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25)
마존현세강림기-726화(724/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5화)
1장 이주하다 (5)
밖으로 나온 강진호의 눈에 길게 이어져 있는 줄들이 보였다.
강진호가 그 줄들을 보고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아직 신청을 다 받지 못했나?”
“공동에 모여 있던 이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청을 받았습니다. 절반 이상이 모두 마존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도착하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마존이 오신다고 해도 이 넓은 중원 땅의 모든 마인들을 한곳으로 모은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소문이 퍼져 이제야 도달한 이들이 저만한 줄을 만든 겁니다.”
“흠.”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한 눈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겠는데?’
강진호의 예상으로는 이미 그가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을 홍왕계가 알았을 것이다.
‘일이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돌아갔어.’
처음에는 이곳에서 시선을 끄는 동안 한국을 안정화시킬 생각이었다.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위긴스와 이현수, 그리고 방진훈이 조금만 힘을 써주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테니까.
그 와중에 마교에 마공을 전수해 중국내의 대항마를 키운다는 게 강진호의 계획이었다.
이들을 단체로 이주시킨다는 건 애초에 강진호의 계획 안에 없었다.
실제로 본 마교의 상황이 그의 예상 이상으로 끔찍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상황은 상당히 위험해졌다.
홍왕계는 강진호의 뒤를 쫓고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곳으로 수많은 마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이 장님이 아니라면 마인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 이다.
강진호가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홍왕계라면 당연히 강진호와의 관련성을 의심한다. 지금 당장 그들이 들이닥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욕이 있는 자들을 놓고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신청은 언제쯤 끝나지?”
“적어도 이틀은 더 걸릴 것 같습 니다.”
“ 하루.”
장민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신청은 하루만 더 받는다. 그 이후에 도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신청을 받지 않는다.”
“그러하면 그들은?”
“원하는 이는 알아서 한국으로 찾아오라고 해. 단체로 건너가는 게 문제이지, 개인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닐 테니까.
대신 한 번에 몰리지 않게 통제해 줄 이가 있어야겠지.”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내일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한다.”
“그, 그리 급박하게 말입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건 이들이다.”
강진호가 조금 무거운 시선으로 신청을 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홍왕계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강진호는 스스로의 몸을 빼낼 자신이 있었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무리 몰려 온다고 해도 당할 강진호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강진호에게는 발톱 세운 고양이로 보이는 적들이 이들에게는 괴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세 속에서 이들을 모두 보호한다는 건 강진호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빠져야한다.
“쉽지는 않겠지.”
강진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만한 일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세상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은 강진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고민하는 시간에 적들도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가 노력하는 시간에 적들도 노력을 한다. 적들은 그에게 당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과도하게 운이 좋았다. 강진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홍왕계가 그를 발견한 즉시 바토르급의 무인을 한국으로 파견하거나 홍왕이 직접 그를 잡으러 왔다면, 강진호는 제대로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우연과 방심이 미약한 확률을 뚫고 맞아떨어진 결과가 지금이다.
앞으로도 이런 운이 계속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믿고 계획을 짠다면 결과는 빤하다. 전생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목과 몸이 분리되는 느낌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만한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데, 별문제는 없나?”
“무인들입니다. 웬만한 불편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바꾸려면 스스로의 의지도 동반되어야 하는 법이죠.”
강진호가 이채를 띠고 장민을 바라보았다.
‘마존께서 하해와 같으신 은혜를 내려’로 시작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예, 마존이시여.”
“하지만 때로는 일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마존께서 명 하신 일을 반드시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그때,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름이 주강이었나?’
사천에서부터 그들과 동행한 주강이 슬금슬금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장민들이 같이 있어서 차마 말을 먼저 걸지 못하는 건지, 그게 아니면 이제는 강진호가 더 어려워진 것인지 영 쭈뼛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마존을 배알하나이다.”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바닥에 몸을 처박는다.
저건 절을 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바닥에 몸을 처박고 있었다.
강진호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얘는 또 왜 이러냐고.’
장민이야 구시대적인 예의가 몸에 배어 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공경을 표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 사람을 나무라서 무엇하겠는가. 천천히 바꿔가야지.
하지만 주강은 현대인 아닌가.
“일어나서 이야기하지.”
“예!”
