녹록치 않고, 강진호는 쉬운 상 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저리 즐거워 보인단 말인가.
“홍왕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그럼 강진호를 발견하게 되면……
차이커창이 마음속의문을 풀기 위해 넌지시 물었다.
떠보는 말.
불경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이지 만, 지금은 불경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홍왕의 속내를 확인하고 싶었다.
“당연히.”
홍왕이 태사의에 기댄 허리를 서 서히 세웠다. 그 간단한 동작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바짝 긴장하는 느 낌이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지.”
“호,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의 짐작이 맞아떨어졌다.
이상하게도 홍왕이 살짝 들떠 있 다 싶더니, 결국은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홍왕이시여, 굳이 그런 자를 상 대하는데 홍왕께서 직접 나서실 필 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시여.”
“강진호를 무시하지 마라.”
홍왕의 목소리는 단호하기 그지없 었다.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너의, 그리고 나의 오만함이다. 강진
호의 존재를 발견한 순간,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를 제거했다면 여기 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시와 운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감히 그를 건드릴 수도 없게 되었다.”
“제가 무능하여 벌어진 일이옵니다.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너를 탓하려 한 것이 아니다. 나의 오만함도 있다 말했다. 나 역시 그가 여기까지 나를 몰아붙일 것이 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더 큰 화근 이 되기 전에 여기서 잘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홍왕이 미묘한 표정으로 입을 닫 았다.
한참 말이 없던 홍왕이 조금 느 긋해진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선인들께서는 언제나 마인들을 경계하라 하셨지. 그들이 잃어버린 자신들의 마공을 되찾으면 무슨 일 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나 역시 무 맥의 한 줄기를 잇는 자로서 마공 같은 역천의 무학이 다시 세상을 종 횡하게 놔둘 수는 없다. 이건 나 홍 왕으로서의의지가 아니라 무인으로 서의의지다.”
“홍왕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
차이커창! 목숨으로 홍왕의 명을 받 들겠습니다.”
“좋다. 좋은 소식 기대하지.”
차이커창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뒤로 물러났다.
대전을 빠져나온 차이커창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이마에 흐른 땀을 홈쳤다.
홍왕의 기세를 감당하는 것은 여 전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즐거우시겠지.’
홍왕계의 이인자의 입장으로 생각 할 때, 홍왕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왕은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왕을 노리는 자는 언제나 존재하니까.
하지만 무인으로서는 홍왕이 이해가 갔다. 홍왕은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도전을 받지 못했으니까. 삼왕 과의 승부는 고착화되고,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왕으로서의 태평성대는 무인으로서의 지루함을의미한다.
그러니 직접 상대하고 싶은 것이다.
그 상대가 비록 홍왕에게 어울리는 격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다만…….
다만 한가지.
“더 큰 화근이 되기 전에 여기서 잘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말이 차이커창의 귓가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세력의 위협을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설마…….
‘멍청한 생각.’
불경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차이커창은 그의 머리를 채운 불 경한 생각을 털어내고는 몸을 돌렸다.
하나는 확실하다.
“반드시 찾아낸다. 그리고 죽인다.”
굳이 그 뒷말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강진호는 이 곳에 뼈를 묻을 테니까. 죽은 이가 무슨가 능성을가질 수 있겠는가.
어쩌면 이건 그들에게 주어진 마 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차이커창 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너는 조금 더 기다렸어야 해.’
십 년.
단 십 년만 한국에 웅크리고 있 었다면, 강진호가 천하를 지배했을 지도 모른다. 그 십 년을 참아내지 못한 것이 강진호의 운명을 결정했다.
차이커창이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여우 사냥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