주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겋게 부어오른 주강의 이마를 보고 있자니, 강진호의 머리가 다 아파올 지경이다.
“앞으로는 절을 하지 마라.”
“예?”
“……굳이 예를 표해야 한다면 고개를 숙이는 정도로 충분하다.”
“아, 알겠나이다.”
“그리고 그 말투 좀 쓰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몸에 사극 인자가 들러붙어 있어서 다가오는 이들을 전염시키는 것도 아닐진대, 왜 다들 그를 보면 저런 말투를 쓰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냐?”
상황을 교정한 강진호가 주강의 말을 기다렸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해봐.”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릴 주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강이 여전히 눈치를 보자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딱히 시간이 남는 사람은 아니다. 용건이 있으면 빨리 이야기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 그러시면 다음에.”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 라보았다.
“아니, 다시 말하지.”
“예?”
“지금 당장 용건을 10초 내로 풀어놔라.”
“저는 강해질 수 있습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주강을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내가 이미 말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마존이시여. 하지만…… 외람되지만 마존께서 제 번뇌를 풀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번뇌씩이나.”
주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마존을 따를 것입니다. 설사 더 이상 강해지지 못한다는 대답을 듣는다 해도 저는 마존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진실을 알려 주십시오. 마존이시여, 저는…… 저는 강해질 수 있습니까?”
주강의 다리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고 있는지 강진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장민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
“이 어리석은 놈! 마존께서 이미!”
강진호가 가볍게 손을 들어 장민을 만류했다.
“내가 해준 말로는 충분하지 않던모양이지?”
“그,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주강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는 마존을 믿습니다. 제가 믿지 못하는 것은 제 자신입니다.”
“네 자신?”
“예.”
주강이 살짝 어물거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존께서는 강하십니다. 마존께서는 마공을 익히지 않아도 강하셨을 겁니다.
마존께서 보여주신 강함과 비전만을 믿고 따르기에는 제가 본 현실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주강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들어준다. 그게 지금 강진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주강의 말에 주변의 마인들도 하 나둘 그들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준이야 낮겠지만, 저도 마공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저는 제가 강하다고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마존이시여, 제가 마존을 믿고 따른다면 저는 강해질 수 있습니까?
저를 벌레처럼 여기던 저 정파인들 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까? 이 지긋지긋한 나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마지막 목소리는 거의 울음이었다.
강진호는 알고 있었다.
이건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얼마나 강해질 것 인지를 설명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몰려든 이들 모두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쌓이고 쌓인 울분이, 서러움이 한 가득 홀러넘친다. 의연하려고 하지만 가슴속에서 치솟는 울컥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 야 할까?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강해지는 건 너희 자신에게 달렸다.”
“아무리 좋은 무학과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너희가 노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그러니 노력해라. 노력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주강이 조금 멍한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강진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빤한 말은 아무 소용 없겠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너희가 한국으로 나를 따라온다는 건 나의 수하가 된다는 의미다. 그렇지?”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너희는 강해질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강해지는 동안 과연 너희의 몸이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희를 강하게 만들 테니까. 이 내가.”
강진호가 굳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내공이 실린 그의 목소리가 공동으로 울려 퍼졌다. 결코 높지 않은 목소리였음에도 모두의 귀에 그 말은 너무도 똑똑히 들렸다.
“과거에 마교가 그랬듯이, 너희의 존재가 세상의 공포가 되고, 너희의 이름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누구도 감히 너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어주겠다.”
입술을 꽉 깨문 주강을 보며 강 진호가 무표정하게 물었다.
“대답으로 충분한가?”
“……충분합니다.”
강진호의 미소가 짙어졌다.
“말을 듣는 걸로 위안이 된다면 그 고민은 딱히 심각하지도 않다는 뜻이지. 대답을 내게서 찾으려 하지마라. 나는 너희에게 수단을 줄 뿐이다.
목적을 이루는 건 너희가 할 일이지.”
강진호가 주강을 일별하고는 몸을 돌렸다. 바토르 등이 그런 강진호를 따랐다.
“출발 준비는 빠르게 마쳐라.”
“예, 마존이시여!”
장민의 얼굴에도 비장함이 어렸다. 이 한 번의 움직임이 마교의 천 년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그도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나올지 볼까.’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한동안 없던 거대한 축제가 열릴 것이다. 누구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축제가.